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방지법상의 내부고발자 보호제도 및 그 문제점
부패방지법은 제3장 ‘부패행위의 신고 및 신고자 등 보호’ 규정에서 내부고발자를 포함하여 부패행위에 대한 신고자를 보호하고 경우에 따라서 이에 대해 보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 주요한 내용과 문제점을 항목별로 나누어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1. 고용상 불이익조치의 금지
내부고발자 내지 부패행위 신고자에 대한 첫 번째 보호조치는 무엇보다도 그 고용상의 모든 불이익조치를 금지하는 것이다. 부패방지법은 제32조에서 ‘국민은 이 법에 의한 신고나 이와 관련한 진술 그 밖에 자료제출 등을 이유로 한 소속기관․단체․기업 등으로부터 징계조치 등 어떠한 신분상 불이익이나 근무조건상의 차별을 받지 아니하’며(동조 제1항), ‘누구든지 신고를 한 이유로 신분상 불이익처분을 당하였을 경우에는 위원회에 당해 불이익처분의 원상회복․전직 등 신분보장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고(제2항) 규정한다. 이에 따른 요구가 있을 경우 위원회는 조사에 착수하여야 하며(제3항), 조사결과 요구된 내용이 타당하다고 인정된 때에는 공직자의 경우에는 소속기관의 장에게 적절한 신분보장조치를 요구할 수 있으며, 공직자가 아닌 경우에는 소속 단체․기업의 장에게 적절한 신분보장조치를 권고할 수 있다(제6항, 제7항). 이 밖에 제32조 제1항의 규정에 위반하여 신분상불이익이나 근무조건상의 차별을 한 자에게는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제53조 제1항).
그러나 이러한 조항은 다소 미흡한 점이 있다. 우선 첫째, 고발자에게는 매우 구체적이고 즉각적인 신분상의 보호조치가 필요하다. 가능한 빠른 시간 내에 원상회복과 같은 시정조치가 이루어져야 할 뿐만 아니라, 그 내용 또한 가능한 구체적이어야 한다. 예컨대 상당한 시간 및 비용이 소요되며 그 결과 또한 불확실한 소송과 같은 법적 절차를 거친 후에야 분명하고 구체적인 보호조치를 받을 수 있다면 고발자 보호라는 애초의 취지를 충분히 살릴 수 없다. 또한 여기에는 불이익조치 기간 동안 고발자가 입은 경제적, 심리적 피해에 대한 배상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만약 그 기간이 상당히 오랫동안 진행되어서 고발자가 그에 대한 배상을 받기를 원한다면 별도의 민사소송으로 이를 청구할 수밖에 없다.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위원회 결정의 효과에 대한 것이다. 위원회가 고발자의 요구를 타당한 것으로 인정한 경우에, 고발자가 공직자라면 위원회는 소속기관의 장에게 적절한 신분보장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 그리고 당해 기관의 장은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이에 따라야 한다(제32조 제6항). 만약 일정한 기관이 위원회의 결정을 따르지 않을 때에는 이를 법률적으로 강제할 방법은 없다. 또 고발자가 공직자가 아닌 경우에는 위원회는 신분보장조치를 다만 ‘권고’할 수 있을 뿐이다. 이러한 권고를 따를 것이냐에 대한 판단은 전적으로 당해 단체 또는 기업의 자율에 맡겨진 셈인데, 내부고발에 대해 불이익조치를 감행한 사기업이 법적인 강제권한도 없는 위원회의 결정에 언제나 순순히 응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일 것이다.
2. 고발자의 형법적 책임
내부고발자의 보호와 관련하여 두 번째로 제기되는 문제점은 고발자에게 지워질 수 있는 형사책임에 관한 것이다. 이것은 다시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하나는 고발행위 자체가 형법상 각종의 범죄행위에 해당하게 되는 경우와 다른 하나는 고발자가 자신이 신고한 범죄행위와 일정한 관련을 맺고 있는 경우이다.
가. 고발행위 자체의 책임
먼저 고발행위는 경우에 따라서 형법상의 여러 범죄행위에 해당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예를 들면 형법 제307조의 명예훼손죄, 제317조의 업무상비밀누설죄, 제127조의 공무상비밀의 누설죄 등이 그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고, 그밖에 각종 특별법상의 비밀누설에 관한 죄들이 적용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나. 본범죄에 대한 고발자의 책임
다음으로 고발행위 자체와는 관계없이 고발자 자신이 신고된 내용의 범죄와 일정한 관련을 맺고 있는 경우 그에 대한 형사책임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주로 고발자의 책임을 어떻게 하면 감경 혹은 면제시켜줄 것인가가 논의의 대상이 된다. 이것이 내부고발자 보호제도의 취지에 일치하는 것임은 물론 고발의 유인이나 동기를 제공한다는 면에서도 그에게 본범죄에 대한 형사책임을 남김없이 다 지우는 것은 제도의 실효성을 반감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부패방지법은 제35조에서 ‘이 법에 의한 신고를 함으로써 그와 관련된 자신의 범죄가 발견된 경우 그 신고자에 대하여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는 특칙을 두어 이 문제를 입법적으로 해결하고 있다. 이것은 고발에 자수와 같은 법적 효과를 인정한 것이다.
3. 고발에 대한 보상
내부고발자에 대한 신분상의 보호와 형사상의 책임 감면 외에 고발에 대한 금전적인 보상까지 인정하는 입법례는 흔하지 않다. 미국의 부정주장법(False Claims Act)에서 그 예를 찾아볼 수 있는 정도이다. 부정주장법은 이른바 퀴템(Qui Tam) 조항에서 어떠한 사람이라도 국가예산의 부정한 사용이나 낭비에 대한 배상청구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하고, 그 결과 원고가 승소할 경우에는 회복된 예산액의 일정한 비율을 그에게 보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우리 부패방지법은 이러한 입법례의 영향을 받아 부패통제책으로서의 고발에 대해 보다 강한 유인을 제공하는 의미에서 보상에 대한 여러 규정을 두고 있다. 즉 같은 법 제36조에 의하면 ‘위원회는 이 법에 의한 신고에 의하여 현저히 공공기관에 재산상 이익을 가져오거나 손실을 방지한 경우 또는 공익의 증진을 가져온 경우에는 신고를 한 자에 대하여 … 포상을 추천할 수 있’고, ‘신고자는 … 직접적인 공공기관 수입의 회복이나 증대 또는 비용의 절감을 가져온 경우에는 위원회에 보상금의 지급을 신청할 수 있다’(제1항, 제2항).
내부고발자에 대해서 신분상의 보호를 넘어 금전적인 보상까지 규정한 것은, 이것이 고발을 조장하여 조직 내의 신뢰와 효율성을 해칠 것이며 나아가서는 보상금을 노린 허위의 또는 사적인 이익을 위한 고발이 만연될 것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고발에 대한 강한 유인을 제공하여 효과적인 부패통제책 가운데 하나를 마련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일이라고 볼 수 있다.
내부고발 보호의 한계 - 윤리적 기준
내부고발의 보호에 대해서는 원래부터 다음과 같은 비판이 제기되어 왔었다. 즉 내부고발에 대한 보호는 첫째, 고용인과 피고용인 사이의 계약자유 및 해지의 권리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며 둘째, 피고용인들에게 제보자 에토스(informer ethos)를 심어 놓음으로써 불필요하고 해로운 고발의 남용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첫 번째 논거는 보호제도의 필요성을 살펴보는 가운데 어느 정도 극복되었다고 볼 수 있다. 즉 내부고발은 개인의 ‘양심과 표현의 자유’의 하나로서, 공익을 위한 이타적 행위이며, 일반 국민의 ‘알 권리’와도 일치하는 것이다. 계약자유를 포함한 조직의 존립은 공익에 양립하는 활동을 전제로 허가된 것으로, 이러한 전제를 벗어나는 활동은 금지되고 처벌받아야 한다는 것이 민주사회의 일반적 기대이다. 따라서 내부고발은 보호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두 번째 비판과 관련해서는 좀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고발에 대해 일정한 보상이 주어질 경우 이를 의식한 사적인 동기에서의 고발이 행해질 수 있으므로 어느 정도까지 이를 제도적으로 보호할 것인가가 문제될 수 있다.
먼저 허위의 고발 혹은 고발을 표면적인 이유로 한 개인적인 보복 또는 폭로 행위는 내부고발로서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 없다. 고발을 이용한 보복행위는 그것이 불법 내지 부당한 한도에서 형법상의 범죄행위 혹은 민법상의 불법행위에 해당될 것이므로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다시 말하면 고발로 인해 얻을 수 있는 공공의 이익보다 그로 인해 침해되는 개인 또는 조직의 이익이 더 큰 경우에는 고발행위의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할 수 없고, 따라서 이를 법적으로 보호되는 내부고발로 인정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보상금과 관련한 개인적인 이익이 고발의 동기가 된 경우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금전적인 이익 동기가 개인의 고발행위에서 얼마만한 비중을 차지하였었는가는 대단히 밝히기 어려운 문제일 뿐만 아니라, 이것이 어떤 특정 개인이나 조직의 이익을 침해한다고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발에 금전적인 동기가 일정하게 작용하였다 하더라도 그 결과가 긍정적인 것, 즉 공공의 이익을 보호하거나 증진시키는 것이라면 이때의 고발행위는 법적으로 보호받아야 한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