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배스와 관련한 토론에 덧글로 참여를 해온 권율이라고 합니다.
저는 배스의 조절 이전에, '배스와 그가 속한 생태계에 대한 생태학(개체군, 군집, 복원생태학)적 연구'
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생태학적인 이해 없이는 조절 행위의 영향과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다음 글은 '왜 상식적인 관점(천적관계 등)만으로는 배스의 문제에 접근할 수 없는가?'에 중점을 두고
작성 하였습니다. 배스의 문제를 왜 생태계라는 포괄적 개념으로 설명하느냐라는 물음표님의 덧글에 대한
답이기도 합니다.
개체군간의 복잡한 상호작용
'배스개체군에 대한 생태학적 이해의 필요성'
일반적인 관점에서 배스와 토종민물고기, 혹은 인간과 배스의 관계를 생태학적으로 ‘천적관계’라고 규정
합니다. 이 점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천적관계는 생태계구성원의 복잡 미묘한 상호작용에 관한 '한 단면'
에 불과합니다.
배스는 서식지 내에서 홀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하나의 생물종은 동일서식지 내의 구성원들과
최소한 “자원과 조건, 이주, 이입, 경쟁(종내,종간), 공생, 포식 및 기생” 등의 측면에서 상호작용을 합니다.
배스가 생태계 내에서 ‘작은 물고기들의 포식자’ 관계만을 형성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한 종의
생물개체군은 환경 및 다른 구성원(박테리아부터 녹조, 곤충, 물고기에 이르기까지)들과 수천, 수만가지
상호작용을 합니다.
‘종’수준이 아닌 ‘개체’수준에서 접근한다면, 문제는 더욱 어려워집니다. 성장단계에 따라서 요구하는 환경
및 개체(종)간의 상호작용이 매우 복잡해지니까요.
여기에 ‘각각 세부서식지의 생태학적 고유성 및 시간의 흐름'(종의 보전과 복원에 중요하게 여겨지는)까지
반영해야만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한 종 개체군의 증감을 알고 예측하기 위해서는 그 종이 포함된 생태계(환경+생물들)
의 세부 요소들과 관계에 대한 ‘총체적인 이해’가 필요합니다. 이 일을 하는 분야가 바로 개체군, 군집 생태학입니다.
포식과 피식의 관계(천적관계) 측면에서만 접근해서는, 결단코 상호작용의 전체를 이해할 수 없으며,
변화과정과 그 결과를 예측할 수도 없습니다. 원기둥의 잘린 단면만을 보고서 ‘이것은 원이다’라고
결정내릴 수는 없지요.
결론적으로, [상식적]이라고 여겨지는 '천적관계에 있는 두 생물개체군 간의 증감 현상'(가령, 포식자가
줄어들면 피식자는 늘어난다)은 매우 제한된 조건에서만 가능한 ‘이론적 명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점을 이해해야만 합니다.
‘개체군간 상호작용의 복잡성’을 살펴볼 수 있는 한 가지 재미있는 사례가 있습니다.
‘도토리가 많아지면 라임병(lyme disease)이 평균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셨나요?
Jonse박사는 그의 연구에서 라임병을 일으키는 진드기 개체군이 도토리의 수에 따라서 증가하거나
감소한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도토리의 생산량이 증가하면 도토리를 먹이로 하는 쥐가 늘어나고, 이는 쥐에 기생하는 진드기 개체군의
증가를 일으킵니다. 한편, 진드기의 몸속에는 라임병을 유발시키는 박테리아가 서식하는데, 진드기와 함
께 증가한 박테리아가 최종숙주인 사람에게까지 전이됨으로서 라임병의 감염자수가 늘어날 수 있게 되
는 거지요.
이 외에도, 사슴과 집시나방이 도토리 생산량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있음이 밝혀졌습니다.
“집시나방 - 도토리 - 쥐(사슴) - 진드기 - 박테리아 - 인간”에 관한 이 연구는 개체군간의 복잡한 상호작용
을 보여주는 한 가지 예에 불과합니다.
[배스 개체를 잡아낸다. -> 배스개체군은 감소할 것이다. -> 토종어류 군집이 증가할 것이다.]
위와 같은 예측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그 사이에 연결된 요소들과 그 관계에 대한 생태학적 이해가
필요 합니다. 이러한 바탕 없이 가하는 조절 행위는 ‘그 영향과 결과를 예상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합당
합니다.
생태계(환경과 개체군, 군집)는 상식 수준에서의 접근만으로 쉽게 이해하고 예측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닙니다.
* 생물의 고유성: 창발성
위대한 생물학자 에른스트마이어(Ernst Mayr, 1904~2005, 20세기의 다윈이라 불리는 진화생물학자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생물학적 종의 개념’ : 번식 가능한 자손을 생산하는 생물집단 이 바로 그가 만든 개념이다.)는
그의 저서 ‘This is Biology(1997)를 통해 생물의 고유성으로서 ‘창발성’을 강조했습니다.
“창발성”은 ‘하위차원’에서는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위의 차원’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현상들을 설명합니다.
쉬운 예로, 수소와 산소에 대한 이해(원자 차원의 이해)만으로는 물의 성질과 특성(분자 차원의 이해)을
예측할 수 없습니다.
마이어는 ‘DNA - 세포 - 기관 - 개체 - 개체군 - 군집 - 생태계’ 의 단계적 계층구조를 지닌 생물의 현상은
창발성으로 인해 물리학(환원주의)적 현상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고유성을 지닌다고 말합니다.
한편, 창발성은 생물의 고유 특성을 설명하기도 하지만, ‘하위의 요소(변수)를 전체로 확장시켜 분석하는
사고체계’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키기도 합니다.
생태계는 생물학적 단위 내에서도 가장 위에 속한 복합적인 상위체계로서, 엄밀성 중심의 수학적 사고나
환원적 물리학적 사고만으로 접근할 수 없는 대상입니다. 각각의 요소와 그 상호관계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바탕 되지 않은 단순한 상식만으로는 그 자체에 대해서 알기 어렵고,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도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라임병 사례에서 이야기하고자 한 핵심(생태계의 복잡성을 이해해야 한다)은 전형배님에 잘 짚어주셨습니다. 하지만, 물음표님께 좀 더 부연설명을 하고 싶네요.
물음표님께서 [권율님이 인용하신 라임병 증가의 원인은 도토리 증가입니다. 원래대로 하기 위해서는 토토리를 줄이면 되는 것이죠. 이런것에 구체적인 생태학적인 원리가 필요할까요]라고 말씀하셨지요.
그렇다면, '라임병 증가의 원인이 도토리'라는 사실은 어떻게 알아냈을까요? 그건 다름 아닌 "생태학적 원리에 기반한 연구"를 통해서지요.
'도토리를 줄임으로서 라임병 발병율을 낮출 수 있을 것이다'라는 예측은 '집시나방 - 도토리 - 쥐(사슴) - 진드기 - 박테리아 - 인간'에 이르는 복잡한 생태적 연결고리에 대한 연구결과(생태학적 원리를 이용한)를 통해 가능했던 겁니다.
도토리와 라임병이라는 연관되지 않을 것만 같은 두 요소가 실험과 면밀한 고찰을 통해 연결된거예요. 우리 육수생태계에도 이런 보이지 않는 연결고리(예측을 어렵게 하는 원인)가 무수히 많을 것이고, 그렇기에 생태학 연구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제 의견이 잘 전달되었는지 잘 모르겠군요. 관련개념이나 논지흐름이 확실하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거나 혹은 다른 궁금한 점이 있으면 먼저 질문을 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정중히 답해드릴께요.
제가 계속적으로 하는 말의 요지는, 두분이 지금의 배스,블루길구제사업을 중단하고 생태학적인 연구가 선행되야 한다고 주장하시는 것에 이치에 맞고 객관적인 근거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이에요. 복원생태학에 대해서는 너무나 잘 알겠습니다.
저도 외래어문제의 현재시점에서는 효과적인 구제를 위해서 생태학 연구가 필요할 것 같다는 것은 여러번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필요성과 선행되야 한다는 것과는 전혀 다릅니다. 필요성만 가지고는 선행되야 한다는 근거가 절대 될 수 없는것같네요.
라임병얘기는 생태계파괴의 원인을 밝혀내기 위한 생태학적 연구의 필요성입니다. 인용하신 문구에서도 생태학적 연구의 필요성만을 말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구제사업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시려면, 현재 구제사업의 문제점 등을 따져야 하고, 생태학적인 연구의 필요성만을 주장해서는 아무 소용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외래어 구제사업은 제가 알고 있는 다른 여러 복원 사례과 비슷한 절차를 밟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복원 사례에서 복원 사업이 오히려 생태계에 어떤 악영향을 주고 있었다고 보고된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외래어도 구제하다보면, 황소개구리처럼 부가적으로 다른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수 있을 지도 모르고, 어름치처럼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하면서 변화를 관찰하는 것도 효과적인 복원을 위해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늑대의 복원에 대해 찾아보니 많은 정보가 나옵니다. 미국의 옐로스톤이라는 곳에서는 늑대가 말살된 이후로 생태계가 심각하게 황폐해졌는데 늑대가 사라진것이 그 원인으로 밝혀지면서 90년대부터 늑대를 조금씩 복원했더니 생태계가 급속도로 회복되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모두 좋은 효과가 나타났지만 오히려 악영향이 있었다고 보고된 것은 본적이 없습니다. 대부분의 복원사업은 사람 인식이나 돈,시간 등의 문제였을뿐입니다. 외래어문제는 지금까지 수많은 전문가에게서 거론됐을텐데 설마 그것도 결정안났을리가 있을 것 같지도 않고요.
또 배스의 확산 원인은 아직까지 근절되지 않았다고 봅니다. 배스를 자기가 낚시하고 싶은 수역에 옮겨버리는, 보이진 않지만 일부 속타는 사람이 아직도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구제사업을 적극 홍보하는 것의 영향도 크다고 생각합니다.
참고적으로 우리나라와 상황이 비슷한 일본에서는 우리나라와 거의 같은 구제방법으로 적극적으로 구제하고 홍보하고 있습니다. 또 많은 성과(저밀도관리와 확산예방)를 거두고 있습니다. 얼마전에 제가 올렸었던 글들을 보셨을거라 생각합니다. 그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일본은 복원사업에서 다른 나라에 많은 모범이 되는 나라입니다. 우리나라생태특성에 맞게 연구되야겠지만 공통점도 많을듯. ▶『민물고기공부방』◀ 90번글에 공식적이고 자세한 일본의 배스,블루길 방제 지침이 있는데, 구제 방법은 우리나라와 별 다를게 없습니다. 그내용에서 지침을 배포하는 목적은 다음과 같습니다.
효율적인 방제의 실시를 위해서(때문에)는 다양한 주체의 참가와 제휴가 필요합니다. 향후, 각지에서 여러가지 주체에 의한 방제 사업이 시작된다고 생각됩니다. 이러한 사업을 효과적·효율적 에 진행하는데 있어서, 적절한 목표 설정이나 방제 수법과 관련되는 지견·정보를 정확하게 전달해,
방제열매2시계획의 책정 방법에 대해 명시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에, 방제의 지침을 작성 섬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