◆ 김수욱 서울대 교수와 함께하는 '고객을 불러들이는 분석경영'
② 실패에서 시작되는 성공 ◆
현재 비즈니스 세계는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지고 경쟁의 강도와 속도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2000년을 전후하여 정보기술(IT)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많은 기업이 미래산업이나 첨단기술 분야로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코스타스 마르키데스 런던 비즈니스스쿨 교수에 의하면 오직 15%의 신사업만이 성공하며 나머지 85%는 모두 실패한다. 그렇다면 신사업 진출에 성공하기 위한 전략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피터 심스는 '리틀 벳(Little Bets)'이라는 책을 통해 구글ㆍ애플ㆍ픽사ㆍ3M의 성공을 만든 실험정신인 리틀 벳이라는 개념을 소개했다. 리틀 벳은 불확실한 신규 사업의 대규모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먼저 작은 실험들을 해보고 이때 쌓은 성공 경험을 모아서 신규 사업을 성공시키는 전략이다. 리틀 벳의 대표적인 특징과 함께 신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끈 기업 사례들을 살펴보자.
첫째, 리틀 벳은 처음부터 거창한 개념을 잡거나 프로젝트 전체를 미리 계획해서 최종 결과를 만들어냈던 것이 아니라 거칠지만 혁신적인 작은 실험들을 통해 의미 있는 성공을 이끌어낸다.
국내 대표적인 벤처 기업인 휴맥스는 디지털 셋톱박스 제조업체로 매출액 8000억원이 넘고 유럽 개방형 시장의 시장점유율 1위 업체다. 매출 98%를 수출로 벌어들이고 있으며 해외 시장 진출 후 연평균 147% 수출 성장률을 보이는 휴맥스도 처음부터 승승장구한 것은 아니다. 최초에는 대기업 개발 용역만 주로 하다가 컴퓨터 개발용 장비 MDS(Micro-Processor Development System)를 출시했지만 당시 시장 상황과 맞지 않아 크게 실패하였다. 이 실패를 바탕으로 1992년 디지털 지상파, 위성방송, 케이블방송을 볼 수 있게 해주는 변환장치인 디지털 셋톱박스를 개발해 매출 100억원을 달성하였다. 이같이 혁신적인 작은 실험들을 통해 실패를 겪었지만 그 실패를 기반으로 성공을 거둔 휴맥스는 대표적으로 리틀 벳을 실시했다고 볼 수 있다.
둘째, 리틀 벳을 실시하고 신사업 목표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실패는 불가피한 현상이다. 신사업을 추진하는 많은 기업들이 한 판의 큰 도박, 즉 '빅 벳(Big Bets)'에 모든 희망을 걸지만 리틀 벳은 일련의 작은 실험을 통해 비범한 성공을 추구한다.
3M은 매년 매출성장률이 6%, 신흥시장 매출 비중은 전체 35%를 차지하는 대표적인 사무용품 업체다. 그런데 언제나 새로운 것을 추구하며 사람들 기억 속에 오래도록 남을 제품만 만들어 온 3M이라고 해서 항상 성공만을 거듭한 것은 아니다. 3M은 혁신성은 필연적으로 실패를 수반한다고 생각하고 이러한 실패에 관대하다.
3M 최고 히트상품인 포스트잇 역시 동료가 잘못 만든 접착제에서 비롯되었다. 3M 직원인 스펜서 실버는 실수로 접착력이 약하고 끈적이지 않는 불량 접착제를 개발한 후에 사내 기술 세미나에서 이 실패 사례를 보고했다. 그때 동료 아트 플라이는 실버에게 공동연구를 통해 포스트잇을 제작하자고 했고 실제로 성공했다.
이 같은 성공 배경에는 3M의 제도적 뒷받침이 있었다. 3M은 최선을 다했지만 실패한 연구원들에게 '실패 파티'를 열어주고 실패로부터 학습을 권장하는 '잘 의도된 실패 원칙'을 알리고 있다. 또 창의적인 소수 의견을 권장하기 위해 보고 시 소수의견 작성을 의무화한 '마이너리티 리포트 제도' 등을 실시하고 있다.
셋째, 리틀 벳을 이용해 신사업을 실시할 때는 기존 사업과 연관된 분야로 진출해야 한다. 산리오는 1960년에 창립해 연간 매출이 1조원이 넘으며 미국ㆍ독일 등 전 세계 70여 개 국가에 진출한 대표적인 캐릭터 비즈니스 업체다. 산리오는 헬로키티 캐릭터를 출시한 후 매출이 50배 이상 성장했는데 캐릭터 제품을 판매하다 테마파크 산업과 애니메이션 산업으로 확장했다.
먼저 테마파크 산업을 살펴보면 산리오는 약 1조원을 투자해 1990년에 도쿄 시외에 퓨로랜드, 1991년에 오이타현에 하모니랜드 테마파크를 개장했다. 산리오는 헬로키티를 이용한 뮤지컬 약 150종류를 마련해 라이브쇼를 개최하고, 전 세대를 아우르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해 연매출 59억엔, 연간 방문자 약 130만명을 달성했다. 또한 애니메이션 산업을 살펴보면 산리오는 1981년에 '키티와 미미의 새 우산' 프로그램, 1988년에는 '헬로키티의 동화극장', 1993년에는 '헬로키티가 좋아요'를 일본에서 방영했다. 그 후 2004년에 마이멜로디 TV 애니메이션이 대히트했으며, 2007년에는 시나모롤 극장용 애니메이션이 대성공을 거뒀다.
시장은 기본적으로 불확실할 수밖에 없다. 모두가 안 된다고 얘기했던 신사업 진출이 성공할 수도 있고, 큰 기대를 모았던 신사업이 처참하게 실패할 수 있다. 아무리 많은 데이터를 분석해도 어떤 아이디어가 효과적인지 아닌지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직접 실험을 해보는 수밖에 없다. 이에 한 번의 빅 벳이 아닌 수많은 리틀 벳을 통해 신사업 성공 가능성을 높여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