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소리 없이 왔다가 언제 어디로 가 버렸는지 옷깃을 여미게 하는 찬바람이 나를 처량하게 만들었다.
아무도 없는 텅 빈 운동장에 나 혼자 버려진 것처럼 희미한 불빛에 비치는 쓸쓸한 나의 그림자를 보곤 왜 이렇게 고생하며 달려야 하는지 회의를 느끼게 했다, 대회 2틀을 앞두고 연습 못 한게 마음에 걸려 꼭두 새벽녘에 달리기 위하여 나왔다. 그런데 이렇게 차거운 날씨인줄 알았다면
따뜻한 이불속에 단잠을 더 잘걸 왜 이렇게 나왔나 금방 후회를 했다.
그러나 다시 들어 갈수도 없기에 서서히 몸을 풀고 운동장 몇 바퀴 돌았더니 금방 몸에 온기가 돌고 땀이 나기 시작했다. 마음은 정말 수시로 변하는 듯 했다. 조금전만 해도 후회로 가득 찼던 마음이 즐거운 마음으로 바뀌다니 ...............
서울의 날씨는 남쪽 날씨보다 엄청 추웠다. 추웠던 그 날 새벽 연습을 잘 했다는 생각을 하며 출발선에 오들오들 떨며 세계 정상선수들과 함께 달린다는 기분에 도취되었다. 속이 쓰리고 춥기에 빨리 출발 대포가 울리기를 초조히 기다리는 순간 와----함성과 함께 우린 출발했다. 춘천 동아의 피로가 채 가시지 않은데다 모처럼 서울에서 지난밤 늦게까지 친구와 술을 마셨기에 오늘은 무조건 천천히 완주만 한다는 기분으로 4시간 페이스 메이크 대열에 합류하여 천천히 달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모두들 추위를 쫒아 버릴 심상으로 힘차게 달리는 것 같아 나도 모르게 페이스가 점점 빨라지기 시작했다. 이러다 오버페이스 하여 완주도 못 하는 것 아닌가 걱정을 하면서도 어느새 3시간 45분 페이스 풍선 뒤에 합류되어 있었다. 난 나의 달리기 보담 지금 울트라 100키로에 참여한 우리 그린넷마 선수들은 잘 달리고 있는가 궁금하였다. 다리가 아프다던 순호님. 연습부족으로 완주나 할수 있을까 걱정하던 해광도사님. 11시간내 들어온다던 종열동생. 우리에게 활기를 불어 넣어주는 부부 울트라 성부 교수님과 경화님 준족을 자랑하며 은근히 입상을 노리는 야생마님과 느림보 우현이 그리고 나머지 2사람의 이름과 얼굴은 생각 나지 않았다.
빨리 완주하고 응원하러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니 마음은 바쁘고 다리는 잘 따라 주지 않았다. 15키로를 조금 지나니 벌써 등록 선수들은 턴하여 돌아오는지 페트롤카와 사이카의 요란한 소리가 들리기에 그들의 달리는 모습을 보고저 도로 중앙선으로 다가갔다. 선두 그룹은 전부 흑인 선수들이지만 우리의 호프 김이용 선수도 보이기에 김이용 히______임
이라는 소리를 힘차게 외첬다. 바로 얼마 떨이지지 않아 마스터즈 1위 선수가 이를 악물고 달리는 모습이 보이며 여자 등록 선수 모습도 보였다. 이제 등록 선수와 마스터즈와의 기록 차이도 많이 좁혀 젔다는 생각을 하니 마라톤 인구의 저변 확대가 한 몫을 했다는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
하프 지점을 통과 할 즈음 나의 앞을 지나 간 선수들은 헤아릴 수도 없이많았다. 시간은 1시간 47분을 가리키고 있기에 이대로 골인 한다면 40분대로 들어 갈수 있겠네 생각하며 더 이상의 욕심은 내지 않기로 했다. 30 키로 부근에 다다르니 하프 주자들이 턴하여 달리는 모습들이 인간띠를 형성하여 마치 길바닥에 오색 단풍이 물들어 있는 것처럼 장관을 이루었다.
그들의 모습을 보니 새로운 힘이 솟구치는 듯 하여 막상 앞을 치고 나가려니 이리 저리 받치어 여간 힘드는게 아니었다. 갑자기 주최측의 진행에 불만이 갔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리 저리 피하면서 운동장 입구에 이르니 35분내에 들어 갈수 있을 것 같기에 전력 질주하니 수 백명이 나의 뒤를 처지는 것 같았으며 3시간 34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감기 기운이 약간 있는데다 늦게까지 술을 마신 것을 생각하면 만족 할만한 기록이었다.
서둘러 짐을 찾아 잠바를 걸치고 양재동으로 향했다. 서울 지리에 눈이 어둡지만 전철을 갈아타고 양재동에 내려 우선 시장기부터 면하려고 국밥을 시켰는데 얼마나 짜거운지 찬물을 1컵 부어 겨우 반쯤 먹었다.곧이어 물어물어 사우나탕을 찾아 간단히 샤워를 하고 시민의 숲을 찾았다 11시간 정도 되어야 우리 선수들이 들어오리란 예상에 저녁에 ku 회원들이 모임을 갖는 장소를 찾아 짐을 맏기곤 느긋하게 3시 30분경에 도착하여 전화를 하니 벌써 우리 회원들 3분이 들어 왔다한다.
예상 밖에 전해광님이 9시간대 먼저 들어오고 황중창 최종열님이 10시간 초반에 당당히.... 내가 도착하자 헌병호님이 들어 왔으나 이순호님이
아직 들어 오지 않아 걱정이 되었다. 예상대로라면 전해광님이나 종열이와 같이 들어 와야 할텐데 엉치뼈가 좋지 않아 출전하기 힘들다는 사람을 억지로 출전토록 하였으니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골인 지점에 기다리다 못해 조바심에 주로 따라 천천히 걷다 보니 어느새 1키로 2키로 3키로를 지나 4키로 지점을 지나고 있었다. 절룩거리며 걷는 사람 지칠대로 지처 힘을 외처도 무표정인 사람들을 보니 더욱더 걱정이 되었다. 도중에 우리 그린넷마 회원들을 3사람 만나 어디쯤 오는지 물었더니 아직 한참 뒤에 온다기에 불안 하기까지 했다.
생각 같아선 빨리 달려가 님을 만나 함께 달려 오고 싶었지만 나도 양복 차림에 구두를 신었기에 달릴수가 없었다. 한참을 더 올라가다 보니 절룩거리며 나를 먼저 알아보고 인사를 하기에 얼마나 반가웠는지 눈물이 핑글 돌 정도였다. 천천히 같이 달리자고 하였으나 다리에 통증 때문에
도저히 달릴 수 없다며 님의 일그러진 표정을 보니 마음이 아팠다. 초반부터 부상 입었다며 왜 과감히 포기하지 않았는냐 원망 아닌 원망을 하면서도 그의 투혼에 내심 감탄을 했다. 어둠이 깔리고 바람이 세차게 불어 대었지만 우린 기록에 연연하지 아니하고 천천히 걸어서 골인지점을 통과했다. 골인 지점을 통과하여 기념 촬영을 끝내고 우리 회원들은 서둘러 자리를 뜨고 동생 종열이와 난 ku 회원들이 모이는 장소로 천천히 걸었다.
밤이라서 인지 다리 아파 질질 끄는 동생을 데리고 간신히 물어 물어 모이는 장소에 도착하니 많은 회원들이 자리를 함께하고 있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몇 순배 술잔이 돌고 자기 소개를 끝낸후 여흥이 무려 익어 갈 무렵 아쉽지만 지방에 있는 회원들은 갈길이 멀어 먼저 자리를 떴다. 우린 서둘러 택시를 타고 강남 고속 버스 터미널에 도착했건만
새벽 0시 20분 표 밖에 없기에 허탈했다. 무려 2시간 반 동안이나 대합실 땅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오늘에 있었던 일들을 나누며 시간의 흐름 속으로 빠저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