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엠에프는 풀무원, 해태 등 대기업에 OEM으로 제품을 공급하는 냉동만두 전문기업이다. 김호수 대표(61세)가 경영을 맡은 2008년부터 적극적인 국내외 시장 공략으로 2008년 매출 127억 원이던 회사는 지난해에 376억 원으로 덩치가 커졌다. 수출시장 개척에도 적극적으로 나선 덕분에 아시아는 물론 미국과 유럽 등 20여 개국에 냉동만두를 수출하면서 700만 달러가 넘는 수출 실적을 올렸다.
전북 남원시 노암농공단지에 있는 지엠에프 2층 사무실에 올라가려면 빌딩 입구에 있는 '에어 샤워기’를 거쳐야 한다. 1층 공장 출입문과 가깝다는 이유에서다. 공장에 들어가지 않고 사무실만 들르는 경우라도 예외는 없다. 냉동만두를 만드는 작업 현장을 보기 위해서는 훨씬 까다로운 절차가 필요했다. 위생복으로 갈아입고 위생모를 쓰는 것은 기본이고 신발도 갈아 신어야 했다. 공장 출입문으로 들어서자 다시 한 번 10초간 에어 샤워를 해야 했다. 공장 작업실 옆에는 손을 소독해야만 문이 열린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이런 과정을 모두 거치고서야 공장 견학이 가능했다. 김호수 대표는 "이처럼 까다로운 과정을 거치는 것은 먹을거리를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대기업에 브랜드 제품 공급
지엠에프는 냉동만두를 전문으로 생산하는 기업이다.풀무원, 해태, 푸드머스, 한성 등 국내 유명 브랜드 제품은 물론 해외 20여 개국에 냉동만두를 수출 중이다. 냉동만두를 포함한 지엠에프의 수출액은 700만 달러가 넘는다. 2013년 8월에 준공한 지엠에프 공장은 여름철인 비수기에도 24시간 풀가동 중이다. 만두 성수기인 겨울철에는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비상근무를 해야 할 정도로 바쁘게 돌아간다.
지난해 매출이 376억 원으로 적지 않은 규모이지만 출발은 초라했다. 1995년 참기름, 고춧가루를 생산하는 조그만 농산물 가공업체인 영우식품이 시작이었다. 2002년 굿모닝푸드로 상호를 변경하면서 만두 제조를 시작했고, 2006년 지엠에프로 법인 전환했다. 대표는 2008년 독립법인으로 분리된 지엠에프를 인수하면서 대주주이자 CEO가 됐다. 그가 이 회사와 인연을 맺은 것은 1992년 영우냉동식품 시절이다.
그는 전북 남원이 고향으로 중학교 때 서울에 올라왔다. 한국통신(현 KT)에서 공무원으로 10년간 직장생활을 하다가 피혁업체로 옮겼다. 외국을 돌아다니며 가죽 원료를 수입하는 일을 하던 중에 먹을거리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고향의 식품회사인 영우냉동식품에 첫발을 내딛게 됐다. 그는 수출담당 임원을 맡아 냉동만두 수출을 위해 해외시장 개척에 나섰다.
브랜드도 생소한 중소기업이었던 만큼 해외 전시회에 나가 브랜드를 알리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길이 없었다.
김 대표가 본격적으로 경영을 맡으면서 회사는 성장 가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내수 쪽에서는 풀무원과 손잡으면서 신뢰도를 높였고 수출 쪽으로도 더욱 활발하게 뛰었다. 해외 전시회는 물론 바이어 주소만 쥐면 거리를 불문하고 곧바로 현지로 날아갔다.
“사장이 되고 나서 얼마 안 되었을 때의 일입니다.저희 회사 홈페이지를 보고 러시아 바이어가 메일을 보내왔어요. 무작정 제품을 싸들고 러시아의 시골로 찾아갔습니다. 어렵사리 바이어를 만났지만 서로 영어가 통하지 않는 겁니다. 간신히 통역하는 사람을 구해 협상을 마치고 귀국하려고 보니 이번에는 비행기 편이 없는 겁니다. 말도 안 통하는 곳에서 외롭게 이틀을 허비하다 비행기를 타고 돌아왔던 생각이 나네요.”
김 대표는 “식당을 가나 술집을 가나 동양인이 혼자라서 무섭기도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면서 그때의 러시아 바이어가 현재까지도 우리 회사 주요 바이어 중 한 명”이라며 활짝 웃었다.
외국 대형마트 공략에 주력
수출시장 개척에 성공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다. 초기 수출 과정에서 일본의 교자를 타깃으로 했지만 인지도가 낮아 재미를 보지 못했다. 오히려 라비올리나 미트볼 쪽으로 접근하는 편이 유리하다는 것을 시행착오를 거치고서야 알게 됐다. 또한 국내 소비자가 대용량 패키지를 선호하는 반면, 해외에서는 소형 포장이 인기가 많았다. 현지 마트에 따라 냉장고의 크기나 구조가 다르고 제품의 진열법도 달라 이에 맞는 패키지를 따로 개발해 수출해야 했다. 한국 만두의 해외 수출은 오랫동안 해외 동포와 소수의 아시아인들을 타깃으로 이루어졌다.
예전에 비해 매출이 늘기는 했으나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지역별로 특화한 다양한 만두를 개발했다. 유럽에서는 야채, 버섯 등을 위주로 한 채식 스타일의 만두를 러시아에서는 해물을 주원료로 한 만두를, 동남아에서는 콩단백을 주원료로 한 콩고기만두 등을 전략 상품으로 운용 중이다. 이외에도 비빔밥만두, 샐러드만두 등 기존 만두와 차별화된 상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김 대표는 “한국식 만두를 외국인들에게 각인시키기 위한 노력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수출하는 냉동만두 포장지에는 만두의 일반적인 영어 표현인‘Dumpling’이 아니라 우리식 표현인 ‘Mandu’로 표기해서 한국 만두를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현지 마켓 시식행사를 비롯해 한국 만두 엽서나 스티커를 제작해 배포하는 등 다양한 홍보 활동도 병행하고 있어요.”
지엠에프는 특히 3~4년 전부터 외국의 대형마트를 공략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영국의 아스다와 모리슨, 미국의 홀푸드마켓, 프랑스의 르끌레어 등에서 한국 만두를 판매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대형마트에 현지인 기호에 맞는 지엠에프 자체 브랜드로 유통시키는 만큼 의미가 크다.
2013년 노암농공단지에 공장 신설
내수와 수출이 꾸준히 늘어나면서 지엠에프는 뜻밖의 위기에 부딪혔다. 2011년, 2012년 2년 연속 만두 성수기에 물량 부족으로 거래처로부터 클레임이 걸렸다. 거래업체 담당자들이 지엠에프의 생산기계 앞에서 대기하다가 제품을 받아갈 정도였다. "거래업체로부터 2013년까지 물량공급 부족이 반복된다면 거래를 끊겠다는 통지까지 받았습니다. 그때 저희 공장이 인월단지에 있었는데 기존 공장 증설은 불가능했어요. 그렇다면 방법은 공장을 신축해서 이전해야 하는데 자금 부담은 물론이고 1년 내내 생산하는 시스템이어서 리스크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리스크가 크다고 무작정 미룰 수만은 없었다. 고민 끝에 공장을 새로 짓기로 하고 현재의 노암농공단지에 부지를 매입했다. 부지 매입에서 생산 가동까지 불과 4개월 만에 완료한 초스피드 작전이었다. 100억 원이 넘게
투자된 신축 공장은 20여 년간의 제조 노하우를 바탕으로 최고의 설비와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김 대표는 “특히 모든 공정을 물류 흐름에 레이아웃함으로써 효율성을 높이는 데 주안점을 뒀다”면서 "공장을 신축하기로 한 결정과 주위의 도움, 직원들의 노력이 합쳐져서 이만한 규모의 회사로 성장하는 원동력이 됐다”고 강조했다. 다른 시장도 마찬가지지만 만두 업계 역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지엠에프는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특화된 제품 개발에 주력하는 한편, 해외 주류(主流) 시장 확대를 위해 해외시장 조사, 해외 마케팅 전략 등에 중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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