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사신혼 민화전(展)
김광섭
사내를 떠나보내 국수를 삶기 시작한 민담이 있어 죽은 아이의 체(涕)가 대나무주걱 끝에서 증발하는데 분란의 멱을 감겨주겠어 늙은 처녀이니까 미신에 중독된 세계는 부글부글 끓고 사내가 밀어 넣은 비녀에 영(靈)이 서린다
끓어오르는 열화여, 피어오르는 적막이여, 국수를 건지면 응어리가 드러나는 늪이여, 저승을 그리워하면 국수 끝에서 넋이 흔들리는데 끓는 생에 귀가 빠지도록 너를 삶아낼 수 있을까 음지를 탐식하여도 나를 탐한 사내의 손길은 기화하지 않는데
투신하는 백사를 보고 싶어 국수나무꽃이 만개하면 밀애가 나를 훔칠 수 있게 국수나무 아래서 벌거벗을 거야 길일 연일 달아올라 연지 곤지 꽃마차야 임 얼굴 알아보지 못할 때까지 임 곁에서 물들고 싶은데 꽃이 진다 해가 진다 살(煞)이야 굿이야 시나위야 꽃상여야
죽어서도 혼백 다 우려내라고 육수 위로 흰 머리카락 떠오르는데 나뭇가지에 걸린 탯줄, 활짝 피는 태반, 죽어서도 태몽을 꿀 수 있게 육신의 실을 풀어내고 사주단자에서 피고 지는 청실홍실에 내 저주에 펼쳐진 유골을 꺼내 안고 늑골 속으로 들어온 신랑의 손목을 잡는다
—《문장 웹진》2013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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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섭 / 1981년 서울 출생. 명지전문대 문예창작과 졸업. 2013년 《시작》봄호, 제11회 신인상 당선.
* 동명이인 김광섭(1905~1977) 선배 시인과 혼동되기 때문에 이 시인은 다른 필명으로 바꾸는 게 좋을 것입니다.
그게 선배 시인에 대한 예우이기도 합니다. 후배가 졸작을 발표했는데 독자가 그 시를 선배 시인의 작품으로 읽는
다면 고인에 대한 모독이 될 것이며, 반대로 선배 시인의 태작을 후배 시인의 작품으로 오해한다면 후배된 이는
억울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