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전 고구려 대회 때 나타난 종아리 통증 때문에 걱정이 태산 같다. 하프만 뛸까, 아니면 4시간 넘더라도 천천히 완주할까.
지난번과 똑 같은 교통편을 이용하여 올림픽공원 평화의 광장에 도착하자 8시 10분이다. 화장실에 들러 모든 것을 비우고 희종형님을 만났다. 희종형님은 파워젤을 준비하지 못했다고 한다. 천천히 뛰는 나는 없어도 되지만 3시간 20분 안에 뛰는 희종형님은 반드시 갖고 있어야 해서 내가 갖고 있던 하나를 드렸다. 2개만 있어도 급수대에서 바나나를 주워 먹거나 주최 측에서 주는 파워젤로 보충하면 되니깐 걱정할 필요가 없다.
9시 정각, 4시간 페메를 따라갔다. 5분 40초주로 주행해 줄 것을 기대했는데, 웬걸 5분 25~30초로 속도가 빠르다. 10km쯤 지나자 이젠 속도를 낮춘다. 그분만의 주법인 것 같다. 별 수 없이 앞질러서 혼자만의 레이스에 들어갔다. 햇볕 없는 날씨라 달리기 하기엔 좋지만 워낙에 많은 자전거 행렬 때문에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라이더들도 신경 쓰이는 것은 매한가지겠지만...
주로를 2회 왕복하는 것이라 1회 반환할 때쯤 우려했던 대로 오른쪽 종아리에서 신호를 보내왔다. 하프는 1시간 57분 30초로 통과했다. 2시간만 버티면 된다는 심정으로 나머지 21km를 달려 나갔다. 한강변에 진입한 후 진통제 한알을 꺼냈다. 최근 거의 먹어본 적 없던 진통제를 물과 함께 삼켰다. 일단 갈 데까지 가보자는 심정으로 페이스 유지에 신경을 썼다. 진통제 덕분인지, 아니면 오버페이스를 하지 않아서인지 5분 40초 페이스는 지킬 수 있었다.
5km 정도 남겨서는 오른쪽 종아리(비복근) 전체에 통증이 확산되었다. 막판 1~2km 남겨놓고 대회 때마다 만나는 매니아 주자들이 한 명씩 나를 추월해 가며 인사를 건넨다.
3시간 57분 50초로 대회를 마감한다. 사진 찍는다고 잠깐 서 있었는데, 걷기 힘들 정도의 통증이 몰려왔다. 다행히 동마까지는 대회가 없으니깐 17일동안 비복근 치료를 잘해야겠다.
근처 희종형님 친구분이 건물주로 있는 식당에 들러 보쌈을 안주삼아 소맥 몇잔을 마셨다. 몸 상태가 안 좋아서인지 많이 먹지도 못하고 오래 앉아 있을 수도 없다. 먼저 일어나겠다고 인사를 하곤, 고속버스로 세종 집에 이동하여 일찍 드러누울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