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최근에(재작년 부턴가?) 달력 만들기를 그만 두었는데요,
이번에 한국을 떠나 외국에 지내면서는,
한국에서의 일상이 아닌지라(조금 특별할 수도 있어서) 다시 부분부분 달력을 만들고 있거든요?
그 중의 여기 멕시코 일정의 달력은, 7월이 되어서야 만들었답니다. (아래)
근데요,
제가 여기 친구 K씨의 집에서 한 달을 머물며 신세를 지고 있잖습니까?
그러니, 제가 (돈이 많으면 이렇게 신세 질 리도 없겠지만)이제 '칠레'로 떠나는 마당에,
그냥 '고맙다'는 말 한 마디 남기고 갈 수는 없는 일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돈 없는 화가'로서 다른 방법은 없고,
그림 한 점 이 집에 두고 갈까(그러려고 이미 맘먹고 있었지만) 하고, K씨의 의향을 물어보니,
본인이 여기 '몬떼레이'에 살고 있어선지, 위에 나온 달력(산으로 둘러 싸인 몬떼레이를 제 임의로 상징적으로 표현한)의 드로잉을 관심있어 하기에,
기왕이면 당사자가 좋아하는 그림을 남기기로 했답니다.
그런데, 그동안 대부분 글 작업을 하느라 여기서 한 달을 머물면서도 겨우 두 번 밖에 나가지 못했던 저는,
그 사이에도 스페인의 누리아와 가끔 와삽 통화를 하기라도 하면,
문, 왜 그렇게 집안에만 처박혀 있다는 거야? 기왕에 거기까지 간 김에 최소한 거기 도심을 한 바퀴라도 돌아 봐! 하고 여간 아쉬워하지 않아서,
그럼에도 저는,
내가 여기 구경삼아 온 게 아니고, 멕시코는 그 전에 살아도 봤기 때문에 별로 나가고 싶은 생각이 없어. 더구나 여긴 밖에 나가면 후끈거려서, 엄두가 나질 않거든. 차라리 시원한 집에서 내 일이나 하는 게 좋거든...... 해왔거든요.
그런데 이제 막바진데,,
왠지, 그림도 쉽게 되지가 않더라구요.
사실 그동안 참참이 '뭘 그릴까? 무슨 그림으로 할까?' 생각은 많이 한 편인데, 오랫동안 손을 쉬어선지 선뜻 일손이 잡히질 않기도 했지만, 시작을 해도 일이 지지부진 별 진척도 없고... 그저... 시간만 보내는 꼴이었지요.
하루하루 떠날 날짜는 다가오고 있는데도요.
그렇지만 또, 한 편에서는 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에(제가 염치가 있어야지요. 한달간 너무 잘 쉬고 가는데(이 집 식구들이 저에게 얼마나 잘해주었는데) 그냥 입 씻고 갈 수는 없어서),
억지로(?) 실행에 옮기기는 했는데......(그 과정의 사진입니다. 아래)
그렇게 해서 나왔다는 그림이 이 꼴이었습니다. (아래)
이 도시 자체가 '산'을 빼면 말이 안 되는 곳이라, 산들에 둘러싸인 도시를 '옴니버스' 식으로 표현한 건데요,
뭔가 심심한 거 같고... 심심한 거야 그렇다 쳐도, 알맹이가 빠진 것 같은 기분......
근데, 거기서 끝이었습니다.
'딜레마'에 빠져, 그 이후론 한 발짝도 나가지지가 않았던 겁니다.
그러니, 저도 걱정이었습니다.
떠날 날짜는 코 앞인데, 그림은 맘에 안 들고......
하루하루 벌을 받는 기분이기도 했답니다.
'서명'도 못한 채, 심적 고통이 큰 며칠이었답니다.
그래도 K씨는 좋다고 그냥 부담 느끼지 말고 편히 떠날 생각을 하라고 했지만,
제 입장은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어차피 떠나는 날까지 아직은 시간이 있으니...... (하루 반?) 영 안 되면, 떠나기 직전에 서명을 해서(K씨에게 미안하긴 하지만) 놓고 가리라고 생각을 하고는(그래도 뭔가 흔적을 남겨놓고는 가야 할 것이라서),
결국 하루 남짓 남겨놓은 오늘,(밤에 떠나기 때문)
여기 와서 처음으로, 저 스스로 외출을 감행했답니다.
한 번은 친구 K씨가, 그리고 지난 번은 다른 멕시코 사람의 차에 탄 채, 도심을 한 번 휙 지나긴 했지만,
그러면서 보니 여기 '몬떼레이'도 제법 매력적인 도시이긴 하던데,
그냥 간다고 생각하니 좀 섭섭하긴 했었거든요?
그래서 오늘은 저 혼자라도 두어 시간 정도 감상에 젖어보고(?) 싶어,
그리고 그동안 글 작업했던 것도 거의 마무리 단계라 좀 가벼운 마음으로, (K씨는 월요일이라 일을 나갔기에)
조용히 집을 나섰습니다.
그리고 여기 도심 중심부에 닿아, 이제 관광객의 입장이 되어 주변 사진이라도 좀 찍어두려고(자료로라도 사용하려고) 디카를 조절하는데,
엥?
밧데리가 부족하다는 메시지가 뜨지 않았겠습니까?
무슨 소리야? 제가 깜짝 놀랐던 게,
오늘 외출을 계산하고 어젯밤엔 일부러 노트북에 연결시켜 밤새도록 디카를 충전시켰기 때문에,
그럴 리는 없어! 했는데,
해봐도, 계속 그러는 것이었습니다.
그 얘기는, 제가 밤새도록 충전시켰음에도, 어쩌면 짹의 연결이 제대로 되지 않았던가 보았습니다.(이전에도 그런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충전이 된 게 아니고, 밧데리만 더 소모되어, 잔여 밧데리가 0이었던 겁니다.
이런 낭패가!
기껏, 스스로 사진이라도 좀 찍어두자며 나왔던 길인데, 디카로는 단 한 장의 사진도 찍을 수 없는 상황이었지요.
하는 수 없었고,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고, 핸드폰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답니다.
그렇게 도심 사진을 찍은 게 (아래)...
그런데요, 여기 나오는 이 탑요.
이걸 뭐라는지 모르지만(이것도 오벨리스큰가요?), 아무튼 이 탑이 제 눈에 들어왔습니다.
지난번 도심을 지날 땐 그 옆의 대성당에 관심이 있어서였는지 못 봤었거든요?
그리고 무슨 관청 건물 같은데 그 앞의 대형 멕시코 국기. (아래)
멕시코는요, 이렇게 대형 국기를 전국 여기저에 설치해놓는 특징이 있습니다.
(옛날 제가 멕시코시티에 머물 때도, 이런 상황의 그림 몇 점을 그렸거든요.)
그런데 원래는, 오늘은 관광객이 되어 이런 곳에서 여유롭게 제 개인 사진도 자동으로 놓고 찍을 계획이었는데,
디카가 그 지경이라 사진 한 장 남길 수 없을 것 같아,
하는 수 없었습니다.
'셀카 인증'을 할 수밖에요. (저는 이런 걸 잘 하지 않는데, 오늘을 할 수 없었습니다. 증거니까요.)
근데요,
그 순간, 저는,
아, 그래! 하고 탄성을 질렀답니다.
여태까지 하다가 뭔가 부족하고 맘에 안 들어 내팽개친 상태의 드로잉요, 집에 있는 그림.
거기에, 첨부(보완)해야 할 요소가 떠올랐던 겁니다.
그 탑과, 멕시코 국기......
좀 상투적이긴 하지만,
어차피 그 그림은 여기 '몬떼레이'를 상징적으로(제가 본 시각으로) 표현한 간단한 드로잉인지라,
그래, 그렇게 하면 돼! 하고, 제 딴에는 쾌재를 질렀답니다.
그리고 바로 집으로 돌아와(그 생각이 잡히자, 구경이고 뭐고 뒷전으로 밀렸고, 목이 타서 오렌지 쥬스 한 컵 사 마신 게 전부로 즉시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를 탔답니다.), 작업에 들어갔답니다.
원래 그림을 생각하고 나갔던 건 아닌데, 결과적으론 그림을 위한 외출이 됐던 겁니다.
그 거 조금 하는데도 두세 시간이 걸렸고,
그렇게 나온 그림이랍니다.(아래)
물론 서명을 했구요.
'몬떼레이(Monterrey)'
두 그림을 비교해 보면 많이 다르지요?
내일 '칠레'로 떠납니다.
이제 칠레에서 뵙기로 하겠습니다.
첫댓글 네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