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에서 1,2등을 다투던 녀석이 학교건물에서 떨어져 죽었습니다.
영어 시험을 망쳤다고 초조해하던 녀석이
철문으로 굳게 닫혀있는 교무실을
창문을 통해 잠입키 위해
옥상에서 밧줄을 타고 내려오다 떨어져 죽었습니다.
위장을 위해 옷까지 검은색으로 입고 눈을 뜨고
머리가 깨진 채 그렇게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습니다.
[구타교실] -89- 'M고 괴담'
반장 윤석환은 참으로 특이한 존재다.
누구나 하기 싫어하는 공부를 취미로 하는 듯 싶었다.
우리 반의 등교시간은 뒷산 구보를 마치고도 6시 반 까지 입실 완료였지만
아무리 학교에 일찍 와도 석환이는 자리에 앉아서 공부를 하고 있었다.
석환이 녀석은 집에 간다며 교문을 나섰다가 밤에 다시 학교로 돌아 와
교실에서 잠을 자는 게 분명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아무리 학교에 일찍 와도 교실에 앉아서
공부를 하고 있을 리가 없었다.
이는 나만이 아니라 다른 아이들에게 물어 확인한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어느 누구도 석환이가 학교에 등교하는 모습을 봤다는 아이가 없었다.
심증은 점점 확증으로 굳어져 가고 있었다.
'윤석환 저 녀석 혹시 수년 전 M고에서 자살을 하고
몇 년째 학교를 떠도는 귀신 아냐' - 'M고 괴담'
"최동혁, 넌 내 비밀을 알았으니 죽어줘야겠어.
난 그저 졸업앨범을 갖고 싶었을 뿐이야."
"으아아아악~ 안돼."
석환이는 도대체 예습이란 걸 어디까지 하는지 1학년임에도 불구하고
선생들이 '이건 너희들 아직 모를 거야 2학년 과정이거든'
하며 설명을 해도 윤석환은 이미 다 알고 있었다. 무서븐 놈~
전교 2등 윤석환이 이 정돈데 윤석환보다 공부를 더 잘하는 전교 1등
8반의 ET는 뭔가.
그 자식은 IQ 300이 평균인 공부별에서 UFO를 타고 날아온 ET니 제외하자.
<-- 더 무서븐 놈 -.-;;;
하여튼 윤석환은 공부를 엄청 잘하고 공부가 취미인 특이한 녀석이다.
윤석환의 공부 방법 중 압권은 국사나 세계사의 연표를 암기하다
머리를 식힌다며 보기만 해도 질리는 어려운 수학 문제 풀 때 였다.
석환이가 이럴때면 윤석환의 정반대 케이스인 김응석은 도저히 이해가 안된다는
표정이었다.
둘은 물론 서로가 서로에게 이해가 안 되는 존재이긴 하지만
나 역시 석환이가 머리 식힌다며 고3도 못 풀 어려운 방정식 문제를
받아쓰기하듯 척척 일분만에 풀어낼 때는 저 자식이 인간인가
수학용 전문 로보트인가 헛갈리며 이해가 안됐다.
석환이는 이렇게 공부를 취미로 하며 반에서 1등을 도맡아 하고
반장의 역할도 충실히 수행해 냈다.
석환이는 교육부가 원하는 이 시대의 가장 모범적인 학생이었다.
하지만 완벽한 모범생인 석환이를 못마땅히 여기는 자가 있었으니 똥걸레였다.
똥걸레는 석환이가 고1임에도 불구하고 선생인 자신보다 영어를 더 잘하니
윤석환이 매우 못마땅했다.
그래서 사사건건 윤석환을 지목해서 때렸다.
윤석환이 영어 시간에 입 다물고 가만히 있으면 똥걸레의 괴롭힘을 조금이라도
피할 수 있을 텐데 석환이는 불의를 보면 못 참는 성격이 아니라 틀린 설명을
보면 못 참는 성격이었다.
그러니 알파벳만 간신히 떼고 영어선생을 하느라 버벅대는 똥걸레의 엉터리
설명에 참을 리 없었다.
똥걸레 역시 자신의 치부를 여지없이 드러내는 석환이를 가만 둘 리 없었다.
"아따 이 셰끼 공부 좀 한다고 시방 선생을 깔 봐"
'퍽~ 퍽~ 퍽~'
"읔~ 선생님 과거완료는 으악~ 그게 아니라 크허헉~ had been입니다. 켁~"
석환이는 공부에 있어서 만은 너무도 집요한 집착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석환이가 너무도 궁금해 하루는 석환이에게 물어보았다.
"석환아! 너 공부가 재밌냐?"
"공부가 재밌냐구? 뭐 마땅히 취미도 없고 그냥 열심히 하는 거야"
'이 자식이 CF찍나. 뭘 그냥 열심히 하는 거야'
"그렇구나"
"뭐 가끔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어냈을 때나 영어 문장을 독해했을 땐
재밌을 때도 있어."
윤석환은 확인되었다. 정녕 공부를 재미로 하는 특이한 존재다.
석환이 얘기는 잠시 접고 다른 얘기다.
M고도 소풍은 있다. 체육 대회가 끝난 일주일 후 우리는 서오릉으로 소풍을 갔다.
모처럼 칙칙한 교복을 벗고 산뜻한 사복을 입고 학교에 집결했다.
사복을 입으니 교복을 입을 땐 죄수 같던 아이들이 달라 보였다.
김응석은 뒤뚱거리며 산더미 만한 배낭을 짊어지고 왔다.
"김응석 웬 배낭이 그렇게 커?"
"어~ 엄마가 이것저것 넣어주셨어. 볼래"
하며 배낭을 풀어 보여주었는데 슈퍼 하나를 털었는지 온갖 음식이 그득했다.
오수비도 소풍에 맞추어 정장을 벗고 산뜻한 캐주얼 복을 입고 나타났다.
정장을 입었을 때는 어딘가 고결하고 아름다워 보였는데
캐주얼 복을 입으니 날아갈 듯 산뜻하고 상큼해 보였다.
예쁜 오수비를 보며 조병국은 중얼거렸다.
"어휴 조거 몸살나게 이쁘다니까. 나 고등학교 졸업할때까지만
기다려라. 우하하~"
개인적으로 조병국이 고등학교를 졸업하더라도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오수비는 소풍에 우리보다 더 즐거워 보였다.
"너희들 모처럼 단체 야외 나들이라 즐겁지? 나도 오랜만에 소풍의 기분을
낼 수 있어서 기분이 참 좋아."
오수비가 한마디를 내뱉자 똥행패와 똥걸레 앞에선 그리도 과묵하고 발표할 줄
모르는 아이들이 서로의 소감을 앞다투어 얘기하느라 교실이 소란스러웠다.
오수비 교생은 여러 아이들이 제 각기 떠들어대는 얘기들을 차근 차근히
상냥하게 대답해 주었다.
아이들은 오수비에게 한마디라도 더 하려고 와글와글 떠들어대다가
갑자기 말들이 끊기더니 교실에 정적이 흘렀다.
"왜들 그러니? 여럿이 한꺼번에 얘기하다가 한꺼번에 침묵이네 하하 참 재밌다."
우리들의 침묵 후 정확히 5초만에 똥행패가 교실 문을 열었다.
'오수비 교생, 당신은 똥행패에게 적응하려면 아직 멀었소'
윤석환이 아닌 똥행패에 의한 'M고 괴담'은 계속 이어진다...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