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와 고양이와 항해사
마틸다 우즈 글│아누스카 아예푸스 그림│ 김래경 옮김
출간 2022년 11월 128일│판형 129*198mm│무선│300쪽 │14,000원
분야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국내창작동화
어린이 > 초등5~6학년 > 동화/명작/고전│ISBN 978-89-6372-410-2 (73840)
그러하리라, 의심의 여지 없이.
소녀가 늘 떠나기를 바라 왔던 그런 모험이리라.
신화와 얼음으로 뒤덮인 북극 바다에서 펼쳐지는 한 소녀의 경이로운 모험.
난파선 천 척으로 지어진 북쪽 마을, 노르들로르. 북쪽 배에서 나온 목재에는 바다를 항해하는 동안 쌓인 기억이 깃들어 밤이면 바다 위에 있듯 집들이 흔들린다. 그곳에 모험을 꿈꾸는 한 소녀가 있다. 북해를 항해하는 것이 꿈이었던 우나는 어느 해 겨울, 고래 사냥에 나서는 아버지 배에 몰래 올라탄다. 마지막 아홉 번째 목숨을 살고 있는 쌀쌀맞은 바다 고양이 ‘따개비’와 별자리로 길을 알려 주는 해로일드 아저씨, 그리고 거센 눈 폭풍과 오랜 잠에서 깨어난 깊은 바닷속 괴물……. ‘어부들의 지옥’과 ‘얼음 섬들’을 지나 고래들마저 얼어 버리는 멀고 먼 북쪽, 우나는 어떤 시간을 맞닥뜨리게 될까?
《소년과 새와 관 짜는 노인》으로 절망 속에 피어나는 마법 같은 희망을 선사했던 마틸다 우즈의 두 번째 책. 누군가를 기쁘게 하는 것보다 진정한 자신으로 살아가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아 가는 소녀 우나의 이야기 속에 역동적이고 힘찬 기운이 가득하다. 외롭고 웅크린 아이들에게 선사하는 광활한 북극 바다의 모험.
▒저자 소개
글쓴이_마틸다 우즈 Matilda Woods
호주 서던 테이블랜즈의 작은 마을에서 자랐다. 모내시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고 아이들을 위한 글을 쓰면서 청소년 사회복지사로 일했다. 첫 작품 《소년과 새와 관 짜는 노인》으로 마술적 사실주의를 보여 주었다는 호평을 받았으며, 《소녀와 고양이와 항해사》로 Readings Children’s Book Prize(2020)를 수상했다. 이후 잇달아 이야기를 쏟아 내면서 불과 몇 년 사이 전 세계 독자들에게 귀 기울여야 하는 젊은 이야기꾼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림_아누스카 아예푸스 Anuska Allepuz
스페인에서 태어나 자랐다. 미술을 공부했고, 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고 이야기 쓰는 것을 좋아했다. 첫 그림책 《그건 내 거야!》가 케이트 그리너웨이 상 후보작에 올랐다.
옮긴이_김래경
영어교육을 전공했다. 마틸다 우즈의 첫 책 《소년과 새와 관 짜는 노인》을 비롯해 《닭다리가 달린 집》 《포그》 《상어 이빨 소녀》 《북극곰의 기적》 《핀치 오브 매직》 시리즈 같은 책들을 우리말로 옮겼다. 좋은 책을 찾아 기획하고 번역하는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출판사 서평
★ Readings Children’s Book Prize 수상작
“마틸다 우즈의 목소리는 신선하고 흥분된다. 이 책이 사는 세상은 모험적이고 대담하다.
마법과 친절, 힘과 용기를 북돋아 주는 기념해야 할 책.”_심사평에서
난파선 천 척으로 지어진 북쪽 마을, 노르들로르에 모험을 꿈꾸는 한 소녀가 있다. 브리트 선장의 일곱 딸 가운데 막내로 태어난 우나는 안타깝게도 환영받지 못한 존재다. 떠돌이 점쟁이에게 잘못된 예언을 듣고 가족들은 ‘용감하고 대범한 아들’을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을에서 가장 유능한 선장으로서 자신의 고래 뼈 칼을 물려줄 아들을 원했던 아빠에게는 더욱 실망스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우나는 다른 딸들과 달랐다. 점쟁이의 예언대로 우나는 용감하고 대범하다. 모험과 지식을 갈망한다. 그리고 어느 해 겨울, 북해를 항해하는 것이 꿈이었던 우나는 고래 사냥에 나서는 아빠 배 ‘용맹한 표범’에 몰래 올라타는데…….
바다에서 몇 달이나. 중대한 결심이었다. 늘 위험하고 젖을 터였다. 춥고 바람도 불 것이다. 배 밖으로 떨어져 죽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의심할 여지 없이 모험일 것이다. 우나는 언제나 모험이 하고 싶었다. |
첫 작품 《소년과 새와 관 짜는 노인》으로 마술적 사실주의를 보여 주었다는 호평을 받은 마틸다 우즈는 이번 책에서도 독특한 상상력으로 마법 같은 세계를 창조해 냈다. 난파선 천 척으로 지어진 마을 노르들로르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고래수염’ 골목과 ‘가라앉는 장어’, ‘애통한 항구’와 ‘얼음 바람 항구’ 같은 명칭들이 수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을 것 같은 독특한 분위기를 더해 준다. 대북해에서 바닷가로 떠내려온 조개껍데기가 들려주는 속삭임으로 다가올 일을 예언하는 점쟁이의 점괘, 밤이면 별들 사이에서 유영하는 전설 속 생물 ‘나르두’와, 아홉 개 목숨을 각기 다른 배 아홉 척과 함께하는 바다 고양이의 존재도 신비롭다. 우나가 그토록 타 보고 싶었던 아빠 배의 바다 고양이 ‘따개비’는 이백 년간 바다를 누볐고 이제 마지막 아홉 번째 목숨을 사는 중이다. 항해사 해로일드 말고는 누구에게나 쌀쌀맞긴 해도 저녁이면 바이올린을 연주할 줄 아는 멋진 고양이다. 우나 아빠는 따개비가 배를 지키는 게 아니라 훔치고 싶어 한다는 듯 못마땅해하지만, 눈 안에서 새파랗게 파도가 치는 바다 고양이 따개비는 ‘용맹한 표범’을 타고 떠나는 항해를 사랑한다.
이 모든 것이 현실이 아닌 듯하지만, 또 어딘가에는 존재할 것 같은 이야기들이 상상력을 한껏 열어 준다. 작가의 말처럼 이 세상에 마법이 없다면 얼마나 따분하겠는가. 얼마나 외롭겠는가.
어느 때고 자신에게 집중하며 스스로에게 충실한 소녀
강력한 여성 캐릭터가 빛나는 이야기
노르들로르에서 우나는 외로운 아이였다. 늘 혼자였다. 아이라서, 여자아이라서 함부로 대해지고 자기 운명마저 결정지어져 버렸다. 하지만 그 운명을 거부하고 씩씩하게 자신이 원하는 삶을 향해 나아간다. 오랫동안 가족, 특히 아빠에게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어 했지만, 북해로 모험을 떠나면서 비로소 진실을 깨닫게 된다. 누군가를 기쁘게 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진정한 자신으로 살아가는 일임을 알게 된다. 그리고 부모의 사랑, 혹은 멋진 왕자와 결혼하는 것으로 자기완성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자신으로서 완성을 이루고자 한다.
우나는 자신에게 충실한 아이다. 우나가 놓여 있는 환경은 비참하기 그지없지만, 작가는 자신의 자리를 찾으려는 우나의 용기를 대담하면서도 아름다운 서사로 만들어 냈다. 전통적으로 소년 혹은 남성의 공간으로 여겨 오던 바다, 항해, 모험이라는 영역은 우나와 함께 또 다른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남들보다 큰 고래를 잡아야 위대한 선장으로 인정받고 선원들을 잃어 가면서까지 고래 사냥으로 물들었던 차갑고 냉정했던 북극 바다는 신비롭고 경이로운 신화와 전설이 가득한 곳으로 돌아왔다. 고래를 잡으면 여정도 끝나 버리는 항해가 아니라, 그 누구도 가 보지 않은 더 먼 북쪽과 서쪽, 동쪽으로 뻗어 나가는 끝이 없는 항해가 되었다. 기대로 가득한 공간이 되었다.
가슴이 원하는 대로 모험을 떠나면서 우나의 삶은 우나가 노르들로르에 머물렀다면 결코 알지 못했을 삶의 방식으로 바뀌었다. 가족에게조차 사랑받지 못했던 우나가 증오하는 삶이 아닌 사랑할 만한 삶을 꾸려 나가도록 함께 싸워 주는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세상 틀 안에 자기 마음과 힘, 용기를 가두어 놓을 필요가 전혀 없다는 것을 우나는 온몸으로 보여 준다.
한 편의 영화처럼 역동적이고 생생하게 펼쳐지는 이야기
외롭고 웅크린 아이들에게 선사하는 광활한 북극 바다의 모험
이 책은 단순히 한 여자아이가 정체성을 찾아 나가는 이야기에 머물지 않는다. 상상의 마을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그 안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냉정하리만큼 현실적이다. 전작 《소년과 새와 관 짜는 노인》에서도 짜임새 있는 이야기를 들려준 작가는 과연 놀라운 이야기꾼이다.
노르들로르 마을과 우나의 가족 위주로 담담하게 진행되던 이야기는 우나의 모험과 더불어 서서히 장엄하고 웅장해진다. 한 편의 영화를 보듯 역동적이고 생생한 이야기 속으로 독자를 이끈다. 나르두를 사냥하는 장면은 아름답기까지 하다. 그간의 모든 일들이 쌓이고 쌓여서 마침내 힘찬 기운을 내뿜는 우나는 용감하다. 그토록 오랫동안 아빠의 사랑을 바랐던 우나가 진실을 깨닫는 장면은 슬프면서도 희망차다.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실이 툭 끊어지듯, 비로소 우나는 자신을 옭아매고 있던 밧줄을 끊어 버리고 자유로워진다.
우나와 함께 모험을 떠나게 될 독자들은 우나가 느끼는 슬픔과 두려움, 설렘과 기대감을 함께 느끼며 북극 세계의 경이로움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외롭고 웅크린 아이들에게는 광활한 북극 바다에서 펼쳐지는 우나의 모험이 시원한 카타르시스가 되어 줄 것이다. 그리고 북해 상공에 박혀 밝게 빛나는 별처럼 믿음 하나를 갖게 될지도 모른다. 우나가 그러했듯, 스스로를 믿으며 자기 마음을 따라 담대하게 나아가면 된다고. 그러면 언젠가 마법처럼 신나고 재미있는 일들을 만나게 될 거라고 말이다.
《소년과 새와 관 짜는 노인》에서 마법 같은 마을 알로라를 멋지게 표현한 아누스카 아예푸스가 이번에도 그림을 그렸다. 거칠고 얼어붙은 북해에서 펼쳐지는 우나의 모험을 굵직하게 담아냈다.