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막둥이 홀로 집을 지키고 있는 아파트
서둘러 일찍 도착하였다.
아침부터 윗 잇몸에서 얼굴부위까지 통증이 오고
만져보니 이거 만만치 않다.
어차피 내일 오전에 보철과 예약이 있으니 기다려보자.
뒷통수 한 방 맞았다.
알고 있던 이가 아니라 그 옆의 이가 잇몸이 곪아서 녹아내리는 중
보철과에서 치주과로
치주과에서 조금 더 버티다 발치하겠냐고?
순서대로 해야죠.
그래서 보존과가 아닌 치주과에서 곪은 부위를 마취하고선 모두 긁어내는 것 같다.
돌아오는 전철 안에서 맘이 무겁다.
지난해 치과병원을 이리로 옮겨오면서
첫날 진단 후
틀니를 하시는 게 좋겠단다...
그날도 귀가하면서 착찹하였다.
아내도 틀니만큼은 반대하였고
힘들고 돈들고 어렵더라도
하나하나 임플란트로 채워 가기로 결정하였다.
임플란트만 이제 4개째 보철 작업 중인데
이미 예약된 브릿지와 임플란트 하나
그리고
하나 더 늘어났다.
잇몸이 아프면 치아가 아닌 잇몸이 염증으로 무너지고
대책은 임플란트 뿐이다.
일해 벌어서 치과에 몽땅 바친다.
돈도 돈이지만
세월을 받아들이고 내 몸의 현실을 받아들이는 게 힘들다.
살 만큼 살았지 하면서도
이렇게 무너지는 잇몸을 보면서 속수무책이다.
설을 앞두고
몸이 전 같지 않지만
올 한 해는 충청도 내륙지역과 경기도 앞바다 해변가를
그리고 못 가본 서해 섬들을 돌아보기로 하였는데
대청도 백령도 구정 나들이는 고사하였고
허긴 갔다간 제 날자에 나올 수도 없게 기상 악화가 예보되었고
설 전전날
궁평항 전곡항 바닷바람 쐬고
사우나에서 하룻밤 넘기고
대부도 방아머리로 가서
대이작도나 다녀오자~~~
연휴 첫날을 궁평항으로 내비를 맞췄다.
궁평항
바닷바람이 매섭다.
선착장 시설도 변했고
수산물 판매장도 예전의 모습이 아니었다.
어선도 많이 늘었고
어항이지만
관광객을 부르는 모습의 어항이 되어있었다.
10년 전 올랐던 창진호
이곳에서 두 달 정도 머물렀었지
그 추억을 찾아서 어판장을 돌아보니
창진호에 꼬리 달린 판매장이 있지만
옛 사람들은 없었다.
오로지 수산물 판매시설로 변경되었고
다른 지역처럼 회를 떠서 식당으로 가는 구조로
양념식당이 별도로 시설되어 있었다.
지난 추억 찾아가 볼까?
아니다.
이미 정리했다고 들었는데
가봐야 술잔만 부딪칠게 뻔하다.
궁평항
찬 바람 맞으면
홀로 한 바퀴 둘러보고
전곡항으로 향했다.
궁평항 이곳에서의 추억도 십 년 세월에 빛바랬다.
올해 6월에는 만 나이 도입으로 동료들 한 살 준다고 기뻐하지만
이래나 저래나 7학년 고지에 올라섰으니 다를 것이 없다.
십년세월 강산도 변한다지만
맘만큼은 그대로인데 몸만 연식이 쌓인다.
하나 더하면
세월 따라 안 늙어 가는 것이 있으랴만
의욕도 시들해지고
덩달아 의욕도 늙어 간다.
뉴스에서
코로나 이후 다시 문을 연 복지센터나
노인센터에 수북히 몰려든
뭔가 하나라도 더 배우겠다고 몰려든
7, 80대 어르신들을 보면서
궁평항 찬바람 맞으면서 다짐을 해보았다.
무기력한 노인은 되지 말아야지
사는 날까지는 최선을 다해야지
누군가 그랬지
내일 지구가 멸망할지라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고.-스피노자-
이 나이에 뭔 골치 아픈 공부를 해서 뭣 하랴
일도 적당히 하고
조금일망정 머리 덜 아픈 공부도 하고
호젓한 여행도 즐기면서
의미 있는 활동도 하고
조금이라도 나눠가면서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야지~~~
어차피 어딜 가든
주머니 가벼운 자
뒷줄에 조용히 서면 된다.
첫댓글 궁평항 시절이 벌써 10년이나 지났습니까~?
맙소사~!!!!!
화살같이 흘러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