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여성시대 비밀의늪
서른 아홉의 폴.
이름이 꽤 남자같지만 여자랍니다.
폴에게는 오래 사귄 남자친구가 있습니다.
.......취향 참....
이 남자의 이름은 로제입니다.
이름이 꽤 여자같지만 남자랍니다.
폴과 로제는 서로를 열렬히 사랑하지만 안정된 사랑을 꿈꾸는 폴에게 바람둥이에 정착하기 싫어하는 성향을 가진 로제는 달에 서너번, 혹은 보름에 한 번 정도 잠깐 만나는 게 그만인 관계입니다.
지난 날, 꽤 괜찮은 결혼을 했으나 모종의 이유로 이혼한 폴은 자신의 나이가 이제 서른 아홉이고, 그때 이혼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아이 한 명 정도는 낳지 않았을까, 하며 만약을 가정하기도 하는 혼란스러운 30대의 마지막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반드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싶은 건 아니지만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안정적으로 정착하기를 꿈꾸기도 하고, 그냥 지금처럼 사는 것도 크게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우울하고 불행한 느낌을 받는 폴.
폴은, 로제가 자신을 번번이 바람 맞히고 다른 여자를 만나고 오느라 약속 시간에 늦는 걸 알면서도 모른 척 합니다. 관계를 계속 유지하고 싶은 건지, 아니면 그를 이 문제로 질리게 하면 영영 떠나버릴 것 같은 불안 때문인지는 폴 자신도 명확히 알 수 없습니다.
다만, 로제가 그런 남자인 걸 알면서도 폴은 로제를 사랑합니다....... 대체 왜....
어~ 여보세요~ 어 폴~~
우리 오늘 저녁 식사 말인데~ 내가 일 때문에 바빠서 못 갈 거 같아~ (개구라)
응~ 니 알아서 먹어~~~~~~ 그럼 ㅃ2 나중에 내가 또 시간 나고 고추 심심해지면 연락할게~~~!!
음 역시 어린 여자가 좋군~
폴도 좋지만 마음의 고향 같은 폴보다는.. 가끔 이런 즐겁고 짧은 여행과 휴식이 필요한 법 아니겠어? 역시 여행이 최고지~
하하하 기다려 자기 하하하 나한테 잡히면 이틀 내내 나와 단둘이 함께 침대에만 있는 거야 알았지? 하하하하하하하
로제의 개바람둥이짓은 사실 한 번도 목격한 적 없지만 폴은 그런 걸 모를 만큼 아둔하지도, 어리지도 않습니다.
개바람둥이 새끼.. 어디서 개바람둥이 짓이나 하고 있겠지.. 나한테는 구라 쳐놓고... 다 알지만... 이번에도 모른 척 넘어가는 로제....
x발.... 사랑... 왜 이렇게 힘든 걸까요.....
그러던 폴은 한 귀부인의 의뢰를 받아, 파리에 있는 집을 꾸미는 인테리어 작업을 도맡습니다.
귀부인의 요구는 간단했어요. 파리에 있는 로펌의 신참 변호사인 자신의 아들 집을 좀 보기 좋게 꾸며달라는 거였죠.
그거야 뭐 식은 수프 먹기 아니겠습니까..?? 신나게 바람 난 로제랑 당분간 볼 일도 없겠다.. 일에 매진하는 폴.
"음.... 그 조각상의 모자를 반듯하게 씌워놓는 건 좀 재미없지 않아요? 나라면 이렇게 좌우가 다르게 두겠어요."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나 지금 일하느라 바쁘거든요? 손대지 말아주시궜어요?"
"당신이 지금 만지고 있는 이 집에 살 사람의 요구인데....혹시 조금이라도 반영이 어렵겠습니까?"
"아... 그럼 당신이 그 부인의 아들...... 자몽이군요!"
"시몽입니다 ^-^"
"아.. 그래요, 자몽! 반가워요!"
"네, 반갑습니다."
이것이 폴과 자몽 아아니 시몽의 첫 만남,,,,,,,
시몽은 이 근방에서 가장 잘생기기로 소문난 청년이었고, 길에서 마주치면 한 번쯤 돌아볼 것 같은 외모의 소유자로 정평이 나 있었는데요.
폴은 시몽을 만나고 속으로 "오 진짜ㄹㅇ잘생김 개어리다 애기다 애기"라는 생각을 했고,
시몽은.........폴에게 첫눈에 반해버리고 맙니다.....
그렇게 시작되는 개진탕 삼각관계
폴에게 반한 자몽........
아아니 시몽은 폴을 매일같이 찾아오고....
"폴. 오늘 저녁엔 뭐해요?"
"집에서 밥 먹겠죠."
"그럼 나랑 같이 근사한 식당에 가서 같이 먹으면 안 될까요?"
"네."
"그냥 밥 한 끼도 안 됩니까? 남편이 뭐라고 해요? 그냥 의뢰인이 고용인 대접하는 거라고 생각하면 되잖아요."
"네, 안 되겠어요. 그냥 의뢰인이 고용인 대접하는 게 아니니까요, 시몽."
"나한테 반했잖아요. 그렇죠? 그러니까 안 돼요."
시몽이 자신에게 푹 빠져있다는 걸 금세 눈치 채버린 폴.
집에 돌아온 폴은 심란하기만 합니다.
사랑에 빠진 남자를 한눈에 판별할 수 있을 정도로 스스로가 닳고 닳았다는 생각도 들고, 서른 아홉에 스물 다섯 연하 남친이 웬 말인가 싶고.
비록 개바람둥이이기는 하지만 자신의 오랜 연인이었던 로제가 계속 생각나죠. 내게 걸맞는 사람은 로제라고. 나보다 나이가 조금 더 들었고, 철은 좀 덜 들었어도 그렇게까지 어리지만은 않은 남자가.
로제가 지금 자신을 만나주었으면 할 정도로, 폴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시몽에게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한창 바람을 피우느라 폴은 안중에도 없는지 연락조차 없는 로제.....
ㅠㅠ 시핥 제발 로제 좀 버려 폴....ㅜㅠㅠㅜ
그리고 다음 날.
"폴! 일이 늦게 끝났네요. 타세요. 데려다 드릴게요."
"시몽..?.... 세상에. 여기서 얼마나 기다렸어요?"
"기다린 적 없어요. 그냥....... 때가 맞은 거예요. 우연? 아니면.....운명?"
"거짓말하지 말고요, 시몽. 나는 다 알고 있어요."
".....신호등이 29348672번 바뀔 동안........"
"참 재치있네요, 시몽."
"드디어 웃어주는군요."
"왜 날 좋아해요? 그렇게 잘생겼으면 좋다고 달려드는 당신 또래 만한 여자가 줄을 설 텐데."
"다른 여자들은 한 트럭을 가져다 준대도 필요없어요. 내가 당신을 알았잖아요, 폴."
"난 나이가 많아요."
"그리고 저는 적죠."
"그래요. 잘 아는군요."
"그게 날 거절하는 이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럼 또 뭐가 있죠?"
"최소한 날 사랑하지 않는다고 해야, 충분한 이유가 되죠."
"나는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요, 시몽."
"그러기에는 당신 눈이 너무 많이 흔들린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폴?"
".........."
"나한테 흔들리잖아요. 나랑 같이 있는 시간이 즐겁잖아요. 어디 한 번 아니라고 부정해 봐요."
"..........."
"아주 큰 대답 잘 들었어요, 폴. 잘 자요. 우리는 내일 또 봐야 하니까."
그야말로 개 미 친 불 도 저 시몽에게 단단히 잘 걸린 폴.,.,.,,..,,.
완전히 폴 인 러브쉬먀.,.,.,
시몽에게 설레는 건 맞지만 남들이 시몽과 자신을 어떻게 볼 지 두렵기도 하고..,., 너무 어린 데다 저돌적이기까지 한 시몽이 좋은 동시에,.,. 한편으로는 부담스러운 폴..,.,.,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폴.,.,.,
그러는 한편
개바람둥이 로제는 바람 상대와 교외 데이트를 하다가 그만 시몽을 맞닥뜨리고 마는데.,.,.,,.
저 xx 새끼가...... 다 늙은 주제에 폴을 배신하고 25살만 골라 쳐만나내,,..,.,.
야 니도 스물 다섯 살만 쳐만나면서 폴이 스물 다섯 살인 나를 만나는 건 외 않 대 ??????
교외에서 다시 파리로 돌아온 시몽은 폴에게 저녁을 대접받습니다.
시몽은 낮에 교외에서 우연히 로제 일행을 만난 일 때문에 무척이나 심란하지만, 자신이 본 것을 결코 폴에게 말하지 않습니다.
폴이 몹시 슬퍼할까 봐 차마 로제가 바람 난 사실을 말하지 못하는 거죠,,
그리고 속으로 생각합니다.
이 여자가 나를 사랑한다면 좋겠다고. 매일 저녁 같이 식사하고 싶어 음식을 만들어 두고 기다리지만, 자신을 번번이 바람 맞히는 남자를 이제는 그녀가 그만 기다리면 좋겠다고.
울면서 혼자 밥 먹는 것도, 화려하고 아기자기한 당신의 공간에서 혼자 시들어가는 건 이제 그만 두면 좋겠다고.
"?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해요?"
"..오늘 집에 가지 말까... 뭐 그런 생각?"
"??? 집에 가야죠, 시몽. 너무 늦었는걸요."
"폴."
"나를 허락해 줘요. 나한테 온 거, 조금도 후회하지 않게 해줄게요. 아주 잠시도. 단 한 순간도."
과연, 폴은 두 남자를 사이에 두고 어떤 선택을 할까요?
당신 꿈을 꿨어.
이제는 당신 꿈만 꾸면서 살 거야.
저는 당신을 인간으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고발합니다.
이 죽음의 이름으로 사랑을 스쳐 지나가게 한 죄, 행복해야 할 의무를 소홀히 한 죄,
핑계와 편법과 체념으로 살아온 죄로 당신을 고발합니다.
당신에게는 사형을 선고해야 마땅하지만, 고독 형을 선고합니다.
첫댓글 책보다 이 여시 설명이 더 재밌다내요 ㄷㄷㄷ 경식여시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맛도리연하남 ~~꼭봐주기야 여시들!!!!
이거 좋은쪽으로도 나쁜쪽으로도 딱 프랑스 문학의 정석임 프랑스적으로 좋은데... 프랑스적으로 길티임 지독한 새끼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ㄱㅇㄱ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는 사람의 댓글이라 너무 웃기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여시 다독가구나
어머나…진짜 저책 사야겠다..
우와 설명 흥미돋아 재밌어
대바악 너무좋으다 아 근데 설명이랑 짤이 너무찰졐ㅋㅋㅋㅋ
미쳤다. 바로 도서관 갑니다.
이거 진짜 쉽게 읽히니깐 다들 츄라이 츄라이
헐 나도 브람스 읽으면서 폴을 저 타이타닉 여주에, 시몽을 레오에 빙의해서 읽었는데!!! 로제는 저 타이타닉 약혼남에 대입하고 ㅋㅋㅋㅋ 근데 로제를 ㅋㅋㅋㅋㅋ 늙은 레오로 대입해서 읽을생각은 못해봤넼ㅋㅋㅋㅋ 레오한테 로제와 시몽이 다 있다니... 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