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산림문학상 심사평
대상과의 상호 삼투, 회귀본능의 자연관
- 이종삼 수필에 대하여
권대근
문학박사, 대신대학원대학교 교수
Ⅰ.
인간을 가장 절대적 존재로 인정하게 하는 바탕이 정이다. 그래서 정이 바탕이 된 이종삼 <마음 그릇>이란 당선작 수필에는 잔잔한 감동이 녹아 있는 것이다. 이종삼의 글솜씨는 제재를 이루는 모든 질료들에 생명을 불어넣는 데서 그 진가를 발휘한다. 그는 일상생활 속의 인연 이야기를 질박한 목소리로 들려주면서 하나하나의 유무생물체에 의미를 부여하고 나아가서 소박한 문체로 문장을 산뜻하게 배열한다. 자연, 우주, 산 등을 화소로 해서 소박한 자신의 상념을 담아 겸허하게 표출한 이 수필이 강한 응집력을 가지는 것은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내용 즉 주제와 이를 뒷받침해주는 제재에 자신의 겸허한 서민의식이 질펀히 녹아 있기 때문이다. 자연 속에서 생명을 가지는 무수한 소품들은 어쩌면 도시인의 잃어버린 공백을 메워주는 매개로 안성맞춤이 아니겠는가.
이종삼의 <마음 그릇>은 한 가지 사물을 사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사물이 보여주는 정취 속에서 자연의 외경을 느끼며, 자연이 신의 섭리를 따르고 있음을 파악한 작가의 자연 순응적 사상이 녹아 있는 작품이다. 시골에서 보름 동안이나 ‘별바라기’를 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 수필의 메시지가 하나 같이 자연은 인간의 영원한 고향이고, 또 인간이 돌아가야 할 최후의 안식처라는 사실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작가가 이런 자연관을 보이는 것은 인생에 대한 연륜과 인생을 바라보는 깊이와도 관계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종삼의 수필에 나타나는 또 하나의 원형적 이미지는 하늘을 기반으로 하는 우주다. 무한한 우주의 공간에 자신의 마음 공간을 대입시켜 넉넉한 마음으로 이 한 해를 보내고 싶은 작가의 따뜻한 심사가 작품의 주조를 이루고 있는 이 수필 속에는 자연의 섭리와 인생살이의 오묘함에 대한 이종삼의 감탄이 진하게 배어 있다. 우리에게 우주는 영원한 모성이다. 그 속에서 생활하며 결국에는 한 점 흙으로 돌아가는 게 우리 인생이다. 밤마다 별바라기를 하는 이종삼 같은 이런 작가가 우리들 주변에 있음으로 해서 우리는 늘 자연의 향기와 우주의 기운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이 작품은 작가의 따뜻한 감정이 대상과 상호 삼투되어 동일시를 이루고 작품 속에 자기를 용해시켜내는 작업이 공감과 감동을 안겨준다. 무엇보다도 ‘마음 그릇’의 크기를 삶의 중요한 가치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자신을 되돌아보면서 희망의 길을 걷는 작가의 눈이 신비로 그윽하다. 인생에는 소중한 것이 참으로 많다. 이 작품의 쾌미는 수필적 화자가 갖는 내면의 아름다움이다. 잊고 있던 기억 저편의 모습을, 눈앞에 보이는 풍경들을 드러내는 여러 일들을 서정어린 그림처럼 펼쳐 보일 수 있는 것이 이종삼 수필이 갖는 또 하나의 매력이다. 이런 면에서 보면 이종삼의 수필은 자기 자신의 내면풍경이나 마찬가지다. 인간의 절실함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인생이 짧다는 깨달음을 안고 보람되게 살고자 하는 자세다. 작가의 시선은 밤마다 하늘을 향한다. 눈길마다 온통 빛나는 별이 스친다. “마음 그릇에 사랑과 소망을 담으면 더없이 아름다운 모양일 것이고 미움과 시샘을 채우면 몹시 추한 꼴이 될 것”이라는 반성적 성찰은 살아있는 날의 의미를 퇴색시키지 않는다. 이 수필이 문학일 수 있는 근접성은 바로 여기에 있다.
주제적 장르로써 수필은 무엇보다도 주제의 내면화를 요구한다. 가족을 다루면서도 가족사적인 문제에 머물러만 있지 않고 시선을 자기 안으로 가져간다. 인간에 그리움을 흘리고 지구에 따스한 체온을 전해주는 작가이기에 우리는 이종삼의 다음 작품에 더 기대를 걸 수가 있는 것이다. 수필 속에 하나같이 체험을 끌어들여서 서사성을 높인다든지, 반성적인 성찰을 담아 수필로서의 가치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우주와 자연을 제재로 해서 이만한 맵시를 내기도 쉬운 일이 아니다. 아무쪼록 자신의 수필이 산림문학상 수상작에 선정되었다는 것을 계기로 해서 더 좋은 작품을 써내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