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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봄의 절정 벚꽃
박상재
사월은 온갖 꽃의 향연이 줄지어 펼쳐지는 달이다. 산수유가 노란 꽃전구를 가장 먼저 내걸면 뒤질세라 개나리가 연도에 샛노란 물감을 진하게 칠해 놓는다. 양지 바른 언덕 위로 허연 매화가 은은한 향기를 발하면 목련은 봄햇살에 간지럼 참지 못하고 아이스크림 같은 하얀 붕대를 풀어헤친다. 그 즈음 살구나무도 춘흥을 못참아 꽃가지를 흔들고 복사꽃도 발그레히 꽃잎을 나부낀다. 그래도 세상에는 통 봄이 오지 않은 느낌이다.
벚꽃이 피어야 비로소 완연한 봄이 온 것 같다. 벚꽃은 나무가 웅장하고 어느 꽃보다 화사하여 꽃대궐을 이룬다. 낮에 보는 벚꽃도 화려하지만 불밝은 밤에 보는 벚꽃의 자태 또한 환상적이다. 가로등 아래 하얗게 흐드러진 벚꽃을 쳐다보면 그 화사함에 취해 목이 뻐근한 줄도 모른다.
벚꽃은 봄이 한창일 무렵 피는데 향기가 없어서 귀빈대접을 받지는 못한다. 그러나 한꺼번에 구름떼처럼 피어나는 모습은 봄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한껏 부풀어 오르게 한다. 매화가 ‘군자의 꽃’이라 하여 양반들이 좋아했던 꽃이라고 한다면 벚꽃은 꽃구름처럼 한꺼번에 활짝 피어나는 모습이 서민의 꽃이라고 할 만하다. 봄기운이 절정을 이루는 달 4월에 일시에 피어나는 벚꽃은 4월 중순 쯤이면 전국을 눈부신 꽃구름으로 뒤덮는다.
벚꽃이라는 말을 들으면 먼저 일본이라는 낱말이 떠오른다. 오사카성의 화려한 야간조명을 받으며 활짝 피어있는 사쿠라가 생각난다. 그런데 사쿠라는 원래 일본의 국화도 일본에서 자라온 꽃도 아니다. 다만 일본 왕실을 상징하는 꽃일 뿐이다.
일본의 나라(奈良)는 벚꽃으로 유명한 도시이다. 이 곳은 백제로부터 불교가 전해진 곳이기도 하다. 일본의 식물학자 고이즈미(小泉源一)는 그의 논문을 통해 나라의 벚나무는 불교와 함께 한반도에서 전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벚꽃 전문학자인 다카기(高木きよこ) 교수도 벚나무의 원산지를 제주도라고 하였다.
일본의 고대사에는 벚나무에 대한 언급이 전혀 나오지 않는데 비해『삼국유사』에는 신라 경덕왕 때 충담(忠湛) 스님이 앵통(櫻筒)에 차 끓이는 도구를 담아 가지고 왔다는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
서기 765년(경덕왕 24년) 3월 3일 왕이 귀정문(歸正門)의 누상에 올라 신하들에게 “누가 길에서 위의 있는 승려를 데려올 수 있겠느냐.” 하였다. 마침 어느 승려가 옷을 잘 차려입고 점잖게 지나가므로 왕에게 보였더니 왕은 “내가 말하는 위의 있는 승려가 아니다.” 하고 돌려보냈다. 다시 승려 한 사람이 누더기를 입고 앵통(櫻筒)을 지고 남쪽에서 오므로, 왕이 기뼈하여 누상으로 청하였다. 벚나무 통에는 다구(茶具)만 있었다. 이 다구를 지고 온 사람이 충담이었다. 이것으로 보아 벚나무는 삼국시대부터 한반도에서 자생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벚나무의 어원은 ‘버짐’에서 왔다고 한다. 봄이 오면 건조한 얼굴에 번지는 버짐처럼 봄의 연푸른 산에 흰 얼룩이 생겨 번져나가는 모습에서 유래한 것이다.
구한 말 민족주의 사학자 호암 문일평(文一平)은 『호암전집(湖岩全集)』에서 벚꽃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하였다.
“벚꽃이 조선에 없는 건 아니었으나 거의 아름다움을 인식하지 못했으므로 봄이 오면 저 절로 피었다 저절로 질 뿐 사람에게 일찍 애상(愛賞)을 받아 본 적이 없었다.”
세종대왕 때의 학자 인재 강희안은 원예에 관해 기록한『양화소록(養花小錄)』에서 꽃의 등급을 매기며 벚꽃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하였다.
“사람에게 인격이 있듯이 꽃에게도 그 꽃이 지닌 품격이나 지조를 보고 1품에서 9품까지 의 화격(花格)을 정했는데 벚꽃은 이런 특성으로 9품 안에도 끼지 못하는 꽃이다.”
이처럼 우리의 선조들은 너무 흐드러지게 피었다가 맥 빠지게 시들어버리는 벚꽃을 천한 꽃으로 여겼다. 일시에 사르르 지고마는 특성 때문에 지조 없는 여인인양 변심을 상징하는 꽃으로 인식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벚꽃을 좋지 않게 여긴 까닭은 까만 열매에도 있을 것이다. 까만 버찌가 무르익어 떨어져 밟히면 거리는 온통 검정 색으로 물들어 지저분해진다. 조상들이 즐겨 입던 한복에 버찌물이 들면 잘 지워지지도 않았기 때문에 벚나무를 기피하였을 것이다.
일본의 나라꽃이 본래 국화(菊花)임에도 불구하고 벚꽃이 일본의 국화로 인식되게 된 데에는 일본의 치밀한 홍보 전략 때문이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의 왕실을 상징하는 벚나무를 자신들에게 전해준 한반도 곳곳에 옮겨 심은 것도 식민사관(植民史觀)을 주입시키려는 의도였다고 볼 수 있다.
벚꽃의 꽃말은 순결, 담백인데 일본의 무사인 사무라이를 상징하는 것으로도 인식되어왔다. 사무라이들은 그들의 인생관을 상징하는 것으로 벚꽃을 골랐기 때문이다.
벚꽃의 일본어인 ‘사쿠라’ 는 그 비슷한 빛깔로 인하여 말고기를 의미한다. 옛날 일본에서는 말고기를 귀한 쇠고기인 척 속여 팔았다고 하여 사쿠라는 사기꾼이나 야바위꾼을 의미하는 말로 쓰이게 되었다. 정치용어로는 여당과 야합하는 야당 정치인을 이르는 말로 위선자를 뜻하기도 한다.
장미과에 속하는 벚나무는 잎벚나무, 개벚나무, 잔털벚나무, 털벚나무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벚나무의 종류로는 왕벚나무, 산벚나무, 수양벚나무 등이 있고 있다. 다 자란 벚나무는 키가 20m쯤 되고, 짙은 자갈색을 띠는 줄기는 가로 줄무늬를 가진다. 잎은 어긋나는데, 잎끝은 뾰족하며, 조금 둥글다. 잎가장자리에는 톱니가 있으며 잎자루에는 조그만 돌기가 양쪽에 하나씩 있다.
벚나무는 가로수나 공원 또는 집에 흔히 심는다. 우리나라에 한해동안에 심어진 가로수 중에 벚나무가 가장 많다는 통계도 있다. 나무의 결이 치밀하고 틀어지지 않아 우수한 건축재나 가구재로도 쓰이고 활의 재료로도 쓰인다. 조선시대 효종대왕은 북벌 계획을 세우고 활을 제작하기 위하여 서울 우이동에 왕벚나무를 많이 심었다는 기록도 있다.
벚꽃의 꽃잎은 5장이며 수술은 많고 암술은 1개이다. 벚꽃 잎으로는 벚꽃차를 만들기도 한다. 벚꽃차는 숙취를 없애는데 효능이 있다고 한다. 벚꽃을 열 송이 쯤 따서 물에 깨끗이 헹군 뒤 물 100CC 쯤 붓고 2분 정도 우려 마시면 된다. 벚나무 껍질을 말려 두었다가 감기약으로 마신다는 민간처방도 있고, 벚나무 삶은 물로 환부를 씻으면 종기나 부스럼, 두러러기가 낫는다고 한다. 또 벚꽃으로 술을 만들어 마시면 은은한 향기를 느낄 수 있다. 꽃이 피기 전 꽃봉오리를 훑어서 사나흘 동안 말렸다 열흘 정도 술에 담궈 우려내면 된다. 벚나무의 열매인 버찌는 약용으로 쓸 수 있는데 기침, 천식, 홍역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봄이 오면 우리나라 여러 지방에서는 꽃축제를 다투어 연다. 그 중에서도 벚꽃 축제가 가장 많이 열려 사람들을 구름떼처럼 불러 모은다. 벚꽃은 제주도와 진해를 시작으로 5일정도의 간격을 두고 북상해 하동, 군산을 거쳐 서울까지 올라온다.
서울에서 열리는 벚꽃 축제로는 여의도 벚꽃축제와 남산벚꽃축제, 송파구의 석촌호수 벚꽃축제, 동대문구의 장한평 벚꽃축제, 광진구의 어린이대공원봄꽃축제와 워커힐벚꽃축제 금천구의 벚꽃 십리길 금천벚꽃축제를 들 수 있다.
경기도와 인천에는 인천대공원벚꽃축제, 인천 만국공원축제, 과천 서울대공원벚꽃축제, 고양 후곡마을 벚꽃축제, 일산 호수공원벚꽃축제, 수원 경기도청벚꽃축제, 부천 도당산벚꽃축제, 안양충훈부벚꽃축제, 용인 호암미술관벚꽃축제 등을 들 수 있다.
부산 경남에서 열리는 축제로는 부산 청학동벚꽃축제와 오륙도벚꽃축제, 진해벚꽃축제, 하동의 화계장터벚꽃축제, 함양의 백운산벚꽃축제, 창원사랑, 벚꽃축제 등이다.
대구, 경북 지방에서 열리는 축제로는 대구 팔공산벚꽃축제와 우방타워벚꽃축제, 경주 보문벚꽃페스티벌, 영천의 충성대벚꽃축제, 포항의 떡고개벚꽃축제, 구미의 선주원남동벚꽃축제 등이 있다.
전라도에서 열리는 축제로는 구례의 섬진강변벚꽃축제 담양의 추월산벚꽃축제, 영암의 왕인문화축제, 군산벚꽃예술제, 정읍천벚꽃축제, 김제 모악산벚꽃잔치, 남원 요천강변벚꽃축제, 전주동물원벚꽃축제, 진안 마이산벚꽃축제 등이 있다.
충청도에는 공주 계룡산봄꽃문화예술제와 역사박물관벚꽃문화축전, 당진의 순성매화벚꽃축제와 덕마벚꽃축제, 연기의 금강변벚꽃축제, 금산 산벚꽃축제, 보령 주산벚꽃축제, 홍성 구항벚꽃한우축제, 예산의 벚꽃마라톤, 청양의 산꽃마을벚꽃축제, 제천의 청풍호벚꽃축제 등이 있다.
강원도에는 경포대벚꽃축제, 속초의 설악벚꽃축제, 춘천의 소양강댐 벚꽃길걷기대회 등이 있고, 제주도에는 제주시에서 열리는 왕벚꽃축제가 있다.
전국에서는 이렇게 많은 벚꽃 축제가 열리지만 대표적인 축제는 역시 진해 군항제와 여의도, 그리고 전북 진안의 마이산벚꽃 축제를 들 수 있다. 진해 군항제는 진해가 창원시로 통합되면서 열흘간 창원시 일원에서 펼쳐진다. 벚꽃축제로도 불려지는 진해 군항제는 지난 1952년 4월 13일, 우리나라 최초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동상을 북원로터리에 세우고 추모제를 거행한 것이 계기가 됐다. 초창기에는 충무공의 동상이 있는 북원로터리에서 제를 지내는 것이 전부였으나 해가 거듭될수록 행사의 규모가 커지고 발전해왔다.
여의도 벚꽃축제가 열리는 여의도 윤중로는 35년 정도 된 왕벚나무 1400여 그루가 벚꽃 터널의 장관을 이룬다 .국회의사당 뒤편 파천교 일대 이십오리길에는 절정기 때는 수만 명의 꽃구경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늦게 피는 벚꽃으로 유명한 곳은 진안 마이산 자락이다. 마이산의 벚꽃은 진안고원의 독특한 기후로 인해 수천 그루의 벚꽃이 동시에 피어나 분홍빛 장관을 이룬게 특징이다. 더욱이 벚꽃길 옆으로 펼쳐지는 인공호수인 탑영제는 암마이봉과 벚꽃의 영상을 고스란히 담아 여행객들에게 최고의 걷고 싶은 거리를 선사한다.
누가 뭐라해도 벚꽃은 우리 나라의 봄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꽃이다. 수많은 봄꽃 중에서도 가장 대중적이고 화사하여 가장 많은 축제를 열게 하는 꽃이 되었다. 이제는 일본을 상징하는 꽃으로 오해하거나 싸구려꽃으로 폄하하지 말고 한국의 봄을 대표하는 꽃으로 자리매김해주어야 겠다.
첫댓글 "봄의 절정 벚꽃" 잘 읽었습니다.제목은 감각적이고 정서적인 수필로 기대했는데 평론가님이 쓰신 글이라선지 다양한 자료를 깊이 있게 열거한 논리적인 글의 인상을 받았습니다. 자료 수집에 경의를 표합니다.
선생님 덕분에 벚꽃나무에 대해서 더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정말 벚꽃축제가 많네요. 나무에 열리는 꽃만큼 많네요..^^*
언제부터 우리나라에서 벚꽃이 가장 대중적인 꽃이 되었나요? 언제부터 한국의 봄을 대표하는 꽃이 되었나요? 언제부터 삼천리 강산에 이리도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게 되었나요? 우리나라에 무궁화가 얼마나 많았으면 애국가에 <무궁화 삼천리 화려 강산>이라는 내용이 나올까요? <벚꽃 삼천리 화려 강산>으로 바꿔야 할까요? 지방 자치제가 실행되면서 지자체장들이 유행처럼 너도나도 개나리, 진달래, 민들레, 목련 ... 등등을 베어내고 그 자리에 벚꽃을 심고..... 언제부터 전국토가 이리 벚꽃으로 물들었던 적이 있나요? 조선시대에 그랬나요? 고려시대에? 신라시대에? 고구려시대에? 고조선 시대에?..... 그랬다는 자료가 있습니까?
무궁화 꽃은 고조선 시대에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단기고사(檀奇古史)'에는'근수(槿樹)'로, '환단고기(桓檀古記)'에는 '환화(桓花)'나 '천지화(天指花)'로 표현돼 있다고 합니다. 또한 중국 고대 지리서인 '산해경(山海經)에서까지, "군자의 나라에 무궁화가 많은데..."라고 되어 있다고 합니다. 즉 군자의 나라란 우리나라를 말합니다.
어느 자료에 벚꽃이 우리나라 봄을 대표하는 꽃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나온단 말입니까. 독립운동가 윤치호가 땅속에서 통곡을 하겠습니다.
97년 신라 효공왕 때 최치원이 작성해 당나라 광종에게 보낸 국서에서는 우리나라를 '근화향(槿花鄕)'이라 지칭했다고 합니다. 고려시대에는 '무궁화(無窮花)' 명칭이 처음으로 나옵다. 구한말에는 국학운동에 의해 무궁화가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꽃으로 부각돼 한반도를 가리키는 '근역(槿域)'이라는 말이 자주 쓰였습니다. 1893년에는 남궁억이 윤치호와 의논해 무궁화를 나라꽃으로 정했으며 그로부터 애국가 후렴에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이란 가사를 넣었다고 전해졌답니다.
또한 상해 임시정부가 발행한 대한독립선언서 상단에 태극기와 무궁화가 도안되는 등 일제강점기에는 독립지사들에 의해 민족혼을 일깨우고 독립정신을 고취하는 표상으로 고양됐다고 합니다.
4월 19일에 파주읍 새마을회에서 무궁화 심기를 했다고 하네요.
전국토가 벚꽃으로 물들어 있으니... 전 국민이 벚꽃 축제에 미쳐 있으니.....
술래잡기할 때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벚꽃이 피었습니다>로.... 바뀔 판.....
박상재 선생님.... 우리가 언제적부터 벚꽃 민족이었단 말입니까.
우리나라 동요에 <우리나라꽃>이 있지 않습니까?
무궁화~ 무궁화~ 우리나라 꽃~
삼천리~ 강~산에 우리나라 꽃~
피었네~ 피었네~ 우리나라 꽃~
삼천리~ 강~산에 우리나라 꽃~
과연 박상재 선생님은 어린이들에게 어찌 가르치실지.....
벚꽃 축제가 전국적으로 행해지고 있으니 ... <벚꽃 벚꽃 우리나라 꽃>...으로 설마 가르치지지는 않겠지요?
전국토가 벚꽃으로 물들어 있으니... 전 국민이 벚꽃 축제에 미쳐 있으니.....
<무궁화~ 삼천리~ 화려 강산~~~> 이라는 애국가.....
설마 선생님은 <벚꽃 삼천리 화려 강산~~>으로 가르치시지는 않겠지요?
그리고 벚꽃이 전국토를 물들이고 있으니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봄꽃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말씀 하듯이...
일본인들이 독도는 일본땅이라고 주장하므로 독도는 일본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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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나무의 어원이 버짐에서 나왔다는 것은 새로우면서, 무궁화의 역사가 고조선에까지 이른다는 것은 놀랍지 않단 말입니까? 도대체 선생님은 어느나라 민족입니까. 어느 민족 후손입니까.
끓어오르는 애국심을 느끼게 되어 기쁩니다. 우리나라꽃은 당연히 무궁화지요. 예전에는 한국의 봄을 대표하는 꽃이 개나리와 진달래였는데 요즘은 벚꽃이 되었다는 말입니다. 우리 조상들은 그다지 품격이 없는 꽃으로 치부했던 벚꽃이지만 지난해 가로수로 가장 많이 심은 나무가 벚나무라는 군요. 사람마다 개성과 기호가 다르니 꽃에 대한 생각도 다를 수밖에 없겠지요. 우리나라가 원산지이고 화사하게 봄의 볼거리를 제공하는 벚꽃을 悲憤慷慨하며 싫어할 필요야 없지 않나요?
나라 꽃이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것은 안타깝지만 벚꽃을 즐기는 것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무궁화꽃의 원산지가 우리나라가 아니므로 우리나라꽃이 되어서는 아니되겠군요. 벚꽃의 원산지가 제주도이니 우리나라꽃을 벚꽃으로 지정해야겠군요. 청와대 문양도 바꾸고, 공무원 문양도 바꾸고.... 개인 취향으로 좋아하는 것을 말함이 아닙니다. 지방자치제가 실행되면서 우리 땅에 심어져 있던 꽃들을 모두 뽑아내고, 지방자치제에서 유행처럼 너도나도 전국토를 벚꽃으로 물들이고 있는 것에 비분강개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언제적부터 벚꽃 민족이었다고..... 인천대공원에도 애초에는 벚꽃이 없었습니다. 그곳 공원 조성이 되기 전부터 다니던 사람입니다. 어느 도시에서 벚꽃을 심어 상춘객을 맞는다하니 마치 시샘을 하듯 심어대고...
벚꽃을 즐기지 말라는 것이 아닙니다. 개인 기호에 따라 좋아하지 말라는 것도 아닙니다. 왜 전국토가 벚꽃으로 물들어야 하며, 왜 전 국민이 벚꽃에 난리법석을 떨어야 하냐는 것입니다. 우리가 언제적부터 벚꽃 민족이었다고 벚꽃에 전국토가 떠들썩해야하냐는 것입니다. 봄꽃이 벚꽃밖에 없습니까? 여기가 일본입니까? 우리 강산에 심어져 있던 꽃들은 다 어디로 가고 벚꽃만이 난무한단 말입니까. "한국의 봄은 마치 일본에 온 것 같다"고 말하는 일본 여성의 말을 TV을 통해 들었습니다. 이 여성은 자기네들의 식민통치를 회상하지 않았을까요? 줏대없는 민족이 아니고서야 어찌 이리 전국토가 전국민이 벚꽃에난리법석을떨어야한단말입니까
이러다가는 소나무가 모두 베어지고 아카시아나무(꽃)만 난무하겠습니다.
이러다가는 덕수궁, 경복궁, 창경궁 등 모든 고궁에도 온천지가 벚꽃으로 물들겠습니다. 서울시에서는 덕수궁에서 벚꽃 축제를 열 것이며, 줏대 없는 백성들은 벚꽃이 아름답다며 온통 난리법석을 떨고 덕수궁, 창경궁 등 고궁으로 벚꽃 축제를 보러 가는 날이 오겠습니다. 이를 어디 줏대 있는 민족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저는 우리들의 냄비근성을 증오해요. 뭐가 좋다 소문이 나면 너도나도 우르르~~ 아마 우리나라 전역이 벚꽃 천지가 된 게 이런 냄비 근성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사실 저도 온 나라가 벚꽃 천지가 되어가는 게 마뜩치는 않아요(개인적으로 벚꽃 좋아합니다.) 진달래도 예쁘지만, 화려하지 않으면서 우아한 산철쭉(연분홍빛)도 참 예쁘고, 또 조팝나무꽃도 예쁘고요. 이런 꽃들이 서로 어우러지면 좋을 텐데요. 즉 어느 지자체는 벚꽃축제, 어느 지자체는 조팝나무꽃 축제.. 이렇게 다양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해요.
요즘 푸릇푸릇 연둣빛 나뭇잎 사이사이에 핀 산벚꽃은 정말 예뻐요.연둣빛 속에서 수줍게 고개 내민 새색시 같거든요.
원유순 선생님!! 제가 하고 싶은 말이 바로 그것이랍니다. 선생님이 간결하면서도 너무나 정확하게 잘 짚어주셨습니다.
음, 인간이 맨 처음 존재할 때도 네 꽃, 내 꽃이 있었을까요? 그저 꽃은 꽃이고 나무는 나무가 아닐까요? 그 나라 땅에 맞게 자라는 나무와 꽃이 그 나라의 상징화 된 것이 많지요. 우리나라에도 왕벗꽃 나무는 있었습니다. 임금님이 달밤에 왕벗꽃을 보러 나가시다, 는 구절도 있지요. 환경과 기후 변화로 우리나라에도 벗꽃이 잘 자라게 된 것입니다. 왜곡된 문화를 바로 잡는것도 좋지만 세상에 존재하는 생명에 대해 존중과 사랑이 먼저라고 봅니다,
길지연 선생님!! 위에 원유순 선생님이 제가 하고 싶은 말을 제 대신에 아주 간결하게 잘해 주셨네요. 거듭말씀드리지만 벚꽃을 싫어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제가 무엇을 말하고 싶어하는지 그 요지를 파악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 요지를 원유순 선생님이 너무나 잘 짚어 주셨네요.
그런 의미가 아니시라니 다행이네요, 제가 읽기에는 박상재 선생님이 그저 봄날의 풍경을 느끼신대로 쓰신 것 같은데 마치 일본 국화를 찬양이라도 한 듯 비판의 글을, 그것도 공개적인 카페에서 올리신 것 같아서요, 그 글의 내용이 정히 못마땅하시면 우회적인 방법도 있을 것이니까요,
한 마디로 벗꽃백과사전이네요. 정독하려고 인쇄해서 틈틈이 읽었답니다.감사합니다.
모름지기 작가란 '의식'이 있어야 하거늘, 이번 벚꽃 논쟁을 벌이면서 아동문학가들에게 큰 실망을 했습니다. 벚꽃 이야기 글에는 호응의 글이 올라오는 반면, 무궁화 이야기에는 단 한 건의 호응도 없다는 것에 놀랐습니다. 꼭 무궁화 뿐만이 아니라 이 나라에 그동안 피워왔던 봄꽃들이 사라지고, 전 국토가 사쿠라로 물들어 가고 있는 것에 대한 반성이 없다는 것에 놀랐습니다. 지방 국도마다 가로수가 모두 사쿠라로 뒤덮혀 있고.... 글을 쓴다는 아동문학가들에게서 '의식' 있는 글을 찾기 힘들다는 것에 맥이 빠집니다. 우리의 <민족혼>을 어린이에게 일러주어야 할 아동문학가들에게서 전혀 찾아볼 수 없음에 큰 실망을 하게 되었습니다.
마치 일본인 카페에 한국인이 들어와서 글을 올리는 기분이었습니다. 이 심정을 이해할 수 있겠는지요. 이 글을 끝으로 다시는 카페에 글을 쓰지 않기로 했습니다. 물론 저에게 주어진 '컴퓨터는 내친구'는 관리하겠습니다.
임형선님 오버가 심하시군요. 식물에 대한 편견도 심하시군요. 나무나 풀의 성정을 인간들이 맘대로 해석하여 그것이 마치 수양의 척도가 되는 듯 떠들어대는 것 가소로운 면이 있습니다. 대저 '나라꽃'운운하는 개념이 생긴 것도 불과 150년도 안 됩니다. 벚꽃을 일본사람들이 많이 심는다하여 우리나라에 그걸 심으면 왜색이라고 보는 관점 협량한 것입니다. 식물이 번성하고 풍속이 선양되는 거 자연스러운 것이 좋은 것입니다. 무궁화에 대한 호응이 없다고 '작가의식'을 끌어다대는 건 견강부회, 억지춘향이입니다. 무궁화가 국민들에게 호응을 받지 못하는 거,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가로수로 많이 심었던 미루나무, 플라타너스, 무궁화 사라지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참고로 독립운동가 윤치호를 언급하셨는데, 그분의 행적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윤치호(창씨개명 이름 : 이토치카우 伊東致昊)-논란이 많은 인물이지요.
저는 처음부터 개화사상에 눈떠 일본을 흠모한 친일파보다, 독립운동 하다가 변절한 인간이 더 악질이라고 봅니다. 지식인 혹은 사회지도층 인사의 변절 친일은 그냥 친일파라고 하지 않고, 반민족자로 부르는 이유가 있습니다. 애국가, 무궁화에 관련된 인물들의 친일변절의 역사를 톺아보면, 오히려 무궁화에게 미안할 뿐입니다. 무궁화가 뭔 죄가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