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지만 몇 가지 블레이드를 써보면서 느낀 후기 아닌 후기를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아보았습니다.
MEO, 하오2, 하오3, 다이너스티카본, 레거시카본 정도를 쳐본 것 같습니다.
-단단함 수치?
탁구카페 레이팅의 단단함 관련 수치는 각각
MEO 86/+20%
하오2 (발견하지 못함)
하오3 79/+16%
다이너스티 88/+17%
레거시 86/+24%
입니다.
단단함 측정수치와는 별개로, 낭창이는 느낌은 블레이드 두께와 상관관계가 있다는 말씀들을 많이 하시는데 아마 맞는 것 같습니다.
MEO, 하오3, 레거시가 5.7~5.8mm 정도인 것 같은데, 낭창이는 느낌이 좋았습니다.
(탁구카페에는 하오3가 5.9로 되어있네요)
하오2, 다이너스티는 6mm 정도인데, (출처에 따라서 하오2는 조금 더 두껍게 표기된 곳도 있고, 다이너스티는 조금 더 얇게 표기된 곳도 있기는 합니다), 위의 세 블레이드보다는 조금 그런 느낌이 덜했습니다.
수치 상으로는 하오3가 많이 부드러운데,
오히려 다이너스티와 레거시의 차이가
레거시와 하오3의 차이보다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개체 편차일 수도?)
중펜은 쉐이크핸드와는 그립 잡는 모양이 다르니 단단함/상대적 단단함 수치를 좀 다르게 느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하오2와 하오3
하오3의 경우 잔류진동을 잡기 위해 중심층에 글래스카본을 넣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그 진동이 잡히는 느낌이 오히려 제게는 더 큰(?) 진동으로 다가온다는 것입니다.
하오2는 순수합판의 울림이 통~ 하고 느껴진다면, 하오3는 지잉~ 하는 여운이 남습니다.
이게 진동이 빠르게 사라지는 느낌은 아닌 것 같고(엑시옴 HAL을 쳐본 적이 있습니다),
마치 튕겨진 기타 줄에 손을 대서 멈추게 하는 듯한 재미있는 느낌입니다.
오히려 다이너스티 카본에서, 하오2의 강화버전과도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표층이 같고(코토) 두께도 비슷하기도 해서인지, (하오2의 측정 수치는 모르지만) 유사한 타구감을 주었습니다.
(애초에 하오3는 하오2의 파워 강화를 주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기도 합니다.)
-컨트롤
하오2, 그리고 다이너스티가 컨트롤이 정말 좋습니다. 비거리는 몰라도 코스만큼은 생각한 그곳을 향해줍니다.
레거시의 경우, 보내고 싶은 곳으로 보내기 위해 노력(?)을 좀 해야 하는데(물론 이렇게만 하면 공이 엉뚱한 데로 가지는 않습니다), 하오2와 다이너스티는 생각한 곳으로 그냥 가는 느낌입니다.
(하오3와 MEO는 쳐본 지가 좀 돼서 이부분이 기억이 잘 안 납니다;;)
물론 컨트롤이 ‘좋지 않은’ 블레이드라면 소비자에게 외면(?)을 당했을 겁니다. 레거시의 경우 그저 컨트롤이 정말 좋은 블레이드에 비해 조금 부족한, 혹은 조금 더 민감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피드백
표층 재질 때문인지 순수합판이기 때문인지, MEO와 하오2가 피드백이 정말 명쾌합니다.
그리고 레거시보다는 다이너스티가 조금 더 명쾌하게 느껴지는 걸 보면 표층 재질 영향도 있는 것 같습니다(코토 표층의 경쾌한 타구감이 피드백의 체감에 영향을 주는 것 같고, MEO의 월넛 역시 표층으로 애용되는 이유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물론 레거시 역시도 충분히 명쾌한 피드백을 주고 있습니다.
-채찍?
MEO, 레거시, 그리고 인피니티의 측정치들이 비슷비슷한데, (제가 안 쳐본 인피니티는 빼고) MEO와 레거시는 채찍으로 공을 휘감아치는듯한 짜릿한 타구감이 비슷하게 느껴집니다.
스티가의 인피니티-레거시로 이어지는 판전동 마케팅을 생각하면 인피니티 역시 비슷할 것이라는 추측이 됩니다(판씨가 실제로 쓰지는 않았겠습니다만..)
레거시를 두고 슈퍼ZLC의 향이 나는 인피니티 같다고 한 평가를 본 적이 있는데 맞나요?ㅎㅎㅎ 제가 인피니티와 슈퍼ZLC는 써본 적이 없어서..;;
그리고 레거시는 무엇보다도 중진에서 포핸드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 때의 쾌감이 끝내줍니다.
높은 상대적 단단함 수치의 짜릿함이 이건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다이너스티와 비교해도 이 부분은 더 좋았습니다.
받쳐주는 느낌이 살짝 덜하긴 하지만, 채찍으로 후려치는 느낌과, (아마도 특수소재 때문일 듯한) 찌잉~ 하는 스프링 같은 느낌이 오묘하게 조화를 이루어냅니다.
표층 재질, 중간층 재질, 각 층의 두께 배분, 특수소재의 차이 등 다이너스티와 레거시의 여러 차이점이 모두 더해져서 나온 결과값이겠지요?
쉬신이 레거시를 썼으면 정말 멋있었겠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하지만 쉬신이 썼던 블레이드를 쭉 보면, 쉬신은 단단한 표층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어디서 쉬신이 갈색 블레이드를 좋아한다는 말을 본 적이 있는데 기억이 잘 안 나네요)
-고전명품 하오2와 MEO
이 두 블레이드는 정말 왜 중펜 유저라면 꼭 거쳐가야 할 필수 코스로 여겨지는지 알 것 같은, 무엇 하나 과한 점도 부족한 점도 없는 팔방미인 블레이드인 것 같습니다.
(마치 쉐이크핸드의 코르벨과 비스카리아처럼?)
하오2는 마일드하고 울림 좋은 합판의 느낌을 주었고 MEO는 채찍 같은 느낌을 주는데,
마치 왕하오와 마린의 탁구 치는 폼을 보는 듯합니다.
그들이 현재까지 선수생활을 계속했다면 혹시 다른 특수소재 블레이드로 넘어갔을지, 사용하던 순수합판 블레이드를 계속 사용했을지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마린은 ‘지지고 째는’ 테크니션이었으니 여전히 MEO를 썼을 것 같습니다.
반면 왕하오는 백조처럼 아름다운 백핸드 뒤에 숨겨진 대포같은 포핸드 드라이브의 파워를 위해 특수소재를 사용했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듭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하오2(혹은 656)이 여전히 중펜 선수들에게 사랑받는 것을 보면 그 역시 계속 656을 썼을 것 같기도 합니다.
스티가의 ‘노스탤직’ 시리즈처럼, 순수합판은 향수를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중펜은 뭐니뭐니해도 손맛이니까요ㅎㅎㅎ
쓸데없이 글이 길어졌네요!
개성있는 전형이 점점 줄어드는 시대에, 중펜으로 한 시대를 휘어잡았던 몇몇 선수들의 매력에 빠져, 어줍잖게 독학으로 중펜을 익히며 느낀 점을 써봤습니다.
나중에는…
클리퍼에 스핀핍스도 써봐야겠습니다!@.@
첫댓글 훌륭한 글, 감사합니다.
중펜 사용자들에게는 반갑고 귀한 사용기네요~!!ㅎㅎ
필수코스 허하오2를 안 거쳐갔네요. 늘 호시탐탐 노리고는 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중펜분들께 많은 도움 되겠네요!
간만에 좋은 후기~!!
dhs나 스티가 제품들은 중국러버들을 사용하면 또 다르게 다가오더라구요^^
좋은 사용기 감사합니다!!
제가 실력이 더 뛰어났다면
기술별로 구분해서 비교해보고 싶기도 한데
아직 많이 부족하네요!
(러버는 닛타쿠 허리케인 터보 시리즈와
DHS 스카이라인 시리즈, 허리케인 8-80 정도밖에 안 써봐서,
DHS, 스티가 블레이드에 비점착 러버
경험이 오히려 없습니다^^;;;
러버 조합에 대한 얘기가 없는 것도 사실 몇 종류 안써봐서 입니다…ㅋㅋ)
과거엔 이런 좋은 후기들이 많았는데...그때가 그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