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시대의 광고 문화 - 역사 인물 브랜드
영원한 인간사랑 ・ 2024. 1. 24. 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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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시대의 광고 문화
역사 인물 브랜드
모두가 브랜드가 되는 ‘브랜드 유’의 시대에서 구찌의 재키 백을 비롯해 브랜드로 환생한 역사적 인물이 주목받고 있다. 브랜드 스토리를 만들 때는 인물, 배경, 사건이라는 스토리의 3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역사 인물을 브랜드 이름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일시적 유행으로 끝난 적은 없었다. 브랜드의 명성에 걸맞게 그 역사 인물도 빛났다. 이제 브랜드도 키우고 그 인물도 빛낼 수 있도록 우리나라의 역사 인물 브랜드를 개발해야 한다.
브랜드로 환생한 역사 인물
아인슈타인 우유, 메치니코프 요구르트, 나폴레옹 코냑, 에디슨 전구, 키플링 백팩을 떠올려 보자. 이 브랜드들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모두 역사적 인물의 이름을 브랜드 네임으로 활용했다는 점이다. 유명인의 이름은 제품에만 쓰이는 게 아니다. 유명인의 이름을 딴 공항은 생각보다 많다. 존 F. 케네디 공항, 샤를 드골 공항, 레오나르도 다빈치 공항, 요한 슈트라우스 공항이 대표적인 인명 공항이다. 역사 인물을 브랜드 이름으로 활용할 경우 어떤 의미가 있으며, 기대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효과는 무엇인지 몇 가지 사례를 통해 살펴보자.
구찌의 재키 백(Jackie Bag)을 보자. 구찌의 호보백은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Jacqueline Kennedy Onassis, 1929~1994)의 애칭인 ‘재키’를 응용해 ‘재키 백’이라는 이름을 얻었다(그림 1 참조). 미국의 제35대 대통령 존 F. 케네디의 영부인이었고, 선박 재벌 오나시스와 결혼해 패션계를 주름잡던 그녀는 “제대로 차려입지 않고는 집 밖에 나간 적이 없다”고 자부했을 만큼 완벽한 패션 스타일을 추구했다.
구찌 호보백은 ‘재키 백’이라는 이름으로 지금까지 출시되고 있으며, 일부 품목은 재클린의 처음 성(姓)인 ‘부비에’를 따 ‘부비에 백’으로 부르기도 한다. 재키 백은 2009년에 프리다 지아니니(Frida Giannini)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지휘 아래 ‘뉴 재키 백’이란 이름으로 다시 출시되었다. 이 제품도 재키 백의 원형을 유지해, 가방 아래쪽을 둥글게 마감했고 어깨에 멨을 때 삼각형이 되도록 했으며, 가운데 부분을 고리로 걸어 잠그게 했다. 재클린은 떠났어도 그에 대한 집단적 기억과 패션 감각은 재키 백에 아직도 생생히 살아 있다(김병희, 2013).
그림 1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와 재키 백
‘루이 14세(Louis XIV) XO’ 양주를 보자. 프랑스 국왕 루이 14세(1638~1715)는 양주로 환생해 오늘도 주당들 곁에 있다. 절대군주였던 그는 베르사유궁전을 만들어 태양왕(太陽王)이란 별칭까지 얻었다. 양주 브랜드 루이 13세의 실제 모델이었던 루이 13세(Louis XIII, 1601~1643)는 결혼 후 23년 만에 루이 14세를 얻었는데, 왕은 그가 자기 자식인지 늘 의심했다고 한다.
어쨌든 루이 14세는 프랑스를 오늘날과 같은 강대국 반열에 올려놓아 ‘눈에 보이는 신(visible divinity)’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77세로 생을 마감한 루이 14세는 겉으로는 화려한 삶을 살았을 것 같지만, 가족들이 자신보다 먼저 죽고 남겨진 상속자는 다섯 살짜리 증손자뿐이었다고 한다. 루이 14세 XO 양주는 루이 14세에 대한 오마주의 의미를 지니는 브랜드다. 솔로 로에베 압솔뤼토(Solo Loewe Absoluto) 향수 역시 루이 14세로부터 영감을 얻어 개발한 것이다.
그림 2 폴 로저 쿠베 서 윈스턴 처칠 와인
‘폴 로저 쿠베 서 윈스턴 처칠(Pol Roger Cuvee Sir Winston Churchill)’ 와인도 있다(그림 2 참조). 영국의 처칠(1874~1965) 수상은 1928년산 ‘폴 로저’ 와인을 특히 좋아했는데, 처칠은 1945년 프랑스 주재 영국 대사관이 주최한 점심 식사에서 폴 로저 샴페인 하우스의 대모인 오데트 폴 로저를 만난 이후 친밀한 유대 관계를 가졌고, 그 후 거의 이 와인만 마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폴 로저는 처칠에 대한 보답으로 처칠만을 위한 특별 샴페인 용기를 만들었고 사후에 그의 이름이 오래 기억될 수 있는 와인을 내놨다. 폴 로저 쿠베 서 윈스턴 처칠 와인은 생전에 처칠이 즐겼던 그대로의 맛과 향을 충분히 반영한 것으로 유명하다.
처칠이 사망한 1965년에는 영국으로 수출하는 그해 생산된 모든 폴 로저 샴페인의 은색 상표(White Foil) 라벨을 검은색으로 처리해 애도의 의미를 전하기도 했다. 1975년부터는 처칠의 이름을 딴 특급 샴페인을 생산하기 시작해 1983년 처칠의 생가가 있는 영국의 블레넘궁에서 출시했다.
국내의 역사 인물 브랜드
국내 사례를 보자. 에디슨 LED 조명이 있다. GE라이팅은 1879년에 토머스 에디슨(Thomas Edison, 1847~1931) 이 설립한 GE의 모체다. 에디슨이 세계 최초로 전구를 발명한 이후 GE라이팅은 백열램프, 형광램프, 할로겐램프, 고압방전램프, LED 같은 다양한 조명 제품을 개발해 왔다. GE라이팅에서는 직접적으로 에디슨 이름을 브랜드화하지는 않고 있으나 누가 봐도 에디슨 이미지가 떠오르도록 기업 정체성을 유지해 왔다.
반면에 국내의 에디슨솔라이텍은 발명왕 에디슨의 이름을 직접 사용해, LED 조명과 태양광발전이라는 두 개의 사업 축을 활성화하고 있다. 국내 LED 조명의 시장점유율이 확장되고 있는 상황에서, 에디슨솔라이텍은 태양광 발전 사업에서 거둔 결실을 LED 조명 분야에 투입해 세계 최초로 전구를 발명했던 에디슨을 환생(?)시켜 브랜드 자산을 높이고 있다.
사임당화장품은 조선 전기의 여류 서화가이자 율곡 이이의 어머니로 유명한 신사임당을 끌어다 브랜드 자산을 구축해 왔다. 창사 이래 한방 화장품만 생산해 온 사임당은 전 세계에 ‘K-뷰티’를 널리 알리고 있다. 사임당화장품의 하위 브랜드는 인현진, 사로매, 로생, 아토앙, 치우천황, 선, 정일품 등이다.
‘인현진’은 한의학연구원과 공동 개발한 고기능성 한방 화장품 브랜드, ‘아토앙’은 보디워시 로션 크림으로 구성된 유아용 아토피 제품, ‘치우천황’ ‘선’ ‘정일품’은 남성 화장품 브랜드다. 한류 바람이 불면서 ‘K뷰티’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중국에서 한국산 화장품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현모양처의 표상으로 알려진 신사임당의 브랜드 가치에 주목한 이 화장품의 브랜드 전략은 깊은 인상을 남기고 있다.
우리 속담에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라는 말이 있다. 이를 패러디하면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브랜드로 환생한다”가 된다. 역사 인물을 브랜드 이름으로 활용하면 그 인물에게 오마주를 표시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그렇지만 잇속에 밝은 기업들이 단지 존경과 경의를 표하기 위해서만 거장의 이름을 브랜드 이름으로 쓰겠는가? 이미 대중에게 친숙한 거인들의 이름을 브랜드 이름으로 활용하는 것이라 굳이 브랜드 인지도나 브랜드 선호도를 높이기 위해 마케팅 비용을 쓸 필요가 없다. 어떤 거인이 평생 동안 쌓아 온 개인의 이미지가 저절로 브랜드 이미지로 전이될 가능성이 크다. 바로 이 점이 역사 인물을 브랜드 이름으로 활용할 경우에 기대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효과다.
역사 인물 브랜드의 개발
이상에서 살펴본 사례들은 앞으로 스타 마케팅 전개에 의미 있는 단서를 제공할 것이다. 이제 유명인이 광고 모델로만 등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유명인의 이름을 딴 브랜드나 쇼핑몰도 등장하고, 유명인이 직접 창업해 적극적으로 스타 마케팅을 전개하기도 한다(강승구 · 김병희 · 이혜미 · 손일권, 2014). 일찍이 경영학자 톰 피터스(Tom Peters)는 모두가 브랜드가 되는 ‘브랜드 유(Brand You)’의 시대가 왔다고 선언한 적도 있었다(Peters, 1999).
어떤 브랜드의 스토리를 구성하는 데는 인물, 배경, 사건이라는 스토리의 3요소를 고려해야 한다(김태욱, 2015). 이런 맥락에서 개그맨 이경규 씨가 개발한 ‘꼬꼬면’을 비롯한 ‘셀럽 브랜드’가 주목받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나 유명인을 뜻하는 셀러브리티(Celebrity)의 줄임말이 셀럽인데, 아예 셀럽의 이름을 딴 브랜드가 주목받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렇지만 셀럽 브랜드는 현재 살아 있는 인물의 이미지나 명성을 브랜드로 전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역사 인물을 브랜드로 환생시키는 일과 달리 인물에 대한 대중적 호응도에 따라 일시적 유행으로 그칠 가능성도 높다.
그렇지만 역사 인물을 브랜드 이름으로 활용하는 일이 일시적 유행으로 끝난 사례는 없었다. 어떤 인물의 한평생만큼 장구한 세월 동안 그 브랜드의 자산이 관리되었고, 결과적으로 브랜드의 명성에 걸맞게 실제 역사 인물도 빛났다. 여기에 이르러 왜 우리에게는 우리나라의 역사 인물을 브랜드 이름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신사임당 외에는 없었는지를 반성하게 된다.
정약용 선생을 환생시켜 ‘약용 와인’을, 선덕여왕의 이름을 따서 ‘선덕 향수’를, 이순신 장군을 추모하며 ‘순신 칼’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아직 늦지 않았다. 지금부터라도 우리나라의 역사 인물을 브랜드 이름으로 활용해 브랜드도 키우고 그 인물도 빛낼 수 있는 브랜드 네이밍 전략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역사 인물 브랜드 (스마트 시대의 광고 문화, 2015. 11. 1., 김병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