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style="text-align: left;">굳어버린 껍질을 뚫고<br>따끔따끔 나뭇잎들 돋아나고<br>진달래꽃 피어나는 아픔<br>성난 함성이 되어<br>땅을 흔들던 날<br>앞장서서 달려가던<br>그는 적선동에서 쓰러졌다<br>도시락과 사전이 불룩한<br>책가방을 옆에 낀 채<br>그 환한 웃음과<br>싱그러운 몸짓 빼앗기고<br>아스팔트에 쓰러져<br>끝내 일어나지 못했다<br>스무 살의 젊은 나이로<br>그는 헛되이 사라지고 말았는가<br><br>아니다<br>그렇지 않다<br>물러가라 외치던 그날부터<br>그는 영원히 젊은 사자가 되어<br>본관 앞 잔디밭에서<br>사납게 울부짖고<br>분수가 되어 하늘 높이 솟아오른다<br>살아남은 동기생들이 멋적게<br>대학을 졸업하고 군대에 갔다 와서<br>결혼하고 자식 낳고 어느새<br>중년의 월급장이가 된 오늘도<br>그는 늙지 않는 대학<br>초년생으로 남아<br>부지런히 강의를 듣고<br>진지한 토론에 열중하고<br>날렵하게 볼을 쫓는다<br><br>굽힘없이 진리를 따르는<br>자랑스런 후배<br>온몸으로 나라를 지키는<br>믿음직한 아들이 되어<br>우리의 잃어버린 이상을<br>새롭게 가꿔 가는<br>그의 힘찬 모습을 보라<br>그렇다<br>적선동에서 쓰러진 그날부터<br>그는 끊임없이 다시 일어나<br>우리의 앞장을 서서<br>달려가고 있다<br><br>- 아니다 그렇지 않다, 문학과지성사 -<br></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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