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 토라이야기124 – 그리운 밤 / 민창근 목사
토레와 네 마리 토끼들은 다람쥐 다모아와 헤어지고 난 후 높은 산을 조금 오르다가 적절한 굴을 찾아 쉬고 내일 움직이기로 하였습니다.
작은 굴 하나를 발견했는데 굴 입구가 하나라서 만약을 위해 추가 입구를 파야했기에 힘들었습니다.
막내 토밥이 힘드니까 말합니다.
“이거.. 너무 힘든데 그냥 안파고 자면 안되요?”
“안돼. 힘들어도 만약을 위해 파야해.”
“설마 오늘 무슨 일이 있겠어요? 만약 무슨 일이 있다고 해도 우리는 무기도 있기에 싸우면 이길 수 있잖아요.”
“그럴까 말까, 그럴까 말까?............. 안돼!”
“에구...”
“ㅎㅎㅎ”
“ㅋㅋㅋ”
다들 귀찮고 힘든 일이었지만 잘 따라서 굴 입구를 또 하나 만들었습니다.
항상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더군다나 혼자가 아니라 넷이기 때문에 더욱 조심해야 합니다.
땀나는 굴 작업을 마치고 마무리로 작은 대문도 달았습니다. 그럴싸 해보였습니다.
이제 밖으로 나와 풀을 뜯으며 쉬고 있는데 갑자기 나무들 사이로 떠돌이 늑대 한 마리가 나타났습니다.
“늑대다!”
쉬고 있었지만 기본 무기를 가지고 만약에 대비하고 있었기에 즉각 토투는 죽창을 들었고, 토레와 토밥은 활을, 토미는 고무줄 새총을 겨누었습니다.
떠돌이 늑대는 처음 보는 토끼들이 도망치지 않고 뭘 들고 있는 것을 보고 가소롭다는 듯이 상황을 보며 서서히 다가왔습니다.
“쏴!”
토레가 외치자 화살과 새총의 돌이 한꺼번에 날아 떠돌이 늑대를 향해 날았습니다.
떠돌이 늑대는 예상치 못한 공격에 얼굴은 피했지만 몸에 화살과 돌을 맞고 깜짝 놀라 후다닥 달아났습니다. 다행입니다.
토라가 살았던 마을을 공격했던 늑대들이 전멸했지만 언제든지 다른 지역에서 늑대들이 들어올 수 있고, 떠돌이들이 있기에 항상 조심해야 합니다.
여러 마리의 토끼들이 모여 있으면 냄새도 나기 때문에 공격 받을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그리고 이곳은 익숙한 지형이 아니라서 어떤 동물들이 공격해올지 모릅니다. 그래서 조심해야 합니다.
토레와 토끼들은 밖에서 휴식을 취하고 굴에다 솔잎과 나뭇잎을 깔고 잠자리를 준비했습니다.
달이 휘엉청 떴고, 굴에서 일찍 내일을 위해 잠을 자기로 했는데, 토레는 잠이 오지 않습니다. 집에 두고 온 토라가 그리워졌기 때문입니다.
한편, 토라도 토레가 먼 길을 떠난 오늘 밤, 허전한 굴에서 왠지 모를 외롬과 그리움을 느끼면서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어머니, 토라가 잘 가고 있겠지요?”
“아마 지금쯤은 어느 굴에서 쉬고 있겠지.”
“새로운 지역에 가면 굴을 찾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을텐데....”
“그래도 한번은 가봤으니 잘 찾아서 쉬겠지?”
토라는 갑자기 시를 하나 쓰기 시작했습니다.
“당신이 먼 길을 가고 있어 볼 수가 없으니
더욱 그립고 그리워요.
늘 찾아오는 어둠인 줄 알았더니
이렇게 외롭게 찾아올 줄은 몰랐어요.
늘 보았던 달인데도
휘영청 밝은 달이 왜 이렇게 슬퍼 보이는지....
함께 있던 시간이 더 귀하게 느껴지고
그리움이 작은 바람을 따라 굴속으로 들어와요.”
그리고 하나님께 기도도 했습니다.
“하나님, 토레의 일행이 잘 다녀올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우리 마을의 미래를 든든히 세울 좋은 일이 있게 도와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