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대의원대회 대회사]
인간 평등의 새로운 세상을 향한 열정으로 다시 희망을 만들어 갑시다
먼 길을 달려오신 대의원 동지여러분, 반갑습니다!
바쁘신 가운데에도 참석해 자리를 빛내주신 내외빈 여러분에게도 감사를 드립니다.
오늘은 바로 산별노조의 깃발을 올린지 15년이 되는 날입니다. 우리 선배 조합원들은 수많은 토론과 실천을 통해 1998년 2월 27일, 우리나라 최초로 기업별 울타리를 넘어 산별노조를 건설하였습니다.
공동요구, 공동교섭, 공동 투쟁의 경험을 통해 2004년 조합원 1만명이 참여하는 총파업으로 산별협약을 쟁취하였고 노동조건 저하 없는 주5일제를 쟁취하였습니다.
1노조 1의료 민주화 운동으로 시작해 의료공공성강화, 무상의료·모든 병원비를 국민건강보험 하나로운동 · 보호자없는 병원 실현, 공공의료강화와 의료공급체계혁신, 환자안전 ·의료 질 향상 등 국민건강권을 쟁취하기 위하여 쉴틈 없이 달려 왔습니다.
때로는 힘들고 어려운 시절도 있었지만 우리는 흔들림 없이 국민과 환자의 편에서 민주노조, 산별노조의 깃발을 지켜왔으며, 땀에 젖은 손으로 돈보다 생명을 이라는 기치를 높이 들고 달려 왔습니다.
<국민건강권 쟁취>라는 노란 깃발에 짙게 배인 선배 조합원들의 땀과 눈물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해주신 역대 위원장들이신 지도위원님들에게 먼저 힘찬 감사의 박수를 보내드립시다.
대의원 여러분!
<4만 조합원과 함께 현장에서 다시 시작하는 희망대합창> 이라는 구호를 내걸고 출범한 제6기 보건의료노조 집행부가 항해를 시작한지 벌써 1년이 지났습니다.
우리는 지난 한 해 현장조직 강화와 제2의 산별운동 전개, 보건의료인력 확충과 무상의료 실현, 제2의 정치세력화와 개혁법안 쟁취, 영리병원 도입 저지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지난 5월 전국의 <경제자유구역> 안에 내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영리병원을 도입하려는 정부의 법률 시행령 개정에 맞서 보건복지부 앞 천막농성, 삭발투쟁, 대시민 선전을 비롯한 반대 운동을 벌여 이를 저지하는 성과를 거두었고, 가족간병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보호자 없는 병원 사업>을 확대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우리는 병원간 규모 경쟁이 심화되면서 무분별한 병상증축을 반대하고 병원 건물과 장비에 엄청난 재정을 투자하는 만큼 그 속에서 일하는 보건의료노동자에 대해서도 함께 투자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더군다나 지역과 중소병원은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 때문에 인력 충원에 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하여 우리는 지난 6월에는 ‘보건의료인력지원특별법안’을 국회에 제출하였고 법 제정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또한 우리는 그동안 중단되었던 산별중앙교섭을 다시 정상화하기 위하여 총력투쟁 결의대회와 전국순회 실천단 활동, 산별파업과 지부파업을 비롯한 다양한 산별활동을 전개하였습니다.
산별교섭 성사 투쟁을 통해 연대의 기운을 드높이고 현장의 힘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화의료원지부, 남원의료원지부, 시지노인병원지부에서 장기 파업 투쟁이 진행되었습니다.
어려운 조건속에서도 부산대학교병원 지부를 비롯한 10개의 신규지부를 결성하면서 1600명의 조합원을 확대하여 이제 4만 3천 조합원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돌아보면 노력한 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한 아쉬움도 있습니다. 제2의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내걸고 총력을 기울였던 4월 총선 투쟁은 새로운 도전의 경험이었습니다.
12월 대통령 선거는 우리에게 더 많은 성찰과 실천이 필요하다는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그러나 좌절할 수 없습니다. 실패는 보다 현명한 방법으로 시작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부여한다고 했습니다.
대의원 동지 여러분!
대통령 후보시절, 자기 집앞에서 75일간 매일 3천배 투쟁을 하는 노동자를 모른체하며 다른 한편으로 소통과 국민대통합을 말로만 떠들던 박근혜 대통령이 이틀전 취임했습니다.
복지 대통령을 내세우며, 지역거점 병원 육성을 공약하면서 출범한 박근혜 정권이 출범하면서 의료정책으로 선보인 첫 작품이 과연 무엇입니까?
바로 공공병원인 진주의료원을 폐업하겠다고 발표한 것 아닙니까? 신축 이전과 지역거점 병원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재정 악화를 이유로 일방적으로 폐업을 선언한다는 것은 공공의료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조차 갖추지 못한 것이며 이후 보건의료정책을 어떻게 끌고 가려고 하는 지를 보여주는 극명한 일이라 할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공공병원 확충과 지방의료원, 지역거점공공병원 활성화를 선거공약으로 제시하고도 취임 하루만에 이를 폐기한 박근혜 정부의 정책기조를 강력히 규탄하고 지방의료원 살리기와 국립중앙의료원 매각 이전 저지 등 공공의료 사수를 위한 강력한 투쟁에 나서야 합니다.
대통령 선거 이후 한진중공업 고 최강서 조합원을 비롯해 7명의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쌍용차 국정조사는 외면당했고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현대차 노동자 2명이 160여일째 위태로운 철탑 농성을 벌이고 있지만 뒷짐만 지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권은 끝내 공무원노조를 인정하지 않더니 박근혜 정권은 전교조 마져 인정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6만명에 이르는 전교조 조합원 가운데 20여명의 해직자가 포함돼 있다는 이유로 노조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노조활동을 이유로 해고를 시키고 해고자가 포함되어 있다는 이유로 노동조합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이화의료원지부 파업사태에서 확인했듯이 불법적으로 노조 파괴를 일삼은 유성기업이나 골든브릿지 사용자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헌법에서 보장한 노동기본권은 간데 없고 한진중공업 등에서는 불법 노조활동을 벌였다는 이유로 수백억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손배가압류로 노동자의 목숨을 앗아갔는데도 모른척 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박근혜 정권이 말하는 <법과 원칙>인 것입니다.
87일째 차가운 거리에서 계약해지 철회 투쟁을 계속하고 있는 진해 <동의 요양병원> 조합원들이 있습니다.
2012년 세상을 놀라게 한 하루 3천배 투쟁에 이어 새롭게 투쟁을 결의하고 있는 영남대의료원 해고자 동지들이 있습니다. 올해로 11년째 복직 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CMC 해고자 동지들이 있습니다. 사측의 복수노조에 맞서 민주노조를 사수하기 위해 투쟁하는 익산병원 해고자 동지들도 있습니다.
남원의료원지부, 시지노인병원지부, 김천의료원지부 등 사용자들의 민주노조 죽이기에 맞서 투쟁하는 우리 동지들이 있습니다.
대의원 동지 여러분!
오늘 대의원대회를 통해 우리는 지난해를 평가 반성하고 새로운 2013년 사업을 결정하게 됩니다.
병원노동조합운동 25년, 산별노조 15년, 돌아보면 언제 우리 노동자들이 비단길을 걸었던 적이 있습니까? 2013년 우리는 산별노조의 깃발을 높이 들고 기본에 충실한 노조, 실력있는 노조를 기치로 현장을 강화하고 강고한 단결투쟁, 폭넓은 연대 투쟁으로 박근혜 정권에 맞서 유연하면서도 능동적으로, 단호하면서도 결연하게 투쟁해 나갑시다. 현장에서부터 다시 시작하는 산별교섭 정상화투쟁으로 노사관계를 바로 세우고 산별교섭 제도화를 비롯한 복수노조, 타임오프 등 개악된 노동법을 악용하는 사용자들에 맞서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우리의 노동환경을 바꿔냅시다. 공공의료사수와 영리병원 저지를 비롯한 의료공급체계혁신과 보건의료인력확충의 전략과제를 충실히 이행하면서 박근혜 정부 5년을 넘어서는 더 큰 미래를 준비하는 2013년을 만들어갑시다. 4만 3천 조합원과 함께 하는 투쟁, 역사 앞에 당당한 투쟁을 두려워하지 맙시다. 희망찬 미래를 함께 꿈꾸고 함께 쟁취해 냅시다.
아픈 환자를 치료하는 보건의료인으로서, 국민의 건강권을 지켜내고 우리의 현장을 살맛나는 일터로 바꾸겠다는 소망을 현실로, 비뚤어진 세상을 바로 잡는 당당한 노동자로 희망찬 승리의 2013년을 함께 만들어 가면서 현장에서 다시 시작하는 희망대합창을 힘차게 불러봅시다.
감사합니다.
2013년 2월 27일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위원장 유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