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행진곡] 정병경.
ㅡ해방ㅡ
봄은 희망을 불러오는 계절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시달리며 세 번째 봄을 맞고 있다.
근래의 봄은 몸살 날 지경이다. 겨울의 긴 터널에서 빠져나올 즈음 코로나로 인해 몸과 마음이 자유롭지 못한 탓이다. 아직도 확진자가 하루 10만 명을 넘나든다. 지난달 50만명 수준에 비해 숫자가 줄어 다행이다.
4월에 접어들면서 거리두기가 일부 해제되었다. 그동안 보고싶은 지인들과 함께 할 수 있어 좋다. 마음까지 옥죄다가 자유로운 몸이 되니 감옥에서 해방된 느낌이다. 고삐가 풀려 무엇부터 해야할지 망설여진다. 이틀 후엔 실내 다중시설이나 영화관에서도 취식이 가능하다고 한다. 마스크도 곧 벗게 된다니 반가운 마음이다.
봄은 몸과 마음이 바쁜 계절이다. 새들도 서둘러 짝을 짓고 둥지를 튼다.
아내와 동고동락한 세월이 오늘로 44년 째 접어든다. 지금도 여전히 산야에 만발한 봄꽃들이 축하해준다. 봄이면 활기가 솟고 생동감이 넘친다. 세르반테스와 세익스피어가 떠난 날이 오늘이다. '책의 날'이기도 해서 기억하기 좋은 날이다.
ㅡ행진곡ㅡ
방역 수칙이 한단계씩 해제되면서 지인들로부터 혼사 청첩장을 받기 시작이다. 봄은 결혼 시즌이기도 하다. 드물게 듣던 결혼 행진곡이 귀에 울림을 준다.
독일 음악가 '리하르트 바그너'가 작곡하고 대본을 쓴 가극을 연상해본다. '로엔그린'에 등장하는 곡이 금세기까지 행진곡으로 선곡되고 있다. 바그너 오페라 '엘자'와 '로엔그린'의 결혼식에서 이 곡이 울려퍼진다. 이후부터 지금까지 결혼행진곡으로 쓰이고 있다.
영국의 공주 '빅토리아 아델레이드 메리 루이즈'와 프로이센 '프리드리히 왕태자' 결혼식(1858.1.25)이 있었다. 바그너 '로엔그린' 3막의 곡을 웨딩 행진곡으로 선택했다.
결혼식을 마치고 퇴장할 땐 '펠릭스 멘델스존'의 세익스피어 걸작 '한여름밤의 꿈'에 나오는 '축혼행진곡'이다. 앙숙인 두 음악가의 클래식 명작이 엄숙한 혼례식에 울려퍼진다.
바그너의 '로렌그린'은 비극 오페라다. 이 곡이 너무 좋아 빅토리아 공주가 결혼행진곡으로 택했다. 은행가 출신의 아들인 멘델스존은 바그너와 달리 부자다. 바그너의 악극 '로엔그린'과 함께 2대 '결혼행진곡'으로 꼽히는 멘델스존의 곡을 좋아한 빅토리아 공주다.
ㅡ견원지간ㅡ
금수저와 흙수저 음악가의 명곡이 함께 어울리게 공주가 선택한 것이다. 그 이후 결혼하는 이들이 공주의 뜻을 새기며 웨딩 음악으로 쓰게 된다. 만인이 선호하는 두 음악가의 결혼행진곡을 내 결혼식에도 썼다.
바이에른 국왕 '루트비히' 2세는 16세 때 오페라 '로엔그린'을 관람 후 '바그너' 음악에 반한다. 오페라 '로엔그린'은 비극적인 결말을 낳는다. 신부인 '엘자'가 남동생을 죽였다는 오해와 자신도 죽는 비극의 오페라다. 원작자도 남의 가정을 망친 인물이라고 한다.
160여 년 넘도록 바그너와 멘델스존 '결혼행진곡'이 웨딩홀에서 여전히 울려퍼지고 있다. '바그너'는 유대 혈통인 '멘델스존'을 싫어한다. 독일에서는 '멘델스존'의 웨딩마치가 연주되지 않는다. 반대로 유대인 결혼식에서는 '바그너의' '신부 입장' 곡을 들려주지 않는다고 한다. 묘한 인연이다.
요즘은 다양한 음악으로 결혼식을 올린다. 양희은의 '당신 생각', 데이브레이크의 '꽃길만 걷게 해줄게' 등이 행진곡으로 등장한다. 현실성 있는 가사에 중점을 두고 택한다. 상대의 진정성에 촛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다.
가슴을 잔잔하게 울리는 바그너의 '입장행진곡'이 무대를 펼쳐준다. 빠르고 힘차게 웨딩홀에 울려퍼지는 멘델스존의 '축혼행진곡'은 두 사람을 하나로 만든다.
견원지간犬猿之間인 명작의 주인공 두 음악가는 묘한 궁합이다.
옛 시절로 돌아가 결혼행진곡을 귀에 담아본다.
"하늘이 짝 지어 준
금세기 천생연분
반세기 담긴 사연
모습이 대변한다
봄꽃은
피고 지는데
수선화는 여전해."
2022.04.23.
첫댓글 지허 선생님, 44주년 결혼기념일을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