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간, 인간 외 1편
정민나
고속도로가 끝나는 지점에서 식사를 하자고 했는데 해물탕집 보이지 않네 줄을 서던 그 식당 내보내고 건물 주인이 개업을 했다네
‘장수 마을’은 간데없고 ‘장수 고을’도 간판만 빈집 나무에 걸려 있네 비슷한 이름으로 개업을 했는데 얼마 못 가 문을 닫았다네
주변을 기웃거려 찾아 들어간 집은 아뿔사! 그 예전 본가 해물탕집, 식당 이름과 주방장도 같은데 손님은 없고 물 밖으로 뻐끔거리는
물고기와 낚시꾼, 벽에 걸린 사진처럼
생명은 쉬운 일이 아니네 끌려가지 않으려고 끌려오지 않으려고 바위와 물 사이에 선
경계는 난간이 되네
유리섬
- 구제역
아프리카 돼지열병을 매립한 그 자리
영 엔지니어 로고를 단 차들이 꽃모종을 실어 나릅니다.
유해조수(有害鳥獸)로 낙인 찍힌 쇠부엉이
피켓 들 힘도 없이 돌아간
구제역을 매립하고
“생화 전시회 개장합니다”
화살나무 꽃잎들 검독원의 눈빛처럼 충혈되어
화르르르 화르르르
짐승들의 내장을 쏟아내듯 피어납니다
꽈배기처럼 마구 뒤섞이던 살들이 모두 돌아와
팽나무 초입에서 다시 정연하게 피어납니다
뿌리에서 우듬지까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더 시푸르게 피어납니다
정민나
1998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E 입국장, 12번 출구, 협상의 즐거움. 디카시집 지구 스타일러.
시론집 정지용 시의 리듬양상, 유동과 생성의 문학 외.
현재 인하대 프런티어 학부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