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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산악회 코스 계획을 혼합한 '천은사 주차장 → 쉰움산 오십정 정상 → 두타산 갈림길 → 대궐터 삼거리 → 베틀봉 → 미륵바위 → 신선교 → 무릉계곡 주차장'의 10.8km 구간을 5시간 동안 즐길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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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움산
높이: 688m
위치: 강원도 동해시
쉰움산은 두타산의 영지이며 산정에는 천제봉, 고초봉 등이 있다. 두타산 정상에 북동쪽으로 3km 정도 거리이다. 쉰움산은 산정에 수천 사람이 앉을 만큼 넓고 편편한 반석이 있고, 기암괴석이 솟아 있는 반석 위에 원형의 크고 작은 우물이 50개가 있어 이름을 오십정이라 한다.
정상의 바위 표면이 흡사 달의 분화구 같기도 하다. 바위에 패인 자국은 작은 메추리알에서 공룡알 크기까지 다양하며 가뭄에도 항상 물이 고여 있다. 산행 기점은 천은사이다. - 한국의 산하
두타산[頭陀山]
높이: 1,357m
위치: 강원도 동해시 삼화동, 삼척시 미로면
두타산은 청옥산과 한 산맥으로 산수가 아름다운 명산으로 사계절 등산 코스로 이름이 높아 많은 등산객이 찾는다. 깎아지른 암벽이 노송과 어울려 금세 무너질 듯 아슬아슬하게 물과 어울린 무릉계곡의 절경 골짜기는 비경이다. 동해와 불과 30리 거리에 있어 산과 바다를 함께 즐기려는 피서객들에게는 이상적인 산이다.
산 이름인 두타는 속세의 번뇌를 버리고 불도 수행을 닦는다는 뜻이다. 두타산에는 두타산성, 사원터, 오십정 등이 있으며 계곡에는 수백 명이 함께 놀 수 있는 단석이 많아 별유천지를 이루고 있다. 두타산의 중심 계곡인 무릉반석을 비롯, 금란정, 삼화사, 광음사, 학소대, 광음폭포, 옥류동, 두타산성, 쌍폭, 용추폭포 등의 아름다운 명소와 유서 어린 고적이 많다.
동북능 하산길 678고지 부분에 있는 이 오십정은 둥글게 패인 바위 위에 크고 작은 50개의 구멍이 있는데 이를 쉰 우물, 오십 정이라 한다.
두타산(1,352)과 4km 거리를 두고 청옥산(1,404m)과 이어져 있어 두 산을 합쳐 두타산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두 산을 연계하여 종주 산행을 할 수도 있다. - 한국의 산하
코로나가 한참이던 2021년 6월경, 언론을 통해두타산 베틀바위 산성길을 전면 개방한다는 기사를 접하고, 그게 뭔가 궁금했으나, 당시에는 그게 아니라도 가야 할 산이 많아, 그 궁금증은 잠시 뒤로 미뤄뒀었다. 이후 시간이 흘러, 갈 수 있는 산이 줄어들어 두타산 베틀바위 산성길에 관한 호기심이 되살아나기도 했으나, 이미 두 번이나 달린 댓재에서 두타산까지 달리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아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A부터 E까지 여러 개의 코스가 있는 안내산악회의 두타산행 계획을 구경하다가, ‘쉰움산’이라는 생소한 산을 발견했다. 산악회 코스는 댓재에서 시작해 두타산을 찍고 쉰움산을 거쳐 천은사로 하산하는 계획이다. 순우리말인 쉰움산의 뜻을 풀이하면 50개의 홈이 있는 산이라는 말이라, 여기저기 찾아보니, 한자로 오십정(五十井)이라 쓴다는 걸 알았다. 그럼, 천은사에서 시작해 쉰움산을 거쳐 베틀바위 산성길로 가는 코스도 있을 거 같아 찾아봤으나, 대기업 안내산악회 공식 코스에는 없지만, 그렇게 간다고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변형된 코스로 가기 위한 전제는 댓재에 이어 두 번째 들머리가 천은사인 두타산행을 찾아야 한다. 언제부터인지 대한민국 산행을 지배하는 건 인증꾼이라, 대부분이 인증에 집중해 그렇지 못한 산이나, 코스는 외면받는 산 생활이 됐다. 와중에 두타산은 댓재와 두타산 정상이 백두대간 인증 대상이라 인기가 좋지만, 천은사를 두 번째 들머리로 하는 산행은 두타산을 다녀오기에는 약간 무리가 있어 얼마 전까지는 드물게 출발했다. 요즘은 웬만큼 대간 인증이 끝났는지, 쉰움산을 두 번째 들머리로 하는 산행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오지 전문 안내산악회가 백두대간 인증을 버리고 쉰움산과 베틀바위만 연계한 상품을 내놓았음에도, 성원을 채우지 못하는 걸 보면, 아직 인증은 중요한 듯하다. 어쨌든 지난 7월 갈만한 산이 눈에 띄지 않아, 여기저기 뒤적이다가 쉰움산행을 발견해, 바로 신청했으나, 비 예보에 취소자가 속출해 9월로 연기되는 아픔을 겪었다.
연기된 9월 25일 수요일은 다음 날인 목요일 오지인 김천 염속산행 계획이 잡혀 있어, 산에 갈 수 없는 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취소했다. 하루 쉬고 하는 산행도 힘들어 주저하는 인간이라, 연이틀 산에 오르기에는 체력이 많이 모자란다. 그리고 다른 날짜의 산행 계획을 찾다가 발견한 게 2024년 8월 첫 번째 월요일인 5일 산행으로 7월 8일 신청했다. 그 산행을 발견할 당시에는 성원에서 한참 모자라 제대로 출발할 수 있을지 의심스러웠으나, 출발 5일 전인 지금은 인솔 대장 포함 28인승 버스의 25석을 채워 천재지변이 없는 한 정상 출발이다. 물론 페널티를 감수하고 취소하는 승객이 10명이 넘으면 연기되거나 취소될 수도 있다. 기상청 중기예보에 의하면 당일 강원 영동은 종일 흐리고, 기온은 최저 26℃에서 최고 34℃로, 단기 예보가 발표되어 봐야 알겠지만, 무척 더울 듯하다.
삼척이 생각보다 먼 지역이라, 사당 기준 6시 40분 출발이라, 어쩔 수 없이 그보다 10분 늦은 양재역 국립외교원 앞에서 차를 탈 생각으로, 김밥은 사당역표가 아니라, 연서시장표를 준비하려고 했다. 하지만, 어차피 연서시장에 들리는 시간을 고려하면 사당이나 양재나, 집을 나서는 시간은 같아, 평소대로 사당역표 김밥으로 한다. 그리고 쉰움산과 베틀바위 산성길에서 흘린 땀을 무릉계곡으로 흘려보낼 예정이라, 등산화는 새로 산 아큐아 슈즈를 테스트할 겸 신고 간다. 산행 하루 전 기상청 두타산 산악날씨에 의하면 14시부터 18시까지 소나기다. 와중에 16시~17시는 15mm 이상의 폭우라 그에 대비한다. 하산주는 봉 감독과 덕항산에서부터 청옥산까지 2박 3일 달린 후 갔던 식당이 아직 있다면, 거기서 마실 생각이다. 지도의 '무릉명가'라 생각되는데, 가 봐야 알 거 같다. 물론 하산주 시간 확보와 폭우를 피하고자 가능한 한 일찍 마감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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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보다 20분 일찍 알람을 맞춰 놨으나, 늘 그랬듯이 4시 30분경 저절로 눈이 떠져 어쩔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아지트로 나와 볼일을 보며, 먼저 밤새 변화가 있는지 확인했다. 있다! 승객 중 유일했던 안면이 있는 산꾼이 어떤 이유에선가 출발 직전 취소하고, 대기 중이던 승객이 그 자리에 들어갔다. 혹 소나기 소식 때문?! 그리고 쉰움산 당일 예보는 하루 전 두타산 예보와 대동소이하다. 다만, 미세먼지, 초미세먼지가 '좋음'이라 날씨만 좋다면 탁월한 조망을 기대할 만하였을 듯했다. 문제는 두타산, 쉰움산이 아니라, 조금 있으면 떠나야 할 집으로 별생각 없이 집 부근 예보를 확인하니, 소나기다! 그것도 시간당 18mm로 폭우 수준이다. 그리고 누룽지를 끓여 아침을 먹은 후 전투복으로 갈아입은 후 배낭을 메고 아쿠아 슈즈를 신으려는 순간 폭우가 내린다. 감탄할 만큼 정확한 예보다! 그럼, 두타산 소나기도? 이런 상황에서 양말을 신고 아큐아 슈즈를 신는다는 건 바보짓이라, 양말을 벗어 비닐봉지에 잘 넣어 배낭에 넣은 후 신을 신고 집을 나선 시각이 5시 25분경이다.
애초 계획은 5시 47분 열차를 타고 사당에 6시 29분 도착할 예정이었으나, 너무 일찍 기상해 딱히 할 일도 없고, 이 폭우 아래, 열차에 무슨 일이 발생할지 몰라, 한 단계 이른 열차를 타는 게 좋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일찍 나섰다. 그런데, 집에서 구산역까지 대략 460m를 가는 동안, 하체는 거의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될 정도의 폭우를 뚫고 가야 했다. 그리고 구산역에서 6시 36분, 알고 보니 첫차를 타고, 사당으로 향해, 예상대로 예정보다 4분가량 늦은 6시 22분경 도착했다. 그다음 차를 탔으면, 우중에 주차장까지 달려야 하는 불상사가 발생할 뻔했다. 그런데, 너무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김밥을 사야 할 종합 판매대가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 위의 개찰구 밖에 대안이 있다는 게 그나마 다행으로, 그 빵집이 문을 열었기를 빌며 개찰구를 통과하면서, 그 방향을 보니, 다행히 영업 중이다. 즉석 빵집에 들러, 김밥 한 줄을 사 바람막이 주머니에 넣은 후 1번 출구로 나가며 보니, 비가 그쳤다. 아니, 사당 지역은 아예 비가 안 내린 듯하다.
비는 내리지 않지만, 집에서 구산역까지 가는 동안 젖은 우산을 조금이라도 말리기 위해 우산을 쓰고, 공영주차장으로 들어가, 사각지대의 안내산악회 버스가 주차한 곳으로 가서 보니, 대기 중인 버스가 3대에 불과하다. 아, 오늘이 월요일이다. 수요가 없어 그런 건지 의도적으로 그렇게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월요일 산행은 연휴가 아닌 이상 많아야 4개 산이다! 그런데, 앞의 두 대는 '해파랑길'과 '두타산'으로 내가 타야 할 쉰움산행 버스가 안 보여, 뒤로 돌아가 확인하려는 순간, 원래 두타산을 위해 만들어진 산행이고, 쉰움산은 곁다리라는 게 떠올라, 쓴웃음을 짓고 오른쪽 두타산행 버스로 가, 짐칸에 배낭을 넣고, 오늘 실험하기로 한 슬링백만 들고 버스에 탔다. 반 정도 찬 버스에는 아는 사람이 없으니, 인사할 사람도 없어, 그대로 자리로 가 가장 편한 자세로 자리를 잡고 앉아, 책을 봤다. 그리고 예정대로 6시 40분 출발한 버스가 양재와 죽전에서 나머지 승객을 태우는 걸 보고, 잠이 들어 깨어보니 횡성휴게소다.
버스에서 내려 볼일을 보고, 폭염경보 발효 중인 날씨에 돌아다니는 건 미친 짓이라는 생각에 바로 시원한 버스로 갔다. 이후 휴식이 끝나고, 버스가 출발하자 늘 그렇듯이 인솔 대장이 코스와 주의 사항에 관해 설명을 시작한다. 먼저, 댓재와 천은사, 무릉계곡의 세 들머리에서 시작하는 인원을 확인했다. 댓재, 즉 백두대간 인증꾼이 십여 명, 천은사 즉 쉰움산행이 인솔 대장과 나를 포함 여섯이다. 그리고 나머지 열 서넛이 무릉계곡 관광객이다. 이제야 처음 버스에 탔을 때, 승객의 복장이나, 첫인상이 산꾼과는 다르다고 느꼈던 게 이해가 됐다. 이후 각 코스 설명이 있었는데, 먼저 백두대간은 두타산 정상에서 무릉계곡으로 하산할 때 쉰움산 갈림길에서 쉰움산 방향으로 가지만 않으면 헷갈리는 길은 없다고 했다. 다음 쉰움산은 산이 가파르고 계속 올라가 체력을 많이 요구하니 될 수 있으면, 두타산 정상을 왕복하는 일을 피하라고 권했다. 당시에는 이 말이 의미하는 걸 이해하지 못했으나, 두타산 갈림길까지 올라가던 중 이 말뜻을 완벽하게 깨달았다
관광객이야 따로 설명할 건 없으나, 혹시 시간에 늦어질 때를 대비해 탈출로에 관해 설명했다. 설명이 끝나고, 다시 취침 상태로 들어갔으나, 잠이 오지 않아 계속 책을 보다가, 버스가 좁은 도로로 들어서 덜컹거리는 느낌이 들어 책 보던 걸 중지하고 창밖을 감상했다. 그런데 댓재를 향해 올라가던 중 천은사 갈림길 이정표를 보고, 댓재에서 되돌아 내려와 저기서 좌회전하지 않고, 백두대간을 넘어 동해로 내려갈 거로 생각했다. 계획보다 18분 늦은 10시 58분 댓재에 도착해, 정확히 인증꾼 열 명과 인솔 대장도 내려, 댓재의 '두타산·청옥산 숲길 안내도'로 보며 일행에게 코스 설명 후 다시 버스에 타, 천은사로 향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버스가 유턴한다. 도대체 이해되지 않는 상황이라, 산행 후 지도로 확인해 봤다. 대관령을 넘어, 영동으로 와, 다시 대간을 넘지 않았으니, 댓재를 넘어가면 반대편인 영서다! 왜, 나는 대간을 다시 넘었다고 생각했을까? 어쨌든 되돌아 내려가, 천은사 갈림길에서 좌회전한 버스는 일주문을 통과해 천은사 직전에서 정차했다. 그 시각이 정확히 11시 30분으로 산행 마감은 17시 30분 즉, 오후 5시 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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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은사 도착 직전, 양말을 신은 후 등산화의 끈을 조였고, 자리 옆에 매달아 두었던 슬링백에서 물가방을 꺼내 크로스로 멨다. 그리고 슬링백을 반대로 메는 거로 산행 준비를 끝냈다. 말인즉 물가방과 슬링백을 크로스 멘 거로, 지난 홍천 금학산, 팔봉산행 때[산행기] 한 산꾼의 모습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시스템으로 유용성을 테스트하기 위해 그나마 가벼운 산행이라 생각한 이번 쉰움산행에서 처음 시도해 본다. 그리고 천은사 주차장에 버스가 정차하자마자 내려, 먼저 등산 앱의 '기록 시작’을 누른 후 주변을 둘러본 다음, 조금 시간이 지나고 두 앱으로 현 위치의 고도를 확인했다. 259m~287m로 생각보다 높다. 오늘 산행의 주목표인 쉰움산의 높이가 688m니, 고도차는 401m~429m로 과히 크지 않다. 이후 먼저 앞서가는 부부라 생각되는 한 쌍의 뒤를 따라 산행을 시작해, 11시 32분 동안사 갈림길을 지나, 11시 33분 '천은사 등산로 안내'도에 도착해 지도를 대충 훑어보고 선두의 뒤를 따라갔다. 지도를 자세히 보지 않고, 대충 본 게 이번 산행 최대이자, 첫 번째 실수다!
천은사 입구의 두타산, 쉰움산의 방향을 알려주는 이정표를 확인한 후, 천은사에 들러 본존불과 산신에게 신고할지 잠깐 고민하다가, 불볕더위 아래 시간에 쫓기면 문제라, 앞서가는 선두의 뒤를 따라갔다. 오른쪽 계곡 너머로 보이는 천은사의 건물을 힐끔거리며 위로 계속 가는데, 무언가 이상해 계곡을 유심히 살펴보니, 물이 전혀 없다. 바로 옆이 계곡임에도 물소리가 들리지 않아, 이상하게 느낀 거다. 어쨌든 산이 작아 물이 없을 수도 있으나, 계곡도 폭염을 견디지 못해 바짝 마른 거라는 게 내 생각이다. 11시 37분 천은사 갈림길에 도착해, 천은사를 관통하는 길도 있다는 걸 알고, 천은사에 들러 본존불과 산신에게 신고하지 않은 걸 후회했지만, 수도자를 방해하지 않았다는 것에 만족했다. 마른 계곡을 건너는 다리를 지나, 본격적으로 계곡 옆으로 난 등산로로 쉰움산을 향해 오르다가, 자주 앱으로 현 위치의 고도와 정상까지 남은 거리를 확인했다. 앱을 확인하는 빈도가 높을수록 산행이 힘들다는 방증이다.
거의 모든 계곡 길이 그렇듯이 이 길 또한 다르지 않아, 계곡 주변의 돌을 모아 만든 길이라, 걷는 게 쉽지 않고, 가끔 급경사도 나타난다. 그걸 확인하며, 더위 먹지 않게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게 페이스를 유지하고 가다가, 11시 54분 앱을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산행 시작하고 24분이 지나, 천은사를 중심으로 능선과 계곡의 두 등산로가 있다는 걸 알아챘다. 거리상으로는 거의 반을 온 지점이다. 정상으로 향하는 길이야 몇 개든 놀랄 일이 아니나, 올라야 할 정상이 계곡 길이 능선과 만나는 지점에서 반대편에 있다는 게 문제다. 말인즉 이대로 올라가면 산행에서 가장 싫어하는 갈림길에서 정상을 왕복해야 한다. 그제야 아래 안내도를 자세히 보지 않은 걸 후회했다.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선두를 따라온 것도! 이제는 돌아가기에는 너무 멀리 와, 앞서가는 일행이 있으면, 주의해서 산행하지 않는 습관을 어떻게 고칠지 고민하며 가던 길을 계속 갈 뿐이다. 그런데, 그런 생각을 하며 가다가, 앞서가는 선두가 인솔 대장이 두타산에 가는 걸 막았을 때, 끝까지 왕복하겠다고 고집을 부렸던 산꾼이라는 게 기억났다. 말인즉 이들은 최단 코스로 두타산에 오르는 중이다.
지나간 일은 후회해 봐야 소용없고, 지도상으로 봤을 때 왕복 거리가 300m 내외라, 왕복하기로 했다. 그리고 계속 가니, 앞에 급경사 돌길이고 오른쪽으로 계곡 방향으로 튀어 나간 바위 전망대가 보여, 가쁜 숨을 몰아쉬며 급경사를 올라, 등산로에서 벗어나, 전망대로 갔다. 와중에 그 부부를 추월하고. 하지만, 고도가 낮은 전망대라 주변 능선이 시야를 가려 볼 만한 건 곳곳에 펼쳐진 병풍바위 등이다. 그런데, 역광이라 그걸 사진에 담았으나, 내가 본 결과물이 아니다. 그래도 남길 건 남기고, 전망대에서 정규 등산로로 돌아와 다시 급경사 돌길을 4분가량 오르자, 앞에 거대한 바위가 가로막고 있고, 등산로는 오른쪽으로 우회한다. 여기까지 힘들게 올라왔으니, 잠깐 쉬면서 그 바위를 올라갈 수 있을지 유심히 살펴보고 있는데, 부부와 인솔 대장이 올라온다. 인솔 대장은 두 부부의 뒤를 따라오며, 왜 능선으로 안 갔는지 묻는다. 그러자 남편이 ‘그쪽이 쉬워 보이기는 하나, 코스가 길어서……’라고 답한다. 그리고 부부는 바위를 우회하는 정규 등산로로, 대장은 바위를 향해 올라갔다.
어느 정도 숨을 고른 후 대장의 뒤를 따라, 바위로 향해, 이번 산행 처음으로 바위를 탔다. 그런데, 바위를 타고 위로 오르는 중 오른쪽에서 규칙적으로 쇳소리가 들린다. 계단이다. 바위 정상에 도착해 오른쪽을 보니, 예상대로 계단이다. 그걸 기록으로 남기고 아래와는 달리, 암릉 수준의 등산로로 70여 미터를 가자, 저 앞으로 주 능선이 보이는 게 정상이 멀지 않았다. 그런데, 바위 능선이라, 따가운 햇살을 막아줄 숲이 군데군데 비어 그 구간을 지나갔을 때는 숨이 턱 막혀, 걷는 거조차 쉽지 않다. 와중에 경사가 좀 급하면 더 한다. 산이 험해서가 아니라, 폭염 덕에 그늘을 만나면 쉬고 가기를 반복하는데, 저 앞에 대장 또한 쉬고 있다가, 나를 보더니, 천천히 따라오라는 말을 남기고 능선을 향해 갔다. 뭐 그러든가 말든가 내 방식대로 가다가, 남은 거리가 궁금해 앱을 확인했다. 주 능선까지 고도는 40m 내외 거리는 100m가 채 안 남았다. 해서 다시 힘을 내, 능선으로 향해, 12시 30분 생각지도 못한 약수터에 도착했다.
플라스틱 바가지도 있는 거로 봐선 많은 등산객이 애용하는 약수터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차갑게 얼려온 보리차도 1/3 정도 마셔, 물을 아껴야 하는 상황이라, 맛을 보려고 자세히 살폈다가. 건강을 위해 맛보는 건 보류했다. 계곡까지 마르는 이 더위에 물이 있는 거로 봐서 약수는 틀림없는데, 고인 물이 깨끗해 보이지 않고, 시원해야 할 약수가 뜨거워 보여 마시는 걸 포기했다. 그리고 다시 길을 재촉해, 12시 32분 쉰움산 갈림길에 도착했다. 그런데, 그 갈림길에 있는 이정표에 의하면 두 앱의 지도와는 달리, 쉰움산이 반대쪽이 아니라 직진 방향으로 0.1km 남았단다. 그런데, 소요 시간은 10분이다. 100m에 10분이 오타가 아니라면, 그 구간의 어려움을 방증하는 거다. 어쨌든 지자체가 설치한 이정표에 의하면 쉰움산 정상이 뒤가 아니라 앞에 있으니, 왕복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에 대단히 만족하며, 다사 두 앱을 확인했으나, 여전히 뒤다. 일단 지자체를 믿기로 하고, 속으로 두 앱의 오류를 욕하며 정상으로 향해, 10여 미터를 가니 앞에 계단이다.
만약 계단이 없다면, 10분이 걸릴 듯한 모습이다. 그 계단을 오르다가 가쁜 숨을 가라앉히기 위해 쉬는 동안 뒤를 돌아보니, 우뚝 솟은 봉우리가 보인다. 쉰움산이다. 즉, 지자체가 아니라, 두 앱의 지도가 맞다. 그런데, 봉우리의 생김새로 봐서 50개의 우물이 있는 암봉은 아니다. 해서 지자체에서 기존의 상봉을 버리고, 50개의 우물이 있는 암봉을 쉰움산 정상으로 변경한 듯하다. 산경표는 쉰움산을 두 개, 그중 새로운 정상인 오십정은 빨간색으로 '쉰움산'이라 표기했다. 계단을 오르며, 진행 방향의 기암괴석, 뒤의 구 쉰움산 정상과 오른쪽의 무릉계곡을 감상도 하고 기록으로 남기기도 하며 갔다. 그리고 계단 정상에 올라서자, 오른쪽은 칼날 암릉, 등산로는 그걸 왼쪽으로 우회하고 있다. 그런데, 바위 능선으로 올라간 인적이 보여, 당연히 동영상을 촬영하며 오른쪽 암릉으로 올라섰다. 그리고 말 그대로 칼날 같은 바위 능선을 즐기며 가는데, 앞에 암릉 구간 최대의 난관이다. 그리고 그 건너에는 인솔 대장이 백두대간과 무릉계곡을 기록으로 남기고 있던 대장이 나를 보더니, “이 길을 아는 산꾼이 거의 없는 잘 따라오셨습니다. 위험하니 벽에 바짝 붙어서 넘어와야 합니다!” 한다.
이 암릉 구간을, 핸드폰을 들고 건너기에는 너무 위험해 그걸 슬링백에 넣고, 암릉을 건너 인솔 대장 있은 곳으로 올라갔다. 그런데, 올라가서 보니, 여기가 오십정이다. 그리고 대장이 나를 보더니 깜짝 놀란다. 중간에서 추월하고, 약수 300여 미터 정도 아래에서 거의 죽어가는 모습으로 올라오던 등산객을 보고 '천천히 오십시오!'라고 했는데, 벌써 따라왔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산꾼은 엄두도 못 내는 바위 능선을 타고 왔으니, 의외라 생각한 듯하다. 안내산악회 인솔 대장과 산꾼들은 처음에는 초보 등산객 정도로 생각하는 듯한데, 복장이나, 준비상태가 불량하고, 앞에서 가다가 갑자기 뒤에서 나타나는 게 힘들어 어디서 쉬고 오는 거로 생각하는 듯하다. 어쨌든 암릉에서 주변의 절경을 기록으로 남기고, 정상석이 있는 곳으로 가, 먼저 그걸 기록으로 남기며 보니, 한자로 '五十井'이라 음각하고, 그 오른쪽 옆 괄호에 '쉰우물'이라 음각했다. 그 아래에는 '해발 670m'라고 높이를 음각했다. 그럼, 688m의 상봉보다 18m 낮다! 정상석 주변 50개 우물 중 그나마 큰 걸 기록으로 남긴 후 인솔 대장과 상부상조로 정상석을 배경으로 인증을 남겼다.
위험 구간을 건너오느라 정신없이 뛰는 심장 소리가 들릴 정도라, 주변을 잘 살펴보지 않았는데, 어느 정도 안정되고 주변을 둘러보니, 부부가 그늘에 앉아 점심을 먹고 있고, 다른 한 명의 산꾼이 거기서 조금 떨어진 곳에 앉아 있다. 고로 천은사에서 출발한 여섯 중 다섯이 오십정에 모여 있다. 남은 한 명은 여기까지 오는 동안 못 봤는데? 내가 천은사 주차장에서 잘 못 봤나? 혹시 여섯이 아니라, 다섯?! 마지막으로 오십정 정상석이 있는 주변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긴 후 오이 한쪽을 꺼내 먹으며, 두타산 갈림길로 향했다. 떠나기 전 대장이 구름이 끼기 시작하는 건너편 능선을 가리키며, 저 구름 아래 갈림길에 도착하면, 시원할 거라 했을 때 동의했다. 하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기상청 예보의 소나기 내릴 시간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어, 가능하며 빨리 하산하기 위해 서둘러 갔다. 그렇다고 앞에 바위가 가로막으면 그걸 피하지 않고, 무조건 올라갔다가 되돌아오기도 하며 갔다. 와중에 병풍을 배경으로 바로 뒤따라온 부부의 인증을 찍어 주기도 했다.
12시 58분 쉰움산 이정표를 지나, 두타산 갈림길로 향해 가는데, 능선이 생각보다 평탄하고 좋다. 완만한 경사의 능선에 등산로 상태도 좋아 거의 산책로 수준이라, 별 부담 없이 유유자적 가다가, 1시 4분 헬기장을 지난 후, 슬링백에서 사당역 개찰구 밖 즉석 빵집에서 산 김밥을 꺼내 먹으며 갔다. 현재 시각 기준, 점심으로는 늦었다. 울창한 낙엽송 숲을 지날 때는 마치 휴양림 속에 있는 거로 착각하기도 하며 유유자적 가며, 갈림길까지 남은 거리와 현 위치의 높이를 알기 위해 가끔 두 앱의 지도를 확인했다. 특히 완만한 경사가 급경사 돌길로 바뀐 이후에는 더욱 빈번하게! 그만큼 힘들고 지쳐간다는 방증이다. 와중에 두타산을 왕복하기로 한 부부는 3시까지 도착을 목표로 벌써 앞서갔고, 또 다른 남성 산꾼은 나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갈림길로 향했다. 어는 순간 뒤에서 따라오던 인솔 대장은 안 보인다. 그리고 1시 43분 드디어 하늘이 보이는 곳이 갈림길이라 생각하며, 이를 악물고 올라서자, 대장이 얘기한 이정표는 어디에도 없다. 해서 지도를 보니, 해발 947m로 갈림길까지는 아직 멀었다.
지도의 해발 고도를 보자, 혹시 갈림길의 높이가 1,000m가 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고도보다 등산 앱의 GPS가 20m~30m가량 낮은 걸 고려하면 이미 해발 1,000m를 넘었다. 그런 판단이 들자, 인솔 대장이 쉰움산 코스가 댓재에서 시작하는 두타산 코스보다 더 힘들다고 한 말이 이해됐다. 지도의 등고선으로 봐서, 고도는 100m 가까이 올려야 하고, 거리는 500m 정도 남은 듯했다. 땀에 푹 젖은 등산복은 거동 자체를 힘들게 했는데, 등산로는 더욱 가팔라져 중간에 밧줄이 설치된 구간 정상에서 가쁜 숨을 가라앉히고 있는데, 나처럼 혼산 중인, 뒤에서 따라오던 산꾼이 힘내라는 의미로 갈림길이 멀지 않았다는 말을 남기고 추월해 올라갔다. 응? 지도상으로는 아직 멀었는데, 말투로 봐선 이번이 초행이 아닌 듯해 그를 믿기로 하고 힘을 내 다시 올라갔다. 그리고 다시 그를 추월해, 1시 51분 누군가 손으로 쓴 '두타산, 50분, 1.2km'의 낡은 이정표에 도착했다.
이 거리면 갈림길이어야 하는데, 이정표에는 갈림길 표시가 없으나, 이정표가 낡아 방향 지시가 떨어져 나갈 수도 있어, 이정표 주변에서 길과 방향 지시를 찾아봤으나, 역시 없다! 그리고 조금 지나 그 산꾼이 도착하더니, 그도 길을 찾으며, 처음 왔을 때도 여기서 갈림길을 찾느라 알바했었다고 한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그에 대한 신뢰가 사라져, 그를 뒤에 남겨두고 다시 힘을 내 위로 갔다. 와중에 1시 58분경 확인한 앱에 의하면 현 위치의 높이는 1,006m, 갈림길까지 올려야 할 높이는 40m가량 남은 거리는 100m 내외로 보인다. 그리고 그 지점에서 급경사 10여 미터를 올라가자, 하늘이 보인다. 다 왔다. 해서, 동영상을 촬영하며 올라, 2시 4분 두타산 갈림길에 도착했다. 계속 위로 올라가면 두타산 정상, 우회전해 내려가면 무릉계곡이다. 원래 앉아서 쉬는 인간이 아니나, 여기까지 오는 동안, 체력 소모가 심해, 역시 산행 지친 누군가 쉬기 위해 그늘에 가져다 놓은 넓적 돌에 주저앉았다. 이후 현 위치의 고도를 확인하고, 주변을 기록으로 남긴 후 여기까지 오는 동안 요란한 천둥소리와 번개만 보면 내려야 비가 갈림길에 도착할 때까지 내리지 않은 것을 산신에게 감사했다.
끝으로 앉은 자리에서 하늘을 바라보니, 비가 내릴 거 같지는 않지만, 비가 내리길 간절히 빌며, 자리에서 일어나, 베틀봉을 향해 하산을 시작했다. 그런데, 그 길이 쉰움산에서 올라온 것과 같은 급경사다. 같은 봉우리에서 뻗어 내려가는 두 능선 중 하나로 올라왔고 다른 하나로 내려가는 거니, 두 길이 비슷한 게 당연한 건가? 어쨌든 갈림길에서 출발해 급경사 100여 미터를 가자, 등산로에서 약간 벗어난 곳에 바위다. 물론 그 위는 전망대라, 볼 것도 없이 등산로에서 벗어나 그 바위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보이는 모든 걸 기록으로 남겼다. 그리고 다시 길을 재촉했는데, 곳곳이 전망대라, 어차피 동일한 경치를 찍은 사진이라, 다들 비슷하나, 지나치기 아쉬워 사진으로 남겼다. 구름 건너로 보이는 왼쪽의 능선이 두타산에서 이어지는 백두대간이다. 와중에 갈증과 허기를 해소하기 위해 남은 오이 한쪽을 꺼내 먹기도 하며 가는데, 이번에는 하산이 아니라, 작은 언덕을 넘는 왼쪽으로 전망대가 있는 듯해, 숲을 헤치고 그곳으로 갔다. 역시 예상대로 전망대로 위와 다른 건 고도가 낮아져서 그런지 두타산 정상이 보여, 거기서부터 백두대간의 모습을 파노라마로 남겼다.
비가 올 듯 올 듯하면서 내리지 않는 가운데, 소나기가 퍼붓기를 빌며 길을 재촉해 2시 29분 '대궐터 삼거리'에 도착했다. 그런데, 돌탑 앞의 언제 만들어진 건지 예측이 안 되는 골동품 이정표로는 어디로 가야 ‘베틀봉’ 방향인지 알 방법이 없어,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돌탑 하단에 누군가 넓적 돌에 쓴 '베틀봉, 베틀바위 1.75km'를 보고 방향을 알 수 있었다. 좌는 무릉계곡, 직진이 베틀봉이라, 당연히 직진했다. 그런데, 좌회전해서 내려가는 등산로가 급경사 돌길인데, 반해 베틀봉 방향은 능선 위의 흙길이라, 거의 평지 산책로를 걷는 듯했다. 당연히 돌다리도 두들기는 심정으로 두 앱의 지도를 확인했다. 맞다. 그런데, 네이버 지도에 '주능분'이라는 글이 눈에 띈다. 주능분? 주 능선의 오타라 생각했다. 그러다 이 글을 쓰다가 확인할 게 있어 PC에서 지도를 확인하던 중 ‘주능분기점’의 약자라는 걸 알았다. 그렇게 능선을 따라가, 2시 34분경 전면에 의도적으로 쌓은 돌담이 나타났다. 두타산성이다.
언제, 누가, 왜, 쌓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상태로만 보면, 과히 오래되어 보이지는 않는다. 궁금한 건 못 참는 인간이라 이 글을 쓰며 구글링하자,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두타산성 항목이 있다. 그런데, 사진을 봐도 그렇고, 조선 전기 산성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게, 최근에 비박꾼이 주변의 돌을 주워 만든 잠자리처럼 보인다. 혹시 북한산성처럼 복구한다는 명분으로 다시 쌓은 건가? 어쨌든 그걸 기록으로 남긴 후 등산 앱으로 현 위치를 확인했다. 그런데, 네이버 지도에는 등산로가 없다. 두타산성을 지나자, 등산로는 다시 능선 흙길로 변하고 그걸 따라가, 2시 55분경 '조난사고 다발 지역'이라는 경고 아래 '무릉계곡 방향'이라고 진행 방향으로 화살표를 표기한 이정표에 도착했다. 그런데 그 이정표에 누군가, 베틀봉도 같은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써 놓았다. 이정표 뒤로 금줄이 있고 거기에 '위험' 경고문이 매달려 있는 거로 봐서, 많은 산꾼이 이정표만 보고, 베틀봉으로 가기 위해 직진한 듯하다. 그건 이정표 맞은편의 '등산로' 방향 지시의 기둥에도 베틀봉과 바위를 써놓은 걸 봐도 알 수 있다.
대궐터 삼거리에서 베틀봉 방향으로 들어온 이후 두타산성 구역을 제외하고, 능선 위 완만한 경사의 산책로 수준의 흙길 등산로로 전진해, 3시 정각에 대궐터에 도착했다. 대궐터라면 과거 여기에 대궐이 있었다는 건데, 그 정도의 평지가 없다. 굳이 건물을 짓는다면 한 칸짜리 움막을 지을 수 있을 정도다. 언제 대궐인지는 모르지만, 당시에는 움막을 대궐이라 불렀거나, 왕이 너무 궁색해 움막에서 살았던가. 어쨌든 두타산성도 그렇고 대궐터도 그렇고 그 어디에도 골동품 이정표를 제외하고는 안내문 하나 없는 게 지자체의 관심 밖인 듯하다. 그런데, 이정표는 정보가 없으나, 여기가 삼거리라, 앱으로, 어디로 가야 하나, 확인했다. 네이버 지도에는 아예 등산로가 없으니, 논외고, 산경표를 보면 어디로 가도 베틀바위에 갈 수 있으나, 직진하는 게 최단 코스로 빠르다. 그런데, 베틀봉은 어딨을까? 어쨌든 직진해, 5분가량 가자, 좌회전하라는 방향 지시다. 물론 그 지시에 앞선 산꾼이 베틀바위 방향도 같다고 표기했다.
문제는 방향 지시가 없는 직진 방향의 나뭇가지에 산악회 리본이 매달려 있고, 지금까지와 같은 상태의 길도 보인다. 해서 앱으로 확인하니, 최단 코스는 직진이다. 해서 이정표를 무시하고 산경표 지도와 산악회 리본을 믿고 직진했다. 그리고 5분가량 가니, 이정표 대신, 앞선 산꾼이 넓적 돌에 두타산과 베틀바위, 무릉계곡 방향을 표시한 이정표가 있다. 당연히 베틀바위는 좌회전이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이정표에서 베틀봉이 사라진 걸 보면, 베틀봉은 지나온 듯하다. 과연 어느 게 베틀봉일까? 이미 지나온 거 돌아가서 확인할 것도 아니고, 좌회전해 베틀바위로 향하는 게, 지금까지와는 달리, 급경사 돌길이다. 하긴 여기가 해발 738m니, 최소 500m 이상 내리꽂아야 하니, 급경사는 당연하다. 급경사 하산길을 중력에 떠밀려 뛰다시피 내려가는 중에도 수시로 앱으로 현 위치와 남은 거리를 확인했다. 그리고 3시 24분 내가 내려간 길이 등산로가 아니라는 이정표에 도착했다. 삼거리로, 대궐터 삼거리에서 아래로 내려가면 이 삼거리로 오게 된다. 그리고 그 길은 거의 고속도로 수준이다.
잠깐 감상한 후, 다시 내려가다가 앞에 전망대로 보이는 바위가 있어 당연히 올라갔다. 그리고 그 정상에서 비구름에 덮인, 그러나 그렇게 오기를 바라는 비는 안 오는 무릉계곡과 주변을 감상하고 사진으로도 남겼다. 그리고 지도로 베틀바위의 위치를 확인한 후 전망대에서 내려와 베틀바위를 향해 내려가, 3시 29분 미륵바위 삼거리에 도착했다. 직진은 미륵바위, 좌회전은 매표소다. 그런데, 베틀바위는? 일단 미륵바위로 갔다. 바위의 생김새가 미륵을 닮아 미륵바위라 부르는 듯했다. 지도를 보면 현 위치기 베틀바위 전망대다. 그럼 베틀바위는? 해서 전망대로 괜찮은 바위로 올라가 주변에서 베틀바위를 찾았다. 그런데, ‘이거다’하고 눈에 띄는 게 없어 실망하고, 다시 삼거리로 돌아가 매표소 방향으로 우회전해 본격적인 하산을 시작했다.
급경사 암벽에 설치된 갑판 계단으로, 아래로 내려가며 보니, 미륵바위 바로 아래에 베틀바위가 있다. 해서 지도에는 미륵바위 위치에 베틀바위가 있는 거다. 당연히 그냥 갈 수 없어 동영상을 촬영하며 전망대에 도착하니, 친구로 보이는 노년의 관광객(?), 등산객(?)이 3명이 어디서 왔는지 물어, 안내산악회를 얘기하자, 못 알아듣는 게 우리 일행이 아니다. 그들이 알고 싶은 건 들머리라, 출발지를 알려주고 전망대로 올라가 베틀바위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겼다. 이후 3시 38분경 베틀바위 전망대를 떠나, 1.4km 거리의 매표소로 향했다. 이미 가져간 보리차는 바닥이 났고, 땀에 흠뻑 젖은 옷이 걷은 걸 힘들게 해, 가능하면 빨리 내려가 무릉계곡에 그대로 뛰어들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 그저 앞만 보고 내려가다가, 음성으로 알려주는 앱의 현 위치와 소요 시간, 현재 시각을 듣다가 내가 커다란 착각을 하고 여기까지 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난 지금까지 내게 부여된 소요 시간을 6시간 30분으로 알고, 그렇게 계산하고 여기까지 왔다. 그런데 그건 댓재를 들머리로 하는 코스고, 천은사를 들머리로 하는 코스는 6시간이다. 말인즉 30분을 더 계산한 거다. 해서 다시 남은 시간을 계산하니, 무릉계곡에 빠지고, 옷을 말리고, 하산주까지 마시려면, 남은 시간이 촉박하다는 걸 깨닫고 하산을 서둘렀다. 오르는 길과 내려가는 길을 따로 구분해서 운영할 정도로 베틀바위가 인기 있다는 걸 절감하기도 하며 계속 가, 3시 57분 무릉계곡 주차장이 보이는 바위에 도착해 아래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겼다. 그리고 등산 앱의 지도에 의하면 하산하는 코스 거의 끝에 무릉계곡과는 다른 계곡이 있는 거로 나온다. 해서 그 계곡의 적당한 소에 빠질 생각으로 내려왔는데, 천은사 계곡과 같이 여기도 바짝 말라 물이 없다. 그럼, 무릉계곡도 수량이 풍부하지는 않을 텐데? 뭐 이런 생각을 하며 서둘러 내려가, 4시 8분, 무릉계곡을 건너는 다리에 도착하니, 그 건너로 매표소가 보인다. 고로 다리를 건너는 순간 씻을 방법이 없다.
지금은 술보다, 타는 목마름을 해소할 시원한 물과 역시 타들어 가는 몸뚱이를 식혀줄 시원한 계곡이 필요해 다리를 건너지 않고, 용추폭포 방향으로 좌회전했다. 그리고 상류로 조금 올라가다가 목책을 넘어 계곡으로 내려갔다. 무릉계곡의 물 상태야 2017년 10월 2박 3일 산행 때[산행기] 이미 파악하고 있던 바라, 무시하고 바로 물로 들어갔다. 그리고 물에 머리까지 넣고 몸이 식기를 바랐으나, 물이 시원한 게 아니라, 뜨겁다! 더 있으면 보신탕이 될 지경이라, 그나마 흐르는 물은 괜찮을 거 같아 소에서 나와 물이 빠르게 흐르는 바위로 갔다. 시원하지는 않았으나, 아래와 같이 뜨겁지는 않았다. 그런데, 그 바로 위 너럭바위에는 꽤 많은 관광객이 물놀이 중이다.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이 더러운 와중에, 시원하지도 않은 물도 좋다고 노는 그들이, 정확히는 영동지방 사람들이 불쌍해진다. 어쨌든 대안이 없으니, 거기서 아랫도리는 어쩔 수 없고, 윗도리만 깨끗이 빨아 입고, 소가 있는 하류로 가, 슬링백과 물가방을 들고 계곡에서 나와 목책을 넘어 양지로 넘어갔다. 그리고 무릉계곡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 매표소로 향했다.
3
4시 22분 다리를 건너 무릉계곡 매표소에 도착하는 거로 사실상 산행이 끝났다. 이제는 입어서 말리기로 한 옷이 잘 마를 수 있는 식당을 찾아가야 한다. 그런데, 온몸은 젖은 옷을 입어, 축축하고 서늘하기까지 한데, 목 위로는 아직도 뜨겁다. 특히 갈증이 심하게 난다. 해서, 매표소 화장실로 가 계곡보다 차가운 수도로 수건을 다시 깨끗이 빨아 머리에 뒤집어쓰고 식당을 찾아 내려갔다. 예상대로 지도에서 확인한 그 식당이 과거 봉 감독과 2박 3일 대간 산행 후 갔던 식당이 맞아, 그 식당으로 들어가자, 텅 빈 식당의 주인장 혼자 있다가, 원하는 자리에 앉으란다. 그런데, 실내는 한기를 느낄 정도로 서늘해 옷을 말리기에는 좋은 환경이 아닌 듯해 계곡에 붙은 외부로 나가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차림표를 보고, 더덕구이 백반을 주문했다.
냉장고에서 이슬이 한 병을 들고 와, 자리에 앉아 주인장이 준 시원한 물을 두 컵이나 쉬지 않고 들이켜고 나자, 갈증이 좀 가시는 듯하다, 와중에 계곡에서 꼭 짜 입은 상체는 말라가는 게 느껴지며 견딜만한데, 그렇지 못한, 하체는 축축한 게 도를 넘어, 도저히 견딜 수 없어,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 전 처리를 하기 위해 공용화장실로 갔다. 텅 빈 화장실에서 먼저 세수하고, 머리를 감은 후, 먼저 바지를 벗어 다시 빨아 꼭 짠 후 속옷도 재빨리 빨아, 꽉 짜서 입었다. 그리고 바지를 입고, 식당으로 갔다. 물이 맑고 깨끗하지도 않은, 와중에 뜨겁기까지 한 계곡에서 물놀이한 사람들은 어디서 씻는 걸까? 아무리 찾아봐도 샤워장은 없는 듯한데?! 어쨌든 그렇게 뒤처리하고 식당으로 돌아가, 조금 있으니, 더덕구이가 나왔다. 그런데, 달랑 더덕뿐이다! 응, 난 분명 백반을 주문했는데, 주인장은 더덕구이로 알아들은 듯하다.
본 메뉴가 나오기 전 이슬이를 들고 가자 간단히 안주하라고 준 열무김치가 반가울 정도다. 내가 다시 여기 올 일은 없을 거고, 이런 거로 논쟁하기도 싫어, 더덕구이 안주로 이슬이 한 병을 비웠다. 물론 더덕은 반 넘게 남고, 더위 먹은 때문인지 이슬이보다 차가운 물을 더 많이 마시고, 마감 시간에 맞추기 위해 5시 10분경 식당을 나왔다. 그리고 바로 아래 주차장으로 갔는데, 산악회 버스가 안 보인다. 대형 차량 주차장은 더 가야 하는 듯했다. 그런데, 어떠한 정보도 없어, 얼마나 내려가야 하는 지 감이 안 잡힌다. 낭패다! 해서 인솔 대장에게 전화할까 하다가, 아래 계단 건너 주차장이 있는 듯해 그리고 아래로 가 다리를 건너자, 산악회 버스다! 그런데, 마감까지 고작 14분 남았을 뿐인데, 버스 주변에 사람이 전혀 없다. 혹시 버스에서 날 기다리는 걸 수도 있어, 창을 주시하며 서둘러 버스로 갔는데, 내부도 텅 비었다.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어쨌든 버스에 타면 상황을 알 수 있을 거 같아, 문이 있는 왼쪽으로 돌자, 인솔 대장과 기사를 포함 대부분 승객이 버스와 나무가 만든 그늘이 있는 주차장 턱에 앉아 무언가를 먹고 있거나, 논쟁 중이다. 내가 모르는 사건이 발생한 듯한데, 내 관심사는 옷을 말리는 게 유일해 신경 끄고, 바로 차에 탔다. 그리고 배낭에 있는 여벌의 옷으로 갈아입을까 하다가, 그냥 버티기로 했다. 이번 산행 최악의 판단이다. 어쨌든 산행에서 실험하기 위해 메고 갔다가 대단히 만족한 슬링백과 물가방을 벗어 각자 위치에 매달았다. 그리고, 에어컨이 최대로 돌고 있어, 오한이 날 지경이라, 발을 비벼 추위에 대응하느라 잠도 안 와, 창밖을 구경하며 출발을 기다렸으나, 마감인 5시 30분이 지났는데, 계곡으로 씻으러 간 관광객이 도착을 안 해 출발을 못 한다. 승객들의 싸늘한 분위기를 느낀 인솔 대장이 차를 출발시켜 천천히 가다가, 계곡에서 씻고 나온 관광객을 태우고 서울로 향한 시각이 5시 35분이다.
추위와 싸우느라, 아무것도 못 하고 창밖만 쳐다보고 있는데, 다시 대관령을 넘어 평창으로 들어서자, 천둥 번개에 소나기다. 아니, 비가 내리라고 빌었던 산행 중에는 안 내리고, 비 오는 게 반갑지 않은 지금 폭우냐, 기상청아?! 어쨌든 서울이 가까워질수록 천둥과 번개 폭우는 심해져, 무서울 정도다. 와중에 버스는 올 때와 같이 횡성 휴게소로 들어갔다. 당연히 추위에서 벗어나기 위해 슬링백 옆 주머니에 꽂아 뒀던 우산을 들고 버스에서 내려 화장실에 들른 후 그나마 따뜻한 휴게소 주위를 서성거리다 출발 2분 전 버스로 돌아갔다. 그런데, 정말 1차로 승객이 내리는 죽전에 도착하니, 비가 내리기는 했는지 의심이 들 정도다. 그리고 8시 56분 양재에 도착해 슬링백과 물가방을 들고 내려, 짐칸에서 배낭을 꺼내 그걸 넣으며, 주변을 둘러봤으나 어디에도 폭우의 흔적은 없다. 대한민국 엄청나게 넓다! 이후 지하철로, 집으로 향해 10시 직전 도착했다. 그리고 감기에 걸리지 않은 자신의 체력에 감탄하며, 샤워 후 빨갱이 반주에 김치찌개를 안주로 저녁을 먹는 거로 산행을 최종 마감했다.
폭염경보가 발효 중인 가운데, 안내산악회 B, D 코스를 혼합한 '천은사 주차장 → 쉰움산 오십정 정상 → 헬기장 → 두타산 갈림길 → 베틀봉 갈림길 → 두타산성 → 대궐터 → 베틀봉 → 미륵바위 → 베틀바위 전망대 → 신선교 → 무릉계곡 주차장'의 12.01km(산길샘) 코스를 4시간 55분 동안 달렸다. 이동 4시간 30분, 휴식 25분!
폭염 경보와 소나기 예보까지 내려진 가운데 달린 쉰움산과 두타산 능선을 달리는 산행이라, 폭염 경보를 소나기가 어느 정도 해소해 주리라 생각했으나, 천둥·번개만 요란했지 정작 소나기는 구경도 못한 지옥불 산행이었다.
날머리가 무릉계곡의 하류라는 건 알고 있었으나, 유원지의 끝이라는 건 생각지도 못해 씻는 것 또한 뜻대로 되지 않은 산행이었다. 맑고 깨끗한 물이 아니라는 건 진작에 알았지만, 차갑지는 않더라도, 시원한 계곡을 원했으나, 목욕물같이 뜨거워 조금만 더 있으면 보신탕이 될 거 같아, 시원한 물을 찾아 계곡을 방황해야 했다.
애초 예상했던 바나, 실제 50개의 우물에는 실망했다. 동네 뒷산 북한산 족두리봉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우물로, 쉰우물에는 없지만, 족두리봉에는 지형에 관한 안내문도 설치돼 있다. 하지만, 오십정 직전 암릉 구간을 달리는 재미는 대단히 좋았다.
높이 688m의 쉰움산을 높이 274m의 천은사에서 시작하는 거라, 414m만 올라가면 되는 산행이라 별것 아니라 생각했으나, 이후 해발 1,100m 정도의 두타산 갈림길까지 올라가야 해, 실제 올려야 할 고도는 826m에 달한다. 고로 댓재에서 시작하는 산행보다 더 힘든 코스가 천은사에서 시작하는 산행이다. 와중에 두타산 정상까지 왕복한다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