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루 운하와 오르골매장
일본 북해도(北海道)기행(1)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한일신
첫 수필집을 내고 나니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내친김에 잠시 한 박자 쉬어가려고 했더니 그사이 잡생각이 끼어들었는지 일이 통 손에 잡히지 않았다. 잔잔한 바다에 바람이 일 듯 괜스레 마음이 뒤숭숭해서 여행사를 들락거리다 일본 북해도를 다녀오기로 했다.
공항버스를 타고 가면서 웅장하고 독특한 건물이 눈에 들어오는데 그게 바로 인천국제공항이었다. 공항에 들어서자 엄청 크고 넓은 홀에 무슨 사람이 그리도 많은지. 나는 어리둥절해서 이리저리 한참을 헤매다 담당가이드를 만나자 한숨 돌리고 출국절차를 밟았다.
비행기를 타고 2시간 반 만에 일본 삿포로공항에 도착했다. 이곳 역시 크고 깔끔했지만, 인천공항에 비하면 아기 공항 같았다. 공항에 내리자마자 우리 일행 29명은 한 식구가 되어 ‘마혜진 가이드’를 따라 ‘도라이바 상’이 운전하는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북해도를 향해 가는 동안 가이드는 이곳의 역사와 문화 등에 대해 친절하고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이곳은 공기 좋고 화산과 온천이 많으며 자연이 잘 보존된 곳이라고 했다. 특히 북해도는 100여 년밖에 안 되는 짧은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남한의 84%나 되는 넓은 땅에 인구는 고작 540만 명이란다. 원래는 일본 땅이 아니라 아이누족이라는 원주민들이 정글법칙처럼 살던 땅인데 일본인들이 들어와 원주민들을 지배하면서 점령해 버렸다고 한다.
-오타루 운하-
차창 밖으로 끝없이 펼쳐지는 울창한 산림과 단풍을 감상하며 오타루에 머물렀다. 이곳은 영화 ‘러브레터’ 촬영지로 유명해서인지 많은 관광객으로 붐볐다.
오타루 운하는 오타루의 상징이며 당시 교역의 중심지 역할을 했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그 기능을 잃어버려 방치되었으나 이를 메우지 않고 복원했다. 그리하여 운하 옆에 있는 낡은 창고건물들은 내부를 수리하여 유리공예점, 찻집, 식당 및 쇼핑점으로 변신하여 관광객을 맞는데 이는 마치 우리나라 신사동 같았다.
가이드는 북해도에 오면 아이스크림 맛을 꼭 봐야 한다고 해서 나도 3,200원 하는 ‘라벤더 아이스크림’을 사 먹었는데 꽤 부드럽고 맛이 있었다.
-오르골매장-
길 건너 오르골 당 앞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높이 5.5m의 증기시계가 있어 사람들이 많이 모여 들었다. 이 증기시계는 생각보다 그리 크지 않았으며 달리는 기관차처럼 요란한 소리를 내며 15분마다 증기를 뿜어대며 짤막한 음악을 들려주는데 참 신기했다.
발길을 매장 안으로 돌리자 이곳에는 다양한 수공예전시장이 있었다. 호화로운 장식의 오르골과 아이들이 좋아할 귀여운 캐릭터 오르골 등 수천 가지의 크고 작은 종류의 오르골이 눈길을 끌었다. 보면 볼수록 예쁘고 신기한 오르골 매력에 빠져들었지만, 패키지여행인지라 오래 머물 수 없어 발길을 돌렸다.
하루의 일정을 마치고 울창한 산림에 둘러싸인 ‘죠잔케이(定山溪)'에 짐을 풀었다. 우리가 묵을 호텔은 온천 발상의 터가 되는 원탕호텔이란다. 넓고 깨끗하게 단장된 다다미방에서 ‘유카타’로 갈아입고 발코니에 나와 창밖을 보니 계곡 아래 곱게 물든 단풍이 절정을 이뤄 저절로 탄성이 나왔다.
이곳 단풍은 노랑, 주황, 상록수의 초록 등이 주류를 이루었는데 붉은색에 익숙한 한국 단풍과는 또 다른 정취를 느끼게 했다. 자연이 주는 이 아름다운 풍경을 눈으로만 즐길 수 없어 내일 아침 카메라에 담아오기로 하고 우선 원수가 나오는 이곳 호텔에서 온천욕을 즐겼다.
온천 후 개운한 기분으로 식당으로 향했다. 넓은 홀엔 테이블마다 관광객들로 가득 찼고,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에게는 소고기도 즉석에서 구워주었다. 그런가 하면 신선한 연어, 생새우, 대게도 있고, 김밥, 잡채, 낫또(納豆; natto) 등, 보기만 해도 입에 침이 고이는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어 마냥 행복했다.
*유카타 : 일본 복식의 한 종류로 주로 여름에 또는 온천 후 입는 옷으로 땀을 잘 흡수하는 면 소재의 옷. 일본 특유의 풍습으로 여관이나 호텔에서 잠옷으로 쓰이나 온천 숙박업소에서는 관내 또는 외출 시에 입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2015.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