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문간에 내걸린 조등
김찬옥
태양의 씨앗 한 점 받아다
집안에 심어 놓지 못하는 2월을
죽음의 달이라 해두자
살아있는 달을 관 속에 넣고
상판이 열리지 않도록 못질을 했다
그날을 염해 관 속에 넣는 순간
2월 문간에 나의 조등이 내 걸린 줄도 몰랐다
내 형상이 관 밖을 버젓이 버티고 있기에
가족들 누구도 그 관을 의심하거나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장도리를 들고 와 관을 해체할 수 있는 아버지도 안 계시고
시곗바늘도 협착증에 걸려 가장 짧은 거리를 가장 더디게 걸어갔다
의욕의 끄나풀 하나 풀고 싶지 않은 겨울 막달,
관이 방 가운데 누워있기 딱 좋은 날들이다
때아닌 역병까지 겹쳐 소통의 출구가 다 막혀버렸다
어느 성자가 흘려준 기도문이라도 달달 외워 보아야 하나
-이 또한 지나가리라 이 또한 지나가리라
검은빛만 가득 차오른 영혼의 빈 상자
이 비밀의 문을 따러 누가 오시려나 보다
누가 저리 서럽게 울고 있을까
불쌍한 영혼을 다독여 운구차를 떠나보내고
조문객도 없이 혼자 무반주로 내는 저 연둣빛 곡소리
차디차게 식은 것들에게
다시 불씨를 심어주기 위해
하루 온종일 쉼 없이 울어주는 봄비! 밤비! 곡비!
웹진 『시인광장』 2024년 2월호 발표
김찬옥 시인
전북 부안에서 출생. 1996년 《현대시학》을 통해 작품활동 시작. 시집으로 『가끔은 몸살을 앓고 싶다』, 『물의 지붕』, 『벚꽃 고양이』와 수필집 『사랑이라면 그만큼의 거리에서』가 있음.
[출처] 2월 문간에 내걸린 조등 - 김찬옥 ■ 웹진 시인광장 2024년 2월호 신작시ㅣNewly Written Poem 2024, February l 통호 178호 Vol 178|작성자 웹진 시인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