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코텍
박새 꽃기린 괭이눈 노루귀 제비동자
기생풀 홀아비바람꽃 애기똥풀 흰각시붓꽃
각시취 며느리밑씻개 미나리아재비 노인장대
악수를 하자는 것인지
한판 붙어보자는 것인지
춤판,
제각각 벌여놓고
들어와 살아보라고
맘껏 투정을 부려보라고
바람이 불 때마다
은근슬쩍 꼬집는다
은근슬쩍 입술을 내민다
<시작 노트>
어느 날 우연히 길가에 피어 있는 애기똥풀을 보다가 발돋움하듯 피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이 들고부터 내게 꽃은 자기 주체가 분명한 존재로 다가왔다.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능동적인 존재로 인식되었다. 적극적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화려하고 멋스런 모습으로 내게서 다시 태어났다.
김춘수 시인은 ‘꽃’이라는 시에서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고 노래 하고 있지만 내가 만난 꽃은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지 않았는데 내게로 다가와 있었다. 다가와 있기만 한 것이 아니라 나를 유혹하고 꼬집고 내 입술을 향해 발돋움하듯 입술을 내밀고 있다. 눈을 지그시 감듯 은근슬쩍 내 감성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은근슬쩍이 가지는 뉘앙스는 아주 치명적이다. 거기에 유혹당하면 기억 끝까지 함께 흔들려야한다. 그러므로 나에게 바람이 분다는 것은 꽃의 투정이 시작 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권기만 시인 프로필
월간 [문학저널] 등단
한국문협 및 한국현대시인협회 회원
현재 (주) 현대자동차 근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