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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외왕(內聖外王)
안으로는 성인이며 밖으로는 임금의 덕을 함께 갖춘 사람이라는 뜻으로, 학식과 덕행을 모두 지닌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內 : 안 내(入/2)
聖 : 성인 성(耳/7)
外 : 바깥 외(夕/2)
王 : 임금 왕(王/0)
출전 : 장자(莊子) 천하편(天下篇)
안으로는 성인의 덕을 쌓고 밖으로는 왕의 도리를 행한다는 뜻으로, 이상적인 제왕의 모습을 이르는 말이다.
是故內聖外王之道, 闇而不明, 鬱而不發, 天下之人, 各為其所欲焉, 以自為方, 悲夫.
그러므로 안으로는 성인의 덕을 갖추고 밖으로는 제왕의 정치를 하는 내성외왕(內聖外王)의 도(道)가 어두워서 밝게 드러나지 못하고 답답하게 막혀 나타나지 못하여, 천하의 모든 사람들이 각각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스스로 그것이 방술이라고 여기니 슬프도다.
수양은 몸과 마음을 다듬는 것이다. 주역에서는 '성성존존(成性存存)' 또는 ‘궁리진성(窮理盡性)’이라는 방법론을 제시한다. 본성을 만들어 잘 보존하고, 이치를 궁구해 본성을 다한다는 뜻이다. 전자는 심성을 보존하고 기른다는 의미로 '존양(存養)'이라 하며, 후자는 그 이전에 무엇이 순수한 본성인지를 깊이 관찰하고 연구한다는 시각이다.
더 구체적인 존양의 방법은 자기 성찰 즉 내성(內省)이 첫째이다. 공자는 논어 헌문(憲問)에서 옛날 학자는 자기를 위해 공부를 했지만, 지금 학자는 다른 사람에게 보이기 위해 공부를 한다고 꼬집었다. 위령공(衛靈公)에서는 군자는 자신을 나무라고, 소인은 다른 사람을 원망한다고 했다. 이것이 내성이다. 그릇된 욕망을 발견하고 본성에서 광명을 찾는 길이다.
둘째는 조지(操持) 즉 심신을 잘 관리하고 경영하는 것이다. 조지는 내성을 이루고 난 다음 과정이다. 대학에서 말하는 '명명덕(明明德)'이다. 명명덕이 완성되면 도덕과 사업이 동시에 이루어진다. 도덕은 내면적 자각이고, 사업은 도덕의 외면적 실천이다. 그것을 '외왕(外王)'이라 한다.
셋째는 존성이다. 애써 형성된 본성을 잘 유지한다는 뜻이다. 존성에서는 '성(誠)'이 가장 중요하다. 성은 본성을 유지하려는 진실한 마음이다.
내성외왕과 존성은 쉽게 도달할 수 있는 경지가 아니다. 보통 사람들은 수없이 시행착오를 범한다. 군자는 시행착오를 통해 내성외왕에 이르고 존양을 통해 존성을 유지한다. 자신이 도덕적으로 완전무결하다는 사람은 지독한 거짓말쟁이이다. 남에게 완전무결한 도덕성을 요구하는 사람은 진실을 모르는 사람이다.
청의 이도평(李道平)은 주역집해찬소(周易集解纂疏)에서 매우 중요한 개념을 제시했다. 그는 주역 계사전의 '허물이 없다는 것은 잘못을 보완하는 것을 잘하는 것이다(無垢者, 善補過者也)'라는 대목을 해석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잘못했더라도 고칠 수 있기 때문에 선보과라고 한다."
'선보과(善補過)'는 도덕적 인격형성의 첫 번째 단계이다. 그렇다면 잘못(過)은 무엇일까? 논어 위령공에서는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 것이 잘못(過而不改, 是謂過矣)'이라고 했다.
이론적으로 사람은 자신의 잘못을 분명히 안다면 그것을 고치고 보완해 선을 행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오히려 잘못을 하고도 고치지 않는 것이 더 어렵다. 본성을 깨달았다는 것을 전제로 하면 그렇다.
그러나 대부분은 후천적 욕망이 순수한 본성을 가리고 있기 때문에 고치기를 주저한다. 따라서 허물은 잘못을 저지르는 것이 아니라, 잘못을 보완하지 않는 것이다. 잘못을 고치고 보완하려면 대단한 용기와 신념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주역에서는 인간행위의 결과를 경중에 따라서 길(吉), 흉(凶), 회(悔), 린(吝), 무구(無垢) 등 5가지로 분류한다. 이 가운데 길을 제외한 나머지 4가지는 모두 잘못의 결과이다. 사람은 누구나 선행보다는 잘못을 더 많이 저지른다. 길은 선행의 결과이다. 흉은 잘못이 가장 큰 상태이며, 회는 작은 잘못을 저지르고 고치려는 마음이 일어나는 것을 가리킨다. 린은 작은 잘못을 저지르고 고치려는 마음이 일어나지 않는 것을 가리킨다. 무구는 잘못을 저질렀지만 곧 고치고 보충하는 것을 가리킨다.
그러므로 인간의 진정한 도덕성은 잘못을 저지르고 후회한 다음 그것을 개선하고 보충하는 것이다. 이상을 다시 구조화하면 다음과 같다. 길(吉) ← 무구(無垢) ← 회(悔) ← 과(過) → 린(吝) → 흉(凶)
잘못을 중심으로 왼쪽 방향이 '선보과'이다. 도덕성 검증의 기준을 잘못에 초점을 맞춰 진행하면, 비인격적, 비현실적, 비논리적이 된다. 그러므로 공격에 대응자세도 자신의 도덕성에 문제가 없다는 식의 방어보다는 내가 얼마나 선보과를 잘 했느냐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선보과는 남에게 관대할 뿐만 아니라 자신에게도 관대하다.
■ 내성외왕(內聖外王)
'장자(莊子)'에 이런 말이 나온다. "개인적으론 성인이 되고, 대외적으로는 어진 지도자가 되어서 천하를 태평하게 함을 목표로 삼는다(內聖外王之道)."
동양사상은 개인완성과 사회완성, 곧 나와 세계를 전체적인 틀 속에서 보며, 현실적 실천의 문제와 직결돼 있음을 알게 한다. 지금은 사상적인 토양이 무너져서 그런지 동양사상이 관념적이고 정신적인 영역만 있는 것처럼 비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그럼 개인완성과 사회완성을 이루기 위한 전제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그릇'을 키워야 했다. 학문의 깊이와 통섭적 다양성, 고아한 인격과 도량의 크기 등을 갖추기 위해 수양하면서 현실세계과의 폭넓은 교류에도 힘썼다. 학문적 탐구와 인간 교제에 있어 결코 한쪽에 치우친 편벽성이 없었던 것이다.
중국의 춘추전국시대를 마감하고 최초로 천하통일한 진(秦)의 교훈을 보자. 진은 여러 나라에서 온 인재, 곧 객경(客卿)들을 두루 포용해 그들의 능력을 모았다. 초나라 출신으로 진시황제의 장자방이 된 이사(李斯)도 그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기득권에 눈이 먼 다수 왕족과 대신들은 모든 빈객을 축출하자고 들고일어났다. 축객(逐客)이다. 이에 이사는 상소를 올려 자신의 뜻을 전했다.
'고문진보(古文眞寶)'에 실려 있는 '상진황축객서(上秦皇逐客書)'의 내용이다. "태산은 본디 한 줌의 흙도 사양하지 않았으므로(泰山不辭土壤) 그렇게 높을 수 있으며, 큰 강과 바다는 작은 물줄기라도 가리지 않았으므로(河海不擇細流) 그 깊음에 이른 것입니다."
이 상소문을 읽고 진시황제는 빈객들을 두루 품어 통일대업을 이룬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 한국과 중국의 양국 정상회담이 오늘 열린다. 동양사상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한·중 양국이 상호 포용적인 자세로 지혜와 힘을 합한다면 두 나라의 발전은 물론 북한핵 해결 등을 통한 동북아의 안정과 세계평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두 지도자의 성공적인 '내성외왕'과 한·중 새 시대를 기대한다.
■ 시민사회에서 내성외왕(內聖外王)의 의미
안으로 성인이 되고 밖으로 왕도정치를 지향하는 내성외왕(內聖外王)은 유가(儒家) 정치이념의 핵심이요, 최고 목표이다. 왕도정치란 폭력으로 백성을 다스리는 법가의 패도정치와 달리 도덕[德]으로 혼란한 사회 국가를 안정시킨다[治]는 말이다. 이것을 덕치라고 하는데 도덕적 정치를 뜻한다.
오늘날에도 덕치는 여전히 유효한데, 그 주체가 군주가 아니라 시민이 되었다는 점에서 과거와는 다르다. 동양은 선거에 의하여 합리적으로 정권을 얻는 방법을 개발하지 못하였다. 동양 사회는 링컨이 말한 백성에 의한[by the people] 통치가 없었다. 그러나 백성을 위한[for the people], 백성의[of the people] 통치는 결여되지 않았다. 이것은 백성을 근본으로 삼는 민본주의라고 한다.
동아시아 사회는 비록 백성에 의한 민주주의 제도가 없었다 하더라도 백성을 귀하게 여기는 맹자의 유가적 민본주의 사상을 가지고 있었다.
중국의 현대 신유학자 모종삼(牟宗三)은 정치라는 용어에서 정도(政道)와 치도(治道)를 구분하였다. 정도란 '통치의 근거는 어디서 오는가?'의 물음에서 나온 해답이다. 과거에는 하늘의 명령[天命]을 받은 자가 천자가 된다는 점에서 통치의 근거는 하늘이었다. 하늘의 명령을 받아 백성을 도탄에서 구해내었다는 중국의 무수한 왕조는 여전히 군주 중심이었다.
민주주의는 1919년 5.4 문화운동에서 비로소 중국에 도입되었다. 문화운동가들은 서구에서 덕(德 Democracy)선생을 모셔 와야 한다고 외쳤다. 정권이 백성에 의하여 수립되어야 한다는 요구이었다.
그러나 동아시아 사회에서 비록 정권의 합리적 이전은 없었다 하더라도 통치하는 방법인 치도는 매우 강하였다. 전통적으로 치도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었다.
하나는 법가의 방법으로 백성을 형벌로 다스리는 법치(法治)이다. 이것은 힘[무력]으로 정권을 얻은 자가 힘[상벌]으로 통치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유가의 방법인데 백성을 덕으로 다스리는 덕치(德治)이다. 사실 힘으로 정권을 획득한 군주에게 도덕정치를 하라는 것은 마치 연목구어와 같이 공허한 메아리로 들리기 쉽다. 그러나 정권[政]은 비록 전쟁터[馬上]에서 얻었다 하더라도 전쟁터에서 다스릴[治] 수가 없는 것이다.
전쟁터에는 항상 적이 있지만, 평정을 한 뒤에는 적이 없다. 따라서 정권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는 길은 힘에 의한 것이 아니라, 민심을 얻어야 하며 민심을 얻으려면 도덕적인 방법을 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덕치이다.
유가는 비록 폭력으로 정권을 얻은 군주라 하더라도 천하를 안정시키려면 무력의 방법을 쓰면 안 된다고 주장한다. 폭력을 쓰면 진시황처럼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힘을 가진 군주를 도덕적으로 성화[聖]시켜 백성들에게 안정된 삶을 유지하도록 성군(聖君)을 만드는 것이 바로 '내성외왕'이다. 이퇴계가 선조에게 바친 성학십도(聖學十圖)나 이율곡의 성학집요(聖學輯要)는 모두 이러한 목적을 위한 것이었다.
성학(聖學)이란 인간은 누구나 다 요순과 같은 성인이 될 수 있다는 믿음에서 자기를 수양하고 남을 안정시키는[修己治人] 것이다. 이러한 믿음을 확신하고 왕양명은 12세에 개인교사에게 인생의 가장 중요한 일은 과거를 보아 높은 관직에 오르는 것이 아니라 성인이 되는 것이라고 말하였다.
그는 환관의 부도덕한 정치세력에 맞서 올바를 언로를 개진하다가 정장 40대를 맞고 용장에 유배되었다. 그곳은 산이 험악한 데다 독충이 우글거리고 원주민들과 말도 통하지 않는 지역이었다. 그는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이곳에서 한밤중에 도를 깨우쳤다. 그것은 마음이 바로 선천적 도덕원리인 천리[心卽理]라는 것이다.
이러한 깨달음이 성인이 되는 길임을 확인해 준 것이다. 양명이 깨달은 도가 바로 양지이다. 이것은 옳고 그름[是非], 좋고 나쁨[好惡]을 가려낼 수 있는 나침반인 천리이다. 그리고 남의 고통을 아파할 줄 아는 마음이다. 이 양지를 사회에 실현하는 것이 치양지이다.
'대학'의 수신을 중심으로 격물, 치지, 성의, 정심에서 치양지는 바로 치지의 다른 말이므로 내성(內聖)에 속하는 것이요. 제가, 치국, 평천하는 외왕(外王)에 해당하는 것이다. 전통사회는 내성은 풍부하게 전개하였으나 외왕은 서양과 같이 권력의 근원이 나오는 '백성에 의한 정치'를 제도화 시키지 못하였다.
그것은 '대학'의 8조목 가운데 외왕의 제가와 치국 사이에 시민사회가 빠져 있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전통사회는 가정과 국가 공동체를 중시하였지 개인의 인권과 자유를 존중하는 시민사회를 탄생시키지 못하였다. 이 사회는 사실 산업화가 이루어진 토대 위에서 생겨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산업화와 민주화가 짧은 시기 내에 이루어진 국가라는 점을 자랑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더 발전을 하려면 양자[산업과 민주]를 성숙화 시키는 데로 나아가야 한다. 우리는 산업화 하는 과정에서 가진 자와 못 가진 자가 나누어지게 되었고, 전자는 그 혜택을 받았으면서도 후자에게 인색한 점이 없지 않았다.
그것은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정신을 발휘하지 않고 오히려 사회적 약자에게 갑질하는 현상까지 벌어졌다. 이것은 성숙하지 못한 단면을 보여 준 것이다. 우리는 민주화 과정에서 권력지향적인 인간이 되어 투쟁일변도로 나아간 것도 역시 자기성숙이 부족한 것이다.
성숙한 시민사회는 시민 각자가 자신의 욕심을 억제하고, 양지를 실현하는[致良知] 내성(內聖)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처럼 내성이 풍부한 시민은 남에 대한 배려와 나눔, 그리고 타인의 인격을 존중하는 새로운 외왕[新外王]을 지향할 것이다. 이것은 전통적인 군주에게 기대했던 내성외왕과는 전혀 다른 시민사회의 내성외왕이 될 것이다.
▶️ 內(안 내, 들일 납)는 ❶회의문자로 内(내)는 통자(通字), 内(내)는 간자(簡字)이다. 토담집 따위에 들어가는 일의 뜻으로, 멀경몸(冂; 경계, 성곽)部는 여기에서는 나중에 갓머리(宀; 집, 집 안)部로 쓰는 것으로서 궁전이나 집을 나타낸다. 궁전이나 집에 들어가는 것으로 어느 범위 안으로 들어감, 안쪽을 말한다. ❷회의문자로 內자는 '안'이나 '속', '대궐'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內자는 冂(멀 경)자와 入(들 입)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冂자는 '멀다'라는 뜻이 있지만, 여기에서는 모양자 역할만을 하고 있다. 內자의 갑골문을 보면 冂자 안으로 入자가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전통가옥의 내부를 그린 것으로 지붕을 받치고 있는 '대공'과 양쪽을 지지하고 있는 '도리'가 표현되었다. 內자는 이렇게 가옥의 내부를 그린 것이기 때문에 '안'이나 '속'이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內(내)는 무엇의 안이라는 뜻으로 ①안, 속 ②나라의 안, 국내(國內) ③대궐, 조정(朝廷), 궁중(宮中) ④뱃속 ⑤부녀자(婦女子) ⑥아내 ⑦몰래, 가만히 ⑧비밀히 ⑨중(重)히 여기다, 친하게 지내다 그리고 ⓐ들이다(납) ⓑ받아들이다(납) 따위의 뜻이 있다.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바깥 외(外)이다. 용례로는 사물의 속내나 실속을 내용(內容), 국내에서의 수요를 내수(內需), 물체나 장치나 구조물 등의 안쪽 부분을 내부(內部), 분명하고 자세한 내용을 내역(內譯), 남에게 대하여 자기의 아내를 일컫는 말을 내자(內子), 나라 안과 나라 밖을 내외(內外), 어떤 성질이나 뜻을 그 속에 지님을 내포(內包), 아낙네들이 거처하는 안방을 내실(內室), 바다에서 멀리 떨어진 육지를 내륙(內陸), 나라 안 싸움을 내전(內戰), 나라 안에서 정권을 차지하려고 싸움을 벌이는 난리나 반란을 내란(內亂), 안쪽 또는 마음을 내면(內面), 나라 안의 걱정 근심을 내우(內憂), 어떤 사물이나 범위의 안에 있음을 내재(內在), 마음속으로 작정함을 내정(內定), 속은 부드럽고 겉으로는 굳셈을 일컫는 말을 내유외강(內柔外剛), 겉으로 보기에는 유순하지만 속마음은 단단하고 굳셈을 일컫는 말을 내강외유(內剛外柔), 내부에서 일어나는 근심과 외부로부터 받는 근심이란 뜻을 이르는 말을 내우외환(內憂外患), 겉으로 보기에는 가난한 듯하나 속은 부유함을 이르는 말을 내부외빈(內富外貧), 마음속으로는 소홀히 하고 겉으로는 친한 체함을 이르는 말을 내소외친(內疏外親)등에 쓰인다.
▶️ 聖(성인 성)은 ❶형성문자로 회의문자로 보는 견해도 있다. 뜻을 나타내는 귀 이(耳; 귀)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呈(정, 성)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呈(정, 성)은 가리켜 보다, 똑똑히 나타나다, 또 壬(정; 바로 나가다)이나 程(정; 근거)의 뜻과 통한다. 귀가 잘 들리다, 사리(事理)에 잘 통하고 있다, 뭐든지 다알고 있는 사람, 등으로 전하여 성인을 일컬는다. ❷회의문자로 聖자는 '성인'이나 '임금', '거룩하다'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聖자는 耳(귀 이)자와 口(입 구)자, 壬(천간 임)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聖자는 본래 '총명한 사람'을 뜻하기 위해 만든 글자였다. 聖자의 갑골문을 보면 큰 귀를 가진 사람 옆에 口자가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누군가의 말을 귀 기울여 듣고 있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聖자는 타인의 말에도 귀를 기울일 줄 아는 '현명한 사람'이나 '총명한 사람'을 뜻했었다. 하지만 후에 뜻이 확대되면서 지금은 '성인'이나 '거룩하다'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그래서 聖(성)은 (1)종교적 사물이나 종교의 본질을 규정하는 독자적인 성질 또는 가치. 곧 초월적(超越的) 존재로서의 신(神), 또는 신성(神性)의 숭엄(崇嚴), 능력(能力) 및 접근(接近) 불능(不能)을 나타냄 (2)신성(神聖) (3)성인(聖人) (4)큰 공로자(功勞者)의 이름 위에 덧붙여 존경(尊敬)의 뜻을 나타내는 말 등의 뜻으로 ①성인(聖人) ②임금, 천자(天子)의 존칭(尊稱) ③걸출(傑出)한 인물(人物) ④신선(神仙) ⑤슬기, 기술(技術) ⑥맑은 술 ⑦거룩하다, 신성하다(神聖--) ⑧성스럽다(聖---), 존엄하다(尊嚴--) ⑨뛰어나다 ⑩슬기롭다, 총명하다(聰明--) ⑪약다, 약삭빠르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성인의 지위 또는 거룩한 지역을 성역(聖域), 사리에 통달하고 덕과 지혜가 뛰어나 길이 길이 우러러 받들어지고 만인의 스승이 될 만한 사람을 일컫는 말을 성인(聖人), 성인과 현인을 성현(聖賢), 거룩한 임금을 성군(聖君), 성인이 쓴 고귀한 책 또는 성인의 언행을 기록한 책을 성전(聖典), 거룩한 사업 또는 임금의 업적을 성업(聖業), 거룩한 도시 또는 성스러운 도시를 성도(聖都), 훌륭한 아버지 또는 그 존칭 또는 삼위일체의 제1위로서 개신교에서는 하나님 카톨릭교에서는 천주를 이르는 말을 성부(聖父), 성인의 지은 서적 또는 교리를 기록한 경전을 성서(聖書), 임금의 크고 높은 은혜 또는 하나님의 성스러운 은혜를 성은(聖恩), 거룩한 땅으로 종교적인 유적이 있는 곳 또는 종교의 발상지를 성지(聖地), 신 앞에 피우는 신성한 불 또는 예수님이 재림함으로써 나타나는 불을 성화(聖火), 예수가 못 박힌 십자가를 성가(聖架), 거룩한 신도나 순교자를 이르는 말을 성자(聖子), 하나님의 거룩한 뜻을 성의(聖意), 하나님에게 공물을 바치고 의식을 행하던 거룩한 곳을 성소(聖所), 거룩하고 깨끗함을 성결(聖潔), 뛰어난 임금이 다스리는 세상 또는 그 시대를 높이어 일컫는 말을 성세(聖世), 신과 같이 성스러운 일이나 거룩하고 존엄하여 더럽힐 수 없는 일을 신성(神聖), 역사상에 뛰어난 위대한 시인을 시성(詩聖), 가장 뛰어난 성인을 현성(玄聖), 뛰어나게 슬기로움 또는 그런 사람을 혜성(慧聖), 성인 다음가는 현인을 아성(亞聖), 세상에서 알아주지 않는 성인을 고성(孤聖), 걸출한 바둑의 명수를 기성(棋聖), 부처에게 공양했으나 아무런 공덕이 없다는 뜻으로 남을 위하여 노력만 하고 얻은 것이 없다는 말을 성공무덕(聖供無德), 지식과 인격이 함께 뛰어난 훌륭한 사람 또는 덕망이 있어 세상에 모범으로 우러름을 받는 인물을 일컫는 말을 성인군자(聖人君子), 성인은 인애를 모르는 불인한 사람이라는 뜻으로 백성을 자연의 순리에 맡기는 성인의 대인大仁을 이르는 말을 성인불인(聖人不仁), 성덕이 있는 사람은 심신이 편안하여 번민이 없으므로 꿈을 꾸지 않는다는 말을 성인무몽(聖人無夢), 성인의 언행을 잘 생각하여 수양을 쌓으면 자연스럽게 성인이 됨을 이르는 말을 극념작성(克念作聖), 사람은 마음을 먹기에 따라 광인도 될 수 있고 성인도 될 수 있음을 이르는 말을 작광작성(作狂作聖), 안으로는 성인이고 밖으로는 임금의 덕을 갖춘 사람 곧 학식과 덕행을 겸비함을 이르는 말을 내성외왕(內聖外王), 범인과 성인의 구별은 있지만 본성은 일체 평등하다는 말을 범성불이(凡聖不二), 어질고 착한 임금이 다스리는 태평한 세상을 일컫는 말을 태평성대(太平聖代) 등에 쓰인다.
▶️ 外(바깥 외)는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동시에 음(音)을 나타내는 저녁 석(夕; 저녁)部와 卜(복)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점(卜)을 아침이 아닌 저녁(夕)에 보는 것은 관례에 어긋난다는 뜻이 합(合)한 글자로 밖을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外자는 '바깥'이나 '겉', '표면'을 뜻하는 글자이다. 外자는 夕(저녁 석)자와 卜(점 복)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卜자는 거북의 배딱지(復甲)에 나타난 점괘를 그린 것으로 '점'이나 '점괘'라는 뜻이 있다. 고대 중국에서는 아침에 점을 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아침에는 하늘의 기운이 좋아 점괘가 잘 맞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간혹 외부에서 적이 쳐 들어왔을 때는 부득이하게 저녁(夕)에 점(卜)을 쳐야 했는데, 이때는 비록 관례에서 벗어났을지라도 제를 지내 전쟁의 승패를 알아봤다. 그래서 外자는 저녁에 점을 치는 예외적인 경우라는 의미에서 '벗어나다'는 뜻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外(외)는 (1)명사(名詞) 어근(語根)에 붙어서 외가(外家)에 간한 뜻을 나타내는 말 (2)일부 명사(名詞)의 어근(語根)에 붙어 밖, 바깥의 뜻을 나타내는 말 (3)밖 이외의 뜻을 나타내는 말 등의 뜻으로 ①바깥, 밖 ②겉, 표면(表面) ③남, 타인(他人) ④외국(外國) ⑤외가(外家), 어머니나 아내의 친척 ⑥사랑, 바깥채 ⑦타향(他鄕), 남의 집 ⑧언행(言行), 용모(容貌) ⑨앞, 이전(以前) ⑩민간(民間), 조정(朝廷)에 대한 재야(在野) ⑪안일에 대한 바깥일, 사사(私事)에 대한 공사(公事) ⑫멀리하다 ⑬벗어나다, 빗나가다, 떠나다 ⑭잊다, 망각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가운데 중(中), 안 내(內)이다. 용례로는 일을 하기 위하여 밖의 사람과 교제함을 외교(外交), 자기 나라 밖의 딴 나라 외국(外國), 밖으로 나타난 모양을 외면(外面), 바깥 쪽을 외부(外部), 겉으로의 모습을 외모(外貌), 성밖으로 다시 둘러 쌓은 성을 외곽(外廓), 성질이 겉으로 보기에는 부드러움을 외유(外乳), 밖으로 나가다를 외출(外出), 외부로 부터의 도움을 외조(外助), 외적인 원인을 외인(外因), 어떤 일을 하도록 외부로부터 받는 강제적인 압력을 외압(外壓), 외부로부터 압박이나 공격을 받는 근심을 외환(外患), 겉으로 보이는 모양새를 외관(外觀), 범위 밖에 두어 빼어 놓음을 제외(除外), 바다 밖의 다른 나라라는 뜻으로 외국을 일컫는 해외(海外), 사귄 사이가 점점 멀어짐을 소외(疏外), 일반적인 규정이나 정례에서 특수하게 벗어 나는 일 예외(例外), 정해진 과정 이외에 하는 공부를 과외(課外), 겉으로 보기에는 부드러우나 속은 꿋꿋하고 강함을 일컫는 말을 외유내강(外柔內剛), 속은 부드럽고 겉으로는 굳셈을 일컫는 말을 내유외강(內柔外剛), 겉치레는 화려하나 실속이 없음을 일컫는 말을 외화내빈(外華內貧), 겉으로 보기에는 유순하지만 속마음은 단단하고 굳셈을 일컫는 말을 내강외유(內剛外柔), 겉으로는 굳게 보이나 속은 부드러움을 일컫는 말을 외강내유(外剛內柔), 내부에서 일어나는 근심과 외부로부터 받는 근심을 일컫는 말을 내우외환(內憂外患), 겉으로 보기에는 가난한 듯하나 속은 부유함을 이르는 말을 내부외빈(內富外貧) 등에 쓰인다.
▶️ 王(임금 왕, 옥 옥)은 ❶지사문자로 하늘(一)과 땅(一)과 사람(一)을 두루 꿰뚫어(뚫을 곤; 丨部) 다스리는 지배자를 일러 왕을 뜻한다. 王(왕)의 옛 음은 光(광), 廣(광)과 비슷하고 크게 퍼진다는 뜻에서 공통점을 가진다. 또 王(왕)과 皇(황)은 본디 같다. ❷상형문자로 갑골문에 나온 王자는 立(설 립)자와 비슷한 형태로 그려져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고대에 권력을 상징하던 도끼의 일종을 그린 것으로 금문에서는 도끼가 좀 더 명확히 표현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모습도 다시 바뀌면서 소전에서는 王자와 玉(구슬 옥)자가 혼동되어 해서에서는 王자에 점을 하나 더해 玉자 王자를 구별하게 되었다. 그래서 王(왕, 옥)은 (1)임금 (2)지난날 중국에서, 삼대(三代) 때에는 천하를 통일한 사람을 뜻하였으나 주말에는 제후(諸侯)를 이르는 말이었으며, 진시황(秦始皇) 때에 황제(黃帝)의 칭호가 생긴 후로는 황제가 황족(皇族), 공신(功臣) 중에서 봉하는 작위로 썼음. 곧 황제보다 한 등급 아래의 칭호임. 우리나라에서는 고구려(高句麗) 건국 초기부터 사용하였으며, 이어 백제(百濟), 신라(新羅)에서도 사용했음 (3)덕(德)으로서 천하를 다스린 사람 (4)일정한 분야에서나 동류(同類) 중에서 가장 뛰어나거나 세력을 잡고 있는 사람, 또는 그러한 것. 접미사적으로도 쓰임. 으뜸 (5)아주 큼을 나타내는 말 (6)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임금, 천자(天子) ②수령(首領) ③으뜸 ④할아버지, 할아비 ⑤왕 노릇하다, 통치하다 ⑥왕업(王業)을 이루다 ⑦왕으로 삼다 ⑧바로 고치다 ⑨왕성(旺盛)하다 ⑩크다 ⑪(보다)낫다 ⑫(향하여)가다, 그리고 ⓐ옥(玉)(옥)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임금 주(主), 임금 후(后), 임금 군(君), 임금 제(帝), 임금 황(皇),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좇을 종(從), 백성 민(民), 신하 신(臣), 종 복(僕), 손 객(客), 손 빈(賓)이다. 용례로는 같은 왕가에서 차례로 왕위에 오르는 왕들의 계열 또는 그 왕가가 다스리는 동안을 왕조(王朝), 임금이 마땅히 행해야 될 일 또는 임금이 어진 덕으로 백성을 다스리는 도리를 왕도(王道), 임금의 집안을 왕실(王室), 임금이 사는 궁전을 왕궁(王宮), 임금의 자리를 왕위(王位), 임금이 날 조짐 또는 임금이 될 조짐을 왕기(王氣), 임금의 아내를 왕비(王妃), 임금의 아내를 왕후(王后), 임금의 묘를 왕릉(王陵), 임금의 일가를 왕족(王族), 임금의 권리를 왕권(王權), 임금의 목숨 또는 임금의 명령을 왕명(王命), 임금을 도울 만한 재능을 왕재(王才), 나라의 임금 곧 왕국의 주권자를 국왕(國王), 황제나 국왕의 총칭을 제왕(帝王), 몸이 건강하고 기력이 왕성함을 강왕(康王), 임금을 도와서 나라의 큰일을 할 만한 인물을 이르는 말을 왕좌지재(王佐之材), 임금이라도 국법 앞에서는 사사로운 정으로 일을 처리하지 못한다는 말을 왕자무친(王者無親), 왕자는 모든 일에 있어서 시세를 따라 진퇴함을 이르는 말을 왕자승세(王者乘勢), 안으로는 성인이고 밖으로는 임금의 덕을 갖춘 사람 곧 학식과 덕행을 겸비함을 이르는 말을 내성외왕(內聖外王)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