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엄마가 미역 다발을 끌어안고 오셨다 미역과 엄마의 키가 거의 같았다 발을 질질 끌었을 것이다 미역도 엄마도 등산 배낭에는 얼리지 않은 소고기 덩어리가 시뻘건 물을 흘리고 있었다 택시도 버스도 마다하고 소고기는 제 살에 다리를 달았을 것이다 여섯 개의 피곤하고 절룩이는 다리들이 저녁 식탁에 고요히 놓인다 미역국에 뜬 노란 기름은 눈물 같고 고름 같고 죽음 같다 흐르지 않고 동그랗게 고인다 잊지 못하고 되돌아오는 꿈속의 연인들처럼 고독한 순례자처럼 성지에서 터지는 폭탄처럼 폭력적이고 슬프다 한 방향으로만 한 방향으로만 오늘 꿈속에서 당신이 바짝 마른 얼굴로 앓고 있었다 당신을 위해 미역국을 한 그릇 떠서 아슬아슬하게 옮겼다 뜨거운 손가락을 어쩌지 못해 발을 동동거렸다 서둘러 가기에는 다리가 부족했다 당신은 식탁이 없고 숟가락이 없고 미역국의 기름을 뜨지 못하고 사라지고 만다 내 어머니의 노란 얼굴을 보지 못하고 여섯 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