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부터, ‘테무(Temu)’라는 쇼핑몰의 광고가 제 인스타그램의 피드에 나타났습니다. 놀랍도록 저렴한 제품에 끌려 클릭해 본 뒤로는 어느 소셜 미디어에서나 테무의 광고가 따라다닙니다.
매일같이 쏟아지는 테무의 광고 메일은 “최대 90%할인”, “전 제품 4,990원” 처럼 거부하기 어려운 제목이 달려있습니다. “당일 한정! 재고 정리 세일”, “매진 임박” 등 긴박한 제목은 저도 모르게 뭐라도 사야 할 것 같이 만들죠. 연말과 새해 수많은 세일로, 비슷비슷한 ‘초저가’ 상품 홍보는 끊일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테무의 광고의 표적이 된 것은 저뿐만이 아닙니다. 리서치 회사 앱토피아에 따르면, 미국의 고객들은 대표적인 온라인 쇼핑몰인 아마존이나 타겟의 앱보다 테무에서 약 2배 더 많은 시간을 보냈으며, 그 차이는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테무가 블랙 프라이데이 광고를 시작한지 며칠만에, 시장 가치가 중국 대표 이커머스 기업인 알리바바를 뛰어넘을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누렸습니다.
블랙프라이데이를 맞아, 과잉소비와 그로 인한 환경 영향에 대해 알리고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함부르크 거리에 거대 쇼핑백을 설치했습니다.
그런데 테무가 뭐에요?
테무는 다국적 회사인 핀듀오듀오(PDD Holdings)가 소유한 온라인 쇼핑몰입니다. PDD는 중국 내수용 이커머스(전자상거래) 플랫폼인 ‘핀듀오듀오’와 글로벌 플랫폼인 ‘테무’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현재 아일랜드 회사로 등록되어 있으며 나스닥에 상장되어 있습니다.
중국에서 큰 성공을 거둔데 이어, 2022년 9월 미국에 처음 등장한 테무는 적당한 가격의 다양한 제품에 큰 할인을 제공하는 온라인 쇼핑몰로 빠르게 알려졌습니다. 2023년에는 미국 최대 스포츠 행사인 슈퍼볼에서 30초짜리 광고가 두번 등장했는데요, 그후 iOS와 안드로이드 모바일 앱스토어에서 모두 ‘미국에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된 앱’으로 등극했습니다.
테무의 급성장, 환경적 책임도 함께 성장할까요?
글로벌 이커머스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테무. 하지만 그 성공만큼 환경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요.
테무는 매일 전 세계에 백만 개 이상의 패키지를 배송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렇게 많은 제품을 보내기 위해서는 화물 항공기의 수요가 엄청나게 높을 수 밖에 없습니다. 과연 기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운송 외에도 테무가 대규모 전산 작업과 데이터 처리를 위해 구매하고 사용하는 전기의 종류도 기후 발자국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찾아도 나오지 않는 테무의 환경 영향 정보
우리는 테무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노력했지만, 안타깝게도 판단을 내릴 수 있을 정도의 제대로 된 정보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우리는 회사의 공식 웹사이트는 물론 상장 기업이 기후정보를 공개하는 모든 일반적인 플랫폼을 샅샅이 뒤졌습니다. 뿐만 아니라 온라인 미디어도 꼼꼼히 검색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테무에 관해 찾을 수 있었던 가장 근접한 정보는 자매 회사인 핀듀오듀오의 2020년 ESG 보고서 몇 페이지 뿐이였습니다. 그리고 그 보고서에서도 회사의 전력 소비량이나 온실가스 배출량과 같은, 실질적인 환경 영향에 대한 데이터는 공개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정보가 없다보니 일반 대중과 소비자는 테무에서 쇼핑하는 것이 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테무는 지속 가능성의 원칙에 따라 운영할 책임이 있으며, 소비자로서 우리는 테무에게 기후 투명성을 요구할 책임이 있습니다.
블랙프라이데이를 맞아, '필요 없으면 사지 마세요' 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LED 픽셀스틱 조명 퍼포먼스.온라인 쇼핑몰이 기후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왜 중요한가요?
기업은 전 세계 기후위기 대응에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자입니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글로벌 이커머스 플랫폼이다보니, 테무는 일상적인 운영에서도 필연적으로 다양한 환경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전산: 물리적 데이터 센터와 가상 데이터 센터 모두 상당한 양의 전력을 소비합니다. 2021년 연구에 따르면 데이터 센터가 미국에서 소비하는 전기량은 약 1.8%에 이릅니다. 전 세계적으로 전력 생산은 여전히 화석 연료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일부 이커머스 회사들은 재생가능에너지를 구입해 전력 사용으로 인한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운송: 전세계로 배송을 해주거나 구매대행 서비스 등으로 글로벌 이커머스 시장이 커지면서, 주문량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특급배송 서비스 역시 증가하고 있는데요. 이는 운송으로 인한 탄소배출량이 증가함을 의미합니다. 특히 국제배송의 경우 우려가 큽니다.
소비자들은 점점 더 빠른 배송을 원하고 있는데요. 그러다보니 전세계적으로 탄소 배출량이 많은 항공 화물 서비스의 수요가 늘어날 수 있습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현재 국제배송 온라인 쇼핑의 80%에 달하는 1,310억 개의 소포가 항공으로 운송되고 있으며, 2040년에는 그 비율이 95%에 이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항공 화물 운송이 해상 운송보다 훨씬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하기 때문에, 국제 이커머스 기업의 탄소 배출은 기업은 물론 규제 기관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포장 폐기물: 2022년 한국의 연구에 따르면, 같은 금액을 지출했을 때 온라인 쇼핑이 오프라인 쇼핑보다 4.8배 더 많은 포장 폐기물을 발생시키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화학물질: 금액이 낮은 제품의 소포일 경우, 품질 감시 기관에서 체계적으로 규제 및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국제 전자상거래로 구매한 제품이 유해화학물질로부터 안전한지 보장할 수 있는 방법이 불분명합니다.
그린피스 독일사무소의 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온라인 패션 쇼핑몰 쉬인(SHEIN)의 제품 47개 중 7개(15%)에 EU의 규제를 위반하는 유해화학물질이 포함되어 있었으며, 제품 중 약 3분의 1에는 우려할 만한 수준의 유해화학 질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초저가 상품을 판매하는 소매업체들이 반품된 새 상품을 그냥 파기해 버리는 것이 흔하기 때문에 과잉 소비와 자원낭비 역시 큰 문제입니다.
테무가 지구를 위해 침묵 대신 행동에 나설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기업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공개하고, 기후변화 대응 및 재생에너지 사용을 약속하는 것은 이제 주요 이커머스 기업들 사이에서 일반적인 관행이 되었습니다. 일부 기업들은 화학물질을 관리하고 포장재를 줄이기 위해 정책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현재 세계 시장에서 가장 인기있는 이커머스 회사 중 하나인 테무도 이 변화의 움직임에 합류해야 합니다.
기업이 기후변화 영향에 대해 투명하게 알린다면, 소비자는 그 정보를 바탕으로 자신의 가치관에 맞는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구매할 때 이런 정보들을 쉽게 알 수 있어야만 합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그린피스는 테무와 그 모회사인 핀듀오듀오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 배출량에는, 제품 운송 등 가치사슬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까지 포함됩니다. 이런 정보를 알고 공유하는 것은, 테무가 지구는 물론 기업의 장기적인 전망에 중요햔 영향을 미치는 기후, 환경 전략을 세우고 실행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지구를 사랑하는 우리는, 지구를 위하는 소비를 할 권리가 있습니다. 소비자로서 기업의 환경 정보를 투명하게 알 수 있도록, 기업과 정부에 함께 요구해 주세요!
그린피스 서울사무소는 기업이 기후 정보를 투명하게 밝혀 대중이 알 수 있도록, 강제성을 가진 법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는 캠페인을 진행 중입니다. 기업이 사업보고서에 의무적으로 기후와 관련된 정보를 포함하도록 하기 위해 국회의원과 함께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우리 모두 지구를 위한 소비를 할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이 변화할 때까지 함께 해주세요!
첫댓글 좀더 현명한 소비자가 됩시다!
그린피스 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