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교시절 한 녀석이 교실에서 한참을 울다
다음날부터 학교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녀석은 돈을 벌기 위해 학교를 그만 두었습니다.
녀석의 빈자리는 한칸씩 당겨서 이내 채워졌지만
제 가슴속 빈자리는 아직도 그대롭니다.
[구타교실] -91- 행복은 성적순??
'삐이익~ 삑~ 삑~'
"거기서 너희들 뭣들 하는 거야"
똥행패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매일 고문할 꺼리를 찾아 헤매는 똥걸레도 아니었다.
서오릉 관리를 15년째 하고 있는 관리인 아저씨였다.
'나? 서오릉 관리인 김씨'
"이녀석들, 신성한 임금님 묘위에서 무슨 짓들을 하는거야?"
석환이는 우리들을 뿌리치고 봉분 위를 미친 놈 처럼 소리를 지르며
신발을 하늘로 던지고 맨발로 뛰어 다니고 있었다.
석환이는 게슴츠레한 눈으로 관리인 아저씨를 째려 보았다.
"영감탱이는 뭐야! 저리 꺼지란 말야"
하며 신발과 숲에 있는 나뭇가지와 짱돌을 관리인 아저씨에게 집어던졌다.
관리인 아저씨는 석환이를 말리러 갔다가
짱돌로 몇대 맞고 도망친 후 M고의 선생들에게 신고했다.
"선생님들, 선생님 학교 학생 같은데 술을 마시고 신성한 임금님 묘
위에서 난동을 부리고 있어요. 허허~ 15년 관리인 생활 중 오늘 같은 날은
처음이라니까. 허허~"
똥행패는 관리인 아저씨 말이 채 끝나기도 전 문제의 현장으로 달려갔다.
그곳에는 똥행패가 믿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항상 얌전히 공부만 하던 석환이가 미치광이가 되어 난동을 부리고
있었던 것이다.
석환이는 정말 완전히 미쳐 있었다.
공포 그 자체인 똥행패를 보고도 전혀 사태파악을 못하고 있었다.
"하하하 아저씬 또 뭐야? 저리 꺼지란 말야."
하며 역시 짱돌과 나뭇가지를 던졌지만
똥행패는 전혀 당황하지 않고 몸을 날려서 이단옆차기로 쫙 뻗게 만들었다.
석환이는 똥행패의 발길질 때문인지 술 때문인지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
(잠깐 역사 상식
- 서오릉 -
경기도 고양시 신도동에 있는 조선왕실의 무덤으로 사적 198호다.
경릉, 창릉, 익릉, 명릉, 홍릉의 5능을 일컫는데 장희빈의 묘도 이곳에 있다.)
그러나 서오릉은 오늘부터 서육릉으로 변하리라.
소풍왔다가 맞아 죽은 윤석환의 묘를 포함시켜야 하니...
똥행패는 수줍은 사춘기 소녀의 발그레한 얼굴을 한 우리들을 보고 굳이
설명을 듣지 않아도 모든 사태 파악을 했다.
"조병국! 저 얼빠진 자식 둘러 업고 모두들 밑으로 내려와"
"넷! 끄응~"
똥행패는 묻지 않았다. 언제나 그는 그렇다.
범인이 누구냐고 묻지않는다.
스스로가 공포에 못 이겨 실토케하는 수사 방법이었다.
우리의 즐거운 소풍은 그걸로 끝이었다.
서오릉 내를 몇 바퀴나 똥행패의 발길질 아래 선착순을 해야 했고
1킬로는 떨어진 버스정류장까지 포복으로 기어갔다.
그때까지도 석환이는 의식을 차리지 못해서 똥행패의 구타를 피할 수 있었다.
나는 옷이 흙투성이가 된 채 골목 어귀에서 이젠 소집해제 말년이 된
동네 방위형을 만났다.
"동혁이 오랫만이네. 그런데 옷이 왜 그 모양이야.
어디 유격이라도 다녀 왔어?"
"고등학교에 유격이 어디 있어. 소풍 갔다 왔어."
"소풍? 음..음.. 너 똥행패 반이랬지 음..음.."
동네 방위형은 혼자 중얼대다 뒤돌아서 떠났다.
"나는 이제 곧 소집 해제라네 랄랄랄~"
'형! 나도 빨리 소집 좀 해제 시켜 줘. 흑~ 흑~'
나는 반장 윤석환의 숨겨진 이면을 똑똑히 목격하였다.
소풍도 예외 없이 기합만을 받다가 끝내고 다음 날 똥행패에게
천배 백배의 복수를 당할 생각을 하느라 잠을 못 이뤄 새벽 5시에
집을 나서 뒷산 구보를 마치고 교실에 입실한 시각이 5시 45분이었다.
어두운 새벽이었는데 우리 반만이 환하게 불이 켜져 있었다.
교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교실에는 석환이가 앉아서 수학문제를 풀고 있었다.
석환이는 나를 힐끗 쳐다보더니 다시 고개를 숙여 묵묵히
수학문제를 다시 풀기 시작했다.
나는 자리에 앉지 못하고 엉거주춤한 상태로 석환이를 빤히 쳐다 보았다.
"서... 석환아 너 어제 일 기억 안나?"
석환이는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대답했다.
"어제? 뭐."
"정말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는 거야?"
석환이는 내 물음에 답하지 않고 수학문제만을 빠른 속도로 풀었다.
내가 석환이에게 대답 듣기를 포기하고 자리에 앉으려는 순간
석환이는 수학 문제집을 덮더니 나에게 말을 건넸다.
"동혁아?"
"응"
"언젠가 니가 공부가 재밌냐구 물었지. 공부가 재밌냐구.
내가 정말 공부를 재미로 하는거 같아보이니?"
석환이는 내 반응은 살피지도 않고 가방에서 영어 사전을 꺼내 들었다.
"술은 대학 입시 끝나고 코 삐뚤어질 때까지 마시는 게 좋겠다."
석환이는 영어 사전을 다시 뒤적거렸다.
'아~~~~~ 윤석환'
창문 밖 교문으론 어슴프레한 새벽을 뚫고 여러 아이들이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쥴리강님, 반갑습니다~
날이 점점 추워지고 때도 안됐는데
배는 고푸고~ ㅎ.
감사합니다~^^
배고픈건 좋은거예요
그냥 뭐 좀 드세요 ㅎ
건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