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파묘 주인공들의 이름 상덕, 영근, 화림, 봉길 등은 모두 대일항쟁기 독립운동가의 이름과 같다 . 최민식이 연기한 지관 상덕은, 김상덕으로 임시정부 국무위원 등을 지냈고 광복 이후 반민특위 위원장이었다. 유해진이 연기한 장의사 영근은 독립협회에서 활동한 고영근에게서, 김고은이 맡은 무당 화림은 임시정부와 조선의용군에서 활동한 이화림에게서, 이도현이 연기한 봉길은 홍커우 의거를 한 윤봉길에서 비롯됐다.
그렇다면 친일파 가문으로 나오는 사람들의 이름 작명도 예사롭게 볼 수가 없다. 그래서 좀더 파해쳐보니 을사오적의 이름을 넣은 것으로 추정이 되었다.
영화 속에 나오는 친일파 가문의 일단 주요 배역인 박지용은 아들로 나오는데 아버지는 박종순이라는 인물이다. 그리고 파묘를 할때 관에 덮인 명정을 보면 중추원 박근현이라고 이름이 나온다.
박근현 (묘 주인공) - 박종순(아버지) - 박지용 (아들)
이 이름을 자세히 보면 을사오적의 이름이 나온다. 을사늑약 체결 당시 나라를 팔아먹은 자들이다. 을사오적은 학부대신 이완용, 내부대신 이지용, 외부대신 박제순, 군부대신 이근택, 농상공부대신 권중현을 말한다.
이들의 이름이 파묘에 나오는지 살펴보면
파묘를 의뢰한 아들 박지용은 '지용'이라는 이름으로 보아 을사오적 이지용이다. 이지용은 백작 칭호를 받았고, 중추원 고문이 되어 거액의 봉급 역시 받았고 죽는 날까지 잘 먹고 잘살았다.
아버지, 회장인 박종순은 '박0순'으로 보아 을사오적 박제순으로 추정된다. 을사늑약을 도와 '을사오적'이 된 박제순은 1910년 국권침탈 때도 일본을 도와 '경술국적'이 됐다. 친일 2관왕이 된 것이다. 총독부 자문기관인 중추원의 고문으로 추대되었고 죽을 때까지 호의호식했다. 영화의 친일파 집안의 성을 박씨로 잡은 것은 그가 일관되게 매국을 한 것에 기인한 거 같다.
묘의 주인공 박근현은 관뚜껑에서야 밝혀지는 이름이라 뒤늦게 알려지게 되었다. '근'이라는 이름자를 보면 을사오적 이근택이고 '현'으로 보면 을사오적 권중현이다. 권중현은 중추원 고문이었으며 일제강점기 때 역사를 왜곡하는 조선사편수회의 고문이었다.
정확하게 을사오적에서 따온 이름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이지용,박제순,이근택,권중현 등 을사오적 중 4명의 이름이 모두 들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가장 악명높았던 이완용은 왜 없을까? 이미 영화 파묘 전반이 이완용 집안을 모티브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 파묘에서 부자집인 의뢰인(박지용 역) 집안과 이완용의 실제 집안 이야기와 유사한 점이 많다.
영화에서 의뢰인의 형은 정신병원에서 자살을 한 것으로 나온다. 그런데 실제 이완용의 장남은 26살의 어린나이에 사망했다. 영화에서는 관에서 나온 할아버지 귀신이 미국까지 날아가 며느리와 춤을 추는 다소 괴상한 장면이 나오는데 실제로 이완용의 장남이 요절하자, 이완용이 며느리와 간통을 해서 아들이 자살한 것이라는 루머가 돌기도 했다.
영화에서 파묘를 하게 되는 것처럼 실제로 1978년 이완용의 증손자 이석형이 이완용 묘를 파묘를 하고 유골을 화장하기도 했다.
이렇게 해서 영화 파묘는 친일파 중 한 집안에 을사오적을 모두 집어 넣었다. 독립운동가의 이름은 쉽게 알려진 반면 친일파 을사오적이 들어있다는 것은 뒤늦게 밝혀진 것 같다. 결국 친일파들이 나라를 팔아먹어서 생긴 여파가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다는 것을 이 영화는 각성시키고 있다.
장재현 감독은 "우리나라 역사를 보면 외세에 당하기만 하고, 잔재가 곪은 게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해요. 발톱의 티눈을 뽑아내듯 우리 과거의 아픈 상처와 두려움을 '파묘'해버리고 싶었습니다." 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