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회고록8막60장 (1부)
2017년.
60세.
드디어 내가 육순이 되였다.
내년이여는 환갑이다.
물이 밀려오니 하염 없이 쌓아둔 모래탑이 무너지듯 세월에 밀려 하염없이 오다 보니 벌써 육순이 된것이다.
모든것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태양도,구름도,낙엽도, 산과 들도, 세상에 모든것들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현존하는 물체들이 모두 내곁에서 사라지지 않도록 기록하여 둔다.
사진 찍는 것을 멈추고 동영상 촬영을 하여 그들의 목소리와 그림자까지 섬세하게 기록하고 싶다.
언젠가는 내곁을 떠날 것 같은 두려움에 주위를 두리번 거린다.
나이에 견주는 나무의 나이테처럼 나는 빛바랜 물감처럼 쭉늘어진 눈지방과 어느 순간 사라져 버린 머리카락을 주섬이며 거울을 본다.
이마의 주름살이 서서히 자리를 잡으려 하고 검버섯이 얼굴 군데 군데 자리를 잡기 시작한다.
팔뚝에 검버섯을 보며 세월의 흔적을 찾아본다.
야산도 높은 태산처럼 보이고 , 시냇가도 넓은 강처럼 느껴진다.
건망증이 아닌 기억상실증에 걸린 환자처럼 기억력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하니 메모하기 바쁘다.
얼마전 등산길에 육순이 된 잣나무를 보았다.
나랑 동갑내기 잣나무는 우렁찾다.
키는 5m가 넘은것 같았고 , 숲속에서 위용을 자랑하며 다른 나무들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연분홍색에 쭉 늘어준 꽃을 지탱하지 못하고 고개를 떨군 할미꽃처럼 잣나무 밑에 숨어 있었다.
내가 육순이 된것이다.
내년이여는 환갑.
믿기지 않는 세월에 두려움을 느끼며 달력 보기를 포기하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