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여성시대 비밀의늪
내 이름은 키티
아니
캐릭터가 아니라 사람이고요 ^^ 이름은 키티입니다
아름다운 외모로 사람들의 이목을 사로잡으며 멋진 데뷔탕트를 치렀고 매년 시즌이 돌아올 때마다 신랑감을 찾고 있지만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음..
키티는 정말 귀하게 컸단 말이에요
피아노 교습부터 시작해서 안 배워본 게 없는 천상숙녀 요조숙녀 최고의 신붓감이란 말이지
엄마가 날 어떻게 키웠는데
하지만 키티의 조건이 까다롭다고 판단했는지 구애를 하는 남성들이 별로 없었음
그나마 구애를 하는 사람들은 못먹을 감 찔러나 보자는 심보인지 뭔지 키티의 조건과도 수준과도 너무나 차이나는 남자들 뿐...
반면, 외모가 못생겼다며 엄마가 결혼시장에 내다버리듯한 동생은 오히려 괜찮은 조건의 좋은 남자를 만나 일찍이 결혼해버리고...
사교계의 꽃이라고 불렸던 모이사나이트 키티는.. 썩 괜찮은 조건에 행복한 약혼을 한 못난이 동생의 결혼 소식에 자존심의 스크래치를 단단히 입었음.
돌아오는 시즌마다 나이를 계속 먹는 탓에 키티는 어느덧 결혼적령기를 거의 넘겨버리고, 키티를 잘 시집보내서 집안을 어떻게 해보려던 엄마의 욕심도 서서히 낡고 지쳐서... 누구보다 키티의 결혼에 의욕만땅이었던 엄마는 이제 키티를 애물단지 보듯 쳐다보고 회피해버림...
2연타 자존심 스크래치를 입어 마음의 부상이 심각해진 키티는... 에라 모르겠다는 식으로 아무 남자와 결혼해 버립니다....
직위가 높지도 않고, 외국인인 데다가, 하는 거라곤 하루종일 실험실에서 연구하는 게 전부인 볼품없고 돈도 많지 않은 정말 그냥 아무 남자.
당연히 이렇게 콩불에 고기
아아니 당연히 이렇게 콩불에 번개를 구워먹듯
아니 번갯불에 콩을 구워먹듯 치른 결혼이 당연히 행복할 리 없지...
키티는 얼마 안 가, 사랑하지 않는 남편과의 재미없는 결혼생활과 지루한 삶에 완전히 지쳐버리고...
그러다 어느 높은 작위의 가문에서 벌어지는 행사에 참여했다가 자신의 원하던 조건의 유부남에게 반하는 키티...
작위도 높고... 어쩜.. 몸매도 저렇게 멋있을까... 내 남편은 하루종일 랩실에 틀어박혀서 운동이고 뭐고 하지 않아 볼품도 없는데... 돈도 많으니 골프며 승마며 값비싼 운동도 곧잘 하고... 나이가 조금 많다는 게 흠이지만.. 대체적으로 멋진 남자들은 이룬 게 많아 나이도 많은 거니 어쩔 수 없지... 이 사람이 내 남자였으면 얼마나 좋을까? 아아 이 사람과 결혼했더라면 나는 행복했을 텐데......
유부남에게 반한 키티...
어떨 것 같습니까?
키티야...
행복한 금사에 빠진 키티
자신에게 잘 대해주는 내연남의 아내에게는 못내 미안한 감정도 가지고 있지만 저런 전형적인 아내 노릇만 하는 여자니까 사랑이 식는 거야.... 날 봐... 얼마나 반짝거리고 톡톡 튀고 젊고 아름답냐고
...키티야.....2222222
부끄러운 것도 없고 거리낄 것도 없고... 마치 자신이 내연남의 정실부인이라도 된 듯, 숨길 마음도 없이 즐겁게 놀러다니는 둘...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학회 발표 때문에 당분간 랩실에서 돌아오지 못할 것 같다고 키티에게 통보하고 출근하던 그날.
키티는 기다렸다는 듯, 내연남을 집에 불러들였다죠
야 적당히 해라
나는 분명 경고했다
한참 즐거운 시간을 갖고 있는데... 아래층에서 갑자기 큰소리가 나는 거임.
"...누가 왔나 본데?"
"오긴 누가요. 남편은 아닐 거예요. 집을 오래 비운댔다고요. 아마 중국인 하인이겠죠."
그리고 계속 즐거운 시간을 다시 가지려는데,
방문 손잡이가 돌아가기 시작함
그것도 아주 조용히
심령현상처럼 소리도 없이
부드럽게 돌아가는 거임
?!
"하인 맞아?! 하인이 주인 방문을 노크도 없이 저렇게 돌린다고?!"
"그냥... 그냥 가만히 있어요."
"나한테 거짓말한 거 아니야?! 남편이 돌아왔잖아!"
"아닐 수도 있어요. 그냥 부주의한 하인일 수도 있다고요!"
"젠장. 일단 좀 조용히 해! 이러다 들킬지도 모르니."
"하.... 이 겁쟁이."
"뭐라고?!"
"들킨다고 해도 좋을 것 같다면서! 차라리 우리 관계를 만천하에 알리자고 달콤한 소리를 늘어놓을 때는 언제고! 이 겁쟁이 같으니라구."
"지금 말 다 했어?!"
"조용히 하자면서요!"
그러나 문고리는 계속 천천히 돌아가고, 다시 돌아가기를 반복함.
공포에 질린 내연남은 빤스 바람으로 2층에서 훌쩍 뛰어내려 멀리 도망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연남에게 정이 털릴 대로 털린 키티는 방을 대충 정리하고 문을 열어보지만 이미 복도에는 아무도 없음
그럼 그렇지. 어리석은 하인이 아무도 없는 줄 알고 방을 청소하려다가 자기 실수를 깨닫고 돌아간 거군.
중국인 하인들이 자기네들 불륜을 알고 있다고 해도 감히 남편에게 고자질할 것도 아니고.
안심한 키티는 1층으로 내려와 출입문 근처까지 둘러보는데....
......어......라?
남편이 분명 아침에 쓰고 나갔던 모자가... 옷걸이에 걸려있음.......
여기서 2차 좃됨을 감지한 키티...
찐으로 남편이 방금... 집에 돌아왔던 것이다... 지금은 다시 외출한 것 같지만.......
쉬바 어카지
하지만 우리의 무대뽀 키티는 문이 열린 것도 아니고 현장을 제대로 들킨 것도 아니니, 뻔뻔하게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밀고 나가기로 하죠
배짱 미쳤음
그리고 나타난 키티의 남편, 월터
"키티."
"....왜요?"
"...당신이 날 사랑하지 않는 걸 알아."
"........"
"그래도 난 당신에게 사랑받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어. 재미없는 지식만 늘어놓으면서 잘난체하는 남자들을 싫어하는 당신을 위해, 나는 내가 바보처럼 보이도록 오만가지 애를 썼어. 당신에게 바보처럼 보일지 언정, 당신에게 경멸당하지 않기 위해서."
"........"
"더 말할까? 나는 당신에 대한 환상이 없어. 당신이 나와 결혼한 건 그저 편하게 살고 싶어서인 걸 알아. 그래도 난 개의치 않았어. 당신을 사랑하니까. 난 당신을 사랑할 수 있다는 거에 그저 감사했어. 당신이 날 여보라고 불러주는 게 좋았고, 때때로 나를 당신이 바라봐 줄 때면... 난 그걸로도 족했으니까. 당신이 날 사랑해 주길 바란 적 없어. 그런 걸 기대한 적도 없고."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당신을 바보라고 부르지 않을 수가 없군. 당신은 멍청해. 그 남자가 정말 당신을 사랑해서 그러는 것 같아?"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죠?"
"그 남자가 당신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 같냐고 물었어."
"물론! 당연하죠. 그 남자는 자기 아내에게 지루해서 미칠 것 같아 하고 있어요. 나와 결혼했으면 어땠을까 매일마다 이야기한다고요. 나더러 바보라고요?! 우리가 얼마나 뜨거운 관계인지 모르는 당신이 바보죠!"
"정말 그렇게 생각해?"
"그럼요! 그렇게 생각하고 말고요! 이참에 우리 헤어져요. 이혼하자고요!"
"내가 당신과 이혼하면.....그 남자가 당신과 결혼해 줄까?"
"당연한 걸 뭘 물어요?! 난 당신과 이혼하고 그 사람에게 가겠어요. 차라리 이렇게 들키다니 정말 잘 됐어! 그 사람도 나와 똑같을 거예요. 단숨에 이혼해버리고 나와 살자고 할 거라고요!"
"좋아. 키티. 그럼 우리 내기 하나 할까?"
"........"
"그 남자가 자기 부인과 이혼하고 당신과 결혼한다면 내가 깨끗이 물러나주지. 합의 이혼 해주겠다는 말이야. 위자료 없이."
"........"
"하지만 그 남자가 이혼하지 않겠다고 한다면, 키티, 당신은 나와 함께 메이탄푸로 떠나게 될 거야."
"...그게 무슨........거긴 지금 콜레라가 창궐하는 곳이잖아요, 월터."
"그래."
"지금.....같이 죽잔 거예요?"
"난 세균학 박사고, 콜레라를 조사할 의무가 있어. 그러니 빨리 다녀 와, 키티. 가서 그 남자에게 이혼하고 당신과 결혼하겠다는 약속을 받아 와. 만약, 그 남자가 이혼하지 않겠다고 한다면 우린 곧바로 메이탄푸로 떠날 테니까."
본격 남작가 서머싯 몸이 쓴 #로판 #막장 #불륜 #남주(?)대사맛집 #임신 #애아빠모름 #여주의성장일기
이만큼 도파민 터지는 고전을 본 적이 있는가?
저의 2024년 상반기 최고의 책이라죠.,.,.,., 제발 츄라이.,.,,..,
어제 다 읽었는데 글 올라와서 반갑다 술술 읽히는데 자아랑 삶에 대한 고찰까지 담겨있어서 진짜 좋았어 ㅠㅠ
여시가 써주는글을 읽고싶다...
결제완..
글 개잘썻당 ㅋㅋㅋ
와 글 써줘서 고마워 당장 독서욕구 생긴다
여시 덕분에 영업 당해서 도서관 가서 예약해두고 읽었거든!! 감사하고 감사합니다. 키티 스스로 진정한 삶을 찾아가는 모습 좋았음ㅜ 여러가지 아쉬운 부분은 있었지만 그래도 그 시대상에 비춰봤을 때 큰 발전이었음! 넘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