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질학’, 참 어렵고 고단한 일입니다.
처음 리차드 포티의 『살아 있는 지구의 역사』를 읽을 때만 해도
이렇게 지루하고 복잡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주 오래 전에 간단히 맛만 본 ‘자연과학개론’을 공부할 때 만난 지질학 부분도
이렇게 어렵거나 복잡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통 갈피를 잡을 수가 없습니다.
책을 찾는 일도 그리 쉽지 않고,
겨우 유선망(인터넷)을 뒤져 눈에 띄는 것을 모두 주문했고,
그렇게 해서 가장 손쉬워 보이는 책을 먼저 읽기로 한 건데
뒤죽박죽 엉켜 있는 것 같은 책을 읽는 동안
오히려 이전에 조금 알고 있던 것들을 담고 있는 내 머릿속까지도
그렇게 뒤죽박죽이 되는 것 같은 혼란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간신히 하나 건진 것이 있다면
현대의 물질문명이
지금까지 살아온 인간의 생명 주기와는 너무도 거리가 먼
초고속으로 내닫고 있어서
이것을 따라잡는 일은 처음부터 가능하지도 않고
결국 스스로 의식하지도 못하는 사이에
정신적 피로가 거듭해서 쌓이고 있는 위기상황이라는 것에는
충분히 공감하는 대목이었습니다.
그것 말고는 내용도 산만했고
글줄(문장)에 대한 이해도 많이 떨어져,
글 자체의 거의 모든 곳에서 재미를 느낄 수 없었던
참으로 성의 없는 책이라는 것,
나중에는 이 책을 쓴 사람뿐 아니라
책을 찍어낸 출판사에 대해서도 ‘믿을 수 없다’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겨우 마음 추슬러 읽은 것을 소개하는 말을 쓰고 있는데
앞으로도 이런 책을 또 만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는 생각이 드니
씁쓸한 웃음이 저절로 입가에 고입니.
어둠 내리는 창밖,
그렇지만 온 누리에 봄이 피어오릅니다.
지질세계가 벌이는 이 포근한 잔치에서
충분히 위로를 받을 것이라고
스스로를 달래며 읽은 뒷 이야기를 이렇게 마무리합니다.
날마다 좋은 날!!!
- 키작은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