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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리어] 07 - 나를 쓸쓸하게 하는 것들
S#1. 주방안.
여전히 바쁘게 돌아가고 있는 주방안. 이주임, 커다란 야채박스를 들고 옮기다가 사무실안쪽을 흘끔 본다.
주방장, 책상앞에서 연회명세표를 살펴보고 있고 그 한쪽으로 벌서듯이 똑바로 앉아 있는 제니의 모습이 보인다.
이주임, 피식 웃으며 지나가면
S#2. 주방장 사무실.
제니, 허리가 아픈듯 쭉 등을 펴면서 손등으로 툭툭 치는데
노주방 : 주방에선 체력이 튼튼해야 돼.
제니 : (멈칫, 등두드리던 손을 얼른 내리고) 네.
노주방 : 낙하산으루 들어온 이상 다른 사람들보다 두배 이상 노력해야할거야. 그렇지 않으면 인정받기 힘들다.
제니 : (낙하산? 뭔뜻인지 모르지만 일단) 네.
노주방 : 동작뿐만 아니라 눈치도 빨라야 돼. 누가 시키기 전에 자기 할 일은 자기가 찾아서 하구.
다른 사람들 일하는데 절대 방해되거나 걸리적거리면 안돼. 무슨 말인지 알아 듣겠니?
제니 : (본다. 보며) 네.
노주방 : (흘끗 보더니 명세표를 한쪽에 놔두고) 따라와.
제니 : (일어서며) 네.
S#3. 주방안.
왔다갔다 벌써부터 점심준비하는 직원들의 움직임으로 바쁘다.
노주방 : 오늘은 여기 꼼짝말구 서서 주방안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것부터 눈에 익혀.
제니 : 꼼짝말구요? 여기서요?
노주방 : 그래. 여기서. (돌아보며) 이주임.
이주임 : 네 조리장님.
노주방 : 나 팀장회의 있어서 올라갔다 올테니까 런치 준비 잘하고, 그리고 어제 치킨 싸우테말인데 너무 바싹 튀겨졌어.
이주임 : 주의하겠슴다.
노주방 : 오늘 일본 단체손님들 들어오니까 쓰시쪽에 특히 신경쓰도록 일르구.
이주임 : 네 조리장님.
노주방 : 수고해. (그러더니 제니한테는 더 이상 아무말없이 가버린다)
제니 : (보면)
이주임 : (노주방장이 사라지는걸 확인한 뒤 제니를 본다) 우리 통성명이나 합시다. 이름이 뭐예요?
제니 : 제니요.
이주임 : (씩 웃으며) 난 이갑수예요. 우리 조리장님 오른팔! 앞으로 잘해봅시다.
제니 : 잘 부탁드립니다. (꾸벅 인사를 하면)
이주임 : 우리 조리장님, 여자들한테 유별나게 괴팍해요. 양식부에 들어온 여자들치고 끝까지 버틴 사람 아직 하나두 없거든요.
그래서 아예 처음부터 정을 안줄라 그러시는거예요. 알구보면 속정 깊은분인데.
제니 : 네에.
이주임 : 잘 견뎌봐요. 그럼 좋은날 올겁니다.
제니 : 감사합니다.
이주임 : (가면)
제니 심호흡을 크게 한번 한다. 잘해낼거야.. 각오에 찬 시선으로 바쁘게 돌아가는 주방을 휘 둘러본다.
S#4. 비상계단 흡연구역.
뻑뻑 담배를 피우며 둘러 서 있는 오형만과 그를 따르는 유팀장, 그리고 몇몇 다른 팀장들.
오형만 : 어쨌든 오늘 회의에서는 우리 모두가 똘똘뭉친 한편이라는 것을 확실히 보여줘야 합니다.
유팀장 : 네 오지배인님.
오형만 : 서울호텔이 결코 한태준이 한사람손에 놀아나지 않는다는걸 똑똑히 보여줘야 해요.
유팀장 : 여부가 있겠습니까 오지배인님.
오형만 : 좋아요. 갑시다. (담배를 비벼끄고 앞장선다)
다들 : (그 뒤를 따르면)
S#5. 사무실 안.
안에 미리와서 앉아 있는 태준과 노주방장, 순정, 진영외 몇몇 사람들.
그 안으로 힘차게 문을 열고 들어서는 오형만과 유팀장, 그리고 몇몇 팀장들.
태준과 오형만의 시선 짧게 부딪힌 뒤 오형만 자리에 앉는다. 유팀장과 다른 사람들도 모두 자리에 앉는다.
오형만 맞은편의 순정을 한번 보면 순정, 오형만을 보며 괜히 치마를 한번 매만진다.
태준 : 다들 모이셨으니 시작할까요.
그 때 다시 문이 열리면서 얼굴을 나타내는 윤동숙. 동시에 다들 자리에서 일어나면
윤동숙 : 일어설 거 없어요. 앉으세요. 그냥 회의 내용이 어떤건가 듣구 싶어서 왔어요.
사장실에 혼자 앉아있자니 따분하기두 하구. 어디까지나 참관인 자격이니까 나 신경쓰지 말구 회의들 해요.
(그러면서 일부러 뒷쪽 진영의 책상쯤에 자릴 잡고 앉는다. 보면)
다시 자리를 잡고 앉는 지배인들.
태준 : 각 업장별 사업계획서와 지난달 매출장부를 검토해봤습니다. 세부적인 것까지는 아직 살펴보지 못했지만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영업실적이 평균치 이하로 계속 떨어지고 있다는겁니다.
오형만 : 비수긴데 영업실적이 부진한건 당연하죠.
태준 : 문제는 저희 호텔이 지금 비수기 성수기 구분해서 가릴만큼 별로 여유로운 상황이 못된다는겁니다.
다들 : (태준을 보면)
태준 : 우리가 이 호텔을 다시 살려낼 수 있는 시간은 앞으로 길어야 두달여 시간뿐입니다. 그 안에 경영정상화는 물론
현재 증축중인 공사까지 마쳐야 합니다. 우선 현재 60%를 밑돌고 있는 객실 점유율을 한달내에 손익분기점인 75%대로
끌어올리는데 중점을 둬야 할겁니다. 호텔 내 여섯군데 음식점에서도 현재보다 2,30%정도 매출을 올릴 수 있도록
현실적인 방안을 검토해서 이번주까지 저한테 제출해주세요.
유팀장 : 이, 이번주까지 말입니까?
태준 : 너무 멀게 잡았습니까?
유팀장 : 아니 그게.. (오형만을 보더니) 그건 불가능합니다. 하루 이틀 갑자기 떨어진 매출도 아니고
어떻게 한달내에 2,30%이상 끌어올리라는 겁니까.
오형만 : 차라리 벼락에 콩을 볶아먹지. 그 편이 쉽겠어.
윤동숙 : (말없이 오형만을 보면)
태준 : 이번주까집니다. 토요일 아침 9시까지 제출하세요.
유팀장 : (보면)
태준 : 이순정씨.
순정 : 네? 네 총지배인님?
태준 : 각 객실마다 시설물에 대한 상황을 좀 체크해줘요. 방별로 새로 교체해야되는 물품목록도 작성해주시구요.
커텐이랑 카펫도 전부 체크해주세요.
순정 : 이번주까지면 되겠습니까?
태준 : 그래요.
순정 : 네 알겠습니다. 총지배인님. (하는데)
오형만 :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난다) 죄송합니다. 더 이상 듣고 앉았기 거북하구만요.
태준 : 앉으세요 오지배인.
오형만 : (보며) 그쯤해두시죠 총지배인님. 각 영업장 지배인들과 사전 협의도 없는 마당에
총지배인 머릿속에서만 결정난대로 통보하는식의 회의.. 저는 받아들일수 없습니다.
태준 : 충분히 검토한 결과 말씀 드리는거예요.
오형만 : 그렇다면 조금 더 면밀히 검토해보시는게 좋을겁니다.
제가 보기에 총지배인님께선 삼년간의 공백이 너무 큰것처럼 보이는군요. (그러더니 밖으로 나간다)
유팀장과 다른 팀장들, 머뭇거리며 오형만을 따라 일어선다. 오형만의 측근들이 나가고 쿵.. 닫히는 문.
S#6. 복도.
밖으로 나오는 오형만과 그 뒤를 따르는 유팀장.
유팀장 : (마음이 약해져서) 저기.. 이건 좀 심한거 아닙니까?
오형만 : 걱정하지 말구 나만 믿어. 이렇게 해도 절대 우릴 자르진 못해. (거들먹거리며 곧장 걸어간다)
유팀장 : (보면)
S#7. 다시 사무실 안.
남아있는 태준과 진영, 순정, 노주방장, 그 외 몇몇 사람들. 그리고 윤동숙, 태준을 보면
태준 : (잠시 간격을 둔 뒤 하던 회의 계속하는 분위기로) 조리장님. 주방쪽 올해 사업 계획서에 요리품평회건이 있든데요.
노주방 : 네? (보다가 얼른) 예. 그게.. IMF 이후에 중지됐던 행산데, 올해부터 다시 시작하면 어떨까하구..
태준 : 주방식구들 사기진작에 좋겠군요. 일정하구 기획서 올려주세요.
노주방 : 그러지. (하다가) 그러죠.
태준 : 그 밖에 각 영업장별 세부 아이템 회의는 팀장님들과 개별적으로 상의한 후 조정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보며) 오늘 회의는 여기까집니다. (서류를 덮는다)
진영 : (태준을 본다)
윤동숙 : (보면)
S#8. 호텔 산책로.
천천히 산책을 하는 윤동숙. 그 옆에서 따라 걷고 있는 태준.
윤동숙 : 오지배인땜에 문제다. 계속 저렇게 편갈라 반대분위기나 조장하구 그러면 총지배인 어려워 어떡하니?
태준 : 처음이라 그럴겁니다. 차차 나아지겠죠.
윤동숙 : 그냥 놓고 보자니 울화통이 터지구 그렇다고 불러다 때려줄수도 없구. 이럴땐 사장이란 사람은 어떻게 해야하는건지 참..
태준 : (웃음)
윤동숙 : 나는 요즘 인생공불 다시 하는거같어. 대체 회사는 뭐구.. 조직은 또 뭔지.
상하관계가 뭐가 이렇게 복잡하고 또 오묘한건지.
태준 : 그러실거예요.
윤동숙 : 집안일만 하던 사람이 사장실까지 꿰어차구 앉았는것두 영 불편하구. (그러면서 작게 한숨을 내쉬면)
태준 : (보며) 뭐.. 다른 걱정 있으세요?
윤동숙 : (씁쓸한 웃음으로) 사실은 영재땜에. 이제 호텔엔 아예 얼굴두 안비추는거 같드라. 뭐가 바쁜지 집에두 잘 안들어오구.
연락은 더더구나 힘들구.
태준 : ...
윤동숙 : 언제 시간나면 총지배인이 영재붙들고 얘기좀 해봐. 그 애 문제가 뭔지. 그래두 남자끼린 좀 통하는게 있잖어 왜.
태준 : 네. 그럴께요.
윤동숙 : 고마워. (분위기를 바꾸며) 그나저나 진영씨랑은 요즘 어때?
태준 : 네? 아.. (웃으면)
윤동숙 : 너무 방심하는거 아냐? 그러다 다른 남자라두 나타나면 어쩔려구 그래. 여자는 말이지 누군가 자기를 깊이 생각하고
아껴주는 사람 나타나면 안그럴려구 해두 자꾸만 마음이 그 쪽으루 쏠리게 되있어.
태준 : 서지배인하구 전.. 그런 사이 아니예요. 그냥 서로 친한 친구사이 하기루 했습니다.
윤동숙 : (흘끗 보더니) 총지배인, 여자맘 알려면 아직 멀었네.
태준 : (? 본다. 보는 위로)
E. 똑똑똑 문소리.
S#9. 사무실 안.
빠꼼히 열리며 들어서는 꽃배달원. 안에 있던 진영과 순정, 돌아보면
꽃배달 : 저기. 여기 서진영씨라구 계십니까?
진영 : 네. 전데요.
꽃배달 : 꽃배달입니다. (하면서 삼백송이쯤 되는 장미꽃을 들고 들어와 진영에게 안겨준다) 여기 싸인좀 해주세요.
진영 : (어리둥절해서 꽃을 받아든 채 겨우겨우 싸인을 한다)
순정 : 어머어머 이 꽃이 다 몇송이야?
꽃배달 : 삼백송입니다.
순정 : 삼백송이.. (진영을 보며) 어제 데이트 한 그 남자가 보낸거야? 응? (부러움으로 보면)
진영 : (어색함으로 씩 웃으며 꽃을 본다. 시선에서)
S#10. 휴게실. (차도 마시고 당구도 칠수 있는 곳)
탁! 큣대로 치면 어지럽게 흩어지는 공들. 동혁, 신중히 공을 골라가며 당구를 치고 있다.
그 뒤로 프레임-인 되는 진영의 모습. 동혁쪽으로 다가서면
동혁, 또 한개의 공을 홀 안에 넣는다. 일어서서 돌아서면 뒤에 서 있는 진영.
동혁 : 왔어요?
진영 : 이거 돌려드릴려구요. (손에 동혁의 외투가 들려져있다)
동혁 : (받아서 한쪽에 대충 내려놓는다. 놓고) 한게임 할래요?
진영 : 아뇨. 전 잘 못해요.
동혁 : 대체 할 줄 아는거, 일 말구 또 뭐 있어요?
진영 : (어색한 웃음)
동혁 : 괜찮을때 시간내요. 내가 한수 가르쳐줄게요. (그러면서 다시 각도를 잡는데)
진영 : (망설이다가) 저.. 꽃 보내신거 말인데요.
동혁 : 받았어요? (탁! 치면 또르르 굴러들어가는 공) 누가 알려주더라구요. 여자들한테 감동 줄려면 꽃이 제일이라구.
(진영쪽으로 돌아서며) 감동 받았어요?
진영 : 네, 받았어요. 고마워요. 그런데..
동혁 : (? 보면)
진영 : 다음부턴 그런거 보내지 마세요. 회사 사무실 저 혼자 쓰는데두 아니구..
투숙객한테 그런 선물 받는거 다른 직원들 보기 좋지 않아요.
동혁 : 동료들때문에 불편해요? 알았어요. 다음부턴 집으로 보낼께요. 됐죠? (다시 당구대쪽으로 돌아서는데)
진영 : 저희 호텔에 묵고 계신동안 최선을 다해 서비스 해드리고 싶어요.
동혁 : (다시 돌아본다) 그런데요?
진영 : 그런데 자꾸 그러시면.. 저 부담되구 불편해져요.
동혁 : (조금 굳어져서) 내가.. 불편해요?
진영 : 동혁씨가 아니라 동혁씨 호의가 불편해요.
동혁 : 호의만 갖구 그러는거 아니예요.
진영 : (? 보면)
동혁 : 나한테 그런말 했었죠? 사랑같은거.. 잘 할 자신 있다구요. 그래서 나도 그 사랑이란걸 한번 해보려는중이예요.
서진영이라는 여자하구.
진영 : ! (본다)
동혁 : (정면으로 마주보면)
진영 : 이만 가봐야겠어요. (시선 피하며 돌아서는데)
동혁 : (그 팔을 잡아 돌이켜 세운다)
진영 : ! (보면)
동혁 : 내 앞에서 등 보이지 말아요. 누가 내 앞에서 돌아서는거 별루 좋아하지 않아요. 버려지는 느낌.. 딱 질색이예요.
진영 : 놓으세요. 여긴 제 직장이예요.
동혁 : 직장안에선 사랑도 못하게 되있습니까? 규칙에 그렇게 써있기라도 해요?
진영 : 동혁씬 저희 호텔 손님이세요. 전 이 호텔 직원이구요.
동혁 : 손님이 아니라면. 그럼 일대일로 만날수 있어요? 남자대 여자루?
진영 : (본다. 보더니) 죄송합니다. (동혁의 손을 뿌리치며 황급히 밖으로 나간다)
동혁 : (표정없이 본다)
S#11. 복도.
거의 뛰다시피 걸어나오는 진영. 잠시 어디로 갈까 왔다갔다.. 그러더니 끝내 비상구문을 열고 나간다.
S#12. 옥상.
문을 열고 옥상까지 올라온 진영. 잠시 난간을 잡고 후! 후! 숨을 몰아쉰다.
그래도 진정이 안되자 국민체조할때처럼 팔을 들었다 올렸다하며 호흡을 정리한다. 하면서
진영 : 정신차려 서진영. 그냥 한번 찔러본걸거야. 그래. 동요하지 말자. 동요되면 안돼. 후우! 후우! (계속 심호흡)
S#13. 휴게실 안.
큣대를 든 채 당구대에 기대앉아있는 동혁, 그의 표정도 꽤 심난해져 있는 듯.. 창밖을 바라보는데
그 때 안으로 들어서는 엄실장. 한쪽 옆구리엔 언제나 들고 다니는 서류가방이 들려져있다.
엄실장 : 여기계셨군요. 한참 찾았습니다. 헬스장, 사우나, 수영장.. 테니스장까지요.
동혁 : ...
엄실장 : (서류가방에서 부시럭거리며 꺼내며) 시중 체권가격을 좀 알아봤는데요.
그게 우리가 생각했던것보다 좀 비싼편이드라구요. 일단 매입은 시작했습니다만.. (보면)
동혁 : (전혀 듣고 있지 않다)
엄실장 : (빤히 보며) 보스.. 어디 아파요?
동혁 : (잠시 그대로 있더니) 오늘은 일 얘기 안하고 싶어. (그러더니 큣대를 당구대위에 던져놓고 나간다)
엄실장 : (충격받은 멍한 표정으로 본다. 보더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저 괴물이 일을 마다하네? (빤히 보는 표정에서)
S#14. 동혁의 방.
안으로 들어서는 동혁. 자기도 이런 기분이 왜 드는건지 그저 복잡하기만 하다. 잠시 서성이다가 그대로 욕실로 들어간다.
S#15. 욕실 안.
물을 틀어놓고 거칠게 세수를 해대는 동혁. 그러더니 거울속에 자신을 들여다본다.
동혁 : 신동혁.. 너 어떻게 된거냐. (들여다보는데서)
S#16. 로비.
콘시어즈 책상앞에 앉아있는 진영도 평소와 달리 멍한 표정으로 한곳을 쳐다보고 있다.
그 때 손님이 그 앞으로 오자, 진영, 얼른 손님쪽을 쳐다보면.
S#17. 주방안.
바쁘게 돌아가는 주방안.
제니, 여전히 꼼짝말라고 한 그 자리에 서 있다. 한자리에 너무 오래 서 있어서 다리가 아프고 절여온다.
그러나 노주방장, 끝내 모른척하고 다른 직원들에게만 뭔가 지시한다.
제니, 순간 오기가 발동하는 표정.. 한쪽에서 이주임과 서너명의 주방보들이 감자를 까는것을 본다.
그러더니 갑자기 소매를 걷어부치며 같이 끼어들어 감자를 집어든다.
이주임 : 어? (보면) 제니씨.. 왜 이래?
제니 : 주방장님이 그러셨어요. 자기 할 일은 자기가 찾아서 하라구요. (그러더니 감자를 까기 시작한다)
이주임 : (얼른 주방장쪽을 살피면)
한쪽에서 흘끔 쳐다보는 노주방장, 제법 쓸만은 하겠군.. 그러면서 다시 돌아서면.
S#18. 로비앞 현관.
끼-익! 와서 멈춰서는 영재의 지프. 차에서 내린 영재, 날듯이 호텔안으로 뛰어들어간다.
직원들, 지나가는 영재를 흘끗흘끗 돌아보면.
S#19. 칵테일 바.
안으로 들어서는 영재, 안을 휘 둘러본 뒤 한쪽에 앉아 있는 윤희를 본다.
영재, 잔뜩 기대어린 표정으로 다가가 앉는다.
영재 : 오늘 해가 서쪽에서 떴냐? 왠일루 니가 나한테 전활 다하구. 거기다 여기까지 찾아오구.
미희 : (다가와) 뭐 마실것 좀 갖다드릴까요?
영재 : 아뇨. 됐어요.
미희 : (웃으면서 가면)
영재 : 뭐야. 무슨 일이야?
윤희 : 이 호텔에서 일하고 싶어. 나.. 일하게 해줄수 있지?
영재 : 뭐?
윤희 : 사실 나 집에서 나왔어. 앞으로 혼자 살아갈려면 돈두 필요하구 일도 필요해. (보며) 여기서 일할 수 있게 좀 도와줘.
영재 : (의외로 본다. 보는 시선에서)
S#20. 사장실.
윤동숙 : (고개를 들어 보며) 뭐? 누굴 취직 시켜줘?
영재 : 제 친구요. 당장 돈이랑 있을데가 필요한데.. 저밖에 부탁할 사람이 없대요. 우리 호텔에서 일 할수 있게 도와주고 싶어요.
윤동숙 : (본다)
영재 : 그렇게 해주세요.
윤동숙 : 그래. 일주일만에 에미 얼굴 보러 와서 할 말 있다는데 친구 일자리 부탁이었니?
영재 : (보면)
윤동숙 : 그 친구 아니었음 너.. 엄마한텐 찾아올 일두 없었겠구나. 그치?
영재 : (슬쩍.. 시선 외면하면)
윤동숙 : (잠시 아들을 보더니) 이건 나 혼자 결정할 수 있는일이 아니다. (그러더니 인터폰을 누른다)
비서F : 네 사장님.
윤동숙 : 총지배인 좀 불러줘요.
영재 : (멈칫.. 본다)
S#21. 비서실.
안으로 들어오는 태준. 비서, 얼른 일어나 예를 갖춘 뒤
비서 : (인터폰으로) 사장님, 총지배인님 오셨습니다.
윤동숙 : 들어오라 그래요.
비서 : (문을 열어준다)
태준 : (안으로 들어간다)
S#22. 다시 사장실 안.
안으로 들어서는 태준, 윤동숙과 영재를 본 뒤 한쪽에 앉는다.
윤동숙 : 총지배인. 지금 내 아들이 개인적인 부탁을 해왔는데.. 친구를 호텔에 좀 써달래요. 어떡하면 좋겠어?
난 총지배인 하자는대로 할께.
태준 : (영재를 본다)
영재 : (태준의 시선을 피해 고개를 돌리면)
태준 : 친한 친구니?
영재 : (마지못해) 네.
태준 : 그 부탁.. 꼭 들어줘야 하는거야?
영재 : 들어주고 싶어요.
태준 : 좋아.
윤동숙 : (태준을 본다)
영재 : (역시 의외라는 듯 태준을 보면)
태준 : 대신 조건이 있어. 영재 너두 다시 호텔에 출근해.
윤동숙 : (이번엔 영재를 본다)
영재 : (보면)
태준 : 그 동안 결근한건 월급에서 감봉처리 할거야. 앞으로 어떤 이유로든 지각이나 조퇴, 결근은 허락 안돼.
당장 쓰러져서 병원으로 실려가기 전까진 무슨 일이 있어도 호텔에 나와. 당분간 비번도 없을거다.
무단결근에 대한 벌이야. 만약 이 모든걸 어기면, 너뿐만 아니라 니 친구도 해고야.
영재 : (기막혀) 지금.. 뭐하자는거예요?
태준 : 사람 하나 쓰는거 쉬운일 아니야. 그 정도 부탁을 해왔을땐 너도 감수해야하는게 있어야지. 그래야 공평한거 아니야?
영재 : (노려본다. 보더니) 좋아요. 하죠. 하면 되잖아요.
태준 : 지각도 안되고 조퇴도 안돼.
영재 : 알았어요.
태준 : 결근도 안돼.
영재 : 알았다구요. 지각, 조퇴, 결근.. 안해요. 됐어요? (그러더니 벌떡 일어나 나가면)
태준 : (그 뒤에 대고) 친구 데리구 내 사무실로 찾아와. 그리구 영재 넌 당장 오늘부터 일 시작해.
영재 : (한번 돌아본다. 보더니 그대로 쿵! 문을 닫고 나간다)
윤동숙 : 쟤가 쟤가 어우.. (보며) 저래서 제대로 할 수 있겠어?
태준 : 친구때문이라면 혹시 모르죠. 의리있는 녀석이니까요. (보면)
S#23. 칵테일 바.
영재, 꿀꺽꿀꺽 유리잔 가득 담긴 냉수를 단숨에 마셔버린다.
윤희 : 왜 그래? 잘 안됐니?
영재 : (보더니) 잘됐어. 총지배인이 사무실로 찾아오래.
윤희 : (순간 표정 환해지면서) 그래? 고마워 영재야.
영재 : 너.. 정말 집엔 안돌아갈거야?
윤희 : 안돌아갈거야. 아버지한테 기대서 아버지 계획대루 사는거 더 이상 안하구 싶어. 안할거야.
영재 : 호텔 일 만만하게 보지마. 너 못견딜 수도 있어.
윤희 : 만만하게 본 적 없어. 걱정마. 나.. 잘 할 자신 있어.
영재 : (한숨.. 윤희도 윤희지만 나도 걱정이다. 시선을 창밖으로 돌리면)
윤희 : (역시 다른 생각으로 창밖을 내다본다. 보면)
S#24. 태준의 방.
똑똑똑. 노크소리.
태준 : (업무일지를 들여다보며) 네.
문이 열리면서 안으로 들어서는 영재.
태준, 고개들어 본다. 그러다 멈칫, 다시 보면 영재 옆으로 따라들어서는 윤희.
태준 : (순간 놀라서) 영재 너.. 니가 말한 친구가..
영재 : 네. 제 친구예요. 인사해 윤희야. 우리 호텔 총지배인님이셔.
윤희 : 김윤희라고 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태준 : (멍하니 보면)
윤희 : (웃으면서 본다)
윤희의 웃는 얼굴에서 스틸.
S#25. 호텔전경. (새벽)
S#26. 직원전용통로.
커피를 뽑아들고 걸어오는 노주방장. 이른 새벽이라 당직직원들만 간간히 눈에 띌 뿐 비교적 한산하다.
노주방장 주방쪽으로 막 들어서서 불을 켜려는데
S#27. 주방.
환하게 켜져 있는 불. 노주방장, 여기저기 돌아보면 아무도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 때 저 안쪽에서 노랫소리가 들린다.
노주방장 천천히 소리가 나는쪽으로 걸어가보면.
S#28. 야채실.
귀에 이어폰을 끼고 신나게 노래를 따라부르는 제니. 마대를 들고 여기저기 깨끗이 닦고 있다.
그 뒤로 나타나는 노주방장, 새벽부터 혼자 나와 일을 하고 있는 제니를 본다.
노주방장 손목시계를 들어서 보면 새벽 6시를 조금 넘어서고 있다.
제니, 노주방장이 보는줄도 모르고 한참 노래의 클라이막스를 불러댄다.
노주방장, 짐짓 웃으며 본다. 돌아서면.
S#29. 도로. (아침)
복잡하게 차가 막히는 도로. 지프안에 타고 있는 영재, 초조하게 시계를 들여다본다.
안되겠는지 좌회전 깜박이를 켜면서 급하게 차선을 이동한다. 뒤에서 빵빵거리는 차들을 무시하고 달린다.
S#30. 호텔 뒷쪽. (감수실과 통하는 입구)
급하게 다가와 한쪽에 세워지는 영재의 차. 영재, 차를 세우자마자 날듯이 뛰어내려 입구로 뛰어간다.
S#31. 검수실 앞 복도.
막 안으로 뛰어들어오던 영재, 마침 검수실안에서 무거운 박스를 들고 나오던 제니와 쿵! 부딪힌다.
넘어지면서 들고 있던 박스를 떨어뜨리는 제니.
영재 : 미안합니다. (급하게 뛰어가버리고)
제니 : 헤이! (불러보지만)
영재, 코너를 돌아 사라진다. 넘어지면서 까져버린 손바닥을 아픈표정으로 보는 제니, 얼른 박스안을 살펴보면
유리병으로 된 소스통들이 완전히 다 깨져버렸다.
제니 : 뎀잇! (영재가 사라진쪽을 다시 한번 노려보면)
S#32. 직원전용통로.
복잡하게 오가는 사람들.
그 사람들 사이로 영재, 급하게 뛰어서 지나가다가 다시 되돌아와 타임 체크를 한다. 찰칵!
S#33. 탈의실.
급하게 옷을 갈아입는 영재, 대충 옷이며 신발을 갈아입고 신어가며 다시 뛰어나간다.
S#34. 로비.
땡! 엘리베이터 소리와 함께 내려서는 태준. 로비쪽으로 쭉 걸어오면 직원들 태준을 향해 가볍게 목례하며 지나간다.
직원1도 청소하다 말고 태준에게 목례하면
직원1 : 안녕하십니까 총지배인님.
태준 : 안녕하세요. 허리 안좋으시다는건 좀 어떠세요?
직원1 : 아이구 그런걸 다 기억하구 계셨습니까? 이젠 괜찮습니다.
태준 : 무리 안가게 조심하세요.
웃으면서 프론트쪽으로 발을 옮기는데 막 직원전용문을 열고 뛰어나오는 영재, 태준과 정면으로 맞닥드린다.
태준, 영재를 본 뒤 시계를 보면 정확히 아홉시가 된다. 영재, 태준을 보며 숨이 턱에 차서 겨우
영재 : 정확히 아홉시예요. 지각 아니라구요.
태준 : 그래 지각은 아니야. 하지만 손님 맞을 준비가 하나두 안되있잖아.
영재 : (보면)
태준 : 다시 내려가 복장점검부터 다시해. 세수하고, 땀냄새 없애구 머리두 단정하게 빗구. 그리고 다시 올라와.
그 때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지각으로 처리할거다. 내일부턴 십분쯤 일찍 도착하는게 좋을거야.
(그러더니 엄격한 표정으로 영재를 지나쳐 간다)
영재 : (본다. 죽겠는 표정으로 보면)
S#35. 레스토랑.
아직 오픈시간 전인 레스토랑안. 한참 오픈준비로 분주한 식음팀 직원들.
그 한쪽구석에선 윤희, 유팀장으로부터 교육을 받는중이다.
태준, 그 앞으로 지나치나다 한번 돌아본다. 그러다 한쪽을 보면
유팀장 : 우선 기물 기본 세팅부터 시작할까요?
윤희 : 먼저 테이블 클로쓰를 갈고 포크, 나이프, 물잔을 놓은뒤 가운데 쏘 플레이트를 놓습니다.
마지막으로 냅킨은 접시위에 올려놓습니다.
유팀장 : 일품요리 세팅에 대해 말해보세요.
윤희 : 에피타이저, 메인요리, 후식순으로 미리 놓여져 있는 애피타이저용 포크와 나이프 안쪽에다
메인요리용 포크와 나이프를 놓고 그 안쪽으로 커피 스푼을 놓습니다.
유팀장 : 정찬요리 세팅은?
윤희 : 일반적으로 여섯개 코스가 있습니다. 에피타이저, 숩, 샤벳, 메인요리, 디저트, 커피순으로
만약 와인을 주문하면 와인잔을 놔주고 그 다음 먹는 순서대로 바깥쪽에서부터 안쪽으로 기물을 놓습니다.
유팀장 : 암기실력은 괜찮군요. 어디 솜씨도 머리만큼 좋은지 볼까요? 정찬세팅부터 한번 해봅시다. (타이머를 누르며) 시작!
윤희, 세팅을 시작한다. 그러나 생각처럼 손이 잘 따라주지 않는다.
유팀장 : 에피타이저용 포크와 메인포크가 바꼈습니다.
윤희 : (얼른 위치를 바꿔가며 하는 위로)
유팀장 : 간격이 너무 좁습니다.
윤희 : (다시 만지다가 실수로 포크를 떨어뜨린다, 얼른 주워서 올려놓으면)
유팀장 : 떨어진 포크는 다시 테이블에 올려놓는게 아닙니다. 손님들 입으로 들어가는 기물이예요. 명심하세요.
윤희 : 알았어요.
유팀장 : 습니다.
윤희 : 알겠습니다.
유팀장 : 서빙은 입으로만 좔좔 외운다고 되는게 아닙니다. 손으로 익히고 마음으로 익히고. 될때까지 연습, 연습, 또 연습.
알겠습니까?
윤희 : 알겠습니다.
유팀장 : 총지배인빽으로 들어왔다고 맘편히 일할 생각하지 마세요.
능력없고 가능성 없어보이면 나, 언제든지 김윤희씨 짜를수 있는 사람입니다.
윤희 : 편히 일하겠다 생각 한적 없었어요.
유팀장 : 습니다.
윤희 : 없었습니다.
유팀장 : (흘끗 보더니) 오늘안으로 기물실에 있는 기물들의 위치, 종류, 전부 파악하도록 하세요.
그리고 메뉴판에 있는 요리이름 이번주 안으로 완벽하게 외워놓도록 합니다. 알겠습니까?
윤희 : 네.. (하다가 얼른 덧붙여) 알겠습니다.
유팀장 : (떨떠름하게 본 뒤 한쪽으로 프레임-아웃)
일각, 지켜보던 태준, 잠시 보다가 그대로 지나간다.
윤희 , 후..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테이블위를 정리한다.
S#36. 기물실.
종이에 열심히 적어가며 기물들의 위치를 확인하는 윤희. 실제로 하나씩 기물들을 꺼내서 확인해본다.
그러다 맨위에 있는 그릇으로 손을 뻗어 잡으려는데 잘 닿지 않는다. 그 때 뒤에서 나타나는 손이 그릇을 집어준다.
윤희 : (? 돌아보면)
영재 : (그릇을 넘겨주며) 할 만 하니?
윤희 : (받으며) 응. 생각보다는 괜찮아.
영재 : 직원숙소는 어때? 있을만 하구?
윤희 : 응 있을만 해. (하면서 그릇을 도로 제자리에 올려놓으려하자)
영재 : (얼른 받아 올려놔주며) 오늘 저녁때 끝나구 뭐하니? 은주 불러서 오랜만에 신나게 놀까?
윤희 : (계속 다른 기물들을 살펴보며) 늦게까지 할 일 많아 나. 세팅연습두 해야하구 또 메뉴판에 있는 요리도 전부 암기해야돼.
유지배인님 굉장히 빡빡한 사람이야. 말끝마다 총지배인빽 너무 믿지 말라구 엄포야. 총지배인님하구 사이가 별룬가봐.
그래서 더 신경쓰여. 내가 잘못해서 괜히 총지배인님만 난처해질까봐.
영재 : (그 말에 본다. 보며) 너.. 혹시 태준이 형한테 관심있니?
윤희 : 그런거까지 일일히 너한테 말해야해?
영재 : 그 형 좋아하는 여자 있어. 알구 있어?
윤희 : 알아. (보며) 하지만 결과는 아무도 모르는거야. 아무도 가보지 않았으니까. 만약 이 사랑이 이뤄지지 않는다해두
나.. 피해갈 맘 없어. 어차피 내 평생에 사랑같은거.. 한번뿐일테니까. (그러더니 그대로 저쪽으로 가버린다)
영재 : (본다. 보다가) 이 따 끝나구 보자. 기다릴께.
윤희 : (대답없다)
영재 : (보면)
S#37. 주방쪽 통로.
기물실에서 나오는 영재, 작게 한숨을 내쉬고 한쪽에 기대선다. 침울한 표정인데
노주방E : 잘했다. 아주 잘했어. 어?
영재 : (? 멈칫 주방쪽을 돌아보면)
S#38. 주방안.
박스안으로 완전히 깨져서 범벅이 된 소스병들. 그 옆에서 고개를 떨구고 있는 제니에게
노주방 : 대체 정신을 어따 팔구 다녔길래 박스를 놓쳐? 어?
제니 : 죄송합니다.
노주방 : 그깟 소스통 한박스쯤 깨먹은거갖구 무슨 생난리냐 그러겠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마음의 문제야.
이게 니꺼라구 생각했어봐. 그렇게 정신빼놓구 댕기면서 깨먹었겠냔 말이야.
제니 : ... (변명도 없이 그저 고개를 숙이고 있으면)
노주방 : 얼른 다시 가서 가져와!
이주임 : 네 조리장님. (옆에 서 있다가 얼른 가려는데)
노주방 : 누가 자네더러 가랬어?
이주임 : 네?
노주방 : (제니를 보며) 한번만 더 깨뜨리면 그 땐 해고야.
제니 : (? 보면)
노주방 : 뭘 멍청히 보구 섰어. 파딱파딱 움직이지 않구선.
제니 : 네. 조리장님! (그러더니 재빨리 뛰어나간다)
노주방 : 자넨 이거나 치워.
이주임 : 네. 조리장님. (소스병이 깨져 범벅이 된 박스를 치우는데)
노주방 : 그리구 오늘은 제니한테 물닿는 일 시키지 마라. 거.. 아까보니 손바닥이 죄다 까졌드라.
이주임 : 네. (보면)
노주방 : (돌아서서 간다)
이주임 : (빙긋 웃는다)
S#39. 주방통로.
밖으로 서둘러 나오던 제니, 입구에 서 있던 영재와 마주친다. 제니, 흘끗 본뒤 그대로 지나쳐 간다. 영재, 돌아보면
S#40. 검수실.
안으로 들어서는 제니. 목록에 적힌대로 소스병들을 박스에 담기 시작한다.
그 뒤로 따라들어오는 영재. 잠시 머뭇하면서 보다가
영재 : 주방에서 혼나는 소리 다 들었어요.
제니 : (대꾸없이 소스병들을 박스에 담는다)
영재 : 아까 나랑 부딪혀서 그렇게 된거죠? 미안해요.
제니 : (소스병들을 다 담더니 끙! 들어올린다)
영재 : (얼른 다가가 도와주려는데)
제니 : 비켜줄래요. 나 이거 깨뜨리면 그 땐 정말 해고래요. 나요. 여기서 해고당하면 할 일두 없구 갈데도 없어요.
미국으로 다시 가야할지도 몰라요. 그렇게 되면 그 쪽이 책임질래요?
영재 : ?
제니 : 책임 못질거면 빨리 비켜요. (그러더니 그대로 밀고 지나가버린다)
영재 : (본다. 뭐 저런 여자가 다 있어? 보는데서)
S#41. 검수실 앞.
무거운걸 들고 나오면서 제니 스투핏!
S#42. 엘리베이터 앞.
프레임-인 되는 태준, 엘리베이터앞에 선다.
그 옆으로 서너명의 중년 사업가들 프레임-인 되서 서면 문이 열리는 엘리베이터.
태준, 그들이 다 타는걸 기다렸다가 맨 마지막에 올라탄다. 문이 닫히면.
S#43. 엘리베이터 안.
태준과 중년 사업가들 각자 층수를 누르는 가운데
중년1 : 장사장 그 얘기 들었어?
중년2 : 뭐?
중년1 : 한강유통 김회장 말야. 이번에 미국에서 M&A전문갈 들여왔다든데.
중년2 : 엠엔에이 전문갈? 왜?
태준 : (표 안나게 듣는 위로)
중년1 : (한층 낮춰서) 김회장 여기 서울호텔부지에 마음두고 있는거 몰랐어? 그렇잖아두 적자땜에 간당간당하는데다
최사장까지 가구 없으니까 기회는 요때다, 이참에 꿀꺽 해먹을려구 그러는거지.
태준 : ...
중년2 : 대체 어떤 대단한 사람이길래 미국까지 가서 모셔와?
중년1 : 한강유통 기획실까지 다들 쉬쉬하는 분위기라 잘은 모르지만 암튼 굉장히 실력있는 사람인가봐.
미국쪽에서도 날리던 선수래.
중년2 : 이거 이러다 서울호텔 정말루 문닫는거 아니야.
중년1 : 그러게.
태준 : ....
동시에 땡.. 하고 엘리베이터 문이 열린다.
태준, 뒤늦게서야 자기가 내려야 할 층수라는것을 알고 문이 닫히기 전에 얼른 내린다.
S#44. 복도.
엘리베이터에 내린 태준, 심난한 표정으로 한번 돌아본다. 표정에서.
S#45. 태준의 사무실.
문이 열리면서 급하게 안으로 들어서는 태준, 수첩에서 누군가의 전화번호를 찾는듯 뒤적이다가 찾아내고는
수화기를 들고 번호를 누른다.
태준 : 한신펀드의 정대철실장 좀 부탁합니다. (기다렸다가) 정실장? 나 한태준이야. 어 그래 오랜만. (웃음) 글쎄 그렇게 됐어.
인사는 나중에 따루 만나서 할게. 나저나 한강유통에서 미국 엠앤에시 전문갈 데려왔다든데. 뭣 좀 들은거 없어? (듣고)
그게 혹시 누군지 알아봐줄 수 있을까? 그래 고마워. 부탁할께. (수화기를 내려놓는다)
자리에서 일어서는 태준, 창밖을 향해 돌아선다. 미국에서 온 전문가라.. 누굴까. 시선에서.
S#46. 수영장.
풀을 가로지르며 수영을 하고 있는 동혁, 거침없이 물살을 가르는 모습.
S#47. 호텔빌라 전경 (동혁이 쓰는 빌라)
S#48. 동혁의 방.
방 한켠에 켜져있는 팩스에서 신호음이 울린다. 잠시후, 지이..하고 뽑아져 올라오는 종이한장. 뭐라고 간단히 적혀있다.
엄실장, 사과를 아삭아삭 깨물어먹으며 대수롭지 않게 종이위의 내용을 읽는다. 그러다 멈칫.. 보면
팩스에서 한장 더 감겨올라오는 종이. 그 위로 선명하게 드러나는 어느 60대 초반의 얼굴. 동혁의 아버지 얼굴이다.
엄실장, 사과를 입에 문 채 빤히 본다. 보는데 그 때 문이 열리면서 안으로 들어서는 동혁.
엄실장, 자기도 모르게 얼른 보고 있던 팩스종이를 내린다.
동혁 : 점심은 간단히 초밥으로 시켜먹지.
엄실장 : 네? 네...
동혁 : (노트북앞으로 가서 전원을 켜며) 다음주부터 은행쪽 사람들을 좀 만나봐야겠어. 서울호텔 채권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은행부터 스케쥴 좀 잡아봐. 그리구 참, 오늘 한강유통 김회장하구 약속있었지? 그게 몇시였지?
엄실장 : (다른 생각)
동혁 : (돌아본다) 엄실장.
엄실장 : 네?
동혁 : 지금 무슨 생각 하는거야?
엄실장 : 아, 아닙니다.
동혁 : 뭐야. 무슨 일이야.
엄실장 : 저 그게. 그러니까.. (망설이다가) 보스가 찾아보라던 사람 말인데요 아무래도 찾은것 같습니다.
(팩스종이를 동혁앞으로 내밀며) 좀 전에 들어온겁니다. 아버님이 맞는지.. 확인을 좀 해달라구..
동혁 : (천천히 팩스종이를 받아들어 그 안의 사진을 본다. 순간 굳어지는 표정)
엄실장 : 맞습니까? (보면)
동혁 : (말없이 사진을 본다. 보더니) 오늘 오후에 있는 약속.. 전부 취소해.
엄실장 : (보면)
S#49. 김복만의 사무실.
서류를 결재하고 있는 김복만. 인터폰이 울리면 수화기를 집어든다.
김복만 : 무슨 일이야.
소리F : 신동혁씨쪽에서 연락이 왔는데요. 오늘 약속을 다음으로 미루셨으면 하십니다.
김복만 : 왜.
소리F : 갑자기 급한일이 생기셨답니다.
김복만 : 알았어. 할 수 없지. 나중에 다시 연락한다 그래. 아, 그리구. 이비서 좀 들어오라구 해.
소리F : 네 알겠습니다.
김복만 : (수화기를 내려놓으면)
잠시 뒤 노크소리와 함께 수행원 들어온다.
수행원 : 부르셨습니까 회장님.
김복만 : (서류에 시선준 채) 왜 아직도 아무소식이 없어. 윤희 나간지 벌써 엿새째야.
애 하나 찾는데 왜 이렇게 시간이 걸리는거야.
수행원 : 계속 수배중입니다.
김복만 : 서둘러. 신속하구 조용하게. 괜히 밖으로 말나지 않게 각별히 조심시키구.
수행원 : 네.
김복만 : 나가봐.
수행원 : (목례. 밖으로 나간다)
김복만 : (신경질적으로 서류에 싸인한 뒤 마지막 일점을 탁! 찍으면)
S#50. 호텔 길.
진영, 벚꽃나무가 흐드러지게 핀 길을 걸어올라오고 있다. 그 때 그 뒤로 보이는 미희. 진영을 알아보고 뛰어와 옆에 선다.
미희 : 서지배인님.
진영 : 어. 미희씨. 지금 출근해?
미희 : 네. 오후 근무거든요. 서지배인님두 오늘 당직이세요?
진영 : 응.
미희 : 저기요 서지배인님, 그 소문 사실이예요? 호텔 손님중에 한분이 서지배인님한테 장미꽃 삼백송이 선물했다면서요.
진영 : 또 이순정씨구나? 그치?
미희 : 어느 방에 묵으시는 손님인데요. 네?
진영 : 관심꺼. 관심가질만한 사건 아니야.
미희 : 아이 서지배인님 정보 좀 주세요. 네?
진영 : 어이구 참. (픽 웃는데)
그 때 저쪽에서 내려오는 동혁의 차. 진영, 동혁의 차를 알아보고 멈칫.. 걸음을 멈추고 보면
운전석에 앉은 엄실장과 뒷좌석에 탄 동혁이 보인다. 차 안에 타고 있는 동혁, 잔뜩 굳어진 표정으로 앞만 응시하고 있다.
진영, 그냥 자신을 지나쳐 멀어지는 동혁의 차를 돌아본다. 보면
S#51. 달리는 차 안.
동혁이 앉아있는 뒤유리창으로 멀어지는 진영의 모습.
동혁 : 좀 더 밟아.
엄실장 : 네. (속력을 낸다)
동혁 : ... (시선에서)
S#52. 속초 포구 전경.
선술집들이 즐비한 곳. 들어오는 배도 없고 대체적으로 한산한 포구한쪽으로 프레임-인되는 동혁의 차, 한쪽에 멈춰선다.
엄실장, 차에서 내려 한쪽에 있는 횟집장사앞으로 다가선다.
횟집 : 아이구 어서옵쇼. 오늘은 물이 아주 좋습니다.
엄실장 : (회들을 한번 둘러보며) 싱싱하네요.
횟집 : 요즘은 농어가 제철이라 아주 좋습니다. 오늘 아침에 막 들어온게 있는데..
엄실장 : 저기 회를 먹으러 온게 아니라.. (사진이 박혀있는 팩스종이를 보여주며) 이 사람을 찾고 있는데요.
이 근처에서 살고 있다고 들었는데 혹시 아십니까?
횟집 : (유심히 보더니) 이거 신씨 아냐?
엄실장 : 아십니까?
동혁 : (차 안에서 보면)
횟집 : 저 쪽 저 포구끝에 가면 옥자네라구 선술집이 하나 있는데 거기가서 찾아보드래요.
엄실장 : 옥자..네요? 거기가 이 양반댁입니까?
횟집 : 아이구 그 양반댁은요. 노름때문에 집두 절두 읎어진지 오래예요.
생활보조금으루 한달에 팔만원짜리 여인숙에서 근근히 산다든데요 뭐. 옥자네는 한 때 신씨랑 정붙여먹던 술집여자예요.
엄실장 : 아.. 네. (그러면서 동혁쪽을 돌아보면)
동혁 : (시선, 앞으로 돌리며 창문을 올린다)
S#53. 순자네 선술집앞.
그 앞에 와서 멈춰서는 동혁의 차.
엄실장 : 여긴거 같은데요. (그러면서 내리려는데)
동혁 : 됐어. 차에서 기다려.
엄실장 : (? 보면)
동혁 : (혼자 차에서 내린다)
동혁, 잠시 서서 선술집을 쳐다본다. 선뜻 들어가지 못하고 잠시 망설이는데
그 때 늙수그레한 노인 하나가 동혁앞을 지나간다. 동혁 멈칫.. 보면
노인, 바로 얼마쯤 앞에서 허리를 구부려 제법 긴 장초를 하나 주워든다.
횡재했다는 표정으로 훅훅 불더이 입에 물고는 불을 찾는 듯 주머니를 더듬거린다.
동혁, 그 노인을 빤히 쳐다본다. 노인, 동혁을 발견하고 다가와
신씨 : 이봐 젊은이, 불 좀 있수?
동혁 : (본다)
신씨 : 불 좀 있냐구.
동혁, 잠시 보더니 주머니를 더듬어 호텔에서 가져온 성냥(호텔마크가 찍힌 성냥)을 꺼내 불을 붙여준다.
신씨, 길게 담배연기를 들이마시더니 고맙다는 인사도 없이 선술집으로 들어간다.
동혁, 그저 빤히 쳐다보는 위로.
옥자E : 아이구 내가 미쳐! 미쳐죽어! 저 꼴도 보기 싫은 인간 왜 또 남의집 문간을 넘어오구 지랄이야! 어?
신씨E : 이년아. 악쓰지 말구 국밥이나 하나 말아줘.
동혁 : .... (말없이 본다. 보는 시선에서)
S#54. 선술집 안.
손가락 푹 담근 국밥을 개한테 주듯 텅! 신씨앞에 던져놓는 옥자(50대 초반 여성).
옥자 : 아이구 징그러. 전생에 무슨 철천지 웬수를 졌길래 찰거머리딱지마냥 떨어지지두 않어 그래. 응?
신씨 : (천연덕스럽게 후루룩 국물을 떠먹으며) 어. 시워언허다. 누가 뭐래두 옥자 니 국밥이 대한민국에서 제일이다. 제일.
넘버원이야.
옥자 : 잔소리말구 어서 쳐먹구 꺼지기나 해. (그러면서 돌아서는데)
드륵. 문이 열리면서 들어서는 동혁. 옥자, 너무나 고급스러운 손님에 잠시 멍하니쳐다본다.
동혁, 국밥만 맛있게 떠먹는 신씨를 잠시 보더니 안으로 들어와 한쪽 구석에 다른 자릴 잡고 앉는다.
옥자, 순간 살갑게 태도가 바뀌면서
옥자 : 아이구 왠 대낮부터 타지손님이래? (얼른 물잔을 날라주며) 뭐 드실라우?
동혁 : 뭐 있습니까.
옥자 : 그야 없는거 빼구 다 있지 뭐. (웃고) 원래 우리집이 매운탕이 유명한데 그게 좀 비싸면 낚지볶음이나 굴파전두 괜찮구.
동혁 : 아무거나 주세요.
옥자 : 그럼 매운탕으로 할까? 술은? 술은 안하시구?
동혁 : ...주세요.
옥자 : 알았어요. 잠깐만 기다려요. (좋아서 안으로 뛰어들어간다)
동혁 : (신씨를 본다)
신씨 : (땀을 닦아가며 맛있게 먹는다)
옥자, 김치에 소주, 그리고 잔 하나를 먼저 내온다. 동혁, 잔 하나를 잠시 보더니.
동혁 : 여기 잔하나 더 주세요.
옥자 : (좋아서) 나두 주게? 아이구 난 낮술은 잘 안받는데.. (하는데)
동혁 : (무시하고 신씨를 향해) 어르신. 한잔 하시겠습니까?
신씨 : (? 고개를 들어 본다)
동혁 : (보면)
S#55. 옥자네 앞.
세워져 있는 차 안에서 하품을 길게 하는 엄실장. 옥자네 선술집쪽을 돌아보면.
S#56. 옥자네 안.
찌그러진 냄비에 먹음직스럽게 끓여나오는 매운탕.
동혁, 신씨에게 술을 따라준다. 신씨 참 달게 그 한잔의 술을 넘긴다.
신씨 : 카아.. 십년묵은 목구멍때가 싹 씻겨넘어가네 그랴.
옥자 : (씰룩거리며 한쪽에 자리잡고 앉아 북어포를 뜯기 시작한다)
동혁 : (다시 한잔을 따라주며) 어르신은 무슨 일을 하십니까?
신씨 : 나아? 하하. 일은 무슨. 그냥 놀구먹는 백수지.
옥자 : 오갈데 없는 거렁뱅이 신세지 무어.
신씨 : 맞다. 맞어. (낄낄 웃으며 더듬더듬 담배를 찾는 시늉)
동혁 : (본다. 자기 담배와 성냥을 꺼내 주면)
신씨 한개피를 꺼내 귀에 꽂고 한개피를 꺼내 입에 문다. 성냥('서울호텔 성냥')을 그어 불을 붙이면
동혁 : (보며) 자제분은.. 안계십니까?
신씨 : 없어.
동혁 : (? 보면)
옥자 : 없긴 왜 없어. 아들하나 딸하나, 남매가 있긴 있었지.
신씨 : (담배를 후 내뿜으며) 다 옛날 얘기여. 마누라 죽자마자 열살먹은 아들놈 미국으로 입양보내고
일년쯤 뒤에 두살배기 딸년도 따라 보내버렸지.
동혁 : (멈칫..) 두살배기.. 딸까지 말입니까?
옥자 : (북어를 쭉쭉 찢어가며) 노름에 정신팔려서 애들이구 뭐구 뵈는게 있었겄어?
버려진 고아들 죄다 미국에서 줏어간단 소문 듣고 얼싸 좋다하구 보내버렸겄지 뭐. 안봐두 뻐언하다 저 인간.
신씨 : 이년아. 그래두 미국가면 굶어죽지는 않는다더라. 좋은 옷 입고 고기만 먹고 양놈들한테 영어도 배우고.
동혁 : (표정없이 본다. 보며) 혹시라두 그 뒤에. 자식들을 찾아보겠단 생각은 안하셨습니까?
신씨 : 찾아내서 뭘하게.
동혁 : (감정의 동요 누르며) 그래두.. 자식이잖습니까. 보고 싶은적두 없으셨어요?
아버지로서 버린자식한테 미안한 마음이나 죄책감같은거..있을 수 있잖아요.
신씨 : 그런다구 뭐가 달라지나? 즤들이나 나나 타구난 팔자구 복이 다 고것뿐이 안되서 그런걸. 다 잊구 사는거지.
동혁 : (굳어지는 표정)
신씨 : 자자, 그런 쓰잘데기 없는 얘긴 그만하고 젊은이도 한잔 하지? 응? (술잔을 내밀며 보는데)
동혁 : 부모하구 자식사이라는게..잊는다구 잊혀질 수 관곕니까? 끊는다구 끊어져요? 말처럼 그게.. 그렇게 쉬운 일입니까?
신씨 : ? (보면)
동혁 : 평생 누군가를 증오하고 미워하면서 살아간다는게 그게 어떤건지 알기나 합니까? 자기가 버려졌다는 사실 때문에
어느 누구한테 마음 한번 주지 못하고, 미친놈처럼 일에 매달려 성공이란걸 했으면서도 단 한순간도 행복을
느껴본적이 없었다면요. 그래두 그게 쓰잘데기 없는 얘기로 들립니까? 그래요?
신씨 : (힘없이 술잔을 내려놓으며 멍하니 쳐다본다)
옥자 : (보면)
동혁 : 당신이 어떻게 살구 있는지..꼭 한번은 보고싶었어요. 그뿐입니다. 다시는.. 만나는 일 없을겁니다.
신씨 : ! (보면)
그러더니 동혁, 주머니에서 수표한장을 꺼내 탁자위에 턱.. 올려놓고 일어나 밖으로 나간다.
신씨, 얼른 고개돌려 보면.
S#57. 선술집 앞.
밖으로 나오는 동혁, 차 앞으로 걸어오는데
신씨 : 이것보쇼!
동혁 : (차문을 열다말고 멈칫)
신씨 : 설마.. 설마 젊은이가.. (하는데)
동혁 : (그대로 차에 올라탄다)
엄실장 : (짐짓 졸다가 깨서 보면)
동혁 : 출발해.
엄실장 : 네.. (시동을 걸면)
신씨 : (차문까지 다가와 창문을 두드리며) 이봐요.. 잠깐 얘기 좀 합시다. 이봐요 젊은이!
동혁 : (버럭) 빨리 출발해!
엄실장 : (놀라서) 네.
출발하는 차. 그 차를 따라 쫒아가며 창문을 두드려보는 신씨. 동혁, 끝까지 외면한 채 앞만 쳐다본다.
차, 점점 더 속력을 내며 멀어지면 신씨 몇걸음 더 쫒아가다 그 자리에 서서 본다.
S#58. 선술집 안.
탁자위에 올려진 수표를 들어보는 옥자 순간 멈칫 놀라서 보더니 동그라미 숫자를 세어본다.
옥자 : 백.. 백만원? (돌아보면)
S#59. 선술집 앞.
멍하니 서 있던 신씨,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바라보면서
신씨 : 도.. 동혁아... (보면)
S#60. 해안 도로.
운전하는 엄실장, 백밀러로 보면 동혁, 굳은 표정으로 창밖의 바다를 노려보고 있다.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의 흔들림.
동혁, 햇빛을 가리듯 천천히 손을 들어 눈을 가린다.
엄실장, 멈칫해서.. 보면 동혁의 가려진 손 밑으로 주르르.. 한줄기 눈물이 떨어진다.
서울을 향해 빠르게 달려가는 동혁의 차에서.
S#61. 호텔전경. (밤 / 이하 계속 밤)
S#62. 윤동숙의 사무실.
책상앞에 앉아 퇴근준비를 하는 윤동숙, 자리에서 일어서다가 문득 책상위에 있는 남편의 사진을 본다.
손으로 잠시 그 액자속의 사진을 만져보는 윤동숙 왠지 쓸쓸해진다.
한숨과 함께 조용히 일어나 외투를 걸치고 사무실을 나간다. 툭.. 불이 꺼진다.
S#63. 호텔 일각.
밖으로 나오는 윤동숙. 그 때 한쪽으로 지나가는 진영, 윤동숙을 보고
진영 : 사장님! 지금 퇴근하세요?
윤동숙 : 음. 당직이구나?
진영 : 네. 잠깐 저녁 먹으러 가는 길이예요.
윤동숙 : 저녁?
진영 : 아직 전이시면 같이 가실래요? 구내 식당두 꽤 먹을만해요.
윤동숙 : (본다) 그럴까?
S#64. 구내식당 안.
구내식당 직원들 윤사장을 보면서 일일히 인사를 하고 윤동숙, 일일히 고개로 답해주면서 진영과 한쪽에 자릴 잡고 앉는다.
국을 떠먹는 윤동숙.
진영 : (보며) 근데 어디 편찮으세요? 안색이 많이 안좋으세요.
윤동숙 : 안하던 일 할라 그러니까 그렇겠지. 봄이라 그런지 통 밥맛두 없구 그러네.
진영 : (보면)
윤동숙 : 둘이서 늘 같이 지내다 갑자기 혼자가 된다는건.. 참 쓸쓸한 일이야. 이럴 줄 알았으면 그 사람.. 좀 들 의지하구
들 좋아할걸. 정이라는게 글쎄 이렇게 무섭구나. (보며) 진영씨같은 딸이라두 하나 낳아뒀음 좀 괜찮았을텐데.
아들보단 딸이 좀 낫잖니 이럴땐.
진영 : 죄송해요. 요즘 제가 신경 못써드렸죠.
윤동숙 : 죄송하긴. 일때문에 바쁜 사람인거 뻔히 다 아는걸. 나이가 드니까 괜히 푸념두 늘구 그러는거야. 신경쓸거 없어.
그냥 듣구 넘겨.
진영 : (짐짓 웃음으로 보면)
윤동숙 : 영잰 좀 어떠니?
진영 : 요 며칠 꼬박꼬박 출근하고 있어요. 다른때처럼 꾀부리는거 같지두 않구 일두 열심히 하는것 같구요.
윤동숙 : 태준씨 말이 무섭긴 무섭구나. 하긴, 영재 그 아이.. 겉으론 뚝뚝거려두 태준씰 은근히 어려워하지.
이젠 뭐라두 좋으니 맘잡구 살았으면 좋겠는데..
진영 : 잘 할거예요.
윤동숙 : 그래. 나두 내 아들 믿어. (웃음으로 보는데)
그 때 지직 진영의 무전기 소리. 진영, 윤동숙에게 양해를 구하고 얼른 무전기를 든다.
진영 : 네. 서진영입니다. (듣다가 멈칫) 뭐요? 손님하구 싸움이 붙어요?
윤동숙 : (국을 떠먹다 말고 ? 보면)
S#65. 객실 복도.
엘리베이터 안에서 뛰어나오는 진영. 그 뒤로 윤동숙도 같이 따라온다.
한쪽에서 소란스럽게 들리는 목소리. 다른 객실 손님들도 무슨일인가 하나 둘 씩 문을 열고 내다보고.
진영과 윤동숙 재빨리 소리나는 쪽으로 가면. 인순, 금순, 그리고 밸맨 현철이 술취한 손님을 만류하고 있고
순정, 영재를 말리고 있는 중이다.
순정 : 영재씨. 어서 손님한테 사과드려. 어서.
영재 : 못해요. 저 잘못한거 없어요.
만취손님 : 뭐야? 잘못한거 없어? 야 이 새끼야! 뺄보이 주제에 손님이 시키면 시키는대루 할 것이지
너 어디서 도끼눈 뜨고 대들어? 대들길!
영재 : 내가 니 하인이야? 니 종이야? 어디서 신발을 신겨라 벗겨라, 발을 닦아라 말아라 명령이야!
만취손님 : 뭐야? 근데 이 뺄보이 새끼가 (달려드는데 인순, 금순, 현철 재빨리 잡는다)
금순 : 아이구 손님. 발이라면 내가 씻겨드릴테니까 일단 들어가세요. 네?
만취손님 : 놔! 이거 안놔?
인순 : (머리채까지 뜯겨가며) 어이구, 내 머리.. 아이구 내 머리이..!
순정 : 어머 영재씨 왜 이러니. 제발 참어 응?
영재 : 저런 새낀 손님 자격두 없어요.
만취손님 : 뭐야? 새끼? 야 이 새꺄! 너 지금 나보구 새끼랬냐 새꺄? 너 내가 누군지나 알구 지금 이러는거야 어?
순정 : 영재씨이.. (동동 구르는데)
윤동숙 : 영재야!
영재 : (멈칫, 돌아본다)
만취손님 : (씩씩거리며 돌아보면)
순정 : (반가워서) 사장님!
만취손님 : 사장? 어어. 당신이 사장이야? 당신 잘 만났다.
대체 직원교육을 어떻게 시키길래 손님한테 이 따위 양아치짓을 하구 그래 어?
윤동숙 : 죄송합니다. 손님. (영재를 보며) 사과해.
영재 : 싫어요.
윤동숙 : 어서 사과 못하니?
영재 : 못해요. 안해요. 나 잘못한거 없어요. 근데 왜 해요?
진영 : (걱정스럽게 보면)
윤동숙 : (엄격한 시선으로 영재를 쳐다보더니) 너.. 나중에 보자. (그러더니 다시 손님을 향해) 죄송합니다. 손님.
제가 대신 사과드리겠습니다. 일단 진정하시구 객실로 들어가시죠. (하면서 만취손님의 팔을 잡는데)
만취손님 : 못들어가! 나 이 새끼한테 사과받기 전엔 절대루 못들어가아! 저리 비켜! 안비켜어!!!
(하면서 퍽! 윤동숙의 팔을 뿌리친다)
동시에 쿵 뒤로 넘어지는 윤동숙.
순정 : 어머나 사장니임!
인순/금순 : 사장니임!
영재 : ! (본다)
진영 : (재빨리 윤동숙을 부축하며) 괜찮으세요? (그러면서 홱 만취손님을 노려보면)
영재 : (순간 욱! 치미는 분노. 그대로 만취손님한테 돌진한다)
순정 : 영재씨 참어어!!! (붙잡는다)
이번에 인순, 금순, 현철 일제히 영재를 붙잡는다. 영재 씩씩거리며 달려들려고 하자
윤동숙 : (그 모습을 보고 재빨리 일어나 영재를 말리며) 저 니금 뭐하는짓이니. 그만 둬.
영재 : 엄말 친 자식을 그냥 냅두라는거예요 지금?
윤동숙 : 우리 호텔 손님이야! 정신차려!
영재 : (멈칫.. 윤동숙을 본다)
윤동숙 : (엄격하게 마주보면)
만취손님 : 왜? 겁나냐? 그러지 말구 한번 쳐보시지? 어? 어디 뺄보이 자식이 휘두르는 주먹맛 좀 보자.
쳐봐. 쳐봐 이 이새끼야!!! (하는데 바로 그 때)
짝! 만취손님의 뺨을 갈겨버리는 진영. 만취손님 순간 정신이 바짝 난듯 손으로 뺨을 만지며 본다.
윤동숙, 영재, 순정, 인순, 금순, 현철 모두 멍해서 돌아보면
진영 : 그래 쳤다. 어쩔래?
만취손님 : 너.. 너어.. 호텔직원이 감히 손님을 쳐?
진영 : 뭐 손님? 야! 손님이면 손님답게 행동해 이 자식아!
윤동숙 : (기막혀 쳐다보면)
순정 : 일 났네. 일 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