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https://www.fmkorea.com/7198929503
예전에 내가 올린 글에
누군가가 '사실 한국인들 문화에 공화당이 딱 맞고
나 진보요 하는 한국인들 중 서구 기준으로 진짜 진보가 얼마나 될 거 같으냐'
라고 댓글을 단 분이 계셔서
한 번 오늘은 이 주제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고 해
이렇게 이야기 하신 분의 말투가 조금 공격적이어서 그렇지
사실 내용 자체는 대부분 맞는 말이야
보통 미국에서 이민자들은 거의 민주당 표밭 수준으로 몰표가 나오는데
한국계들은 민주당 지지세가 우세하긴 하지만 의외로 공화당 지지자들이 꽤 있어
이러다보니 미국에서 아시아계인데 기독교 근본주의 꼴통이거나
아니면 정치적으로 극우 냄새 풀풀 풍긴다 싶으면 한국계구나 하는 인식이 조금 있는데
실제로 QAnon의 'Q' 로 유력하게 추정되는 론 왓킨스도 한국계라는 점에서
이러한 인식이 아예 편견이라고 하긴 힘들지
그리고 이 분이 서구 기준으로 보면 한국은 '리버럴' 이 없다고 그랬는데
실제로 이게 어느 정도 맞아
사실 우리 입장에선 보수 정당을 제외한 정당들을 진보 정당으로 분류하고
이 관점에서 보면 현재 대한민국 의회 의석 2/3가 진보 정당이기 때문에
한국은 리버럴들이 굉장히 위세가 막강한 나라가 아니냐고 생각이 들텐데
서구 기준으로 보면 해당 정당들도 싹 다 보수 정당이거든
우리 입장으로 보면 '이게 무슨 소리야' 하겠는데
이게 한국과 서구의 '리버럴' 에 대한 개념이 달라서 그런 걸로 보여
그렇다면 한국과 서양에서 '리버럴'은 어떤 개념일까 정의를 내려야 겠지만
솔직히 위대하신 철학자 분들도 '정의' 라는 걸 내리기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 속에
일개 시민이 이거에 대해 감히 정의를 내린다는 게 무모한 만용이겠으나
여기가 학계도 아니고 그냥 커뮤인들끼리 의견을 나누는 곳이니
감히 내가 이를 정의내려도 된다고 한다면
한국에서 자유는 단지 '외부의 강요로부터의' 자유로 인식되는 게 아닐까 싶더라고
https://www.fmkorea.com/4259547560
예전에 포텐에 올라왔던 이 글은
자유주의를 우파들의 전유물처럼 묘사했던데
아무래도 소련, 중국, 북한 같은 공산주의 국가들이
자유를 억압하고 권위로 인민들을 찍어누르는 모습이 익숙하다보니
민주주의를 '공산주의와 반대되는 사상' 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듯이
자유주의를 '권위주의와 반대되는 사상' 으로 인식하는 게 아닐까 싶지
이런 관점에서 보면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혼란의 빠진 사회를 바로잡기 위한 구국의 혁명'을
일으켜 보겠다는 애들이나
아니면 '어버이 수령님 만세' 를 외치는 애들이 아니고서야
이 나라를 힘과 권위가 지배하는 세상으로 만들길 원하는 이들이 없다는 점에서
한국인들의 대부분은 (권위주의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자유주의자라고 봐야지
실제로 이러한 관점에서 자신이 보수 성향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조차
'자유민주주의' 라는 개념을 진리로 떠받든다는 점에서
한국에서 '리버럴' 이라는 개념은
'외부로부터 강요를 받지 않을 자유' 라고 인식하는 거라고 봐야지
반면, 서구에서 인식하는 '리버럴' 이라는 개념은
'남의 피해를 주지 않는 이상 자신의 양심에 따라 행동할 자유' 로 인식하는 게 아닐까 싶더라고
그래서 그런지 서구에서는 리버럴이라는 개념이
한국과 달리 좌파들이 주로 주장한다는 인식이 있거든
'외부로부터 강요를 받지 않을 자유' 와
'자신의 양심에 따라 행동할 자유' 가 뭐가 다르냐고 한다면
나는 그 사이에 '사회 규범과 윤리' 가 있는 게 아닐까
감히 이렇게 이야기해보려고 해
예를 들어 서구의 리버럴들이 이야기하는 주요 이슈 중에서
'내 몸의 주인은 내가 주인인데, 마약이라도 남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대마초를 피는 게 문제냐'
'나는 내 자신의 성적 지향을 가질 권리가 있기에, 동성애나 성전환 등을 하더라도 존중받을 자격이 있다'
'내가 가진 사유재산을 내가 쓰겠다는데 도박을 하는 게 뭐가 잘못이냐'
이런 관점들은 이미 (최소한 미국에서는) 상당수의 주들에서 받아들여져서
현재 미국 상당수 주에서는 대마초를 피우거나, 도박을 하는 게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고
동성결혼과 같이 성소수자들을 인정하고 존중해주는 게 당연히 되고 있거든
하지만 한국에서 이런 관점을 지지할 수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개인의 자유의지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도 사회 규범과 윤리와 충돌하는 상황이면
대개 사회 규범과 윤리를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니까 말이야
내 생각엔 위의 세 가지 이슈 중 두 가지 이상 찬성할 수 있는 사람이 절반이 되지 않을 걸?
이 관점에서 서구 리버럴들이 보기에는 한국 정치판에 리버럴이 없다고 보는 거겠지
실제로 자신이 진보라고 자처했던 전임 대통령은
동성애 문제에 대해 반대한다고 한 일이 있었지
서구의 관점에서 개인의 성적 지향을 인정해주자는 방향이 리버럴리즘과 진보적인 주장이고
이에 대해 대놓고 반대하는 건 보수를 넘어서 꽉 막힌 사람으로 취급받는 걸 생각한다면
한국에서 '리버럴'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라도
서구적 관점에서 보면 그렇지 않다는 사례가 될 거야
사실 서구권에서는 요즘에 보수 정당들조차
'동성결혼은 너무 했지만 시민 결합 정도는 인정해 줄께'
라는 게 대세일 정도라
유럽에서 가톨릭 교세가 막강하여 수구 꼴통 취급받는 폴란드조차도
극우 소리 듣는 보수 정치인이 이렇게 코스프레 행사 가서
웃으면서 보추와 앉고 사진찍는 판이거든
특히나 일본이나 대만 같은 동아시아 다른 민주주의 국가들이
대만은 동성결혼을 합법화 했고
일본은 헌법상 동성결혼이 불가능하지만 이래저래 시민 결합 등을 추진하는 걸 보면
서구적 관점에서는 저런 거에 대해 미동도 하지 않는 한국 사회가
보수적이라고 인식하는 게 이상한 게 아닐 거야
참고로 예전에 푸틴이 서방이 타락했다고 비판한 연설이 있었는데
서구에서는 '극우 꼴통들이나 좋아할 내용' 이라고 까인 반면
한국에서는 '맞는 말 했네 저건 질색이야' 라는 반응이 많았던 걸 보면
아무래도 한국과 서구에서 바라보는 관점이 좀 다르다고 봐야겠지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에서 개인의 자유는 그 사람의 양심에 맡긴다' 는
서구의 '리버럴' 이 우월하다는 것도 아니고
'개인의 자유는 사회 규범과 윤리와 배치되지 말아야 한다' 는
한국의 '리버럴' 이 열등하다는 것도 아니야
오늘날 미국의 고질적인 문제인 총기 문제만 하더라도
'개인은 누구나 총기로 무장하여 저항할 수 있어야 한다' 라는
서구의 리버럴 개념을 상징하는 것이기에 규제가 막막한 상황이고
독일 같은 경우 68 혁명의 주역 세대들 중 일부가
리버럴의 개념을 극단적으로 밀어붙여서
'서로가 사랑하는 사이라면 성인과 아동이 성관계를 맺는 게 뭐가 문제냐'
라며 소아성애를 합법화하자는 주장을 진지하게 했었고
이들이 주축이었던 80년대 녹색당 지도부가 이 이슈를 공론화 하려 했다가
90년대 전국구 정당으로 원내 진입하고 나서 홍역을 치루었다는 점에서
한국의 '사회 규범과 윤리가 개인의 자유를 제약하는' 모습이 갑갑하긴 해도
이걸 어떻게 해야 한다고 이야기를 하려고 글을 쓴 게 아니라
단지 한국과 서구가 리버럴에 대한 개념에 대해 관점이 다르지 않나는
이 이야기를 이야기 해보려고 적은 거고
이 둘 중 어느 쪽의 우열을 가리고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하는 건
일개 시민1이 할 수 있는 건 아니니 말이야
이상 긴 글을 읽어주어서 고마워!
잘모르겠지만 베댓펌ㅎㅎ;
첫댓글 한국 진보는 유럽기준 mid right이고
우파는 far right 임
맞아 우리나라는 진보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