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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망한 생각이 갑자기 일어나거든 / 효봉 스님
허망한 생각이 갑자기 일어나거든
"우리 형제가 동서남북에서 모두 여기 모여왔으니
무엇 때문에 부처가 부처를 구하려는가.
아무리 구한들 무슨 이익이 있겠는가.
여러 대중은 다행히 저마다 일없는 사람을 좋아하면서 그것은 들 것을 찾다가 옥을 떨어트려 부수는 격이니
각자의 보물 창고에는 모든 것이 다 갖추어져 있으니
한 법도 취할 것이 없고 지금부터 모든 것을 한꺼번에 쥐어버리면 자기의 재량(財糧)이 아닌 것이 없을 것이다.
만일 이런 경지에 이르면
내 마음은 본래 청정한 것이니라. 허망한 생각이 갑자기 일어나거든 한 칼로 두 동강을 내어버려라. 빛깔을 보거나 소리를 듣거나 본래 공안에 헛갈리지 말지니 만일 이와 같이 수행하면 그는 세상 뛰어난 대장부이리.
그런데 그 속의 사람은 고요하고 한적한 곳을 가리지 않는다. 내 마음이 쉬기만 하면 시끄러운 곳도 고요한 곳이 된다.
경계를 따라 흔들려서는 안 된다. 마음과 경계가 서로 상관하지 않으면
우리 형제들이 삼 년이나 몇 십 년 동안에 그것은 자기 소견에 집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에 그런 선지식이 없을 때에는 또 우리가 날마다 해야 할 일은 묵언하는 일이니
그러므로 옛 사람의 말에 '말이 많고 생각이 많으면
그대가 고향에서 왔으니 아마 고향의 일을 알 것이다. 떠나는 날 그 비단창 앞에 매화꽃이 피었던가?"
주장자로 선상을 한 번 울리고는.
[효봉 스님 열반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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