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글
136년전 한국 교회사의 초석을 다진 선교사들의 전국 답사
― 1890년대, 복음의 씨앗을 뿌린 ‘전도 공주여행’의 기록 ―
호헌신학대학원 임명락 교수(편저)
1892년 크리스마스를 전후한 어느 날, 충남 공주 땅에 한 미국 선교사가 도착했다. 미국 북장로회 소속 윌리엄 D. 레이놀즈(W.D. Reynolds) 목사였다. 그는 전국 각지를 답사하며 선교 기반을 마련하던 대규모 작업의 일환으로 공주를 찾았다. 당시 선교사들은 서울을 넘어 지방으로 나아가 주민들을 만나 복음을 전하고, 선교 가능성을 직접 확인하는 ‘전도 여행’을 이어갔다. 레이놀즈 목사의 공주 방문은 그 시작점으로, 1894년 청일전쟁 이전 한국 교회사의 중요한 이정표로 기록된다.
이보다 앞선 1891년 2월, 같은 북장로회 소속 사무엘 A. 마펫(Samuel A. Moffett) 목사는 동료 제임스 게일(James Gale) 선교사와 함께 서울을 출발해 평양, 의주를 거쳐 중국 만주의 중심지 심양(瀋陽)까지 여행했다. 그곳에서 영국 선교사 존 로스(John Ross) 목사를 만나 만주에 흩어진 한인들을 위한 선교 실정을 듣고, 서간도 한인촌 기독교 부락을 방문한 뒤 함흥을 거쳐 5월 중순 서울로 귀환했다. 마펫 목사는 이번 여행의 목적을 “전도, 한국어 연습, 지리 답사, 주민 연구, 그리고 의주·만주 지역 선교 사업 진행 상황 답사”라고 밝혔다.
3개월에 걸친 긴 여정을 마친 마펫 목사의 회고는 오늘날에도 가슴을 울린다.
“3개월 여행 중에 우리는 한국어를 사용하는 데 적지 않은 진보를 보았고, 수천 명의 한국인을 만나 그들에게 복음의 씨를 뿌렸다. 외국인이라 해서 푸대접을 받은 일이 없었고, 복음 전도에 반대를 받지도 않았다.”
(S.A. Moffett, “Evangelistic Tour in the North of Korea,” 1891; The Church at Home and Abroad, October 1891)
이후 동부 지역은 W.L. 스월렌, 게일, 윌리엄 맥길 선교사 등이 답사했고, 1892년에는 감리교 윌리엄 제임스 홀 선교사가 평양을, F. 올링거 목사가 원산을 순방했다. 미국 남장로회 선교사들도 1892년부터 호남 지역 탐사를 시작했다. 1892년 가을 레이놀즈 목사의 공주 방문에 이어 1893년에는 W.B. 젼킨(Junkin) 목사와 매티 S. 테이트(Mattie S. Tate) 목사가 전주 지방을 찾았고, 1894년에는 레이놀즈 목사와 A.D. 드루(Drew) 목사가 전라도 전역을 답사하며 호남 선교의 토대를 닦았다. 이로써 청일전쟁 직전까지 선교사들은 전국을 아우르는 대규모 답사를 일단 완료했다.
당시 지방 여행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선교사들은 외무아문에서 발급받은 ‘호조(護照)’를 반드시 지니고 다녔다. 이는 중앙정부가 지방 관리들에게 “외국인 선교사에게 숙소, 환전, 신변 보호 등의 편의를 제공하라”는 공문이었다. 이 국가적 비호는 조선 왕조 시대 가톨릭 교회가 겪은 국가적 박해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그럼에도 위험에 대비해 호신용 권총을 휴대하거나 한국 군인을 대동하기도 했다(The Church at Home and Abroad, August 1893).
선교사들은 한국어 교사와 길 안내인을 동행하고, 복음서·전도지 외에 통조림, 침구, 의약품, 여비를 챙겼다. 당시 통화인 엽전은 무겁고 부피가 커 일꾼을 따로 고용해야 했기에, 행차는 마치 ‘인마(人馬) 부대’처럼 장관을 이루었다. 주막 앞에 멈추면 마을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선교사들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복음서와 의약품을 나누며 자연스럽게 복음을 전했다.
이러한 전도 여행은 단순한 지리 탐사가 아니었다. 하나님의 섭리 속에서 한국 땅 곳곳에 복음의 씨앗을 뿌린 신앙의 여정이었다. 외국인이라는 낯선 존재가 오히려 환대를 받고, 반대 대신 호의와 호기심을 만난 것은 주님의 은혜가 아니고서는 설명하기 어렵다. 마펫 목사의 고백처럼 “복음의 씨를 뿌렸다”는 말은 오늘 우리 한국 교회 130여 년 역사의 뿌리다.
1894년 청일전쟁 이전, 선교사들이 전국을 누비며 마련한 이 토대 위에 한국 교회는 눈부신 성장을 이루었다. 오늘날 우리는 그들의 발자취를 되새기며,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아”(마태복음 28:19)라는 주님의 지상명령을 다시금 가슴에 새긴다. 한국 교회사의 이 귀한 기록은 단순한 과거가 아니라, 우리 세대가 이어가야 할 신앙의 유산이며, 후손들에게 전할 살아 있는 증언이다.
(본 글은 호헌신학대학원 임명락 교수의 교회사 연구 및 역사적 인용은 S.A. Moffett 목사의 기록 등을 직접 참조하였습니다.)
전국통합뉴스 독자 여러분, 특히 주님을 사랑하는 모든 성도님들께 이 역사가 큰 위로와 도전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복음의 불길은 여전히 타오르고 있으며, 우리 모두가 그 불을 이어갈 차례입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