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코너 서가에서
을사년 새해를 맞아 닷새가 지나는 일요일은 소한 절기다. 우리나라 연평균 기온이 가장 낮은 때가 일월 초순 이 무렵이다. 그래서 ‘대한이 소한 집이 왔다가 얼어 죽었다.’는 속담이 생기기도 했는데 올해 소한 아침은 영하권이라도 혹한이 아닌 듯하다. 며칠 뒤 주중 북극발 한파가 닥쳐올 듯하다. 지나간 여름과 가을 날씨를 무척 덥게 보내 예년 겨울과 같은 날씨에도 추위를 탄다.
어제는 교육단지 도서관을 찾아 사서 출근과 같은 시각 열람실로 들어 한 자리를 차지해 앉았다. 열람자가 적어 아늑한 분위기라 쾌적한 독서 여건이었다. 실내 난방만 믿고 두꺼운 잠바는 벗어두고 책을 읽는 중 서늘한 기운이 들어 앞쪽 창문을 보니 환기를 시키느라 열린 채라 닫았다. 전날 창을 열어두고 닫지 않은 듯했는데 하루를 보낸 그로 인해 밤새 감기가 들어 콧물이 난다.
일요일 새벽에 잠을 깨 평소 음용 약차를 달이고 몇 줄 글을 남기면서 날이 밝아오길 기다렸다. 아침 식후 감기 기운 속에도 북면 무동 최윤덕도서관으로 길을 나섰다. 원이대로로 나가 북면 온천장으로 가는 17번 버스를 기다리니 휴일이라 교통량이나 오가는 이들이 적이 한산했다. 배차 간격에 맞춰 정류장으로 다가온 버스를 타고 소답동에서 굴현고개 너머 감계 신도시를 지났다.
동전 일반산업단지에서 무동으로 들어 감계 만큼이나 규모가 되는 아파트단지가 나왔다. 온천장에 있던 중학교가 이전해 온 교육단지에서 내려니 하늘은 흐려 아침 햇살이 드러나지 않았다. 지난여름에는 북면 도서관을 이용할 때 새벽에 아파트단지를 에워싼 산자락을 2시간 걸려 산행 후 열람실을 든 적 있었다. 겨울은 춥기도 하거니와 해가 짧아 새벽에 산행할 겨를은 나질 않았다.
새해 첫날 수산교에서 낙동강 강줄기로 솟는 일출을 보고 명례 가톨릭 성지로 가는 둑길을 걸었다. 이후 내리 나흘 자연학교 수업은 실내로 전환해 도서관에서 보낸다. 초이튿날 북면으로 와 최윤덕을 기리는 도서관에서 약초와 산나물에 관한 책을 열람했다. 그제 대산 마을도서관에서는 소설에서 ‘혜초’를 만나 인도를 여행하고 어제 창원도서관에서는 김홍도와 금강산을 다녀왔다.
사흘 전에 찾았던 최윤덕도서관에 닿으니 열람실 사서가 출근하기 전이라 20여 분 기다렸다. 열람실 바깥 복도 의자에서 무동으로 오던 산천 풍경과 도서관 외관을 사진에 담아 지기들에게 보내면서 자연학교는 연중무휴 등교임을 알려줬다. 정한 시각에 사서가 출근해 열람실 문이 열려 제1착으로 입실해 총류 서가 앞에서 인문학 관련 책을 서너 권 골라내 열람석을 찾아 앉았다.
도서 십진분류법 000으로 나간 총류 인문학 코너에서 뽑은 민음사가 펴낸 ‘무엇이 좋은 삶인가’를 펼쳤다. 서울 소재 같은 대학에서 왕성한 연구와 강의를 하는 두 중견 학자가 동일 주제로 어느 지면에 2년간 연재했던 내용을 묶은 책이었다. 서양 철학과 동양 고전을 연구하는 두 학자가 ‘동서양 고전에서 찾아가는 단단한 삶’이라는 부제를 붙였는데 첫 장부터 흡인력을 끌었다.
12가지 주제에서 동서양 성현이 언급되었다. 중간 어디서 인간에게 삶이 살 만한 가치를 갖게 되는 것은 아름다움 바로 그것 자체를 바라보면서 살 때라고 했다. 살아 있다는 것은 죽음에 대한 총체적 저항이라 한 철학자도 있었다. 부(富)를 두고 김헌은 ‘풍요를 자유롭게 누리는 사회를 만듦’이 먼저라고 했고 김월회는 ‘소유하되 마음으로 거리를 둬야 진정한 나의 부가 된다’고 봤다.
점심때가 되어 아래층 카페로 내려가 따뜻한 커피와 술빵 조각으로 한 끼 때우고 다시 열람실로 올라와 오전에 읽던 책 후반부를 속도감 있게 넘겨 완독했다. 이어 사회평론아카데미에서 펴낸 김영민의 ‘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할 것인가’는 가볍게 스쳐 일별했다. 소식 시구와 ‘적벽부’가 언급되어 은퇴자인 줄 알았는데 저자는 나라 안팎 대학에서 아직 현역으로 활동하는 철학자였다. 25.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