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필자가 좋은 수필을 쓰겠다는 생각으로 좌충우돌하면서 터득한 이야기입니다. 고교 시절에 국어시간에 배운 초보적인 문학이론을 회상해 가며 많은 실험적인 글들을 쓰면서 깨우친 나의 체험이자 순전히 제가 깨달은 제 개인적 견해의 수필관 입니다. 제 견해와 다른 경우도 많이 있을 것입니다. 수필을 공부하는 분들에게 하나의 경험 사례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려나하는 마음에서 정리합니다.
좋은 수필을 쓰려면 우선 자신의 "마음 문" 부터 열어야 합니다. 마음 문을 열고 그 속에 가득 찬 것들을 비워내야 합니다. 선문답처럼 들리는 이 말을 이해해야 좋은 글을 쓰실 수가 있습니다. 왜 마음 문부터 열어야 된다고 하느냐 하면 내 마음 속에 웅크리고 있는 잡동사니들을 비워낸 텅 빈 마음이라야 맑은 마음이 되기 때문입니다. 맑은 마음에 비친 그것을 글로 써내야 바른 글이 됩니다.
마음 문을 열고 명예, 자존심, 열등감, 시기, 질투, 원망, 자기를 과시하려는 존재감 같은 모든 자기중심적인 생각(아상)들을 털어 내야 좋은 수필을 쓸 수가 있습니다. 내 마음에서부터 이런 쓰레기들을 쓸어 내 버리지 못하면 죽었다 깨어나도 바른 수필가가 되지 못합니다. 말은 쉽지만 이 마음 문을 여는 일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평생을 노력해도 안 되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지금부터 마음 문을 여는 방법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아주 어린 날의 기억부터 지금의 나이까지 내 마음에 상처로 남겨진 가장 슬펐던 이야기를 먼저 꾸밈없이 글로 적어 내는 것입니다. 남들이 나의 그 슬픔을 공감하도록 구구절절하게 토해 놓는 것입니다. 너무 적나라한 내용은 문학적인 장치를 써가면서 나의 슬픔이 독자들의 슬픔이 되도록 고치고 또 고치면서 글로 적어내는 것입니다. 이때 거짓된 자기 마음을 표현하면 아니 됩니다. 거짓된 마음이란 자기변명, 자기 합리화, 타인에 대한 원망, 분노 같이 가슴 깊숙이 꼭 꼭 내가 숨겨 놓았던 “숨겨진 마음”입니다. 자기 슬픔의 연원을 끝까지 들여다보고 그 마음의 실체, 곧 참 자기 마음을 털어 놓는 것입니다. 이건 정말 대단한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입니다. 자기가 쓴 일기도 남이 보면 부끄럽고 화가 나는데 꽁꽁 숨겨둔 참 자기 마음을 털어 내어서 남에게 보여 주려면 보통의 용기가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남들이 이 글을 읽고 무어라 하더라도 더 이상 상처를 받지 않겠다는 대단한 결심이 필요 합니다. 그런 각오 하에 열어버린 마음이 바로 열린 마음입니다.
마음 문을 여는 공부를 문장작법 공부보다 더 열심히 용맹정진 하면서 깨쳐야 합니다. 손끝의 기교로서 글을 쓰면 자신을 속이고 세상을 속이는 글을 쓸 뿐입니다. 서툴더라도 참 글을 쓰려고 해야 합니다. 수필은 참 글이기 때문입니다.
참 글이란 참 마음에 비친 그대로를 쓰는 글입니다. 남을 욕하거나 비난하거나, 칭찬하거나 찬양하지 않는 글입니다. 빈정거리는 마음으로 쓰지 않는 글입니다. 보이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글입니다. 타락한 모습도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면 읽는 사람들이 거기서 아름다움을 발견합니다. 참 마음에 비친 그대로를 쓰는 그걸 두고 붓 가는 대로 쓰는 글이라 하는 것입니다. 문장은 마음을 담는 그릇이고 문학은 인간 마음의 표현입니다. 마음 문을 닫아 놓고 글을 쓰면 거짓 글이 되어 독자들이 금방 알아봅니다.
다음으로 수필이 문학이 되려면 아름다워야 합니다. 아름다움에는 수많은 미적 기준이 있습니다. 그 모든 미의 궁극은 참입니다. 세상에 "참" 보다 더 아름다운 게 어디 있습니까? 어떠한 기교보다 "참"이 더 아름답습니다. "참"은 미의 궁극입니다. 사랑하면 사랑한다고 좋아하면 좋아한다고 마음에 비치는 그대로를 토해 놓은 것이 수필입니다. 자신을 속이지 않는 "참 글"이 수필이라는 것입니다. 마음이 탁해진 상태로는 절대로 좋은 수필을 쓰지 못합니다. 초조와 번잡이 그대로 글에 묻어나는 때문입니다. 글을 쓰는 자신은 모를지라도 읽는 이들이 먼저 내 글에서 기름 냄세. 담배 냄세. 같은 매캐한 냄새를 느끼는 것입니다. 글을 쓰기에 앞서 청산으로 가서 마음부터 씻고 올 일입니다. 사람들은 모두가 자신을 감추며 삽니다. 그래서 "참마음"을 그리워하고 "참마음"으로 소통하길 더욱더 간절하게 원합니다. 그 열망 때문에 수필로 모입니다. "수필은 청자연적이다. 수필은 난이요, 학이요, 청초하고 몸맵시 날렵한 女人이다." 고 한 피천득의 말은 틀린 말이 아닙니다. 수필의 기품은 꾸미지 않은 "참"에서 우러나오는 때문입니다.
세상에는 수 없이 많은 종류의 꽃이 있습니다. 꽃은 자신의 향기를 꾸미지 않습니다. 혼신의 힘으로 "참 자신"을 피워내면 모두가 꽃이 됩니다. 그게 꽃의 매력이자 수필의 매력이고 사람들이 꽃을 사랑하듯이 수필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인 것입니다. 참 마음이 아닌 사람과 마지못해 함께 앉아있는 일에 고통을 느껴본 적이 없으십니까? 거짓 마음을 글에 담지 않도록 명심 또 명심해야 합니다.
* 좋은 수필을 쓰기 위해 가장먼저 할 일 1) 마음 문 열기 2) 마음 청소하기 3) 마음에 비친 참을 쓰기 (2014. 09. 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