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4일 수요일
친절한 케세이퍼시픽
홍콩에서 1박을 하고 다음날 아침 일직 공항으로 나섰다. 홍콩은 언제나 역동적이다. 고층빌딩이 하늘을 찌르고 있어 어지럽만 항구에는 짐을 실은 무역선이 끊임없이 드나 들고 있다. 섬을 높은 다리로 거미줄처럼 연결하여 도시를 형성한 것도 홍콩만의 특유한 도시 형태다.
▲홍콩공항으로 가며 찍은 홍콩의 아침 풍경
9시 20분 케세이퍼시픽 CX163편에 몸을 실은 우리는 장장 9시간의 비행 끝에 멜버른에 도착을 했다.
아내의 심장이 견디어 낼지 심히 걱정이 되었지만 오히려 나보다 더 잘 견뎌내는 아내가 장하게 보였다.
다행히 좌석은 비즈니스 클라스 바로 뒷쪽 벽 앞에 배정을 해주어 다리를 뻣기도 좋고 안내원에게 빈 아이스 박스를 부탁하여 다리를 위로 얹어 놓고 가니 한결 자리가 부드러웠다. 오랫동안 앉아가다보면 건강한 사람도 다리가 붓는데 심부전증이 있는 아내는 그대로 가다가 그만 땡땡 붓고 말것이기 때문이다. 케세이퍼시픽 항공의 직원들은 너무나 친절했다.
까다로운 멜버른 입국심사
그러나 멜버른 공항에서 문제 생겼다. 입국대의 심사가 이만 저만 심한게 아니었기 때문. 심장기능이 안 좋아 진뒤 입맛이 까다로워진 아내는 몇가지 밑반찬과 라면을 가지고 갔는데, 세관원은 모조리 압수하고 벌금 200달러를 물어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멜버른 공항에 붙여놓은 "환영"이라는 프랑카드가 보인다.
지난 2005년도에 갔을때에는 이정도는 아니었는데, 호주에 갈적에는 음식물은 일체 가지고 가지 않는게 좋다. 몰라서 그런것이니 야해를 해달라고하여 겨우 벌금만을 면제 받고 입국을 했다. 입국심사를 마치고 얼덜결에 카메라를 든 배낭을 잠그지 않고 그냥 짊어지다가 카메라와 비디오가 땅바닥에 떨어져 필터가 깨지고 부서지는 소리가 들린다. 이거야 정말. 산통 다 깨졌네... 카메라가 작동이 안되면 어쩌지...
출구로 빠져 나가니 한글로 크게 "환영"이라고 쓰여진 프랑카드가 보인다. 어? 우리를 환영하나? 뺏기고 부서지게 해놓고... 대한항공이 멜버른에 직항을 개설한뒤 한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멜버른관광청의 조치란다.
인연의 고리 속에......
지나 엄마와 존의 환영
▲멜버른시에 있는 존의 집
입국심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가니 밤 10시반이 넘었다. 무려 2시간 동안 입국심사에 시달린 것이다.
그런데 환영인파중에 내 이름을 쓴 동양인이 아주머니가 보인다.
지나 엄마다!
지나 엄마는 서울에서 아내의 심장병으로 알게된 수유리 향운사의 스님과의 인연으로 알게된 멜버른 거주 교민이다. 또한 지나 엄마는 지상스님이 멜버른에서 2년 동안 유학을 할때에 인연을 맺은 불자다. 그렇게 해서 우리가 멜버른 을 간다고 하니 지상스님께서 지나엄마에게 연락을 하였고, 지나엄마는 고맙게도 그의 호주인 남편 존과 함께 픽업을 나와 주었다.
▲존과 지나엄마. 그리고 존의 부모
그런데 존은 또 인도에서 지나 엄마가 수행을 할때에 같은 수행자의 인연으로 만나 결혼까지 한 인연을 가지고 있다. 존은 앞으로 더 이야기를 하겠지만 호주에서 모든 성공의 보장을 뿌리치고 젊은 나이에 인도로 건너가 15년가 수행을 한 경험을 가직 있다. 그 이유는 돈과 명예가 마음의 행복을 가져다 주지 않아서란다.
하여튼 인연의 고리는 이렇게 지중하고, 묘하고, 심오하다.
주차장으로 나가니 큰 키의 호주 신사가 볼보 세단 옆에 서 있다.
존이다.
존은 그저 빙그레 웃으며 우리부부를 맞이한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멜버른 의 첫날밤을 지나 엄마집에서 머물게 되었다.
아, 지중한 인연이여!
▲존의 집 정원에 있는 부처상
60을 넘은 존은 유명광고회사에 간부로 일을 하고 있는데, 지금도 수행을 게을리 하지 않고 지속하고 있다. 수행 속에서 새로운 광고 아이디어를 창출하고 있단다.
존의 집 분위기는 서양과 동양의 조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분위기다.
존의 거실에는 서양식 중절모자가 난간에 걸려 있다.
그런가 하면 곳곳에 부처상이 그윽한 동양의 분위기를 품어내고 있다.
정원에는 봄이라 꽃들의 향기가 한창이고 곳곳에 부처상과 힌두의 신들에 대한 조각이
동어양의 중간에서 묘한 분위기를 연출해 내고 있다.
아무튼 우리는 행운아다.
이렇게 부처님의 향기가 그윽한 주택에서 편하게 머물게 되었으니 말이다.
▲동서양의 분위기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존의 집.
부처상과 모자가 특이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어...
인연!
맹구우목!
그렇다. 눈먼 거북이가 망망대해에서 풍랑에 밀려 헤엄을 치다가 뗏목을 만난 것이나 다름없는
무상심심 미묘한 인연의 고리가 우리를 따뜻하게 영접하고 있는 것이다.
긴 항해 끝에 만난 존과 지나엄마-그들은 망망대해에서 만난 뗏목과 다름없다.
70억의 인구중에 호주의 멜버른에서 이렇게 만나다니...
아,
살아 있는 모든 것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첫댓글 벌써 기대가 됩니다. 이후의 이야기에.... 찰라님은 더없는 부자십니다. 곳곳에 이리 사람의 인연을 지어놓으시고 계시니 말입니다. 존과 지나엄마, 존의 부모님 모두 온화한 인상이네요.
존의아버지는 돌아가셨고, 존의 어머니는 80을 넘긴 노인인데 브리즈번 홀로 살고 계신다고 합니다. 그래요 전 부자입니다. 아네스님처럼 아름 다운 마음을 가진 분을 친구로 지내고 있으니..ㅎㅎ
네 정말 찰라님은 큰 재산을 많이 가지고 계세요...그중의 하나가 친구 재산...
재산중에 가장 큰 재산이 사람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호주는 저와 여러가지로 인연을 많이 맺은 나라입니다. 이번에도 새로 만난 존과 지나 엄마로부터 너무 가슴벅찬 대우를 받고 왔습니다. 이태리에 가면 세레나님이 계시니 이 또 한 얼마나 큰 다행인가요. 어딘가에 기다려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란... 행복 그 자체가 아니겠습니까..^^
네...오세요.제가 존과 지나엄마처럼 잘해드릴 수 있을지 걱정은 되지만요^^
걍 김치에 밥만 말아주고, 거적 하나면 장땡..ㅎㅎ 누군가가 김치가 맵다고 하시겠지만..^^
아니! 찰라님 여기서는 김치와 라면이 최고 대접음식이라니까요..한데 그 김치가 일년에 한번 밖에 담글 수가 없어요...아! 이제 중국 수퍼를 발견했으니 좀 낫겠군요.찰라님이 오시면 전 김치대신 아주 맛있는 이태리 음식으로 대접을 해드릴께요..
여행이 아름다운 추억으로 만들어지는것중에 제일 큰요소가 바로 따뜻한 사람과의 인연이 아닌가해요...찰라님의 글을 읽는 저희들의 마음도 따뜻해지는데요~~~ ^L^~~~~~
멜버른에서도 이태리 음식이 인기를 끌고 있더군요. 멜버른에도 이태리 이민자들이 상당히 많이 살고 있었어요. 존과 지나 엄마랑 이태리 음식점에 가서 해물 스파게티를 맛있게 먹었어요. 그런 와인 한잔에 커피 한잔을 곁들이니 100불이 훌쩍 넘게 나오더 군요. 이태리 음식도 보기와는 다르게 가격이 만만치 않더군요. 사과파이님의 요리솜씨도 만만치 않을 것 같아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