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진 별정우체국에 무엇인가를 놓고 온 것 같다
어느 삭막한 간이역에 누군가를 버리고 온 것 같다
……아니, 이미 이 세상에 오기 전 저 세상 끝에
무엇인가를 나는 놓고 왔는지도 모른다
쓸쓸한 나룻가에 누군가를 버리고 왔는지도 모른다
저 세상에 가서도 다시 이 세상에
버리고 간 것을 찾겠다고 헤매고 다닐는지도 모른다
-『중앙일보/시(詩)와 사색』2025.03.01. -
해야 할 일을 잔뜩 쌓아두고 있을 때.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을 가야 할 때. 하지만 벌써부터 어깨가 무겁고 발걸음이 느려질 때. 사람의 입에서 길게 흘러나오는 것은 불평의 말이 아닙니다. 바로 노래입니다. 전해오는 민요 중에서도 노동요가 있습니다. 농사를 지을 때든 무거운 물건을 나를 때든 실을 내어 옷감을 짤 때든. 몸의 고통과 마음의 지루함을 노래로 달래는 것입니다.
특히 노를 젓거나 그물을 끌어당기는 일처럼 여럿이 하나로 움직여야 할 때 노동요의 박자는 동작을 하나로 맞추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노래의 힘으로 한결 수월해지는 순간들. 순간의 힘으로 헤쳐나가는 시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