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가 사그라지고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선하다. 도로변에 핀 코스모스가 바람에 한들거리며 풍요로운 결실의 계절 가을을 알리고 있다.
지난 9일 제주시 오라동에 위치한 노인요양시설인 인효원을 찾았다. 이날은 제주바라밀호스피스회(회장 수상스님, 이하 바라밀호스피스)가 정기 호스피스 활동을 벌이는 날이다.
‘호스피스(hospice)’의 사전적 의미는 ‘죽음을 앞둔 환자에게 평안한 임종을 맞도록 위안과 안락을 베푸는 봉사 활동, 또는 그 일을 하는 사람’이다.
바라밀호스피스는 모든 종교와 종파를 초월해 죽음을 앞둔 환자들에게는 편안하고 아름다운 임종을 맞이할 수 있도록 해주고 그 가족들에게는 삶의 희망을 놓지 않도록 부처님의 자비 보살행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단체이다.
바라밀호스피스는 2003년 도내에서 호스피스 간병기도 및 임종기도를 펼쳐온 수상스님이 호스피스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호스피스에 관심을 가진 불자 등이 뜻을 모아 지난해 4월 창립법회를 봉행한 후 본격적으로 호스피스 봉사활동을 전개해오고 있다.
수상스님과 30여명의 회원들은 매달 제주양로원·제주요양원, 제주태고원, 인효원 등의 노인복지시설과 제주의료원·한라병원·한마음병원 등 도내 의료기관에서 간병 기도와 임종기도, 말벗되어 드리기, 호스피스 등 다채로운 활동을 펼치고 있다.
또한 첫 번째주 토요일에는 금강경 독송법회를 봉행해 신심을 돈독하게 하고 다음카페 바라밀 실천도량(
http://cafe.daum.net/susangbaramil)을 개설해 온라인상에서도 호스피스 정보를 교환하고 회원간 화합을 다지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날 인효원 노인들은 바라밀호스피스 회원들과 함께 염불로서 극락세계로 돌아가기를 서원하는 염원이 담긴 노래 ‘염불환향곡’을 불렀다.
“한량없는 모든 공덕 두루 갖추고 대자대비 베푸시어 중생건지네. 저희들은 공경하여 세 번을 돌고 거룩하신 부처님께 예배합니다. 아미타불 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아미타불 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염불환향곡’이 울려 퍼지는 동안 수상스님은 노인 한분 한분의 손을 잡아 주며 위로하고 회원들도 할머니, 할아버지의 지친 어깨를 감싸고 사바세계의 고통과 아픔, 슬픔에서 벗어나 아미타불의 정토 세계로 인도해 달라고 기원한다.
이어 특별초청된 민요 공연이 장구 가락에 맞춰 선보인다. 흥이 절로 난 노인들과 바라밀호스피스 회원들은 어깨를 들썩이며 더덩실 춤판을 벌인다.
수상스님은 “사람들은 자신이 어렵고 힘들 때 종교에 의지하고 종교를 통해 도움을 받고자 한다”면서 “천주교·기독교 등 타종교에서는 성직자들과 신도들이 조를 이뤄 병실에 찾아와 기도해 주고 위로해 주지만 불교계는 아직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수상스님은 “스님들이 자기 절의 신도가 아팠을 때 꼭 간병기도를 해주고 돌아가시면 입관기도도 해드려야 한다”면서 “주지스님이 손만 잡아줘도 신도들에게는 큰 위안이 되고 함께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스님은 “불자들이 호스피스에 대한 관심은 많지만 그 필요성과 중요성을 아직 절감하지 않는 것 같다”면서 “호스피스 활동이 불자들의 생활의 일부로 인식되어져 복지시설과 의료기관 등 현장에서 실천으로 반드시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질병의 고통에 시달리는 말기암 환자 등 죽음을 앞둔 사람들에게 건네는 따뜻한 말 한마디는 감로수와도 같다. 바라밀호스피스는 이들이 죽음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에서 벗어나 좀더 편안하고 평화롭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수상스님은 좀더 적극적이고 체계적으로 호스피스 활동을 전개하기 위한 대원력을 세웠다. ‘부처님의 품안에서 보다 편안하게 자신의 죽음을 수용하고, 죽음으로 가는 길을 두려움 없이 맞이할 수 있는 공간’, 바로 ‘호스피스 쉼터’다. 현재 ‘호스피스 쉼터’ 마련을 위한 후원금을 모집하고 있다.
타종교의 경우 호스피스 병동이나 쉼터 등이 건립돼 매우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운영돼 오고 있다.
천주교 성이시돌 복지의원은 제주에서는 처음으로 2002년도부터 호스피스 병동을 운영하는 한편 자원봉사들에게 호스피스 교육 등을 펼치고 있다. 또 올해로 창립 10주년을 맞은 기독교 기관 제주호스피스선교회는 제주시 봉개동에 ‘쉼터’를 운영해 말기 암이나 이에 준하는 말기 질환으로 고통받고 있는 환자를 3개월정도 무료로 돌보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이 단순한 사실을 우리 모두가 알고 있지만 막상 자신에게 죽음의 그림자가 다가오면 초조하고 불안해지기 마련이다.
바라밀호스피스는 말기암 환자와 죽음을 앞둔 사람 등에게 다가온 고통과 죽음의 공포 등을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극복할 수 있도록 인도해 부처님의 자비가 충만한 축복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쓸쓸하고 외로운 이생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 하며 행복한 순간으로 변화시키는 이들이야말로 정말 아름다운 사람들이다.
.....................................................................................................................................
호스피스의 의미와 필요성
요즘은 웰빙(well-being)에 많은 관심을 갖는 것 못지 않게 행복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웰다잉(well-dying)에 대한 관심이 사회 전반에서 이루어지고 있어 자연스럽게 호스피스에 대한 관심도 늘고 있는 것 같다.
호스피스 활동은 말기암 등 불치병으로 인한 임종환자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그 삶의 질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마지막 죽음의 순간을 자기의식으로 평안히 맞이하도록 신체적, 정신적, 심리적으로나 정서적으로, 더 나아가 영적(종교적)으로 도와주면서 함께 하는 돌봄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