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0. 02 수요일
(2304 회)
-존조경종(尊祖敬宗)-
'조상(祖上)을 높이고 공경(恭敬)한다.'
좋은 大學을 나와 국가기관의 장을 지낸 고급공무원 출신인 70대가 최근에 자기 친구(親舊)에게 “조상(祖上) 산소를 다 파서 화장(火葬)해서 강물에 뿌려 버려야겠다!” 고 했다.
그 친구(親舊)가 “왜 그렇게 하려고 하느냐?” 하니깐
“해마다 묘사(墓祠) 등이 부담이 되어서 그렇다” 고 했다.
또 한 사람은 역사 교사(敎師)를 하다가 대도시의 공립 고등학교 교장(校長)을 지낸 분이 “제사(祭祀) 때문에 귀찮아서 못 살겠다!” 라고 짜증을 냈다.
위의 두 사람은 최고의 지식층(知識層)이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자기 조상(祖上)에 대한 생각이 이러니 일반 사람들은 어떠할지 가히 짐작할 수가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여느 나라에 못지않게 족보(族譜)를 잘 정리해 온 전통(傳統)이 있다.
족보(族譜)가 위조가 있는 등 약간의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자기의 혈통(血統)과 출신을 알려주는 중요(重要)한 작용(作用)을 한다. 자기의 역사인 동시에 한 집안의 역사(歷史)다.
타향(他鄕)에서 같은 성(姓)을 가진 사람을 만나서 몇 마디만 나누어 보면 어느 할아버지의 자손(子孫)이고, 어디서 갈라져 나왔으며, 자기와 몇 촌간인지 알 수 있다.
우리와 아주 가까이 있고, 문화적으로 많은 교류(交流)가 있었던 중국 사람들도 우리만큼 족보(族譜)를 중시(重視)하지 않았다.
더구나 촌수(寸數)
라는 말 자체가 없다.
삼촌(三寸), 사촌(四寸) 하면 중국 사람들은 무슨 말인지 모른다.
촌수에 대해서 역사(歷史)를 전공하는 중국 교수(敎授)에게 설명해 주었더니 아주 훌륭하고 편리한 호칭법이라고 찬탄한 적이 있었다.
보통 5대 이상만 올라가면 잘 모른다.
필자와 가까이 지내는 중국의 교수들 가운데 자기 조상(祖上)을 모르는 사람을 여럿 보았다.
1981년 겨울, 독일의 세계적인 사회학자(社會學者) 보르노 박사(博士)가 우리나라를 방문(訪問)하였다.
돌아가기 직전에 기자회견을 가졌는데, 우리나라 기자(記者)가 “앞으로 한국이 어떻게 하면 잘 되겠습니까?” 라고 하자,
“보르노 박사는”
“한국은 다른 것은 할 것 없고 지금껏 해온 것처럼 한국인의 족보(族譜)를 잘 지켜나가면 됩니다!” 라고 했다.
한국 기자(記者)들은 전혀 예상 밖의 답을 듣고 어리둥절하였다.
우리나라 사람이 별로 중시(重視)하지 않거나 혹은 낡은 제도로 여기는 족보(族譜)를 서양의 세계적인 학자(學者)가 왜 그렇게 칭찬(稱讚)을 했을까?
서양학자가 보기에 국가와 사회와 가정(家庭)의 질서(秩序)를 잡아 주고, 개인(個人)을 도덕적(道德的)으로 바른 길로 인도하는 기능을 하는 것으로서 족보(族譜)의 기능을 매우 높게 보았던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떤 말이나 행동(行動)을 할 때, 자기의 조상(祖上)을 생각하고, 자기의 후손(後孫)을 생각한다.
“내가 이런 언행(言行)을 하면 조상들에게 욕(辱)이 되지 않을까?
먼 훗날 나의 후손(後孫)들에게 누가 되지 않을까?” 라고. 그러니 말 한마디, 발 한 걸음 옮길 때도 신중히 하고 한 번 더 생각하고 돌아봤다.
그러나 서양(西洋) 사람들에게는 이런 관념(觀念)이 없다.
오늘날 범죄자(犯罪者)가 증가하고 사회가 혼란한 것은 가정(家庭)에서의 교육(敎育)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학교가 책임(責任)지지 않는다고 나무라는 사람이 있지만 학교가 교육하고 책임지는 것은 한계(限界)가 있다.
사람의 기본(基本)은 집에서 이루어진다. 보통 남을 욕(辱)할 때 “누구 자식(子息)인지, 참 못됐다?”,
“누구 집 자식(子息)인지, 본데없다고” 하지, “어느 선생 제자(弟子)인지 참 못됐다” 라고는 하지 않는다.
족보(族譜)를 만들어 자기가 누구의 후손(後孫)이고, 누구의 자식(子息)인지 그 사람의 위치를 확인시켜 주면, 사람이 함부로 처신(處身)하지 못한다.
또 옛날에는 대부분 동족(同族) 마을을 이루어 살았기 때문에 동네 안에서 문밖에 나가도 모두가 할아버지, 아저씨, 형님, 동생, 조카 관계이기 때문에 감히 함부로 하면서 살 수가 없다.
훌륭한 조상이 있으면 그 행적을 새긴 비석(碑石)을 새기고, 학문이나 덕행(德行)이 뛰어난 조상은 후손(後孫)들이 유림들과 협력하여 서원(書院)을 지어 제사(祭祀)를 지냈다.
이런 것은 단순히 조상을 자랑하려는 것이 아니고, 훌륭한 조상을 교육의 자료(資料)로 활용하여 후손들을 바른길로 인도(引導)하려는 것이다.
조상을 다 버리고 도시(都市)에 나와서, 문밖에만 나가면 어디 출신이고 누구 집 자식인지 모르는 상황(狀況)에서는 쉽게 범죄행위를 할 수 있고, 언행(言行)을 함부로 하기 쉽다.
조상(祖上)을 존경(尊敬)하고 높이는 좋은 전통(傳統)이 너무 빨리 무너지는 것이 안타까울 뿐 입니다.
좋은 전통(傳統)마저 다 버리는 것이 발전(發展)이고 개혁(改革)이라면 큰 착각(錯覺)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