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론가 떠난다는 것은 되돌아오기 위한 것이고,
그 떠나는 것의 시작은 설렘으로부터 시작한다라고 했다.
지난 봄 안면도에서 꽃박람회를 했었다
그때 얼마나 가보고 싶었던 곳인지....
거제에서 일찍부터 출발한 악어오빠와 대장언니
창원에서 미소언니와 해심
이렇게 다섯 명이 함께 출발했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모놀 가족들은 항상 따뜻하고 편안하다
그것이 모놀의 매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어느 정도 달리다 보니 비가 오기 시작했다
그렇지 모놀의 행사에 비가 빠질 수는 없지
비가 오지 않았다면 어쩜 서운했을 지도 모르겠다.
시간 여유가 있어 미소언니의 안내를 받으며 추사고택에 들렀다
속리산 답사 때 선병국 고택에서 남발했던 감탄사를 다시 한번
남발하면서 현대의 세련미를 갖춘 사람이기보다는 고택같이
단아하고 우아한 사람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조선후기의 실학자이며 서예가였던 추사 김정희 선생의 생가인
추사고택은 추사의 증조부인 월성위 김한신이 건립한 것으로
솟을대문의 문간채, ㄱ자형의 사랑채, ㅁ자형의 안채와
추사 선생의 영정이 모셔져 있는 사당으로 이루어져 있는 가옥이다.
구석구석 둘러보고 방명록에 흔적도 남기고 내 맘과 눈에 사진을 찍으며 백송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추사고택에서 위쪽으로 올라가면 천연기념물 제106호인 백송을
볼 수 있다 사실 미소언니가 없었다면 보지 못하고 그냥
스쳐지나갔을지도 모르겠다
이 백송은 중국북부 지방이 원산지로 우리나라에 몇 그루 없는
희귀한 종이라 한다.
추사선생이 25세 때 청나라 연경에서 돌아올 때 백송의 종자를 붓대
속에 넣어 가지고 와서 고조부 김흥경의 묘 입구에 심었던 것으로,
원래는 밑에서 50cm부터 세 줄기로 자라다가 서쪽과 중앙의 두 줄기는
부러져 없어지고 동쪽의 줄기만이 남아서 자라고 있다.
사실 멀리서 백송을 보고는 얼마나 실망스러웠는지 모른다
보기 전에 머릿속으로 그려볼 때는 두 팔로 감싸 안고도 남을 정도의
아름드리를 상상했었는데 너무도 가냘픈 모습에 안쓰러울 정도였다.
부러진 부위의 수술 자국을 보면서 그 안쓰러움은 더했다.
하지만 점점 더 백송 가까이에 다가갈수록 그 자태의 아름다움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200년이란 시간동안 많은 아픔을 감수하면서 늘 그 자리를 지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가랑비 내리는 오후 한적한 도로를 점령하면서 차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수덕사 밑의 만희식당에서 더덕정식으로 늦은 점심을 먹었다
미소언니는 지난 여름 내리는 비바람을 맞으면서 가게 앞에 있는 평상에서 식사를 했었던 생각을 하면서 감회에 젖는다.
배가 많이 고파서일까? 모두들 맛있게 식사를 했다
배가 고프기도 했었지만 정말 맛있었다........
수덕사.
직장의 한 선배가 "수덕사의 여승"이라는 노래를 즐겨 불러 언젠가
꼭 한번은 가보고 싶었던 곳
마음속으로 너무도 많은 기대를 했던 탓일까?
들어서는 초입에 새로 들어선 건물들과 선명한 단청무늬
탑 위에 올려진 금색의 종이 어색하게 느껴졌지만
대웅전은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고려 충렬왕 34년에 세워졌다고 해서일까?
단청이 입혀지지 않은 나무에서 그 세월의 흐름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어느덧 서울에서 출발한 가족들이 해미읍성에 도착을 시간을 넘기고 있어
급히 발걸음을 옮겼다.
해미읍성에서 최근에 개봉했던 YMCA야구단을 촬영했었다고 한다
직접 둘러보지 못했지만 그 영화에서 봤었던 장면들을 다시 한번 떠올려 본다.
많은 가족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면서 정성이 듬뿍 담긴 설렁탕으로 저녁을 먹는다
식당에서 음악 방송을 하시는 soft님을 만날 수 있었다
여행을 혼자서 길떠나기라고 생각했었다는 말씀이 기억이 남는다
일이 있으셔서 우리와 함께 하지 못해서 안타까웠지만
다음을 기약하면 우리는 숙소인 바보성으로 향했다
왜 바보성일까 궁금했었는데 바다가 보이는 성이란다.
버스를 선두로 줄줄이 달리는 차들을 보면서 엄마 손을 놓치지 않으려는
어린아이들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결국 엄마 손을 놓쳐서 미아가 된 차들이 있었다
다시 잘 찾아 왔지만...
일단 숙소에 들어가서 하룻밤동안 함께 할 가족들과 간단하게 인사를
하고 얘기를 나눌 시간이 있었다
이번 여행에서 모놀 가족들과 함께 하면서 또 느낀 것이 있다면
나이를 가늠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다들 어찌나 나이보다 어려 보이던지 분명 무슨 비결이 있을 듯 한데
그게 뭘까?
그리고 하나 더
늘 카페에 올라온 님들의 글을 다 읽고 있으니
내게는 익숙한 이름들이고 낯설지 않은데
글을 전혀 올리지 않는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
그래서 그런가?
종원님은 이번에도 령하가 아닌 령아라고 알고 계신다..
슬퍼라....
언제가 마지막이었는지 기억도 없는
불꽃놀이와 캠프화이어
마냥 즐거워하기 전에 미선이와 효순이를 위한 묵념의 시간을 가졌다
촛불을 전달하면서 함께 불렀던 아침이슬
맘속에 뭔가 꽉 막힌 듯한 답답한 느낌이 한동안 숨을 쉬기 힘들게 한다
두 소녀의 눈물이 .....
강당에서 가졌던 친교의 시간 정말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말그니님 사진 실력만큼이나 뛰어난 노래 실력에
또 한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 체구에서 어떻게 그런 목소리가 나오는지...
무시님은 가수 양희은씨와 목소리와 분위기가 너무도 닮은 듯.
형아 님과 향기야 님의 멋진 어우러짐.
향기야 님의 멋진 자태가 그냥 나오는 것은 아닌 듯...
풀벗님의 사고 소식이 있어
잠시 걱정스러웠지만
다행히 큰 사고는 아니라고 한다
......
......
......
타오르는 모닥불앞에서
함께 부르는 노래의 어우러짐
그동안 자주 만나지 못하는 모놀가족들간의
정겨운 대화...
그렇게 안면도의 밤은 깊어가고 있었다
다음날
새벽부터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우거지 해장국으로 아침을 먹고 꽃지해수욕장을 향했다
할미바위와 할아비바위 전설을 들으면서 꽃지해수욕장의
예쁜 이름이 이해가 된다.
그토록 예쁜 전설을 간직하고 있으니.....
조금씩 내리는 비를 우산을 받쳐들고 해변을 걷는 기분
아마 경험해 보지 못한 분들은 모르겠지....
다음으로 바람아래 해수욕장
안면도 분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곳이다.
종원님이 안면도에 계시는 두분께 물어본 결과란다....ㅎㅎㅎ
정말 아무것도 거칠 것 없는 해변이 나타났다
하늘아래 바다와 해변 밖에 없는...
언제 또 그 해변에 서 볼 날이 있을까?
추운 날씨에 비까지 내려 움츠려진 몸이 펴지지 않는다
만선횟집에서 진한 된장찌개로 점심식사를 했다
개별적으로 먼저 들어와 식사를 하고 계시던 분들이
서둘러 자리를 떠는 것 같아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갑자기 들어와서 그랬을까?
따뜻한 국물과 밥으로 속이 든든해져서 그런가
허리가 곧게 펴졌다
자연휴양림.
들어서는 입구에서 느껴지는 솔 향기.
뭐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나무 사이로 천천히 걸어본다
정말 머릿속이 맑아지는 기분이었다
우리나라의 궁궐을 보수하는데 수입소나무를 사용한다는
안타까운 말을 들으면서
다른 어느 곳의 나무들 보다 곧고 날씬하게 뻗은
이 나무들이 얼른 자라서 훌륭한 목재가 되어 주기를 맘속으로 기도했다
단청무늬가 있는 숙박시설로 느껴지게 했던 안면암
그 앞에 펼쳐진 부교를 지나 바닷가로 나갈 수 있었다
부교의 흔들림과 바닷물의 출렁임이 부교 위가 아닌
바닷물 위에 직접 내 발이 닿아 있다는 착각을 하게 했다
계속 걸어가다 보면 바다 끝까지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터무니없는
생각과 함께 거기서 바라보는 석양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하는 생각에
그 모습을 보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려야 하는 것이 너무도 아쉬웠다
마지막으로 들렀던 백사장 항에서
가족들과 헤어짐의 인사를 나누어야 했다
만남이 기뻤던 만큼
헤어짐 역시 많이 아쉬웠지만
영원한 헤어짐이 아닌
다시 만나기 위한 헤어짐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