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몸살
신웅순
집 사람이 그런다.
“여보, 내 만나는 친구들 반은 남편이 없어.”
갑자기 그런다. 갔다는 얘기이다.
“내가 있다는 것만도 고맙게 생각해요.”
“그래요.”
다른 때 같으면 한마디 던졌을 텐데, 기침이 그치지 않으니 걱정이 되나 보다. 제일로 잠을 잘 수가 없다. 새벽녘에 풋잠이 들어 낮 활동이 힘들다. 약은 또 얼마나 독한가.
얼마 전 고향, 서울 찍고 인천을 연 삼일 다녀왔다. 무리했는지 그만 감기 몸살에 걸리고 말았다. 젊었을 때야 감기 몸살쯤은 뜨거운 물로 샤워하고 푹 자면 그만인데 이제는 아니다.
아버지가 생각난다. 감기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 급성 폐렴이 걸려 그만 아득히 손을 놓치고 말았다. 젖은 모습을 차마 볼 수 없어 천리길로 눈길을 돌렸다. 아버지는 준비 하지 못했다. 망연자실, 몇 달 후 마지막 울음을 쏟고야 나는 정신을 되찾았다.
40여년도 흘렀건만 왜 이리 갈수록 생각이 깊어지는가.
생로병사라 한다.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사람이 반드시 겪게 되어야할 네 가지 고통이다.
집 사람한테 농 삼아 “생로사하면 안될까. 노와 사 사이에 병 없이 말야.”
아픈 것만큼 안쓰러운 게 없어서다. 아파 봐라. 주위에 아무도 없다 생각해봐라. 얼마나 외로울 것인가. 가는 길은 또 얼마나 멀고도 고독한 것인가.
누구라도 대신해 줄 수가 없다. 사람들은 죽음이란 말조차 꺼내기 싫어하나 죽음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다. 바로 옆, 천길 벼랑이다.
오늘 스승님께 전화를 드렸다.
스승님은 암과의 투병이 10년이 다 되어 간다. 나빠지지 않도록 조절만 하는데도 힘이 드신다한다. 그래도 사모님과 팔십 중반을 시장도 함께 가고 산책도 함께 하니 행복한 것이 아니냐고 말씀 하신다. 행복이란 호의호식이 아니다. 안분지족이다.
남편이 아프면 아내가 걱정하고 아내가 아프면 남편이 걱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대신하고 싶어도 대신 해 줄 수가 없다. 혼자 아파야하고 혼자 견뎌야하고 혼자 가야한다. 스스로 건강을 지키지 않으면 아무도 건강을 지켜 줄 수가 없다. 그냥 지켜볼 뿐이다. 지켜보는 그걸 또 지켜보는 촉촉이 젖은 붉은 눈길은 어쩌는가. 그래도 아내와 남편뿐이 아닌가.
기침이 잦아들었다. 내게 와 별짓 다하더니 물러가나보다. 며칠 분 약이 남았는데 집사람이 다 먹으라고 한다.
겨울 초입에 예방주사를 맞았으니 올 겨울은 따뜻하게 지낼 것 같다. 비 온 끝에 해가 난다. 행불행이 붙어있으니 불이의 이치, 인간이 이를 어찌 헤아릴 수나 있겠나.
엊그제 첫눈이 왔다. 방안에서 맞는 첫눈이다.
- 2023.11.22.석야 신웅순의 서재, 여여재.
첫댓글 나이가 들수록 곁을 지켜주는 배우자가 고맙지요.
애인에서 반려자로 그리고 친구였다가 간호사로 변하는 배우자.
그런 것 같습니다.
나이 들면 자신이 건강을 지키지 않으면 안되는 것을
스스로 느낍니다.고맙습니다.선생님.
네ㅡ
따뜻한 차 자주드시고 몸을 따듯하게하세요🙆
세월따라 영감(남편)이 소중함을 느낍니다
늘~좋은글 감상하며 감사합니다🤗
예, 저 역시 그렇습니다.
따듯한 댓글 감사합니다.
겨울 잘 건너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