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6대 미국 대통령 선거가 2주도 훌쩍 넘은 이제야 당락의 윤곽을 잡는가 보다.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현재 바이든이 306명, 트럼프가 232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전 선거에서처럼 깔끔한 패자 승복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원활한 정권인수는 고사하고 각종 음모론과 고소, 재검표와 가짜뉴스와 사보타주, 그리고 지지시위로 뒤죽박죽이 되고 있다. 보통은 집권여당이 부정선거를 획책한다는 혐의를 받기 마련인데 트럼프의 경우는 야당의 부정선거를 주장한다는 점에서 매우 특이하다. 여하튼 선거인단의 과반수인 270명의 확보라는 기준을 놓고 보면 민주당의 바이든 후보가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의 바이든이 대통령에 취임하였을 경우 한미관계가 어떤 방향으로 나갈 것이냐에 대한 토론이 분분하다. 바이든의 공약, 성격, 소속당, 가족, 친구, 경력, 건강, 종교 등을 총체적으로 고려해 볼 때 트럼프와 달리 바이든은 민주당 특유의 온건한 국제주의를 따를 것이라 보고 있다. 여전히 미국 국익 우선의 정치를 펼치겠지만 전통적인 우방들과의 관계 회복에 적극적이라는 뜻이다. 외교의 방식도 트럼프처럼 대통령이 설치고 다니는 탑-다운이 아니라 담당 관료들과 전문가들의 검토를 요구하는 바텀-업의 외교도 기대되고 있다. 한마디로 예측 가능한 외교가 기대된다.
최고의 현안인 미군주둔비협상은 합리적인 선에서 마무리될 전망이다. 한미연합훈련의 재개,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가입, 한일관계 정상화 등 한미동맹의 강화를 꾀하는 제반 조치가 적절히 진행될 것이다.
북미관계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론이다. 바이든은 공식석상에서 김정은을 양아치라 불렀고 히틀러에 비유하기도 했다. 핵협상의 고착은 말할 필요도 없고 북한인권 문제나 세습독재 비판 등에서 새로운 정서적 갈등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대북갈등의 증가가 한국에게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이다. 구한말 열강의 각축장을 연상케 하는 한반도에서 군사적 갈등의 가능성이 발생하는 것은 우리가 용납할 수 없다. 전쟁하는 나라는 망하지만 전쟁 물자를 파는 나라는 흥한다는 공리를 우리 뇌리에 깊이 심어두자. 대동아전쟁으로 망했다가 한국전쟁으로 재기에 성공한 일본의 사례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한반도 평화는 절대적인 명제이며 이를 보장하기 위한 국력의 보유와 국민적 일치가 그 핵심 수단이다.
새로운 시대를 잘 활용하는 창조적 지혜가 필요한 때이다. 주한미군의 패턴을 ‘나토형’에서 ‘일본형’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그 중 하나이다. 대규모 지상군의 존재보다는 소규모 전략군의 주둔이 선호되며, 미군주둔비 감소와 함께 전시작전권 반환의 애로도 쉽게 제거될 수 있다.
사태가 악화되어서야 수습에 몰두하는 소극적 자세가 아니라 큰 그림을 가지고 유연하고 꾸준하게 사태를 주도해나가는 적극적 자세가 필요하다. 바이든의 바텀-업 외교를 맞이하는 한국의 모든 외교 당사자들은 대통령뿐만 아니라 외교실무자들 자신이 한반도 평화를 향한 운전자라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목표는 민족공동체 안에서 민주와 자유에 바탕을 둔 강건한 교류의 확립이다. 한국교회는 이러한 민족적 노력에 전폭적으로 동참해야 한다. 인애와 공평과 정직의 하나님이 지배하는 한반도가 우리의 당면 과제이기 때문이다.
백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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