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북정맥 4구간 산행기
일시 : 2010.9.5(일)
일행 : 용두팔 13명
곽형근, 김규일, 김성권+자:효섭, 김세봉, 김종권+자:준수, 박찬정, 송봉환,오진탁, 이동관, 이장원, 조병국
날씨 : 뇌성번개, 비
구간 : 도성고개-노채고개
불땅(망)계곡 (08:30) - 주능선, 도성고개(09:43) - 백호봉(820m 10:30) - 강씨봉(830m, 10:57) - 중식(1시간)
- 오뚜기령(13:15) - 귀목봉갈림길(14:05) - 청계산(849.1m, 15:15) - 길마봉(730m, 17:00)-노채고개(17:40)
거리 : 도상거리- 14km, 실거리- 16km
시간 : 08:30 - 17:40 (9시간 10분, 휴식 포함)
먼저, 충분한 준비없이 산행에 임하게 되어 산행 동기들에게 미안합니다.
지도도 준비하지 못하고, 산행기 한번 제대로 읽지 못하고 앞서 간다는 것이 부담스러운 산행이었습니다.
아무리 뚜렸한 산 길 이라도 지도 보기가 이미 습관화된 상태에서 GPS에만 의존해 간다는 것이 어설프게 느껴졌었습니다.
지난번 3차 산행의 제목을 산전수전(山戰水戰)이라고 했는데, 그때는 계곡에서 水戰을 하고 산에서 山戰을 했다면 이번은 산에서 水戰을 한 산행이었다.
한 여름을 지낸 한북정맥 정수리의 수풀은 억세어져 있고, 이미 갈대가 키를 넘겨 자라고 있었다.
한 팀은 강남에서, 또 한 팀은 강북 창동역에 모여 지난번 하산지점인 불땅계곡을 향해 달려간다. 그 사이 춘천에서 출발한 오진탁 교수도 일동에서 합류하고..
10대(효섭), 20대(준수), 50대(용두팔)가 함께하는 꽤 커진 정맥팀 13명이 산행을 시작한다. 계곡 요양원 위쪽 계곡에서 공사를 하고 있어 초반 잠시 등로를 놓쳤지만 바로 잡고 산길로 들어서는데 길 가운데서 아침 식사를 하던 살모사 놀라 숲속으로 달아나는 모습을 보게된다. 가뜩이나 수풀이 우거져 발 밑이 스물스물하고 발걸음이 조심스러운데..
수량이 많아진 계곡을 따르다가 물소리가 작아질 쯤 경사는 가파르게 변하고 짙은 땀을 쏟으면 지난번 그 곳의 도성 고개이다.
지난 7월 한북정맥 산행이후 단 한 번의 산행도 하지 못하고 이번 산행에 임하게 되었다. 학교 평가와 관련한 일에 매달려 휴가도 없이 한 여름을 보냈고, 그것이 마쳐질 쯤 어머니가 쓰러지셨다. 게다가 목, 금 이틀 동안 몸이 고달퍼 끙끙거렸는데 이미 정해진 일이므로 마음을 다잡고 산에 든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한 걸음 한 걸음 옮겨 놓는다. 하늘은 잔뜩 찌푸려 땅을 누르고, 땅에선 수증기 피어올라 원근 구분이 어렵지만 그늘 없는 능선 산행에는 오히려 도움이 되는 날씨다. 오늘 산행은 귀목봉 갈림길 이전 까지 계속 방화선을 걷게 되어있다. 수풀이 우거진 정맥길을 누구는 좋다하고 누구는 싫다하며 걷는다. 하지만 어차피 가야할 길이다. 나무가 서있으면 고저 굴곡의 판단이 용이하지 않은데, 나무가 모두 베어진 방화선 길은 고저굴곡이 뚜렷히 나타나 시야가 좋기도 하지만 심리적으로 좀 부담스럽기도 하다. 모르고 가는 길과 알고 가는 것과의 차이일까..
초반 큼 힘 들이지 않고 강씨봉에 선다. 말뚝처럼 생긴 화강암에 姜氏峰이라고 음각해 두었다.
- 강씨봉은 오뚜기령 근처에 강씨들이 모여 살았다고 해서 유래되었다고도 하고, 궁예의 폭정에 직간을 멈추지 않았던 궁예부인 강씨가 귀양온 곳이라서 그렇다는 설이 있다..
그렇다면 오뚜기령은.. 어제 산행중에도 계속 궁금했는데..
잘 모르겠고 인터넷에도 자세한 내용없고..
그 곳에 도착하면 기념비에 무언가 있을 것이고 그것으로 궁금증을 해결하려고 했는데
그때 그곳엔 천둥번개와 폭우가 쏟아져 변변한 사진 한 장 남기지 못하였으니..
한 가지 추측되는 것은 군과 관계가 있는 것이 아닐까하는 것이다.
8사단을 오뚜기 부대라고 했고, 그 곳에 군사시설이 많으니, 8사단에서 건설했고, 그래서 오뚜기고개.. ? 다만 추측이다.
모두 모여 기념 촬영을 한다. 표지석이 아닌 지나온 능선을 배경으로.. 중간중간 간식도 먹었기에 아직 점심을 먹기는 이르기에 오뚜기령을 중식장소로 예정하고 다시 능선길을 걷는다. 수풀의 저항이 더욱 심해진다. 때로는 밑으로 기고, 때로는 가슴으로 밀면서 전진한다. 신기한 것은 도저히 길이 없을 것 같은 수풀 속에 발을 내밀면 그 곳에 숨겨진 길이 있다. 스틱으로 좌우로 밀치면 뚜렷한 길을 볼 수 도 있고..
대간, 정맥, 기맥을 산행할 때 체험한 바로는 식사 후엔 내리막길을 걸어야 한다. 식사후 바로 오르막을 오르면 위에 부담을 줘서 여간 힘든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또한 낮은 골짜기 보다는 조망 좋은 봉우리에서 식사를 하고 천천히 내려오며 적응하는 것이 좋은 것이다. 오뚜기령을 얼마 남겨 놓지 않고 지금까지 ?았던 최고의 장소를 찾았다. 커다란 소나무 밑에 우리 모두가 둘러 않을 만한 장소가 등로 우측에 있었다. 그곳에서 점심을 먹기로 한다.
늘 그렇듯이 우리 용두팔은 잘 먹는다. 각자 도시락, 아침으로 준비했던 김밥, 부대찌개, 돼지껍데기 볶음과 라면.. 갈 길이 아직 멀기에 잘 먹어 둬야 한다. 종권과 성권의 아들도 잘 걷고 잘 먹는다. 귀엽고 믿음직하다.
우리가 식사를 마치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번개와 동시에 천둥이 몰아치고.. 우리는 배낭커버를 씌우고 우의를 챙겨 입는다. 나와 몇몇은 오는 비 다 맞기로 한다.
폭우다. 이내 등로에는 작은 수로로 생기고 콸콸 흐른다. 이 물의 어느 줄기는 한강으로, 어느 줄기는 임진강으로 흘러 들것이다. 그래봐야 서해에서 만나겠지만..
오뚜기령은 자욱한 안개에 감겨있고 큰 길을 따라 조금 오르다가 정맥길은 좌측으로 옮겨 진다. 지도를 가져가지 않았기에 전적으로 GPS와 표지기 그리고 지형을 판단해서 진행해야 한다. 맥 따름을 하는 산행은 비교적 길 찾기가 쉽다. 능선만 고집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능선으로 빠지는 일이 없어야 한다.
비포장 도로로 오프로드 차량들이 부르릉 거리며 기어오른다. 우리는 차가 다니지 않는 길을 통해 걸을 것이다.
GPS : 맥 따름 사행에 있어 긴요한 장비
표지기 :
참 중요한 표시이다. 그러나 간혹 남용으로 보기 좋지 않기도 하다.
어제는 비교적 여러 개의 표지기를 달았다. 시야가 좋지 않고 몇 군데 혼란스런 곳도 있었으며, 후미와의 거리가 좀 벌어지기도 해서.. 표지기를 구분하고 읽을 줄 알아야 한다. 어제도 그렇지만 정맥꾼의 표지기와 일반 산행 표지기는 분명히 구분이 된다. 우리도 신뢰가 가는 몇몇 정맥 표지기를 눈여겨 봐두어야 할 것이다.
지형 : 우리가 가는 정맥은 능선길이다. 그러므로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에 어떤 경우든 계곡으로 내려서는 일은 없을 것이다. 지난번 도성고개에서 불땅계곡으로의 경우는 중간 탈출이거나, 구간을 끊기 위한 목적이므로 예외이다.
지도와 나침반 : 설명불요
귀목봉 갈림길에 이르는 작은 오름에 올랐을 때 비는 그치고 땅을 누르던 운무가 걷히고 모처럼 먼 곳 까지 조망이 된다. 하늘이 갈라지고 땅이 요동치고 나면 이런 시원함이 있구나, 사람도 그랬으면.. 자신의 틀 속에 한 동안 갇혀 있더라도 툴툴 털어내고 맑아지고 그랬으면.. 후미와의 거리가 조금씩 벌어진다. 후미대장 김세봉 교수가 나타나면 다시 진행이다. 귀목봉 갈림길에는 직전에서 만난 이들이 먼저 도착해 있다. 막걸리와 과일을 나눠주고 우리는 청계산으로 향한다. 길은 방화선이 끝나고 전형적인 호젓한 산길로 변한다. 수풀에 고생한 터이라 반가운 길이다. 이때부터 성권 아들 호섭이가 내 뒤를 따라온다. 꾸준한 걸음이다. ‘이전까지는 산에 오르면 내려 왔었지? 하지만 오늘은 오른 만큼 내려오고 또 내려온 만큼 오르는 산행이란다.’ ‘정말요?’
숲 사이로 언뜻 청계산이 보인다. 삼각형으로 뾰족이 솟은 모습이다. 호섭에게 저길 올라야 한다고 말해주고 계속 가는데 능선이 낮아지지 않고 꾸준히 오름길이다. 그렇다면 별 어려움 없이 청계산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예상대로 멀리서 보던 것과는 달리 수월하게 올라섰다. 끊임없이 하늘은 울고 비는 쏟아지는 가운데.. 낙뢰가 걱정이 되어 정상에 잠시 머물고 바로 하산을 한다. 우리와 반대편에서 진행하는 사람들을 가끔 만나면서..
이제는 길매재, 길매봉을 지나면 노채고개다. 그렇지만 그 길이 만만치 않았다. 폭우 속에 암릉 길을 뚫어야 하고, 때로는우회하고, 한참을 내려선 후에 다시 한참을 오는 후에 길매재에 닿을 수 있었고 그 뒤로도 청계호수에 이르는 좋은 등로와는 반대로 덩굴로 엉킨 군부대 경계선을 따라 걸어야만 오늘의 목적지에 닿을 수 있었다.
온몸이 퉁퉁 불었지만, 그늘이 없는 구간을 비가와서 다행이었다.
차량 지원한 동관, 찬정, 성권 고생 많았어.
기수, 재혁 이길 어떻게 걷나..ㅎ
산행지점 입구를 지키고 있는 제비울 상회
제비울 상회 주인의 말에 따르면 200년된 대추나무이고, 38선이 지나는 곳이라고
지난번 내려왔던 도성고개를 향하여..
도성고개 8부능선 쯤 됩니다. 태풍에 쓰러진 나무가 곳곳에 있고..
도성고개 이정표 입니다.
누구는 강씨봉이라고 하던 백호봉
강씨봉에서.. 13명 모두입니다.
갈대
김원장과 그의 아들 준수
오뚜기령 입니다. 폭우속이라..
청계산 이미 젖을 대로 젖은..
노채고개 절개지 울타리를 빠져 나오는 규일
노채고개 가평군과 포천군 일동면을 잇는 고개
젖은 옷 입은채로 하산주겸 저녁을 먹습니다. 생태전골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