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난체 하기는
의기양양(意氣揚揚, yí qì yáng yáng)
뜻 의, 기운 기, 날릴 양, 날릴 양
이 성어는 《사기》 관·안열전(管晏列傳)에 나온다. 의기가 드날리다. 뜻한 바를 이루어 만족한 마음이 얼굴에 나타난 모양을 말한다.
초등학교 4학년 때, 학부형들이 학교 운동장에 모래를 깔아주는 일을 마친 후 교실에 들어와 아이들의 수업을 참관하셨다. 아버지가 들어오신 것이 보였다. 선생님이 우리들에게 어떤 낱말의 뜻을 물었다. 몇이 손을 들었는데 선생님이 나를 지적해주어 일어나 큰소리로 대답하였다. 선생님은 연거푸 두 개를 더 물어와 또 다시 잘 답변하였다. 선생님이 박수를 치면서 나를 칭찬하셨다.
그때 나는 너무 기분이 좋아 어개를 으쓱 올리고 고개를 돌려 아버지를 봤다. 아버지는 입을 다물지 못하고 만면에 기뻐하는 모습이셨다.
지금 생각하면 당시 우쭐거리며 뽐내던 내 모습이 부끄럽긴 하지만, 나는 그때 깨달은 게 하나 있다. 아버지가 가장 좋아하고 즐거워하시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된 것이다.
중국 춘추시대 제(齊)나라의 안자(晏子, 안영晏嬰)가 재상이었을 때다.
하루는 외출을 하게 되었는데, 마부의 아내가 문틈으로 내다보니 그의 남편이 재상의 마부로서 커다란 일산을 받쳐 들고 네 마리의 말에 채찍을 가하며 의기양양하게 흐뭇해하는 모습이 보였다. 얼마 뒤에 남편이 집에 돌아오자 그 아내는 남편에게 이혼하자고 말했다. 남편인 마부가 의아하여 사연을 물으니 아내가 이렇게 대답하였다.
“안자는 그 키가 6척도 안 되건만 그의 몸은 제나라 재상으로 제후 사이에도 이름이 높소이다. 그렇지만 아까 그가 외출하는 모습을 내가 보니 매우 침착하고 모든 사람에게 겸손합디다. 그런데 당신은 키가 8척이나 되면서 남의 마부가 되었고, 거기에다 만족스런 모습입디다(意氣揚揚, 甚自得也). 제가 당신 곁을 떠나고 싶다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그 일이 있은 후로, 마부는 자신을 억제하며 겸손한 사람이 되었다. 안자가 이상하게 여겨 물으니 마부가 사실대로 말했다. 안자는 느낀 바 있어 그를 천거하였는데, 나중에 그는 대부(大夫)까지 올랐다.
이 이야기가 말하고자하는 것은 마부가 아내의 말을 듣고 태도를 바꿔 겸손한 사람이 되었고 안자의 천거로 대부까지 오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훗날 사람들은 이 고사를 통해 몹시 자랑스러워하며 으스대는 모습을 ‘의기양양’이라는 성어를 써 비유하였다. 또 하찮은 지위를 믿고 잘난 체하는 마부의 태도와 그러한 기량이 작은 사람을 가리켜 ‘안자지어(晏子之御)’라 하였다.
30대 초반, 경우가 다소 다르지만 내 주위에 안자의 마부와 비슷한 사람 B와 L이 있었다. 사람들이 안하무인(眼下無人)한 그들의 태도에 기분 나빠하면서도 대놓고 말을 하지는 못하였다. 잘못 말했다가 반감을 살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궁리 끝에 그들의 부인에게 ‘의기양양과 안자지어의 고사’를 써 익명으로 등기편지를 보냈다.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 것인가?
2주가 지난 후, B에게서 좀 달라진 게 보였다. 나중에도 이런 모습이 지속되었다. 훗날 그는 국장까지 지냈다. 9급 지방공무원으로 시작한 그로서는 입지전적인 인물이 된 셈이다. 그러나 법조계 쪽 일을 하던 L은 그렇지 못했다. 오히려 ‘어떤 놈이 투서로 나를 모함하였다.’ 하며 익명을 찾겠다고 야단이었다. 바뀐 게 없었다. 그를 데리고 있던 윗선도 그의 뒷모습을 알고 내쳤다. 사무관으로 시작한 그는 서기관까지는 되었으나 불명예스럽게 퇴직되었고, 무슨 브로커 같은 일을 하다 언론에 불미스러운 사람으로 나오기도 하였다.
L의 태도를 바꾸지 못했지만 B를 건졌으니 나의 실험은 반타작을 거둔 셈이 되었다.
우리 주위에 특히 정치권에서 보면, 능력이 안 되는데도 배경이 좋아 알량한 권력을 쥐고 완장을 차고, 주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티를 내며 거들먹거리고 우쭐대는 안자지어 같은 모습들이 많이 있다. 문제는 뭇 사람들의 눈총을 받고 더 나쁘게는 이들의 부정당한 ‘갑질’로 인해 상처를 받고 피해를 입는 사람들이 많다는데 있다. 또 그를 챙겨준 그 윗사람을 욕보이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윗사람도 사람을 가려 써야 할뿐만 아니라 뒷관리에도 신경을 써야할 것이다.
바야흐로 요즈음 관가에 영전과 승진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과연 누가 의기양양하며 눈꼴사납게 돌아다니는지 눈여겨 볼 때가 된 것이다.
나는 아내가 이 글을 볼까 겁난다. 마부의 아내처럼 '한 마디'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첫댓글 영어로 Understand는 아래라는
Under과 서다라는 stand가
결합한 낱말로 내가 상대보다
낮은곳에 설수 있는 겸손을 보
이면 상대는 나를 좋은 감정으
로 이해한다는 의미입니다.
육사 27기 S선배(예, 중장)가 동
국대 불교 대학원 석사과정에 입
학 면접시 면접관께서 대학원 지원
동기를 묻길래 불교를 몰라서 지
원했다고 답변했는데
나중에 석사과정을 마친후 당시 면접교수와 사은회에서 환담중 입교시 면접교수가 S선배에게 석사과정을 마친 소감을 묻자 처음 지원할때보다 지금이 불교를 모르
는것이 더 많아졌다고 해서 주위의 폭소를 일으켰다고 합니다.
익은벼가 고개를 숙이는것은 벼알
이 무겁기 때문 일겁니다.
칠순이 지난 남자들은 고개를 숙이
는것도 아마 겸손의 미덕이니 슬퍼
하거나 노하지 맙시다.
그냥 있는 그대로 편하게 살아갑시다
거만하고 거드름을 피울거 까지는 없지만 의기양얌한 거야 뭐 탓할 정도는 아니지 않나요?
이제껏 의기양양하다 함은 자랑스러워서 당당하고 활기찬 모습을 떠올렸는데, 고사의 원뜻과는 좀 다르군요.
그래도 위축되기 보다는 떳떳 의기양먕하게 삽시다~
부정적으로만 보다보니ㅡ 순우의 긍정적 생각이 저에게 용기를 주네요. 떳떳이 주눅들지 않고 당당하게ㅡ
정정당당하게 삽시다. 죽음이 가까와 올수록 의기양양하게 사는 게 좋지 않을까요. ㅋㅋㅋ
어차피 염화시중의 미소로 답한 가섭의 경지까지는 다다를 수는 없겠지만 서로가 이심전심으로 통한다면 굳이 그 허물을 따지는 것이 오히려 상황을 다르게 판단하는 단초가 되기도 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의기양양한 태도는 자신감과 입장.배경.환경에서 비롯된다고 봅니다.특히 스포츠에서 이겼을 때,그런 태도가 나오는데,저는 어려서
부터 객지생활을 숙부님댁에서 출발하다보니,그 때 위축된 마음이 평생가는 것 같네요.그간 각종대회 육상,테니스,야구대회에서 몇차례 우승도 해보았지만 기뻐서 축배는 들었지만 의기양양하게 행동은 못해본 것 같네요.
그냥 겸손하고 공손하게 살고 싶네요.
송백은 공무원 생활을 오래하여 다방면의 인재들과 생활을 같이 한 결과 경험과 사고의 폭이 넓은 것 같아요, 그래서 한자숙어를 단순히 뜻풀이만 하지 않고 실재했던 에피소드를 곁들이니 이름하여 <에세이 한자성어>이지요. 언젠가는 대중들이 좋아하는 명산문집이 탄생할 것으로 사료됩니다. 이제 학문이나 문학도 실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L의 태도를 바꾸지 못했지만 B를 건졌으니 나의 실험은 반타작을 거둔 셈이 되었다."
"나는 아내가 이 글을 볼까 겁난다. 마부의 아내처럼 '한 마디'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 두 마디 말에 송백이란 사람을 다 보는 것 같습니다. 흐뭇한 마음으로 박수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