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찌아빠는 매년 겨울마다 ‘매생이굴국’을 찾아 먹어주는 것을 큰 즐거움으로 여기는 사람이다. 맛이야 사실 소문난 것에 비해선 별 맛이 아닌데도 흔하지 않기 때문에 과대 포장된 먹거리 이기도 하지만 어쨌거나 남다르게 먹어 주는 것을 큰 기쁨으로 생각하는 파찌아빠로선 빠뜨릴 수 없는 겨울 별미인 것이다.
우물쭈물 하다가는 제철을 맞은 매생이굴국을 제철에 못먹어 줄 수도 있다는 조바심에 서둘러 다녀왔던 ‘매생이굴칼국수집’에선 만두에서 철수세미 조각이 나오는 바람에 입맛만 버리고 말았었다.
한 번의 실패도 있고 해서 이번엔 좀 쎈집(?)을 찾기로 했다. 하여 매생이굴국을 먹어주러 작정을 하고 찾아 간 곳은 서울에서 전라도 상차림으로 조용히 단골을 엮어내고 있다는 ‘대방골’이었다. 대방골은 강남에 있는 한정식집 마냥 고급스런 인테리어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결코 누추하지도 않았다. 그냥 편안한 분위기의 대중적인 식당 이라고나 할까... 10년전 한식집의 분위기라면 적당한 표현일 것 같다.
일단은 자리가 자리인지라...또 파찌아빠와 함께 기꺼히 대방골을 찾아준 일행(파찌아빠 포함 3명)들을 위해 홍어회와 산낙지를 주문하고, 나중에 매생이굴국을 차려 달라고 주문을 넣었다.(이 날 파찌아빠 일행을 책임 진 서빙아줌씨가 한 미모한다는 소문이 있다. ㅎㅎ)
덜 삭혀진 홍어회는 평소 눈물이 핑돌고, 목구녕이 꽉 막힐 만큼의 톡 쏘는 맛을 재밌어 하는 파찌아빠에겐 별루 였지만 다른 일행(초보)들은 상당히 만족해 하는 눈치였다.
목포에서 가져왔다는 산낙지는 싱싱함을 넘어 어찌나 힘이 넘치던지 온 몸이 절단나고, 참기름을 덮어 쓴 채로도 접시를 놓질 않아 파찌아빠의 화를 돋굴 지경이었다.
정식에 따라 나온는 기본 상차림으론 생굴, 소라, 멍게, 묵은김치, 톳나물, 깻잎, 취나물, 호박, 계란찜, 손두부, 홍어무침, 토하젓, 멸치젓, 갈치속젓, 우거지, 게장, 김, 키토산간장, 꼬막 등등등...한 상 넘치도록 전라도 아낙의 야물진 손 맛을 담아 낸 음식들이 줄줄이 나왔다. 보는 것 만으로도 뿌듯해진다. 아쉬운 것은 가짓수가 많다보니 미쳐 맛 보지 못한 것들도 있다는것이다. 하나 하나가 야물딱지게 파찌아빠의 입맛에 딱 맞춘 듯한 음식인지라 안타까울 따름이다.
술잔이 몇 순배를 돌고 돌아 어느 것이 내잔인지도 모를 지경이 되고나니 파찌아빠 일행을 책임지는 서빙아줌씨의 발길이 잦아졌다.
“뭐 더 필요하신 것은 없으신가요? 식사는 언제 내드릴까요?” “아구구...배 불러서 더 먹을 수 있을지 모르겠네. ㅎㅎ 정말 잘 먹었다.” “예삿솜씨가 아닙니다. 아주 맛있네요.”
일행이 만족감을 나타내자 이들을 데리고 온 파찌아빠의 어깨가 으쓱해졌다. 그러나 여기서 끝낼 순 없는 일이다. 파찌아빠가 이 날 대방골을 찾은 이유는 순전히‘메생이굴국’을 먹기 위해서 였음을 일행들에게 상기시킬 필요가 생겼다.
“그래도 매생이굴국은 먹어 줘야죠. 지금 안 먹으면 다시 1년을 기다려야 하는 맛이라고요.”
잠시 후, 애초부터 주문해 놨던 메생이굴국과 오곡밥이 차려졌다. 대방골의 메생이굴국은 메생이와 생굴, 산낙지 등의 해산물을 넣고 끓여내서 국물 맛이 남다르다. 개운, 시원, 단백, 고소, 생생한 맛이라고나 할까? 암튼 이미 용량을 초과 했다며 힘들어 하던 일행들도 메생이굴국의 맛에 매료 되었는지 메생이굴국에 오곡밥까지 풍덩 말아 먹는 것이 아닌가...이러니 파찌아빠가 매년 겨울을 기다려 메생이굴국을 먹어 줄 수 밖에...ㅎㅎ
======================================== ! 잠깐정보 : 대방골 찾아먹기 (2005년 2월 기준) ======================================== 1. 가는길 : 서울 동작구 대방동 501번지 대림분산상가 지하. 전화번호 02-824-0050. 지하철 1호선 대방역에서 내려 공군회관 건너편에 있는 대림아파트를 찾는다. 대림아파트 후문 110동 앞에 있는 상가건물 지하에 있다. 공군회관 바로 앞에 있는 5층짜리 큰 상가가 아니라 성남고등학교 가는 길쪽에 있는 2층짜리 상가건물이다.
2. 메뉴 : 한정식과 전라도 백반의 중간 쯤이라고나 할까...제철에 맞는 전라도식 상차림을 1인당 1만8천원(메생이정식) 부터 맛볼 수 있는 집이다. 1인당 3~5만원 정도로 예산을 잡으면 술과 밥을 한꺼번에 해결을 할 수가 있다.
3. 총평 : 적당한 가격에 푸짐하게 한 상 잘 차려 먹을 수 있는 집. 싸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못 먹을만큼 비싸지도 않은 집이다.
4. 파찌아빠 따라먹기 : 4인 기준으로 단품요리 1~2가지와 정식 2~3인분을 주문(10~20만원 쯤)하면 만족스럽게 술과 식사를 한 자리에서 먹어 줄 수가 있다.
<파찌아빠>
& 덧 붙이는 말 : 다들 허리띠를 풀고 벽에 기대어 앉아 있는데 아줌씨가 누룽지를 내왔다.
& 또 덧 붙이는 말 : 구수한 누룽지가 잘 풀어져 있는 숭늉을 맛있게 먹어주고 있는데 아줌씨가 또 등장했다. “과일도 드셔야 하는데요.”
& 또 또 덧 붙이는 말 : 맛있게 잘 먹어주는 파찌일행이 단골로 삼을만 하다고 느꼈는지 아줌씨가 주인께 소개를 하니 주인장이 작은 쇼핑백 3개를 내밀었다. 쇼뱅백 안에는 라면 한 개를 끓여 먹을 수 있는 크기의 속 깊은 후라이팬 하나와 미니쵸코렛 몇개가 들어 있었다. 집에 가져 갔더니 파찌엄마(후라이팬)와 파찌(쵸코렛)가 무지 좋아 하였다. 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