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마 유키오
(三島由紀夫)의
우국(憂國)
김광한
내가 젊었을 때 좋아했던 일본 작가 가운데 미시마 유키오(三島由紀夫)가 있다.나는 그가 쓴 소설 대부분을 읽어보았다. 문체의 화려함과 섬세한 문장의 묘사는 가히 예술의 극치였다.물론 번역이 한몫했지만 그는 금각사(金閣寺)란 작품을 써서 유명세를 했다.그의 단편 가운데 우국(憂國)이 있다.글자그대로 나라를 걱정한다는 뜻이다. 우리 대한민국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일본을 걱정한다는 것이다.1966년에 실린 단편 우국 (憂國)은 그의 정치적 견해를 보여주는 소설로 자신의 종말을 예언한 작품이다.
여기서 그는 천황에 대한 충성심을 증명하기 위해 할복자살하는 젊은 장교를 존경 어린 어조로 묘사하고 있다. 1936년 2월 26일 새벽, 일본 군부의 황도파 청년 장교들이 정부와 정당, 군부의 고위층을 몰아내고 천황이 직접 국가를 통치할 것을 요구하며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들은 정부와 군부 요인들의 숙소를 습격해 살해했으나, 천황이 직접 해산 명령을 내림에 따라 결국 투항한다.
이후 황도파의 경쟁 파벌인 통제파가 군부를 완전히 장악한다. 통제파는 효율적인 전쟁 수행을 위해 군부가 국가를 주도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일본의 정당 정치는 무력화되고 본격적인 군국주의의 시대가 도래한다 우국은 이들의 이야기를 긍정적으로 묘사한 소설이다. 옛날 일본의 엄숙한 애국심과 무사정신에 깊이 매혹되었던 그는 전쟁 뒤의 풍요로워진 일본 사회와 물질주의적이며 서구화된 일본 국민을 여기에 대비시켜 비난했다.
그 자신도 이들 서로 다른 가치관들 사이에서 어느 것을 택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개인생활에서는 본질적으로 서구식의 생활방식을 유지했고 서구 문화에 대해 폭넓은 지식도 갖고 있었지만 일본이 서양을 모방하는 것에 대해서는 호되게 비판했다. 그는 일본의 전통 무술인 가라테와 검도를 부지런히 연마하는 한편 무사정신을 보존하고 좌익 봉기가 일어나거나 공산주의자들이 공격해올 경우 천황(일본 문화의 상징)을 보호하는 데 이바지하려는 생각으로 약 80명의 학생들을 모아서 논란의 여지가 많은 '다테노카이'라는 사병대를 조직했다.
미시마 유키오는 결국 그의 작품에 나오는대로 일본 자위대의 부활을 내걸고 할복 자살을 했다.할복이란 일본말로 하리끼리란 것으로 혼자 죽는 것이 아니라 누가 뒤에서 목을 칼로 치고 자신은 칼로 복부를찔러 창자를 꺼내 입에 물고 죽는 아주 잔인한 방법의 죽음이 할복이다.
미시마 유키오가 우리민족의 삶에는 그리 반가운 사람이 아니지만 그는 일본인 가운데 누구보다 일본을 사랑했던 작가였다.요즘의 우리 한국 사회에 과연 이만큼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가?비록 왜곡된 가치관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